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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쏟아져 나온다, AI 그림 '저가형 야겜' 시장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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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발전하고 있는 AI의 그림 실력 (이미지 제작: 진석이)
▲ 점차 발전하고 있는 AI의 그림 실력 (이미지 제작: 게임메카 필자 진석이)

작년부터 챗 GPT나 스테이블 디퓨전 등 AI를 활용한 완성도 높은 기술들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며,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도 수많은 AI 활용 게임이나 모드, 기술들이 속속 얼굴을 비추고 있지만, 대부분은 실험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꽤나 적극적으로 이를 도입한 분야가 있다. 다로 선정적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게임, 소위 '야겜'이라 부르는 분야다.

야한 장면을 담고 있기에 '야겜'이라 통칭하고 있긴 하지만, 이들 역시 세부 장르로 들어가면 각기 구분이 된다. 그 중에서 AI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플래시게임 수준으로 얕은 게임성에 선정적 이미지만 입힌 '저가형 야겜'분야로, 주로 단순한 퍼즐(그림맞추기, 벽돌깨기, 매치3, 객체퍼즐 등)을 풀면 보상으로 완성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식이다. 이 보상 이미지에 AI가 그린 그림들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선정성 요소를 담은 저가형 퍼즐게임들의 수요와 공급은 꾸준하다 (사진출처: 스팀)
▲ 선정성 요소를 담은 저가형 퍼즐게임들의 수요와 공급은 꾸준하다 (사진출처: 스팀)

이러한 게임들은 옛날부터 꾸준히 발매돼 왔다. 보통 1,000원 내외 초저가인 경우가 많으며, 주로 콘텐츠에 대한 검열이 느슨하고 창작자가 자유롭게 게임을 올릴 수 있는 오픈마켓에 출시하곤 한다. 게임성 면에서는 아무 차별화 요소가 없지만, 퍼즐을 클리어 한 후 보여주는 선정적인 이미지를 판매 포인트로 삼아 물밑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어 온 장르다.

이러한 '저가형 야겜' 속 보상형 그림에 사람이 아닌 AI가 그린 작품을 넣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다. 실제로 대표적인 PC ESD 마켓인 스팀에는 이러한 AI 그림을 활용한 게임들만 수십 개가 넘게 올라오고 있다. 대놓고 AI가 그렸음을 알리고 있지는 않지만, K-Euler Ancestral이나 ddim, nai_smea 등 대표적인 샘플러 툴의 전형적인 그림체를 띄고 있는 게임들도 많다. 이들 게임의 일러스트들은 실제로 AI 그림 검증 프로그램 등을 통해 확인할 경우 AI 그림일 확률이 높다고 표시된다. 이를 포함하면 스팀에만 세 자릿수가 넘는 AI 일러스트 게임들이 존재할 것으로 짐작된다.

AI 그림을 활용한 게임이 많아진 이유는 단순하다. AI로 인해 원가 절감과 작업 시간 단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러한 게임들의 차별화 포인트는 클리어 후 보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이기에, 소위 '잘 팔리는' 그림을 넣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과거 이러한 게임을 개발하는 이들은 자기 자신이 고품질 게임을 만들긴 힘든 일러스트레이터거나, 외주 일러스트를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게임 하나 당 CG를 최소 10장 이상은 넣어야 하기에, 개발 시간도 어느 정도는 소요됐다.

이 개발사는 지난 5달간 무려 23종의 퍼즐 '야겜'을 쏟아냈다 (사진출처: 스팀)
▲ 이 개발사는 지난 5달간 무려 23종의 퍼즐 '야겜'을 쏟아냈다 (사진출처: 스팀)

그러나, 이 그림을 AI가 맡기 시작하면서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대폭 단축됐다. 실제로 이러한 게임을 꾸준히 내던 한 개발사는 과거엔 한 달에 한 개 정도의 신작을 출시했는데, AI를 도입한 것으로 판단되는 2022년 10월 28일부터 지난 3월 31일까지 약 다섯 달간 무려 23종의 게임을 냈다. 타이틀 당 20~40장의 CG가 들어가는 게임을 1주일에 1개 이상 출시한 셈인데, 기존 방법대로라면 인력을 대량으로 투입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작업량이다. 그러나 AI 그림을 활용해 소규모(혹은 1인 개발)의 인력으로도 이 같은 찍어내기식 출시를 진행할 수 있었다. 게임 방식은 전형적인 그림 맞추기 퍼즐이고, 안에 들어가는 이미지만 바꾸면 되기에 충분히 가능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AI 일러스트가 '야겜'에 사용되는 사례는 이러한 저가형 퍼즐 외에도 다양하다.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네 자릿수로 넣고 가격을 올린 고가형 게임도 등장하고 있으며, 일반 비주얼노벨에도 AI를 사용한 일러스트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실험적인 시도로 AI를 활용한 일반적인 게임들도 등장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AI 활용 게임의 절대다수는 '야겜'인 경우가 많다.

AI 기술을 활용한 전연령판 게임들도 나오고는 있다 (사진출처: 스팀)
▲ AI 기술을 활용한 전연령판 게임들도 나오고는 있다. 사진은 AI가 만든 소녀와 소통하는 게임 '아인더' (사진출처: 스팀)

결과물 역시 혹평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AI 일러스트의 경우 초창기만 해도 개성이 없고 손이나 음식 등 일부 표현이 어색하다는 지적이 이어졌으나, 학습 모델과 명령에 따라 개성 부여가 가능하고 기술 발전으로 인해 어색한 점도 완화되는 등 가파른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느냐는 계속 논란이 되는 내용이지만,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기존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상당수 대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AI가 그린 그림을 돈을 받고 판다는 지적에서는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게임성 면에서 크게 특출나지 않거나 기존 퍼즐 요소를 복사+붙여넣기 해서 만든 일부 게임의 경우 사실상 게임의 탈을 쓰고 선정적인 이미지를 판매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이러한 게임 리뷰를 보면 "AI 그림 10여장을 1,100원에 구매하는 꼴" 같은 의견이 꽤 자주 보인다. 현재 AI 그림에 대한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는 각국 법원과 기관의 판단이 엇갈리며 뚜렷한 갈피가 잡히지 않은 회색지대이긴 하지만, 도의적인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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