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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게임업계 등대 불 다시 켜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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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야경에는 늦은 밤에 퇴근하지 못하고 야근하는 직장인들의 애환이 서려 있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죠?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며 점차 사그라들었던 야경이 조만간 다시 환하게 빛날 것 같습니다.

지난 6일 고용노동부는 근무시간 개편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주 52시간을 기본으로 하되, 1주일에 일하는 시간을 산정하는 단위를 한 달, 3개월, 6개월, 1년 단위로 늘리고, 단위기간에 비례해 근무시간 총량을 낮춘다는 것입니다. 정부 주장대로 1주 근무시간을 산정하는 단위기간이 늘어나면 단기간에 과도한 장시간 근무를 하게 됩니다. 개편안대로라면 주 6일 11.5시간을 근무할 경우 69시간, 주 7일을 같은 시간 동안 일하면 최대 80.5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 게임업계에서는 주요 일정을 앞두고 단기간에 야근과 철야를 반복하는 크런치 모드가 큰 문제로 지적된 바 있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고 나서야 큰 기업부터 조금씩 줄어드는 경향이 보였으나,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1년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 중 48.3%가 아직도 크런치 모드를 경험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52시간 근무제가 완화될 경우 규모를 막론하고 크런치 모드도 대대적으로 되살아나며, 특히 규모가 작은 게임사에서 일하는 직원일수록 노동환경이 극도로 나빠질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근로시간저축계좌제 역시 많은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일이 많을 때 연장근로 시간을 저축해놨다가 나중에 일이 없을 때 휴가로 소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1주 휴가도 어려운 실정인데, 한 달 장기휴가를 내는 것이 가능하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실태를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것인데요, 민주노동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은 이에 대해 "조삼모사보다 모멸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앞서 포괄임금제를 잘못 사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정부의 정책 역시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노동계 입장입니다.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은 기업에 대한 확실한 조치나 기업이 근무시간을 철저히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제도 등이 없고, 노동조합이 없는 대다수 게임사의 경우 임금은 물론 근무시간 역시 회사와 직원이 명목상으로 합의할 뿐 일방적인 통보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입니다. 정부가 앞세운 계획이 노동환경을 개선한다는 취지대로 실행된다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그저 등대에 불만 다시 켜려는 움직임처럼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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