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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의 ‘타입문’ 꿈꾸는 스튜디오 네프 이승엽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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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소설이다. 아니다, 이것은 만화다. 아니다, 이것은 애니메이션이다. 아니다, 이것은 게임이다. ‘이것은 무엇이다’라고, ‘비주얼 노블’ 장르를 정확히 정의하기는 어렵다.

비주얼 노블(Visual Novel)은 하나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효과음이나 BGM과 같은 청각적 효과와 각종 CG 등 화면 연출을 통해 이용자가 마치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는 느낌을 제공하는 일종의 ‘스토리 게임’. 비주얼 노블은 이야기 중간에 등장하는 다양한 선택 분기를 통해 스토리가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거대 시장 자랑하는 일본의 비주얼 노블"

이미 가까운 일본에서는 미소녀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을 포함하는 비주얼 노블 장르는 상당한 시장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아마추어 동인게임에서부터 일년에 수백억을 벌어들이는 메이저 제작사가 있을 만큼 비주얼 노블은 만화, 소설, 애니메이션, 게임을 아우르는 당당한 산업이다.

특히 ‘월희’, ‘페이트(Fate/Stay Night)’, ‘공의 경계’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골고루 인정받는 비주얼 노블 제작사인 ‘타입문(Type-Moon)’은, 동인게임 제작사에서 당당히 메이저 게임 개발사로 성장한 대표적인 경우다.

그러나 일본과 달리 시장 규모가 협소한 국내에서 비주얼 노블은 소수의 아마추어 동인게임으로만 제작되었던 것이 사실. 스튜디오 네프는 이런 열악한 국내 상황에서 비주얼 노블 제작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온라인 서비스 방식의 비주얼 노블 ‘삭의 검, 바람의 제’를 통해 시장 개척에 나선 것. 삭의 검, 바람의 제의 원작자인 스튜디오 네프의 이승엽 기획팀장은 “국내 비주얼 노블은 시장은 이제 막 싹이 트는 단계”라고 입을 열었다.

게임메카: 비주얼 노블이란 말이 생소하게 들릴 정도로, 국내 시장의 크기는 작다. 삭의 검, 바람의 제의 개발 동기는 어떻게 되나?

▲ 스튜디오 네프 이승엽 기획팀장

: 스튜디오 네프는 비주얼 노블 전문 제작사를 꿈꾸며 만들어진 회사다. 그렇지만 내부에 비주얼 노블이나 이른바 ‘미연시 오타쿠’는 없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만났으니 신선한 도전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만화, 애니메이션, 소설을 아우르는 비주얼 노블 장르가 적당하고 판단했다. 스토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컨텐츠 사업이 가능한 것이 매력적이었다. 기존 온라인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은 경쟁이 심하고 자본도 많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식상하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게임의 발매형태인데, 비주얼 노블은 패키지 발매가 상식이다. 그러나 불법복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온라인 서비스를 선택했다. 솔직히 패키지로 만드는 것은 간단하고 일도 적다. 그러나 불법복제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국내 비주얼 노블 인구는 1~5만명"

게임메카: 그렇다면 국내에서 비주얼 노블을 좋아하는 유저 층은 얼마나 있다고 파악하나? 그들이 삭의 검, 바람의 제의 타겟유저층이 되는 건가?

: 아직 한국에서 비주얼 노블 시장은 시작하는 단계다. 하지만 즐기거나 관심을 갖고 있는 계층은 분명히 있다.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비주얼 노블이나 미소녀 연애시뮬레이션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다. 그리고 둘째가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매니아 계층이고, 셋째가 판타지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다.

비주얼 노블은 특정 연령층에 구애 받지 않고, 특정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핵심 이용자층은 약 1만명에서 5만명 사이라고 생각한다.

게임메카: 비주얼 노블의 온라인 서비스 방식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하고 클라이언트를 다운로드 받는다. 그리고 실행을 하고, 로그인하면 스토리가 진행된다. 실시간으로 중앙서버를 통해 다운로드를 받는 방식이다. 진행한 스토리는 컴퓨터에 저장되는 방식이 아니라, 중앙 서버에 있는 개인 계정에 저장된다. (결제한 기간 동안에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플레이했던 내용을 다시 체험할 수 있다. 자동스크롤이나 저장도 지원한다.

일단 오픈베타테스트를 통해 이야기의 프롤로그 부분의 ‘체험판’을 제공하고, 상용화를 하면 결제를 해야만 스토리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 상용화 이후에도 프롤로그 부분은 무료로 제공한다. 계속 스토리를 업데이트하고, 더 보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추가로 결제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 온라인 서비스 로그인 화면

▲ 접속하면 나오는 메인 페이지

아직 과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아루온게임즈의 ‘영웅전설’ 온라인서비스나 다른 것들을 참고해 적절히 책정할 계획이다. 처음 시도해보는 작업이라 어렵다.

"비주얼 노블은 ‘몰입’ 위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만 진행"

게임메카: 비주얼 노블을 개발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 시나리오 선정부터 어려웠다. 유명한 작가나 원작을 가져올까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주인공과 일체감을 느끼는 ‘몰입’이 중요한 비주얼 노블은 1인칭 주인공 시점 진행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원작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완전히 새로 써야 한다. 게다가 분기마다 여러 개의 선택이 나오고, 선택에 따른 다양한 사건을 기획해야 한다. 선택에 따라 나눠졌던 이야기의 구조가 흩어졌다 모으는 과정을 쓸 작가나 원작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픽도 난관이었다. 보통 비주얼 노블의 해상도는 800X600인데, 퀄리티를 높이고 싶은 욕심이 나서 1024X768로 올렸다. 덕분에 CG작업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효과가 들어가는 화면 연출이나 액션씬에서 카메라 워킹 하나도 다 쉽지 않았다. 비주얼 노블로서는 블록버스터급이고, 처음 시도하는 작업이라 시행착오가 많았다.

게임메카: 삭의 검, 바람의 제는 한국적 판타지를 선택했다. 이 세계의 존재들과 싸우는 주인공의 모험과 퇴마가 주 내용이다. 그런데 비주얼 노블이라면 일반적으로 ‘미연시’나 ‘야한게임’이란 생각부터 한다. 일부러 자극적인 내용은 피했나?

: 일단 국내는 심의가 강력해서 (자극적인 내용의 성인용 비주얼 노블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국내 현실에서 이른바 18금 내용을 다루면 심의 통과조차 불가능하다. 솔직히, 이른바 ‘씬’ 위주의 자극적인 게임은 제작비도 절감되고, 쉬운 길이다.

그러나 비주얼 노블은 무엇보다 스토리가 중요하다. 우선 완성도 높은 이야기로 검증 받고, 스토리를 살릴 수 있는 화려한 ‘액션’을 강조했다. 퀄리티를 높인 원화와 보다 역동적인 화면 연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일본의 유명 비주얼 노블 제작사인 타입문의 게임도 자극적인 장면보다 탄탄한 스토리로 인정받는다.

대표작인 페이트의 경우, 오히려 ‘야한 장면이 없다면 더 나은 작품성을 인정받을 텐데’라는 생각마저 든다. 최근에 나온 페이트 시리즈에서 액션씬의 화면연출을 보고 굉장히 잘 만들었다는 생각에 좌절했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었다.

"온라인 서비스 성공하면 비디오게임 시장 진출 계획"

게임메카: 앞으로 삭의 검, 바람의 제와 스튜디오 네프의 계획은 무엇인가?

: 오픈베타테스트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상용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스토리를 업데이트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다. 완결이 나면, 화보집과 함께 한정한 기념패키지를 발매하는 것도 소원이다.

향후 삭의 검, 바람의 제를 모바일이나 PSP같은 휴대용 게임이나 비디오게임에 컨버팅하는 작업도 고려 중이다. 특히, 비주얼 노블은 PSP같이 휴대용 기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PSP로 영화나 애니메이션 보는 분들 많지 않나? ‘페이트’같은 성인용 미연시도 PS2나 PSP에 기존의 자극적인 내용은 줄이고, 액션이나 성우 목소리 같은 요소를 추가해 나온다.

앞으로, 여성 유저를 위한 가벼운 연애시뮬레이션게임도 기획 중이다. 한국의 ‘타입문’이 되고 싶다.

▲ 스튜디오 네프의 식구들 "사진은 독특한 포즈로 승부하는 거야!"

 관련기사 바로가기: 국내 최초 온라인 비주얼 노블 `삭의 검, 바람의 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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