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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의 불황, 주변사업도 '휘청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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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연초에도 정리해고가 업계를 관통하고 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작년에 국내외 게임업계를 강타한 정리해고 이슈는 연초에도 이어졌다. 특기할 부분은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게임사를 넘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변사업에까지 여파가 밀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업계가 코로나19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이하며, 관련 사업 역시 그 영향을 받아 몸집 줄이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먼저 살펴볼 부분은 게임 개발에 활용되는 주요 엔진업체 구조조정이다. 연초에 이슈로 떠오른 업체는 유니티다. 유니티는 작년에도 세 차례에 걸쳐 인력을 감축했고, 지난 8일에 뉴욕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추가적으로 전체 인력의 25%에 해당하는 1,800여 명을 해고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유니티는 기존부터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렸고, 2020년 9월에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에도 이를 개선하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2021년에 시각효과(VFX) 제작사인 웨타 디지털을 약 16억 달러(한화 약 2조 원), 2022년에 광고 플랫폼 업체인 아이언소스를 44억 달러(한화 약 5.8조)에 인수하며 규모를 확장했으나 적자개선에 실패했다. 적자 중 감행한 공격적인 M&A가 성과를 보지 못한 가운데, 작년에 추진했던 게임 다운로드 당 부과하는 런타임 요금제 역시 국내외 게임사 반대에 부딪히며 상당 부분 철회했다.

▲ 유니티 로고 (사진출처: 유니티 공식 홈페이지)

올해 이야기는 아니지만 유니티의 경쟁사인 언리얼 엔진을 개발하는 에픽게임즈 역시 작년 9월에 직원 중 16%인 830여 명을 해고했다. 여기에 2020년에 인수한 마케팅 회사 슈퍼어썸을 분사하고, 2022년에 인수한 온라인 오디오 유통 플랫폼인 밴드캠프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에픽게임즈 팀 스위니 대표는 벌어들인 돈보다 더 큰 비용을 투자해왔으나 해고 없이 사업을 이어가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두 회사 모두 코로나19 시기에 투자를 늘려왔으나 재정악화에 직면하며 기존 규모를 유지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임방송 플랫폼으로 손꼽히는 트위치 역시 지난 10일(현지 기준) 전체 직원의 35%인 50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트위치 역시 작년에 두 차례에 걸쳐 400명을 감원했고, 올해 초에 추가적으로 인원 감축에 돌입하는 것이다. 이번 정리해고에 대해 트위치는 자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작년부터 사업 규모에 비해 조직이 크고, 다른 테크 분야 회사와 마찬가지로 향후 성장에 대한 보수적인 예측을 토대로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트위치는 코로나19 시기에 급격한 상승세를 탄 바 있다. 개인방송 플랫폼 집계 사이트인 스트리밍 차트에 따르면 2020년에 트위치 시청시간은 전년대비 83.7% 상승한 약 180억 시간을 기록했고, 2021년에도 상승세를 유지했으나 2022년부터 감소세에 돌입했고, 작년에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기존부터 약점으로 지적된 수익성 문제에, 코로나 시기 규모 증가가 감소세로 돌아서며 미래 전망이 불투명해진 것이 이번 구조조정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트위치 로고 (사진출처: 트위치 공식 블로그)

게임 채팅 서비스로 시작해 주요 커뮤니티 채널로 급부상한 디스코드도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미국 IT 전문 매체 더 버지가 사내 이메일을 토대로 12일(현지 기준)에 보도한 것에 따르면, 전체 직원은 17%인 17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디스코드 제이슨 시트론 CEO는 2020년 이후 인력이 5배로 증가했고, 그 결과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나 운영 측면에서 효율이 떨어졌다고 언급했다. 2020년 후 급격히 증가한 규모를 유지하지 못하고 정리하는 수순에 접어든 셈이다.

▲ 디스코드 로고 (사진출처: 디스코드 공식 홈페이지)

PC 게임과 밀접하게 관련된 글로벌 PC 출하량 역시 2022년 이후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 IT 분야 리서치 업체인 가트너(Gartner)는 지난 10일(현지 기준) 데스크탑, 노트북 등을 합한 작년 PC 출하량은 전년보다 14.8% 감소한 2억 4,180만대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출하량이 2억 5,000만 대 이하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가트너 측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놀라운 성장을 보인 후 지난 2년간 조정되는 기간을 거쳤고, 수요와 공급이 안정화된 올해부터는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게임사에 이어 게임 주변사업까지 여파를 미친 정리해고 릴레이가 발생한 원인은 다양하다. 혹자는 코로나19 당시 비대면 열풍을 타고 급격하게 커진 규모를 되돌리는 수순이라는 진단도 있다. 글로벌적인 경기악화 등이 전 분야에 영향을 미쳤고, 특히 필수품이 아닌 취미 영역인 게임 및 관련 사업은 현재 경기 상황에 직격타를 맞았다는 의견이다. 글로벌 게임시장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코로나 시기 당시 확보한 자금을 토대로 시장 경쟁은 과열되며 급격히 불려온 규모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작년부터 주목도가 높아진 AI에 투자하기 위해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덜어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게임 분야는 아니지만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이 정리해고 결정 전 AI 스타트업에 투자를 단행했다는 점을 근거로, AI 분야 투자를 위한 추가적인 자금확보를 위해 올해 연초에 정리해고를 단행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특히 AI는 VR,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시장에서 기대하는 수준으로 성장하지 못했거나 성과가 불투명한 신기술 영역과 달리 급속도로 대중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AI를 선점하기 위해 저성과 사업을 정리하고, AI에 인력과 자금 투자를 집중하자는 선택을 내릴 수 있다.

즉, 게임사부터 관련 업계까지 여파를 미친 구조조정 및 정리해고 릴레이는 악화된 환경에서 체질을 개선해 살아남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결정이 안정적인 성장으로 이어진다면 작년에 바닥을 치고 반등할 가능성도 있으나, 강도 높은 조정 이후에도 탄력을 받지 못한다면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장기적인 침체로 접어들 우려가 있다. 생존을 키워드로 앞세운 행보가 연말에 어떠한 결실로 돌아올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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