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 게임사로 이직한 A는 한국 지사 설립을 준비하던 중 황당한 경험을 했다. 본사로부터 그간 계약이 오고 갔던 한국 퍼블리싱 라인업을 인수받았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낯이 익었다. 바로 이전 회사에서 A가 담당했던 타이틀이었던 것. 당시 공동 개발 타이틀로 판권 계약까지 맺어 많은 투자비가 투입된 프로젝트가 약간의 변형만 거쳐 새로운 게임으로 둔갑, 타 회사에 또 다른 의뢰를 넣고 있던 것이다.
지난 2~3년 사이 수많은 해외 게임 기업이 국내 진출을 선언했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한국 시장 공략과 함께 완성도 높은 모바일게임을 찾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위에 언급된 것과 같이 일부 개발사들이 현지 물정에 어두운 해외 개발사를 상대로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고 있어 선량한 개발사들은 제대로 된 투자를 받기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공동개발의 함정, 투자비는 계속 늘어만 가는데…
A의 피해 사례는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해외 게임사는 한국의 개발 기술에 대한 공유 및 완성도 높은 게임을 퍼블리싱 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이들은 게임 소싱을 위해 여러 개발사를 수소문하기도 하고, 제안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심사를 거쳐 계약 체결을 하게 된다.
기업은 개발사와 상호 신뢰를 쌓으려고, 또는 안전하게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개발’이라는 노선을 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퍼블리셔의 경우 개발에 직접 관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 '기업 투자금 유치'는 중요한 개발사 자금 조달 방법이다
(자료 출처: 2012 대한민국 게임백서)
당시 문제가 된 개발사는 게임이 ‘개발 90% 완료, 막바지 폴리싱 단계’라며, 게임 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안내서와 개발 버전 이미지 등을 주었다. A는 제안서를 검토한 후 계약을 체결, 판권에 대한 확실한 소유권을 얻기 위해 공동 개발자로서 투자금 외에도 매월 개발비 명목의 인건비도 지급하게 됐다.
하지만 A에 따르면 계약 완료 후 실제로 받은 게임 상태가 제안서에 적혀 있던 기획 방향이나, 과금 요소, 개발 완료 단계 등과 너무 달랐다고 한다. 품질 부족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수정 요청을 재차 했지만,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차일피일 납기를 미루는 태도에 종국에는 ‘비용대비 출시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본사에서 게임 출시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비슷하게 A는 약 8개 게임에 투자했는데 결과물을 볼 수 있는 것은 2종 밖에 없으며, 그외 게임은 더는 제작비를 지원할 수 없어 계약이 파기됐다. 해외 게임사의 경우 피계약자에 매달 지급하는 개발비를 지사의 운영비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사 운영비가 바닥나면 제작도 더 이상 지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투자금도 잃고 결과물도 거두지 못했지만, 개발사에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형식적인 공동개발이기는 해도 결국 개발사에 외주를 준 것이나 다름없어서 소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계약 파기된 타이틀, 다시 재활용한다?
개발사와 계약 관계는 끊어졌지만, 게임에 대한 IP는 투자 회사가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양심없는 회사들은 이 같은 방법으로 폐기된 게임들의 설정만 살짝 바꾸어 다른 회사에 투자 계약을 또 제안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A가 새롭게 이직한 회사에서 똑같은 제안서를 다시 마주하게 된 이유다.
처음에는 게임 타이틀명과 게임 설정에 쓰인 용어가 조금씩 변경되어 있어 혼란이 일었지만, 알고 보니 같은 회사인데다가 게임 스크린샷도 동일한 것이 사용되어 있었다고. 여전히 제안서에는 ‘개발 90% 완료, 막바지 폴리싱 단계’라고 적혀 있었다.
이후, A는 다른 게임사 관계자들에게도 수소문해 보았고, 알고 보니 비슷한 사례가 상당히 많이 일어나고 있었다.
비슷한 경험을 한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최근 출시되는 게임들이 시스템이나 장르 등이 유사한 것들이 많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들 회사에는 나름 잘 알려진 중견 온라인게임 회사도 있으며, 해외에도 알려진 기업이기 때문에 더욱 신뢰했다고 한다.
또한, 그는 “들어오는 제안서를 보면 분명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정상적인 개발사도 많겠지만, 의외로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회사이거나 혹은 이쪽저쪽 모두 제안을 넣어 이중, 삼중 계약을 하는 회사가 있어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외국계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나 인맥이 한정적인데다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다들 비슷한 함정으로 빠지게 된다”며, “블랙 리스트라도 만들어서 공유하고 싶을 정도”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급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한편으로는 급한 돈을 수주해 당분간의 회사 운영비를 벌자는 식의 마인드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한국 개발사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켜 투자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개발자 실수로, ‘피코 파크 클래식’ 영구 무료 배포
- [겜ㅊㅊ] 한국어 패치로 더욱 '갓겜' 된 스팀 명작 9선
- 디아블로 4 포함, 블리자드 게임 최대 67% 할인
- 클레르 옵스퀴르 작가 “두 가지 결말 중 정사는 없다”
- MS 게임패스 가격 인상은 '콜 오브 듀티' 손실 때문?
- [순정남] 연휴 마지막 날, 슬프지만 이들보단 낫다 TOP 5
- "에너지가 없다" 페이블 개발자 피터 몰리뉴 은퇴 시사
- 33 원정대 최다,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 2025 후보 공개
- AK47 든 중세 기사 '킹메이커스' 출시 직전 무기한 연기
- [순위분석] 디아 2와 스타, 민속놀이 추석특수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