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년 역사의 종지부를 찍은 플레이스테이션2
2000년에 세상에 나와 12년 간 굳건히 제 자리를 지킨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이하 PS2)가 긴 여정의 종지부를 찍었다. 소니는 지난 2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PS2의 일본 내 출하를 중단한다고 밝힌 데 이어, 기기의 생산을 완전히 중단한다고 알렸다.
세가의 드림캐스트와 닌텐도의 게임큐브, MS의 Xbox 등 쟁쟁한 경쟁 작품과의 대결에서 PS2는 독자적인 장점을 어필하며 인지도를 높였으며, 아우라 할 수 있는 PS3가 시장에 나온 2006년 이후에도, 꾸준한 판매기록을 달성하며 현역 콘솔로서의 역량을 발휘했다. ‘툼 레이더’와 ‘히트맨’의 게임 디자이너를 역임한 애나 머쉬 디렉터는 “PS2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비디오 게임이란 무엇인가를 효과적으로 알려준 것이다”라고 밝혔다.
2012년 3월 31일 기준, PS2의 총 판매량은 1억 5510만 대로, 닌텐도의 대표 휴대용 게임 콘솔 3DS를 소폭 앞서는 수치다. 공식적으로 생산한 것 외에 수많은 복제 제품이 존재해 정확한 판매량을 집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슈퍼 패미콤을 제외하면, PS2는 현존하는 거치형 콘솔 중 가장 높은 판매기록을 세우고 있다.
콘솔 게임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3일 만에 90만 대 이상의 기기가 출하되었으며, 2002년에는 전세계 판매량 3000만 대를 돌파했다. 또한 2004년 11월에 출시된 슬림 PS2는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북미 내에서 품귀 현상이 발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 일본에 한정해 발매된 SCPH-10000번대(좌)와 후면에 확장 슬롯을 추가한 SCPH-30000번대(우)
▲ DVD 플레이어로써의 기능을 높인 SCPH-50000번대(좌)와 슬림 PS2 SCPH-70000번대(우)
▲ 본체에 AC 어댑터 기능이 내장된 SCPH-90000번대 기기
그렇다면 수많은 제품과의 경쟁 속에서 PS2가 게이머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이전 버전인 플레이스테이션 1과의 호환이 지원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PS2에서도 PS1의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이 점은 소비자와 게임 개발사 양측에 큰 어필 포인트로 작용했다. 우선 이용자들은 새로운 기기에서 본인이 보유한 PS1 게임을 즐긴다는 부분에 큰 매력을 느꼈으며, 게임 제작사 측은 타이틀 하나로 PS1과 PS2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다는 이점을 얻어 갔다.
PS3가 가장 저렴한 블루레이 플레이어로 주목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PS2 역시 출시 당시 가장 값이 싼 DVD 플레이어로 각광받았다. 게임 콘솔 중 최초로 DVD롬을 탑재한 PS2는 게임은 물론 일반 DVD를 감상하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은 게이머는 물론 집에서 DVD를 감상하고자 한 비 게이머 층의 구매욕을 자극했으며, 이는 SCE가 제품 알리기의 슬로건으로 사용한 ‘온 가족을 위한 게임기’와도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었다.
보다 폭넓은 플레이 경험 제공을 목적으로 탄생한 주변 기기 역시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아이토이 플랫폼이다. PS2의 2주년 기념 행사를 통해 발표된 해당 플랫폼은 플레이어의 동작을 인식해 프로그램 내에 반영하는 아이토이 카메라를 활용한 타이틀을 좀 더 수월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도록 SCEK가 제작한 개발도구다.
특히 SCEK는 해당 플랫폼을 게임과 교육을 접목한 에듀테인먼트 사업으로 연결시키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별도의 조작 능력을 요구하는 컨트롤러와 달리 아이토이 카메라는 동작인식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어린아이가 즐기기에 어려움이 없고, 여기에 게임의 특성 중 하나인 재미와 동기유발효과를 접목하면 교육적인 효과가 도출되리라는 것이 당시 SCEK 측의 입장이었으나,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었다.
PS2, 한국에 콘솔 게임의 재미를 알리다
▲ 국내 개발사 소프트맥스가 PS2 기종으로 개발한 '마그나카르타: 진홍의 성흔'
한국의 경우, PS2가 정식 출시되며 ‘콘솔용 게임’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했다. 2002년 2월 22일, SCE의 한국지사 SCEK를 통해 국내 시장을 밟은 PS2는 2년 간 80만 대 이상의 하드웨어 판매를 기록했다. 또한 소프트웨어의 경우 출시 1년 차에는 약 150만 장, 2년 차에는 160만 장을 돌파했다. PS2에 대한 인식 역시 단기간 내에 상승했다. 당시 시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PS2가 막 한국에 발을 들인 2002년 2월에 7.5%에 그쳤던 소비자 인지도는 그로부터 약 2년 후인 2003년 12월 69.5%로 부쩍 올라갔다.
이처럼 PS2로 인해 콘솔 기종 게임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자, 한국 게이머를 위한 한글화 작업 역시 탄력을 받았다. 2002년 이전에는 EA, 코에이, SCEK 등 일부 회사만이 한글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면, PS2의 국내 보급률이 상승한 2003년 이후에는 한글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매김했다. 일부 메이저 업체는 한국 성우를 동원한 음성 한글화에 공을 들였으며, 영화전문 번역가를 기용해 한글화 작업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수반됐다.
PS2와 연계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등장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노래방이나 PC방처럼 한 장소에 여러 사람이 모여 PS2 게임을 즐기는 PS방이다. 일명 ‘플스방’이라고 불리며 대학가 등의 지역에서 인기를 끈 ‘플레이스테이션 방’은 집에서 홀로 앉아 즐기는 콘솔 게임의 제약을 넘어 집 밖에서 친구들과 함께 PS2를 플레이하는 색다른 재미를 제공했다.
그러나 소비에서 발생한 결과가 제작 활성화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손꼽힌다. ‘엔로그-미스틱 나이트’, ‘토막’, ‘엑셀 임팩트’ 등 국내 개발사들이 제작한 PS2용 타이틀이 출시된 바 있으나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 작품은 ‘마그나카르타’ 등 일부 작품에 국한됐다.
PS2의 가치를 높여준 명작 타이틀
아무리 기기가 좋아도 이를 활용해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 없다면 게임 콘솔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즉, PS2가 1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해당 플랫폼으로 출시된 명작 게임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PS2가 출시된 지난 2000년부터 현재까지 출시된 공식 타이틀은 약 11,000종에 이른다.
대표작으로는 신에 대한 복수를 품은 인물 ‘크레토스’를 중심으로 무게 있는 액션을 담아낸 ‘갓 오브 워’와 ‘피파’와 함께 축구 게임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위닝 일레븐’, 3D 대전액션의 포문을 연 ‘철권’, 악령에게 사로잡힌 공주를 구한다는 판타지적인 스토리를 독특한 퍼즐과 인상 깊은 연출로 살려낸 ‘완다와 거상’이 있다.
▲ 잔혹 액션의 새로운 장을 연 '갓 오브 워'
▲ PS2 기종으로도 출시된 '위닝 일레븐 2012'
▲ 반다이남코의 대표작 '철권4'
▲ 스토리와 퍼즐, 연출 등 다양한 부분에서 수작이라 인정받은 '완다와 거상'
이 외에도 반인반마 ‘단테’를 주인공으로 삼아 스타일리쉬 액션의 장을 연 ‘데빌 메이 크라이’와 다수의 적을 한번에 소탕하는 호쾌한 손맛이 일품인 ‘진 삼국무쌍’, 코지마 히데오의 대표작 ‘메탈 기어 솔리드’가 PS2의 명작으로 손꼽힌다. 실사 레이싱의 정점을 찍은 ‘그란투리스모’와 악명 높은 레벨업으로 유명한 ‘디스가이아’, 악마소환을 기조로 한 ‘여신전생’, 사냥과 제작의 묘미를 살린 ‘몬스터 헌터’ 등 지면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게임이 인기를 끌었다.
▲ 단테의 스타일리쉬 액션, '데빌 메이 크라이3' 배경화면
▲ 일망타진의 재미를 일깨운 '진 삼국무쌍'
▲ 코지마 히데오의 대표작 '메탈 기어 솔리드'
PS2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타이틀은 PS2와 PC로 출시된 MMORPG ‘파이널 판타지 11’의 신규 확장팩인 ‘아두린의 마경’이다. 신규 직업 2종과 새로운 지역 등이 수록된 이 확장팩은 3월 27일 일본 현지에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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