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듣기만 해도 설레는 말입니다.
최근 게이머들의 마음을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가상현실에 관한 소식이 전해졌죠. ‘오큘러스 리프트’가 바로 그 소식의 주인공입니다. 지난 2012년 8월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 투자자를 모집할 때부터 화제가 되었던 가상현실 구현 기기로, 현재는 개발자 키트를 배포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사실 게임메카도 가상현실에 관심이 많아 개발자 키트를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주문자 순번대로 기기가 발송되기 때문에 한참 기다려야 될 것 같더군요. 그러던 중, 지난 GDC에서 ‘오큘러스 리프트’의 부스를 방문해 오큘러스 VR 한국지사 서동일 지사장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 서 지사장은 쾌적한(?) 시연회를 준비중입니다
서동일 지사장은 엔도어즈 해외 영업팀에서부터 ‘3D 스튜디오 맥스’로 유명한 오토데스크 게임 제품 관리까지, 게임업계의 다양한 부문에서 10년 가까이 종사한 베테랑입니다. 그는 오큘러스 VR 한국 지사장으로 다양한 방면으로 활동합니다. 한국 지사는 다가올 여름에 정식으로 설립될 예정이라, 자택에서 직접 ‘오큘러스 리프트’의 정보를 카페에 게재하고 운영도 하고 있더군요.
서 지사장은 ‘유나이트 코리아 2013’에서 진행된 시연회에서도 직접 설명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오큘러스 리프트’를 홍보하고 있었는데요, 게임메카가 ‘오큘러스 리프트’를 궁금해하자 직접 방문해 시연회를 열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했습니다. 그런 연유로 16일(화), ‘오큘러스 리프트’ 시연회가 게임메카 사무실에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게임메카에 강림한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키트
서 지사장은 많은 짐을 들고 홀홀단신으로 게임메카에 도착했습니다. ‘둠 3’ 데모가 깔린 노트북과 각종 데모들이 설치된 컴퓨터 본체, 까만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긴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자 키트까지.

▲ 오오 이것이 바로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키트로군요!

▲ '오큘러스 리프트'를 구성하는 장치들이 차곡차곡 들어있습니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자 키트는 흡사 007가방처럼 생긴 상자 안에 헤드마운트 헤드셋과 각종 포트를 연결해 화면을 출력하는 ‘오큘러스 리프트’ 본체, 그리고 장치를 연결하는 케이블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개발자 키트인 만큼 ‘오큘러스 리프트’를 적용한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언리얼, 유니티 엔진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도 포함됩니다.
컴퓨터 본체를 포함해 ‘오큘러스 리프트’를 완벽하게 설치하려면 총 세 개의 콘센트가 필요합니다. 모든 장치를 연결한 뒤 컴퓨터를 가동시키면 모니터와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에 화면이 함께 출력되는데…

▲ 모니터에 뜬 화면이 원래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에 나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벼운 해프닝이 발생했습니다. 모니터에 출력되어야 할 화면이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에 비춰진 거죠. 가령, 컴퓨터 본체 하나당 모니터가 두 개인데 1번 모니터와 2번 모니터가 뒤바뀐 상황과 비슷합니다. 두 모니터가 비슷한 해상도와 사양을 가지고 있다면 큰 영향이 없지만,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와 모니터는 해상도부터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오큘러스 리프트’를 제대로 체험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헤드마운트 헤드셋을 다시 꽂아보기도 하고 컴퓨터 세팅을 다시 하는 등 갖은 시도를 해 봤으나, 결국 모니터를 바꾸고 나서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꽤 높은 사양의 컴퓨터를 필요로 합니다. 게임을 구동했을 때 60 프레임 이상 돌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동일 지사장이 시연에 사용한 컴퓨터는 CPU i7,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GTX 680으로 이 정도의 사양이면 ‘오큘러스 리프트’가 무리 없이 작동됩니다. i7은 일반 컴퓨터에도 CPU로 널리 사용되는 편이지만, GTX 680이 60만원대임을 생각하면 부담 없는 사양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그래픽 수준이 향상되고 CPU성능도 좋아지고 있으니 멀지 않은 미래에 보급형 PC로도 ‘오큘러스 리프트’를 즐기지 않을까요?
어떤 장르도 가능! 무궁무진한 ‘오큘러스 리프트’의 잠재력

▲ 인기리에 시연된 SF 슈팅게임 '호큰'
회의실에서는 ‘호큰’과 ‘투스카니’, ‘쉐도우 건’, ‘드라이VR’이 시연됐습니다. ‘호큰’은 GDC 현장에서 인기리에 시연됐던 게임으로, 로봇 안에 탑승한 느낌을 그대로 전해 줍니다. 이 외에 ‘투스카니’와 ‘쉐도우 건’, ‘드라이VR’은 게임 플레이보다는 주변 환경을 둘러보는 데 초점을 맞춘 데모로, ‘오큘러스 리프트’의 기능을 한층 더 잘 전달합니다.

▲ 헤드마운트 헤드셋을 쓰면, 가상현실로 입장!

▲ 고개를 움직여도 로봇 내부가 보입니다
특히 ‘둠 3’를 시연하기 위해 ‘둠’ 시리즈의 아버지 존 카맥이 직접 사용했다던 ‘오큘러스 리프트’의 초기 모델도 가져오셨으나, 안타깝게도 헤드마운트 헤드셋을 컴퓨터가 인식하지 않아 직접 체험할 순 없었습니다. 하지만 종이와 테이프로 만들어져 장난감처럼 보이던 ‘오큘러스 리프트’의 프로토타입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존 카맥이 썼다는 바로 그 '오큘러스 리프트' 프로토타입

▲ 본드 자국이 남은 렌즈가 투박한 느낌을 자아내네요

▲ 장난감 같지만 포트도 야무지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에 나타나는 두 개의 화면은 헤드마운트 헤드셋에 장착되어 있는 렌즈를 통해 한 화면으로 합쳐지고, 플레이어의 눈에 비춰져 사물의 깊이나 높낮이, 원근감도 실제 풍경을 보는 것처럼 구현합니다. 다만 개발자 키트 헤드마운트 헤드셋에 붙어 있는 디스플레이는 해상도가 낮아 모니터로 보는 화면보다 흐리거나 움직임이 뭉개지는 ‘모션 블러’ 현상이 일어나는 점이 아쉽지만, 해상도 부분은 반드시 향상시킨다니 기대해도 좋겠군요.
재미있게도 ‘오큘러스 리프트’를 체험한 사람들은 플레이 자체보다 게임 속 풍경을 감상할 때 더 크게 호응했습니다. 게임메카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호큰’ 데모에서도 적을 공격하는 것보다 공중을 날아서 주변을 탐험하는 활동이 더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서동일 지사장 역시 ‘오큘러스 리프트’를 활용한 게임은 기존 스타일과 달라야 할 것 같다며, 개발자 키트는 그와 관련된 피드백을 개발자들에게 얻기 위해 배포한다고 하더군요. 더불어 목요일에는 넥슨 관계자를 만나 새로운 게임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귀띔까지 해 주셨습니다.
개발자와 게이머를 설레게 하는 ‘오큘러스 리프트’는 언제쯤 나올까
개발자 키트도 나왔으니, 게이머 입장에서는 ‘오큘러스 리프트’가 언제 정식 출시되는지 궁금해지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게임메카의 남박사님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소비자 버전은 언제쯤 나올지 질문하시기도 했죠. 안타깝게도, 올해 안에 ‘오큘러스 리프트’의 소비자 버전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년 말쯤 지금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으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하니, 쌈짓돈을 조금씩 모아두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오큘러스 리프트’는 기자들도 춤추게 한다

▲ 벌써부터 오큘러스 리프트를 체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기자들
게임메카의 기자들도 기자이기 전에 게이머인지라 이번 시연회(?)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공들인 머리스타일이 망가짐에도 불구하고 다들 손수 ‘오큘러스 리프트’의 헤드마운트 헤드셋을 써 보기 바빴습니다. 장장 3시간 가량 이어진 시연이 끝난 후, 게임메카 기자들의 소감을 종합해 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과 기대에 가득 찬 눈빛을 보냈는데요, 별점을 매기자면 5점 만점에 4.5점 정도 되겠군요.
‘오큘러스 리프트’를 통해 본 게임 세계는 완벽하게 현실처럼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화면 픽셀이 뭉개져서 다소 안경 렌즈가 뿌옇게 된 것 같이 시야 초점이 잘 안 맞습니다. 하지만 진짜처럼 꾸며져 있는 공간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을 선사합니다. 마치 드라마 세트장처럼 말이죠. 오히려 그런 흐릿함은 뿌연 안개처럼 느껴져 어두운 배경의 FPS, 호러게임 등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개인적인 감상을 마치고, 다른 기자들의 생생한 소감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 가장 격한 반응을 보여준 류종화 기자
류종화 기자
‘호큰’은 로봇에 타고 있는 느낌이 확실히 나고, Xbox360 키넥트로 발매된 '중철기' 와 비슷한 시스템이면서도 시야 전체에 탑승석이 보여 훨씬 현실감이 높다. 3D 입체 효과를 통해 다른 부분보다 원근감을 확실히 살린 것 같다. 특히 공중에서 떨어질 때는 정말로 몸이 들썩일 정도였다! 머리를 움직여도 방향은 그대로지만, 플레이어가 실제로 로봇을 조종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쉐도우 건’은 ‘호큰’보다 세밀한 움직임이 가능해 원근감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특히 NPC가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은 이전 어느 게임기나 디스플레이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고개를 돌림에 따라 시선만 변하거나 캐릭터의 방향까지 변하는 두 가지 조작을 테스트 해 봤는데, 양쪽 다 장단점이 있지만 정밀한 액션을 위해서는 전자가 나을 것 같다.
개인차가 있는 것 같지만, 본인은 하나도 어지럽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 휘청거리는 느낌 때문에 게임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그러나 해상도나 프레임 변환 속도가 떨어지고, 기기 크기가 다소 크다. 이에 더해 플레이어 고개 움직임이 적용되지 않은 것 등 아쉬운 부분이 있었으나, 이러한 점이 발전 가능성이라고 생각하면 굉장히 기대된다.
강병규 기자
단순히 모니터를 더 가까이서 보는 수준일 것이라는 내 상상을 뒤엎었다. 시점에 따라 주변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현장감을 더했고, 모니터 밖의 관찰자 시점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게임 내에서 주체가 된다는 느낌을 확실히 준다. 특히 높은데 올라갔다가 떨어지면서 아래를 볼 때 알 수 있는 그 느낌은 가히 최고다. 예를 들자면 롤러코스터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올 때의 울렁거림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데, 기분 나쁘기보다는 ‘실감난다’고 깊게 각인됐다.
아쉬웠던 점은 플레이했던 게임이 ‘호큰’이었다는 것. PC로 했을 때 기대와는 달리 굉장히 실망했던 게임인데, 왠지 ‘오큘러스 리프트’의 느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것 같다. 물론 조종석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경험이긴 했으나, 왠지 다른 게임을 해봤으면 더 멋진 경치를 둘러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확실히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살펴보는 맛은 풍부했으니 말이다. 일부 체험자들은 어지러움을 호소했으나, 평소 3D게임으로 단련해왔기 때문인지 전혀 힘들지 않았다. 불편했다면 안경을 쓰고 있어서 착용하는데 어색함이 있는 정도였다.
장제석 기자
이건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해외여행 중 사흘 정도 잠을 못 잔 상태에서 완전히 처음 방문한 장소에 들어온 느낌을 받았다. 헤드마운트를 뒤집어 쓰고 화면을 본 순간, 내가 있던 서울의 한 사무실은 게임의 무대로 바뀌었다. 앞과 옆, 심지어 뒤와 위·아래를 봐도 게임 화면이었다.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혁신적이다.
잠을 자지 못했다는 표현은, 해상도를 비롯한 갖가지 기술적인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몽롱한 상태에서 난생 처음 가 본 장소에 서 있는 게 이런 느낌이 아닌가 싶다. 신체 접촉을 통한 ‘느낌’을 빼고 단순히 시각적인 부분에서만 보자면 가히 가상현실을 이룩해 낸 것이나 다름없다.
노지웅 기자
실제 게임 화면과 모니터에 비치는 게임 화면의 그래픽이 크게 달라서, 극장에서 4D 영화를 보는 느낌이라 현실감이 떨어졌다. 하지만 고개를 돌릴 때 마다 게임 내 시점이 변하는 것은 신기했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그래픽이 더 좋아진다면 구매하고 싶다.
남윤서 기자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호큰’의 비행선에서 빨리 내리고 싶었다. 조작 실수로 추락할 때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리얼했지만, 의외로 현기증은 나지 않았던 독특한 경험!
최준혁 기자
화면에서는 이리 저리 움직이는데, 내 몸은 안 움직여서 그런지 뱃멀미처럼 어지러웠다. 그리고 컴퓨터 모니터는 최신 그래픽인데, 눈에 보이는 화면은 갑자기 패미콤 같은 도트 그래픽 게임처럼 보여서 어색했다. 그래서 빠르게 움직이는 게임보다는 ‘령’시리즈 같은 호러게임이나 ‘동물의 숲’같은 치유계 게임에 더 적절한 기술이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화질이 좀 더 좋아지면 사고 싶다.
최혁식 기자
기존 플랫폼은 캐릭터를 통해 게임 세계를 바라보았으나, ‘오큘러스 리프트’는 캐릭터 자체가 '나'였다.

▲ 허진석 기자는 쑥대머리가 되어도 개의치 않네요
허진석 기자
이미 나온 작품들과 호환만 된다면 게임계에 한 획을 긋는 장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단, 멀미에 약한 사람이나 노약자, 임산부는 준비운동을 철저히 해야할지도...
임태천 기자
캐릭터가 달리면 실제로 달리는 느낌이 난다. 하지만 초점이 흐릿해서 어지러움이 배가되고, FPS를 할 경우 초점이 흐릿해지면 아무 일이 없어도 섬광탄을 맞고 다니는 느낌이 들 것 같다. 해상도 부분이 개선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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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막내 위치를 벗어난 풋풋한 기자. 육성 시뮬레이션과 생활 콘텐츠를 좋아하는 지극히 여성적인 게이머라고 주장하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납득하지 않는 것 같음.glassdrop@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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