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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 집중토론, 16개 매체 게임기자들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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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다. 이번 규제의 특이점은 게임업체와 게이머들의 태도가 정반대라는 것이다. 셧다운제나 4대중독법과 같은 규제에 국내 게임업계가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펼 수 있던 이유는 여론이 그들의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여론이 좋지 않다. 오히려 게이머들은 찬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게이머이자 게임업계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 3월 26일에 열린 기자연구모임의 주제는 '기자들이 생각하는 확률형 아이템'이다. 이번 토론회에는 경향게임스, 게임동아, 게임메카, 게임샷, 게임어바웃, 게임조선, 게임톡, 게임포커스, 데일리게임, 디스이즈게임, 디지털데일리, 마이크로소프트웨어, 매경게임진, 베타뉴스, 아이뉴스24, 지디넷 등 16개 매체(정렬 가나다 순)가 참석했다.


▲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한 토론이 열린 기자연구모임 (사진출처: 기자연구모임 페이스북)

밖에서 찌르기 전에 알아서 스스로, 일본 자율규제에서 배울 점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정의해보자. 지난 2012년 게임물등급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을 '확률에 따라 투입한 돈보다 더 가치가 높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게임 내 장치'라고 정의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확률형 아이템'의 서비스 방식도 진화했다. 부위별로 의상을 수집하는 것부터, 유물 9개를 모으면, 확률에 따라 강력한 무기를 뽑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컴플릭트 가챠', 상자를 깠을 때 나온 특정 아이템을 일정 수 이상 모아 원하는 것과 교환하는 종류, 할 때마다 성공 여부와 옵션이 무작위로 결정되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돌리는 경우까지 천차만별이다. 예전에는 단순히 ‘안 나오는 것’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원하는 결과를 얻는 과정에 돈이 많이 들어 피로감이 쌓이는 단계에 이르렀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기자들이 주목한 사례는 일본의 자율규제다. 즉, 한국에서도 일본과 같은 자율규제를 정착시켜 업계 스스로가 '확률형 아이템' 이슈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2012년 5월에 일본 소비자청에서 '컴플릭트 가챠'를 상거래법 위반이라 지적했다. 아이템 세트를 모으면 특별 보상을 주는 '컴플릭트 가챠'로 인해 미성년자 유저가 몇 백만엔을 결제한 사례가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중요한 부분은 일본업계의 발 빠른 대처다. DeNA 등 주요 업체 6개사가 소비자청의 발표 후 이틀 뒤에 '컴플릭트 가챠'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대응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두 달 후인 2012년 8월에 '유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레어 아이템의 목록, 확률, 지급 비율 등을 명시하는 것 외에도 '10회 이상 유료 확률형 아이템을 쓰면 최소 동등상 가치를 보장한다'나 '무가치한 아이템을 넣지 말 것' 등, 가치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이 들어 있다.

지금 당장 액션이 필요하다, 더 강력한 자율규제 필요

기자들은 법으로까지는 아니더라도, 업계 차원의 강력한 자정을 지금 당장 펼쳐야 할 타이밍이라 입을 모았다.

2015년 상반기 도입을 예정하고 있는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자율규제의 허점은 확률 공개 범위를 '전체이용가'까지만 한정해놓은 것이다. 대부분의 온라인, 모바일게임이 있는 12세, 15세, 청소년 이용불가는 확률 공개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기에 2008년부터 지금까지 자율규제를 정착시킨 역사가 없는 게임업체를 더 이상 믿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즉, 자율규제를 설득력 있게 끌고 가고 싶다면 일단 예정대로 2015년 상반기에 지금보다 좀 더 강한 내용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대표적인 의견이다. 그 다음에야 ‘우리는 자율규제로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라고 말할 명분이 확실해지기 때문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기자는 “업계에서 지금 내세우고 있는 명분 중 하나가 ‘자율규제’인데, 예정대로 올해 상반기 안까지 시행하지 못하면 더 이상 할 말 없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요컨대, 일본처럼 국내 게임업계도 ‘자율규제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통해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 게임업계는 빠른 시간 안에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해 외부 규제가 끼어들 틈을 주지 않았다. 여기에 조기진화로 ‘확률형 아이템’을 게임 전체가 아닌 일부의 문제로 국한시켰다. 마지막으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 업계가 ‘자정능력’이 있음을 외부에 인식시켰다. ‘자율규제’ 하나로 3가지 이득을 얻어간 셈이다. 

확률형 아이템이 아닌 다른 사업모델을 강구해야 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기자는 "'리그 오브 레전드'나 '클래시 오브 클랜', '애니팡 2'는 매출 상위권에 있으면서도, 확률형 아이템을 팔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사업모델을 발굴하지 못하고 확률형 아이템에만 매달린 국내 개발자 및 사업 담당자가 반성해야 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기자 역시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터질 때마다 넥슨을 비롯한 선두기업은 항상 조용했다. 이번에야 말로 선두기업이 실험적으로 공익성이 가미된 착한 사업모델을 펼쳐, 확률형 아이템을 쓰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줄 타이밍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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