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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애플은 안 되나요? 게임 '자율심의' 궁금증 풀어보자


▲ 국회 로고 (사진출처: 국회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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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게임 자율심의를 허용하는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성인 및 아케이드 게임물을 제외한 모든 게임을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심의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도 게임심의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진행하고 있다. 성인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청소년이용가(전체이용가,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온라인게임과 PC 게임, 콘솔 게임은 민간심의기관이 담당한다.


▲ 지금은 성인 및 아케이드 게임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청소년 이용가 게임은 민간기관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가 맡고 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그리고 모바일게임은 구글, 애플 등 오픈마켓 사업자가 자율심의하고 있다. 즉,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검수한 뒤 바로 출시하는 것이다. 이번에 통과된 ‘게임법 개정안’은 모바일게임만 가능했던 ‘자율심의’를 성인 및 아케이드 게임을 제외한 모든 게임에 허용하는 것이다. 만약 넥슨이나 엔씨소프트와 같은 주요 퍼블리셔가 ‘자율심의 사업자’로 지정된다면 자사가 출시하는 게임을 사전심의 없이 스스로 검수해 내놓을 수 있다.

이번 법에 대해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넥슨은 “플랫폼 구분 없이 자체심의를 거쳐 게임을 출시한다는 법의 기본 취지에 공감한다”라고 밝혔다. 엔씨소프트 역시 “게임업계의 자율성이 늘어난다는 부분은 긍정적이다”라고 언급했다. 다만, ‘자율심의 사업자’ 신청 여부는 두 업체 모두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본 이후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런데 법 통과 후 한 가지 문제가 떠올랐다. 박주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게임법 제21조의2)의 제2항에는 ‘자율심의 대상자’로 지정될 수 있는 업체의 기본 요건을 설명하는 내용이 있다. 원래 법안에는 ‘최근 3년간 평균 매출액이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일 것(가목)’과 ‘게임제공업자로서 최근 3년간 평균 매출액이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일 것(나목)’이 있다. 그런데 심의 과정에서 가목은 사라지고 나목은 ‘게임물 제작, 배급, 제공업을 영위하는 자’로 바뀐 것이다.


▲ 상임위에서 수정되기 전 법안
가목은 삭제됐으며 '나목'은 '게임 제작, 배급, 제공업을 영위하는 자'로 바뀌었다
(사진출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다시 말해 ‘자율심의 사업자’는 ‘게임제공업자’만 가능하다. 그런데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게임제공업자’만 자율심의가 가능하도록 법이 수정되며 오픈마켓 사업자인 구글과 애플은 ‘게임제공업자’가 아니라 제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다. 여기에 심의 과정에서 본래 게임법에 있던 ‘모바일게임 오픈마켓 자율심의 허용’ 부문은 이번 법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즉, 구글과 애플은 ‘게임제공업자’도 아니고 기존에 ‘모바일게임 자율심의’를 허용했던 내용은 없어지며 자율심의 권한을 가지지 못해 게임 카테고리를 닫아버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구글과 애플은 지금도 ‘게임제공업자’다

그렇다면 구글과 애플은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구글과 애플은 지금도 ‘게임제공업’에 속해 있다. 문체부는 “한국에서 국내 통신망을 활용해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모두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하게 되어 있다”라며 “부가통신사업자는 미래부 소관이지만 연계를 통해 자동으로 ‘게임제공업’으로 신고된다”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국내 사업을 시작하며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했다면 ‘게임제공업자’에도 자동으로 속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글, 애플은 물론 한국에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되어 있는 페이스북이나 오큘러스 리프트 등도 ‘게임제공업자’에 들어간다. 따라서 구글과 애플은 ‘게임제공업자’로 신고되어 있기 때문에 자율심의사업자가 될 수 있다.


▲ 지난 4월에 열린 '모바일 오픈마켓 사업자 간담회' 현장
현장에는 구글, 애플 외에도 삼성전자, 오큘러스VR코리아 등이 참석했다 (사진제공: 게임위)

이어서 문체부는 “구글과 애플은 전에도 오픈마켓 자율등급분류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을 포함해 게임법에 따라 모바일게임 자율등급분류를 진행하던 업체는 기존 법에 따라 2년 간 권한을 보장받는다”라며 “또한 2년이 지난 이후에는 다시 문체부 장관의 지정을 받으면 자율적으로 등급분류를 진행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상임위 심의 과정에서 내용이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문체부는 “상임위에서 심사할 당시 법안 진입장벽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 쉽게 말해 게임과 무관한 업체가 너무 쉽게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심의 과정에서 ‘게임제공업자’로 바뀌었으며 ‘게임제공업자’를 게임제작업, 게임배급업, 게임제공업으로 나누어 명시해 퍼블리셔가 아닌 ‘순수 개발사’도 자율심의 권한을 받을 수 있도록 용어를 명확히 정리하는 과정이 진행된 것이다.

박주선 의원이 지적한 ‘스팀’은 어떻게 되나?


▲ 스팀은 과연 어떻게 될까 (사진출처: 스팀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면 밸브처럼 국내에 ‘부가통신사업자’ 및 ‘게임제공업자’로 신고하지 않은 업체는 어떻게 될까? 사실 게임사의 자율심의를 허용하는 법을 대표 발의한 박주선 의원은 스팀에 유통되는 한국어화 게임 중 50% 이상이 심의를 받지 않았으며 이는 게임법을 위반한 것이라 지적하며 ‘스팀이 한국에서 닫히는 것 아닌가’라는 위기감이 생긴 적도 있었다.

따라서 ‘스팀’을 서비스하는 밸브도 자율심의가 가능하냐는 궁금증이 일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여러 가지 선택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밸브가 ‘게임제공업자’로 신고하는 것, 또 하나는 밸브가 자율심의 권한을 가진 한국 업체와 제휴를 맺고 스팀을 운영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통과된 게임법 개정안 제21조의5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할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닌 게임물의 경우 해당 게임물을 자체등급분류하여 이용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함’이 포함되어 있다.

쉽게 말해, 자율심의권한을 가진 국내 유통사가 밸브와 제휴를 맺고 스팀에 출시된 게임 심의를 대행한다면 밸브도 합법적으로 ‘스팀’을 국내에 서비스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정부기관의 사전심의가 필수였던 기존 법은 밸브와 같은 글로벌 업체가 받아들이기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번에 자율심의를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되며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다시 말해 좀 더 쉽게 심의를 완료해 국내법을 준수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줬다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인디 게임사들은 어떻게 자율심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 지난 2015년 12월에 열린 인디 개발사 서밋 현장

또 다른 화두로 떠오른 것은 ‘인디 게임사’다. 이번에 통과된 게임법 개정안 제21조의2 제2항에 따르면 ‘자율심의 사업자’는 일정 규모를 갖춘 업체가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어렵다. 회사에 자율심의부서를 만들어야 하며 전담직원도 있어야 한다. 여기에 ‘자율심의’ 결과를 검토할 외부 전문가를 2명 이상 확보해야 하며, 심의 결과를 게임물관리위원회와 공유하는 ‘온라인 업무처리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즉, ‘자율심의 사업자’는 현실적으로 심의를 위해 인력이나 자본을 투입할 여유가 있는 업체가 아니면 어렵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소규모 업체는 ‘자율심의’ 권한을 갖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자율심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으나 여러 가지 대안은 제시되고 있다. 문체부는 “인디 게임이나 소형 개발사는 지금도 운영 중인 민간기구를 이용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라며 “또한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절차가 복잡해 진행하기 어렵다는 불편한 부분을 해소할 방법을 고민해야 봐야 할 때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다른 방법을 제시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자세한 내용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마련되어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에 통과된 법에는 게임산업 및 게임문화 진흥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이나 비영리법인에 자율등급분류 권한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라며 “따라서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같은 정부기관이나 게임문화재단과 같은 비영리단체가 그 권한을 받아 등급분류를 대행한다면 인디 개발사도 좀 더 쉽게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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