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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게임과 전자파 논문, 교수 직접 만나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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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적인 게임일수록 전자파 방출량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게재한 연합뉴스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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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게임일수록 전자파 상승? 억지 논리에 네티즌 ‘맹비난’

 

연합뉴스 등 국내 주요 언론을 통해 기사화된 연구 결과가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른바 ‘폭력성이 높은 게임일수록 전자파 방출이 높아져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 연구결과는 전자파 발생 요인으로 지목된 그래픽 카드 과열 현상을 기술적인 부분이 아닌 ‘장르’와 ‘콘텐츠’에 연결하며 논리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또한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이러한 결과가 나왔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게임메카는 31일, 개발자 3명과 함께 해당 연구결과를 담은 컨퍼런스가 발표된 한국산학기술협회 춘계학술대회에 방문했다. 현장에서 이를 지도한 충북도립대학교 조동욱 교수를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었다.

 

본격적인 대화를 나누기 전, 문제의 연구결과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업계 관계자는 서론부터 실험 방법, 그리고 결론까지 명확한 내용과 논리가 없음을 지적했다. 그래픽 카드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콘텐츠적인 부분과 엮어가는 연결고리가 부족하며, ‘폭력 게임’을 구분하는 확실한 기준도 없다.

 

무엇보다 그래픽 카드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사안을 결과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 화두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것으로 측정된 스포츠게임의 경우 선수나 관객 표현을 어떠한 랜더링을 거쳐 구현했는가에 따라서 그래픽 카드에 대한 영향력이 각기 다르게 나온다”라며 “이 외에도 그래픽의 세밀도나 프레임 레이트, 그래픽 옵션, 최적화 정도, 시대 등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음을 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 단적인 예가 국내에 청소년 이용불가로 발매된 ‘데드스페이스2’다. 일반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잔혹한 게임으로 분류되는 이 ‘데드스페이스2’는 최적화 작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된 관계로 그래픽 카드에 주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즉, 그래픽 카드 발열 현상과 게임의 장르, 콘텐츠의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조동욱 교수는 이번 컨퍼런스는 학술적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자료임을 강조했다. 조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자료는 본인이 지도하는 학생이 작성한 것이며, 아직 정식 논문으로 심사되지 않은 가설일 뿐이다. 그는 “이번 자료는 한 가지 주제로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교환하자는 차원에서 마련된 것으로 어떠한 학문적인 가치가 없음을 알린다”라며 “원한다면 누구라도 쓸 수 있는 것이 이러한 컨퍼런스 발표자료다”라고 일축했다.

 

충북도립대학교 조동욱 교수

 

학생들은 이번 연구를 진행하며 전체 게임을 아우르는 기준을 잡지 못했다. 조동욱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 자료를 작성한 학생들은 PC방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10여종을 샘플로 뽑아 그래픽 카드 발열과 전자파 발생을 측정한 후,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도중 폭력적인 성향의 게임이 그래픽 카드 발열에 영향을 준다는 현상을 발견해 이를 주제로 삼은 것이다.


즉, 정식으로 검증되지 않은 ‘문제제기’ 수준의 가설이 ‘폭력적인 게임일수록 전자파 발생이 높다’라는 자극적인 내용에만 초점을 맞춰 언론이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커진 것이다. 어떠한 연구를 수립하는 계획이 있다면 이러한 컨퍼런스 자료는 ‘현상발견' 수준에 그치지 않으며, 연구 대상이 전체 게임을 아우르지도 못하고 있다.

 

▲ 학술대회 현장에는 실제로 이런 식으로 자료들이 게재되며, 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또한 정식 논문과 컨퍼런스 자료를 사실상 구분하기 어렵다는 맹점을 이용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가설을 사실처럼 보도하는 것은 게임산업에 대한 시선을 더욱 더 왜곡시키는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셧다운제 입법화 당시 논란화된 일명 ‘짐승뇌’ 이론이다. 이 가설이 발표된 일본 현지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해당 연구결과는 오히려 한국으로 넘어와 셧다운제에 대한 찬성 여론을 조성하는데 일조했다. 이 외에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철저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단편적인 연구결과가 게임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을 조장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건 이전에도 언론에서 검증되지 않은 컨퍼런스 자료를 게임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는 근거로 삼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라며 “이후에도 이러한 일이 반복될까 봐 걱정된다”라고 밝혔다.

 

게임에 대한 연구는 현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게임문화재단에서도 ‘게임과 뇌과학’을 주제로 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다양한 가설과 실험을 통해 게임에 대한 연구결과를 축적하는 것은 학자의 정당한 역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대중에 공개하고, 공론화시키는 과정은 보다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대중을 상대로 한 언론에 있어서 ‘사실검증’은 기본 중에 기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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