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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팬들도 이해못할, 폭망한 게임 원작 영화 TO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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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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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해외매체 ‘더 트래킹 보드’에서 20세기 폭스가 캡콤의 걸작 ‘록맨’을 영화화할 것이라 보도했습니다. 원작 팬으로써 응당 기뻐해야겠지만, 솔직히 기대보단 걱정이 앞서네요. 아무래도 파란 팬티를 입고 손에는 대포가 달린 소년로봇은 모니터라면 모를까 스크린에선 좀 어색할 것 같아요. 부디 적절한 각색과 연출로 원작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는 영화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게임 원작 영화의 역사는 그야말로 한 편의 절절한 새드무비입니다. 소설 원작으로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 대작이 나오고 만화에서 히어로물이라는 대세가 탄생하는 동안 게임 원작으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전무할 지경이에요. ‘페르시아의 왕자’처럼 게이머들의 호평을 받거나, ‘레지던트 이블’처럼 괜찮은 수익을 올린 경우는 있어도 흥행과 비평을 모두 거머쥔 작품은 아직 없습니다.

이번 [순위 정하는 남자]는 2000년대 이후 최악의 게임 원작 영화 TOP5입니다. 물론 90년대에 ‘슈퍼 마리오’나 ‘스트리트 파이터’ 등 졸작들이 있긴 하지만, 당시에는 워낙 게임에 대한 인식이 열악했음을 참작해야죠. 반면 2000년대에는 제작기법이 많이 발전하고 ‘툼 레이더’처럼 볼만한 게임 원작 영화도 나오기 시작했으니, 이 시기 ‘망작’이야말로 끔찍한 완성도라 할 수 있겠습니다.

5위. 둠, 지옥 악마들은 간데없고 웬 바이오 하자드가


▲ FPS계의 대부 '둠'이 이상한 호러 크리쳐물이 됐다
(사진출처: 이드소프트웨어 / 네이버영화)

5위는 2005년작 액션영화 ‘둠’이 차지했습니다. 당시 한창 주가가 오른 ‘더 락’ 드웨인 존슨과 나름 명품배우인 칼 어번이 투톱을 맡고, 로저먼트 파이크가 여주인공으로 출연했죠. 흔히 ‘둠’이라고 하면 파죽지세로 악마들을 쓸어버리는 호쾌한 액션이 떠오르지만, 이 영화는 되려 긴장감 넘치는 호러 크리처물에 가깝습니다. 하필 시리즈 중 가장 이질적인 ‘둠 3’를 참고했거든요.

드웨인 존슨이 이끄는 특수부대가 의문의 습격을 당한 화성 기지에 도착하는 부분까지는 원작과 그럭저럭 비슷합니다. 그러나 지옥에서 건너온 악마들은 간데없고 별안간 비밀스러운 유전자 실험에 대한 얘기가 펼쳐져요. 이건 차라리 ‘바이오 하자드’에 더 가깝습니다. 둠가이가 맨손으로 사이버데몬의 내장을 적출하는 걸 기대했다면 번지수가 완전히 틀린 거죠.

물론 ‘둠’이 시나리오가 핵심인 게임은 아닙니다만, 기본적인 설정도 따르지 않는다면 뭐 하러 영화제목을 ‘둠’이라 했을까요? 그나마 주인공 1인칭 시점을 통해 게임플레이 같은 느낌을 주는 몇몇 연출과 드웨인 존슨이 사용하는 BFG9000 정도가 원작을 연상케 합니다. 다만 게임과 별개로 영화 자체만을 본다면 완성도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네요.


▲ 그래도 더 락이 "X나 큰 총이군!"이라며 BFG를 챙기는 장면은 좋다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4위. 령: 저주받은 사진, 원작은 무시하더라도 무섭기라도 했으면


▲ 포스터 속 배우들이 예뻐서 많이들 봤다는 '령: 저주받은 사진'
(사진출처: 코에이테크모 / 네이버영화)

일본의 2014년작 공포영화 ‘령: 저주받은 사진’이 4위에 올랐습니다. 원작은 ‘사영기’라는 특수한 사진기로 귀신을 촬영해 제령하는 독특한 공포게임이죠. 국내에는 지난 6월 개봉했는데, 원작이 그리 유명하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주온’ 감독의 신작인 것만을 강조했어요. 뭐, 아사토 마리 감독이 각본, 연출한 ‘주온: 원혼의 부활’은 시리즈 최악의 졸작이라는 게 함정입니다만.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한적한 부지에 위치한 세이지츠 여자 기숙학교에는 한가지 괴담이 전해집니다. 야심한 밤 12시에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에 키스를 한 소녀는 저주에 걸린다는 섬뜩한(?) 이야기. 어느 날부턴가 학생들이 실종된 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재학생 아야(나카죠 아야미)과 미치(모리카와 아오이)는 저주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이는 ‘령 제로’ 관련 소설인 ‘여자아이만 걸리는 저주’를 감독이 입맛대로 뜯어고친 결과물입니다. 원작의 핵심요소인 ‘사영기’도 나오긴 하지만 비중은 거의 없어요. 사실 이 영화의 진짜 악덕은 단순한 원작파괴가 아닙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포영화인데 정말 요만큼도 무섭지 않다는 거죠. 그나마 포스터에서부터 묘한 기운을 풍기는 두 어여쁜 신예배우를 보러 간 관객들은 만족했다는 후문입니다.


▲ 무서워야 하는데 그냥 참 예쁘구나 싶어서 문제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3위. 춘리의 전설, 최고의 액션게임에 대한 어설픈 액션영화


▲ '스트리트 파이터' 영화화가 낳은 두 번째 괴작 '춘리의 전설'
(사진출처: 캡콤 / 네이버영화)

94년작 ‘스트리트 파이터’는 원작 팬들에게 악몽과도 같습니다. 액션스타 장 끌로드 반담과 대배우 라울 줄리아가 출연했음에도 연출, 각본, 심지어 연기까지 총체적 난국이었죠. 놀라운 점은 이 괴작이 나름대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겁니다. 이걸 보며 ‘스트리트 파이터’라면 어떤 똥이라도 관객들이 좋아하겠구나 싶었던 걸까요? 2009년, 또 다른 비극 ‘춘리의 전설’이 탄생합니다.

앞선 94년작이 특촬물스러운 유치한 연출로 혹평을 받았다면 ‘춘리의 전설’은 쓸데없이 현실적인 각색을 보여줍니다. 세계정복을 노리는 악의 조직 ‘샤돌루’는 악덕기업으로 변모했고 ‘베가’ 장군은 양장 쫙 빼 입은 CEO가 됐어요. 본래 피아니스트였던 ‘춘리’가 납치당한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쿵푸를 배워 여전사로 거듭나는 전개도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물론 이러한 설정 변화가 일반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영리한 각색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두서 없는 연출과 주연 크리스틴 크룩의 어설픈 액션이 모든 걸 망쳐놨어요. 다른 작품도 아니고 ‘스트리트 파이터’라면 응당 액션만은 어떻게든 살렸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참고로 이 난장판을 벌인 안드레이 바르코비악은 앞서 소개한 ‘둠’ 감독이기도 합니다. 이것 참 서글픈 2관왕이네요.


▲ 믿거나 말거나 이 회장님이 바로 '베가' 장군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2위. 아오오니, 푸른 못난 감자의 서글픈 스크린 데뷔기


▲ '아오오니'를 CG로 상당히 귀엽게 구현해낸 영화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수년 전, 인터넷을 강타한 공포게임 ‘아오오니’를 기억하시나요? ‘RPG 만들기 XP’로 제작된 소규모 게임임에도 영리한 퍼즐과 의외로 섬찟한 연출로 많은 호평을 받았죠. 특히, 푸르스름한 못난 감자처럼 보이는 괴물 ‘아오오니’는 그 ‘쩌는’ 존재감 덕분에 누리꾼들에게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설마 이 게임이 실사영화로 나오리라곤 아무도 생각지 못했는데요. 일본 영화계는 다시 한번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정말로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대두 ‘아오오니’를 스크린에 데뷔시키는데 성공하죠. 비록 모두가 예상하듯 무섭기보단 우스꽝스럽고, 배우들의 연기는 최악이었지만 말입니다. 그나마 ‘아오오니’ CG는 그럴싸하니 잘 뽑혔습니다. 뭐, 영화 전체를 통틀어 3분 정도 밖에 안 나옵니다만.

이처럼 절망적인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아오오니’는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인기절정 아이돌 ‘AKB48’ 이리야마 안나가 주연을 맡은 것이 주효하지 않았나 싶네요. 이에 고무된 제작사는 후속작 ‘아오오니 Ver.2.0’를 만들기에 이르는데요. 일본 관객들도 두 번은 참아주기 힘들었는지 그야말로 ‘폭삭’ 망했답니다.


▲ 원작의 '블록 오니'를 기용한 2편까지 만들었지만 '폭싹' 망했다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1위. 하우스 오브 더 데드, 우베 볼의 정수가 담긴 역작


▲ 포스터부터 정말 보기 싫어지는 우베 볼의 '하우스 오브 더 데드'
(사진출처: 세가 / 네이버영화)

드디어 나왔습니다. 대망의 1위는 단연 21세기 최악의 영화감독, 게이머들의 재앙, 형언할 수 없는 공포 우베 볼에게 돌아갑니다. 단지 이 남자에게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독일의 영화진흥정책이 폐지됐을 정도로 엄청난 악질이에요. 우베 볼은 각본에 드는 비용을 아끼려는 건지 게임 원작 영화를 많이 찍었는데요. 그의 연출작만으로 이 목록이 가득 찰 정도지만, 여기서는 최악 중의 최악 2003년작 ‘하우스 오브 더 데드’ 하나로 갈음하겠습니다.

‘하우스 오브 더 데드’는 우베 볼의 기념비적인 첫 게임 원작 영화입니다. 그의 괴작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엉성함을 자랑하죠. 연출이 너무나 형편없어서 한편으론 조금 웃기기까지 합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선남선녀들이 외딴 섬에서 파티를 벌이다 좀비 사태에 휘말린다는 건데요. 아예 대놓고 원작과 전혀 다른 내용이라 이걸 게임 원작 영화라 부를 수 있는지 조차 의문입니다. 유일한 공통점은 좀비가 나온다는 것뿐이에요.

원작이 전설적인 호러 건슈팅게임인데 반해 이건 공포영화조차 아닙니다. 아무런 훈련도 받지 않은 여주인공이 야한 옷을 입고 경쾌한 음악에 맞춰 총과 칼을 능수능란하게 휘둘러요. 거기다 좀비 분장이 어찌나 어설픈지 조금만 치료해주면 금방이라도 되살아날 것 같습니다. 분명 조금 전 퇴치한 좀비를 그대로 재등장시키는 건 또 어떻고요. ‘하우스 오브 더 데드’는 마치 관객을 바보 취급하는 듯 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원작 팬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냅니다.


▲ 민간인이 총만 쏘면 백발백중 칼을 휘두르면 무쌍난무라니...사이어인?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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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2016) 2016. 05. 13
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FPS
제작사
이드소프트웨어
게임소개
‘둠’은 존 카멕이 개발한 FPS 타이틀 ‘둠’ 시리즈의 신작으로, 다시 한번 원작 특유의 고어함을 살린 게 특징이다. 이번 리부트 작품은 특히 기존에 보여줬던 괴물이나, 무기에 대한 설정을 차세대 그래픽으로 그...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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