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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言] 프랑스 개발사의 조선 미스터리 스릴러 '수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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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신 스크린샷 (사진제공: No More 500)
▲ 수호신 스크린샷 (사진제공: No More 500)

▲ 수호신 스릴러 트레일러 (영상제공: No More 500)

지난 2월 진행된 넥스트 페스트에서는 다양한 인디게임이 출시를 앞두고 데모판을 공개하고 게임을 홍보했다. 서로 다른 비주얼과 장르가 범람하는 무수한 인디게임 중 익숙한 배경이 보였다. 바로 지난 2021년 소개한 바 있는 프랑스 인디게임 개발사 No More 500의 ‘수호신’이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수호신은 비주얼 노벨로서 좀 더 신선하고 새로운 소재의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었던 ‘No More 500’의 대표 알란의 의지에서 시작됐다. 그는 오랫동안 좋아해 왔던 한국 문화를 게이머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어 게임의 배경을 한국으로 정해 수호신을 기획했고, 시나리오와 프로그래밍을 담당해 게임을 만들었다.

그러다 만난 것이 프랑스에 거주 중인 한국인 '지영' 개발자다. 그는 처음에는 조선시대가 배경인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말에 번역 쪽으로만 도움을 주다가 결국 개발까지 참여하게 됐다. 한치 앞도 모르는 인연들이 겹쳐지며 만들어진 ‘수호신’은 과연 어떤 작품일지, 게임메카는 No More 500 기획자인 알란 대표와 아트 디렉터 및 한국어화를 진행 중인 지영 개발자과 대화를 나누며 수호신에 대한 더욱 깊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호신은 북미/유럽을 대상으로 제작되었으며 영어, 프랑스어, 한국어, 일본어로 출시된다 (사진제공: No More 500)
▲ 수호신은 북미/유럽을 대상으로 제작되었으며 영어, 프랑스어, 한국어, 일본어로 출시된다 (사진제공: No More 500)

비주얼 노벨로 풀어낸 ‘조선 미스터리 스릴러’

이야기는 조선시대 초, 남동부에 위치한 가상의 마을 ‘양동’을 배경으로 한다. 과거에 급제한 후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 '유리'를 주인공으로, 마을의 평화를 위협하는 의문의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이야기의 도입부다. 플레이어는 대화와 조사를 통해 사건을 알아나가는 것이 주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평민, 양반, 무당, 승려 등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된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으며, 이들에게 각자의 개성과 이야기를 담아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조선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도록 했다. 

이렇듯 수호신은 플레이어를 주인공에 이입시키는 방식으로 시대상을 자연스럽게 이해시킨다. 진행을 하다 보면 간혹 시대상과 간극이 있는 단어들도 등장하는데, 개발진에 의하면 이렇게 게임으로 접한 새로운 단어를 한국 여행을 가거나 한국인과 교류를 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고 한다. 지영 개발자의 설명에 따르면 “용어 설명(Index) 메뉴를 통해 게임 중간중간 등장하는 한국어 단어들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문화적 차이에 대한 간극을 좁히고 이해를 높이기 위한 요소"라고 한다.

조선시대의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된 등장인물 (사진제공: No More 500)
▲ 조선시대의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된 등장인물 (사진제공: No More 500)

주막과 같은 해외에서 만나볼 수 없는 개념들의 설명을 돕는다 (사진제공: No More 500)
▲ 용어 설명은 '사또', '주막'과 같이 외국에서 바로 이해할 수 없는 단어의 설명을 돕는다 (사진제공: No More 500)

여러 국적의 제작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만들어낸 ‘수호신’

No More 500에서 수호신을 제작한 사람들은 알란 대표와 지영 개발자 외에도 많다. 비주얼 노벨 ‘레이징 루프’에도 참여했던 캐릭터 디자이너 ‘카게요시’, 인도네시아 출신 배경 디자이너 ‘이스베이’, ‘케이라’, 수호신의 메인 테마를 작곡한 ‘김영상’, 작곡을 담당한 미국인 ‘데이비드 페슬리얀’, 번역을 담당한 ‘펄스’ 번역 팀 등이 함께 수호신을 만든 사람들이다. 프랑스,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이들이 모여 작업을 하다 보니, 번역이나 문화의 차이로 곤란을 겪는 일이 다반사였다.

여기서 아트 디렉팅을 담당한 한국인 지영 개발자의 노고가 컸다.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이해될 내용들을 모든 문화권 개발자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했다. 캐릭터의 연령, 성별, 신분, 직업 등에 따른 차이로 시작해 배경이 되는 요소들까지, 모든 것이 설명의 연속이었다. 시나리오 또한 알란 대표의 한국 문화 이해도가 높은 편이긴 했지만 사건과 상황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관점이 생각보다 많이 달라 시나리오의 디테일을 많이 수정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한국어 번역이었는데, 프랑스어를 거쳐 번역하다 보니 시대의 분위기를 잘 살리지 못할까 고민이 컸다고.

다른 제작자들도 처지는 비슷했다.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 보니 영어로 소통하다 오해가 생기거나 설명이 힘든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꾸준한 소통과 대화로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었다. 디자이너 팀은 이번 작업이 정말 어렵고 작업도 오래 걸렸지만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평했다. 알란 대표는 ‘처음 게임을 기획했을 때는 이 정도 퀄리티를 기대하지 못했는데 다들 너무 열심히 잘 해주셨다’며 모든 제작진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단순한 구조 뿐만이 아니라 배경 내에 등장하는 요소들의 재질까지 꼼꼼히 설명해야만 했다 (사진제공: No More 500)
▲ 지영 씨는 배경의 구조 뿐만 아니라 등장 요소들에 쓰이는 재질까지 꼼꼼히 설명해야만 했다 (사진제공: No More 500)

서로 다른 배경지식과 생각을 가지고 있어 충돌은 많았지만 그만큼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사진제공: No More 500)
▲ 수호신은 끊임없는 소통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사진제공: No More 500)

‘No More 500’이 원하는 뚜렷한 방향

No More 500은 수호신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는 스팀 출시만 계획 중이지만, 가능하다면 다른 플랫폼으로의 진출도 고려 중이다. 알란 대표는 “수호신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게임인 만큼 조선시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비주얼 노벨로 봐주시고 드라마를 보듯 플레이 해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한국을 소재로 한 여러 게임들을 기획 중에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지영 개발자 역시 “게임에서 비주얼이나 시나리오가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조선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게 보이도록 노력했다. 픽션인 만큼 고증에서 조금 벗어난 부분들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고, 부족하지만 저희 모두 열심히 만들었으니 한국 유저분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며 수호신에 대한 많은 관심을 청했다. 

서로 다른 나라와 문화권의 개발자들이 끊임없는 소통과 열정으로 만들어낸 게임 ‘수호신’이 담아낸 조선 미스테리 스릴러 게임은 어떤 모습일 지,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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