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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반 마련한 블록체인 플랫폼 업체들, GDC서 영업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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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C 2023 현장 (사진출처: GDC 공식 홈페이지)

올해 GDC에는 통상보다 많은 국내 게임사가 참여했다. 그리고 이 중 다수가 '블록체인'을 핵심으로 앞세웠다. 현장에 부스를 차린 위메이드는 물론, 넷마블, 넥슨, 컴투스, 네오위즈 등 주요 게임사 다수가 GDC에 출전했으며, 이 외에도 갈라 게임즈, 폴리곤 랩스(Polygon Lab), 이뮤터블(Immutable) 등 블록체인 게임 관련 해외 주요 업체도 참여했다.

사실 GDC 이전에 주최 측이 개발자 2,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전 설문조사에서 전체 중 75%가 블록체인에 관심이 없고, 56%가 게임에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GDC가 열리는 미국은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감이 상당히 높기에, 개발자 역시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된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GDC 현장에서 블록체인 게임 관련 업체와 강연자들이 전면적으로 앞세우고 있는 단어는 ‘웹3’이다. 애초에 블록체인 강연 자체가 ‘웹3 포럼(Web3 Forum)’으로 묶여 있다. 강연 내에서도 웹3의 가장 큰 특징인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을 유저들에게 돌려준다는 부분을 강조하여, 이를 토대로 커뮤니티를 더 단단하게 결속해 장기적인 서비스와 매출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한다.

“돈 버는 게임 아니라, 유저에게 소유권을 주는 것”

▲ GDC 블록체인 게임 관련 강연은 Web3를 키워드로 앞세웠다 (자료출처: GDC 공식 홈페이지)

앞서 이야기한 경향은 주요 강연에서도 강하게 드러난다. 미국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업체인 갈라 게임즈 존 오스왈드 게임사업 총괄은 20일(현지 기준) GDC 현장에서 진행된 강연을 통해 “갈라가 추구하는 웹 3.0 모델에서 분산화된 소유권 개념이 특히 중요하다”라며 “자사 게임에도 동일한 개념이 적용되어 유저들이 본인의 게임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얻게 되며 이는 게임업계 혁명에 가깝다”라고 밝혔다.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엑스플라(XPA)를 가진 컴투스의 미국지사 컴투스 USA 이규창 대표 역시 “진성 게이머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가치 있는 아이템을 생산하고, 그것이 게임 내에서 유통, 순환되도록 유도하고, 소유권을 보장해주는 체계가 P2O(Play to Own) 모델”이라며 “이러한 P2O 모델은 게임 외부 시장의 가격 변동을 완충시키는 요소도 도입해 게임 내 경제가 견고하게 유지되도록 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부분은 블록체인 게임 초기에 언급되던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P2E)’에 대한 개발자들의 반감을 해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P2E가 주로 입에 오르내리던 시기에 주요 게임사가 앞세운 강점은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게임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끌어들이며 시장을 넓힐 수 있겠다’는 것이다.

▲ 돈 버는 것에 집중된 P2E는 국내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단어가 됐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다만 시선이 ‘돈 버는 것’에 집중되다 보니 게임성은 상대적으로 조명되지 못했고, 수익화만 붙여 시류를 타려는 저급한 게임도 적지 않았다. 재미가 보장되지 않다 보니 유저를 오래 붙들지 못했고, 이 부분은 NFT 거래가 되지 않거나 게임에 물린 토큰이나 코인 가격이 대폭 하락하며 더 많은 유저가 떠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이는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 치명적일 수밖에 없기에 이전만해도 마법의 단어처럼 사용됐던 P2E라는 단어는 어느덧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고, GDC 현장에서도 ‘유저들에게 소유권을 돌려준다’라는 부분에 방점을 찍으며 이미지를 바꿔보려는 시도가 있었다.

“여러분은 재미있는 게임 개발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GDC에서 블록체인 게임사 및 관련 업체가 강조하는 또 다른 부분은 ‘쉽고, 안전하다’라는 부분이다. 블록체인 게임에 관심이 있지만 생소하고,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에 게임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을 자사와 함께 한다면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블록체인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주겠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부분이 GDC가 시작되는 20일(현지 기준) Web3 게임 확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폴리곤 랩스와 이뮤터블이다. 폴리곤 랩스와 이뮤터블은 모두 개발자 입장에서 비용부담을 느낄 수 있는 수수료(가스비)를 줄일 수 있는 레이어 2 솔루션을 제공한다. 레이어 2를 사용하면 블록체인 밖에서 데이터 전송 등을 처리하여 블록체인 내에서 전송을 줄일 수 있고, 이를 토대로 가스비를 절감할 수 있다. 레이어 2 솔루션 경쟁자로 인식되던 두 업체의 협력은 업계에 놀라운 소식으로 다가왔다.

▲ 이뮤터블(좌)와 폴리곤(우) BI (사진출처: 이뮤터블/폴리곤 랩스 공식 홈페이지)

이들이 협업과 함께 강조한 점은 모든 게임사에 빠르고, 쉽고, 덜 위험하게 Web3 게임을 제작해 유통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뮤터블 로비 퍼거슨(Robbie Ferguson) CEO는 20일(미국 현지기준) 해외 매체 벤처비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뮤터블은 게임 개발자가 구축할 수 있는 매우 쉬운 플랫폼을 제공한다. 자금, 유저들의 지갑, 자산 거래에 대한 완전한 상호 운용성을 갖춘 유동성(현금화할 수 있는) 통합 인프라가 있다. 또, 내부에서 진행되는 거래 절반 이상이 상장된 곳이 아닌 다른 시장에서 이뤄지기에 글로벌 시장을 커버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작년에 이어 올해 GDC에 출전한 위메이드 역시 자사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를 통해 게임을 블록체인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음을 어필했다. 실제로 22일(현지 기준)에 진행된 ‘블록체인 게임으로의 게임의 전환(Transformation of Games into Blockchain Games)’라는 강연을 통해 위메이드 서일구 창의실장은 “토크노믹스, 게임파이, 마켓플레이스, 커뮤니티 4개 모듈 시스템을 갖춘 위믹스 플레이를 통해 장르와 플랫폼에 관계 없이 모든 게임을 쉽게 블록체인 게임으로 전환할 수 있다”라고 어필했다. 아울러 위메이드는 앞서 밝혔듯이 GDC 현장에 부스를 차리고 개발자를 대상으로 위믹스 플레이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 위메이드 공식 슬로건인 '라이프 이즈 게임'이 GDC 현장에 걸려 있다 (사진출처: GDC 공식 플리커)

블록체인 관련 강연에서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은 개발자들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부분에만 집중하면 되며, 연결성, 해킹 등 보안문제, 자산관리, 거래 시스템 등은 자기들에게 맡겨달라는 것이다. 폴리곤 랩스 라이언 와트(Ryan Wyatt) 사장은 벤처비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목표는 모든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다.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훌륭해야 하며,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종종 웹3 블록체인에서는 이 부분이 간과되기도 하는데, 우리는 훌륭한 게임을 만든다는 기본으로 돌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자는 업체들의 러브콜 통할까?

이처럼 국내외 주요 블록체인 게임 및 관련 솔루션 업체에서 개발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부분은 이들이 많은 게임을 운용하는 ‘플랫폼 업체’이기 때문이다. 위메이드는 물론 넷마블과 컴투스 그룹 역시 마브렉스(MARBLEX)와 엑스플라라는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이어서 폴리곤 등 솔루션 업체 역시 게임사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고객을 늘리는 것이 수익에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특히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을 보유한 게임사의 경우 자체 개발한 게임 입점과 함께 다른 게임사 타이틀을 확보하는 부분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각 플랫폼에는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자체 가상화폐가 있고, 더 많은 유저가 모여야 가상화폐가 외부 요인에도 여러 게임에 활용되며 안정적인 시세를 유지할 수 있다. 특정 게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사업의 중심축이 되는 기축통화 가치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기에 신작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관건으로 떠오른 셈이다.

특히 국내나 중국에서는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고, 블록체인 게임 주요 시장은 동남아 등 상대적으로 평균소득이 낮은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관련 사업이 가능한 북미나 유럽 진출이 중요하게 작용하며, 이 지역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시장 특성을 잘 아는 현지 개발자들이 만든 타이틀이 필요하다. 올해 GDC에서 펼쳐진 블록체인 게임사들의 적극적인 러브콜은 바로 여기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 북미, 유럽 등 해외 개발자가 얼마나 관심을 가지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사진출처: GDC 공식 플리커)

작년 국내 게임사 다수는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구축에 집중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토대가 마련된 상황이다. 기반을 갖춘 만큼 GDC에서 해외 개발사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영업에 뛰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부분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느냐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서두에 밝혔듯이 GDC 주최 측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75%가 블록체인 게임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고, 서양 게이머들은 블록체인, NFT 등에 대한 반감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GDC 기간에 CCP 게임즈가 이브 유니버스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게임 신작 개발에 4,000만 달러(한화 약 512억 원)을 투자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데 이에 대해 이브 온라인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SNS, 레딧 등을 통해 이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게이머 입장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실감할 수 없다면 이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회의적인 입장도 있고, 경영진이 이브 온라인에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유행을 좇는 데 집중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넘어서 블록체인 게임 영역을 넓힐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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