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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떼껄룩처럼, 게임에서 유래된 인싸 단어 TOP5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야 대화에서 쉽게 게임 용어를 사용하지만, 비게이머와 대화에서 함부로 게임 용어를 남용하면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어디서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오타쿠가!’ 라는 눈초리는 덤. 이른바 ‘인싸 세계’로 불리는 그 곳은 서브컬처 게이머들에게 쉽사리 문을 열어 주지 않기에, 인싸 코스프레를 위해선 게임 용어는 자제하는 편이 좋다.

그러나, 게임에서 유래한 단어라도 인싸 세계로 편입되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몇몇 단어는 과거를 깨끗이 세탁하고 애초부터 인싸 단어였다는 듯 교묘히 신분을 위장한 채 양지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오늘 [순정남]에서는 과거를 지우고 인싸 세계로 성공적으로 편입된, 게임 유래 단어 Top 5를 뽑아 보았다.

Top 5. 고양이 뜻하는 ‘떼껄룩’, 사실은 엘더스크롤 출신

전설의 떼껄룩 장면 (사진출처: 유튜브 갈무리)
▲ 전설의 떼껄룩 장면 (사진출처: 유튜브 Werbefrei42 채널 영상 갈무리)

RPG ‘엘더스크롤’ 시리즈에는 ‘카짓’ 이라는 종족이 등장한다. 이 종족은 사람 몸에 고양이 얼굴을 한 반인반수인데, 이 종족 상인에게 말을 걸면 “둘러보쇼” 라는 의미의 “Take a look”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사실 게임 내 대부분 상인들이 하는 대사이긴 하지만, 카짓 종족 상인은 유달리 발음을 뭉개서 흡사 “떼껄룩~” 이라고 들린다.

이 짧은 대사는 입에 착 달라붙는 어감으로 언젠가부터 인터넷 상에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해 점자 확장되더니, 급기야 ‘카짓’을 벗어나 고양이 캐릭터 전체를 일컫는 단어가 됐다. 이 단어가 인싸 세계로 건너오면서 실제 강아지를 댕댕이, 고양이를 떼껄룩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며, ~껄룩 이라는 말이 따로 떼어져 수많은 파생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얼마 전 한 연예인이 TV 예능에서 이 단어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니, 훌륭하게 인싸로 편입된 듯 보여 괜시리 뿌듯하다.

Top 4. 화장품 신상 ‘득템’ MMORPG에서 흔히 쓰던 용어

'득템'으로 인스타그램에 검색해 보면 게임은 찾아볼 수도 없다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 '득템'을 인스타그램에 검색해 보면 게임은 찾아볼 수도 없다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온라인게임, 특히 MMORPG는 사냥을 통한 재화와 아이템 수급이 중요하다. 특히나 좋은 아이템일수록 얻기가 힘든데, 이런 낮은 확률을 뚫고 목표했던 아이템을 얻으면 기분이 날아갈 듯 하다. 온라인게임 초창기부터 게이머들은 이런 기쁨을 표현할 감탄사를 찾기 시작했고, 이윽고 얻을 득(得)에 아이템(item)의 ‘템’을 합친 ‘득템’ 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유래가 확실친 않지만,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 시절부터 사용된 것을 보면 꽤나 역사가 긴 단어다.

게이머들이 워낙 흥겹게 ‘득템!’을 외치고 다녀서일까, 이 단어는 점차 인싸 세계로 편입되기 시작해 이제는 일반인들도 흔히 쓰는 말이 됐다. 의미 자체는 게임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정판으로 판매하는 제품 구매에 성공했을 때, 운 좋게 가성비 좋은 물건을 샀을 때, 흔치 않은 물건을 얻었을 때, 길을 걷다 뭔가를 주웠을 때 등 다방면에서 사용된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 ‘득템’을 검색해 보면 신발, 화장품, 액세서리, 음식 등만 잔뜩 보일 뿐 게임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90년대 말 ‘득템’을 외치고 다녔던 올드 MMORPG 유저로서 왠지 서운한 기분도 든다.

Top 3. 일상 용어가 된 ‘멘붕’, 원래는 스타판 출신

TV 예능프로그램에도 나오며 인싸 문화에 진입한 '멘붕' (사진출처: imbc '무한도전' 공식 홈페이지 영상 갈무리)
▲ TV 예능프로그램에도 나오며 인싸 문화에 진입한 '멘붕' (사진출처: imbc '무한도전' 공식 홈페이지 영상 갈무리)

다른 스포츠도 그렇지만, e스포츠에서도 경기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선수의 실력(피지컬)과 정신력(멘탈)이다. 특히나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로서 한창 인기를 얻던 2000년대. 충격적인 패배로 인해 이어지는 경기에서 제 실력을 못 찾는 선수를 보고 ‘멘탈이 무너졌다’ 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누군가가 ‘멘탈붕괴’ 라는 말을 쓰면서 해당 단어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 ‘멘탈붕괴’ 라는 단어는 더욱 줄여 ‘멘붕’ 이라는 표현으로 인싸 세계에 편입됐다. 2011~12년 당시 TV 예능 프로그램과 언론 등에서 이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며 급속도로 전파되기 시작해, 지금에 와서는 일상 생활 속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이 단어는 ‘치맥’, ‘불금’ 등과 함께 2010년대 신조어의 대표격으로 여겨져, 나이 지긋한 회사 부장님들도 흔히 쓰는 대표적 ‘신세대’ 언어가 되었다.

Top 2. 듣기만 해도 대충 짐작가는 단어 ‘끝판왕’, 오락실 키드의 잔재

끝판왕 하면 떠오르는 캐릭터 '쿠파' (사진출처: 유튜브 megagrey 채널 갈무리)
▲ 끝판왕 하면 떠오르는 캐릭터 '쿠파' (사진출처: 유튜브 megagrey 채널 갈무리)

오늘 소개하는 단어 중 가장 역사가 깊은 ‘끝판왕’은 특정 게임에서 유래된 것은 아니지만, 그 뿌리는 최소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단어는 끝(마지막)+판(스테이지)+왕(보스)의 합성어로, 직역하면 최종 보스다. 당시 게임 대부분이 스테이지와 보스 개념이 있는 오락실형 액션 게임이었던데다, 게임을 즐기던 나이대가 지금보다 훨씬 낮았기에 오락실 키드 사이에서 이러한 신조어가 자연스럽게 퍼졌다.

끝판왕이라는 말이 인싸 세계에 편입된 것은 이 단어를 쓰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서다. 단어만 들어도 의미가 와닿는 직관성으로 인해 이 단어는 순식간에 격상(?)되어, 이제는 ‘범접하지 못 할 경지에 올라 있는 무언가’를 뜻하는 용어로 확대 재생산됐다. 포털 사이트에 ‘끝판왕’을 검색해 보면 기사만 하루에도 수십 건씩 쏟아져 나오는데, 그 중에는 메이저 매체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 정도 역사를 지닌 단어면 슬슬 표준어 사전에 등재해도 될 것 같다.

Top 1. 마치 표준어 같은 ‘신박하다’, 와우 커뮤니티 출신이라고?

표준어처럼 사용되는 '신박하다'의 어원은 '와우' 성기사였다 (사진출처: 와우 공식 홈페이지)
▲ 표준어처럼 사용되는 '신박하다'의 어원은 '와우' 성기사였다 (사진출처: 와우 공식 홈페이지)

과거 ‘와우’ 오리지널 시절부터, 얼라이언스 진영 ‘성기사’는 특유의 생명력과 잡식성으로 인해 배척 대상이었다. 당시 ‘와우’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비하하기 위해 바퀴벌레라는 뜻의 ‘박휘’를 쓰기 시작했고, 이윽고 직업과 전문화 뒤에 ‘박’ 형태로 따라붙으면서 수많은 ‘X박’ 단어들이 탄생했다. 예를 들면 보호기사는 ‘보박’, 징벌기사는 ‘징박’ 같은 형태였다. 그 중 신성기사를 뜻하는 ‘신박’ 이라는 단어는 유달리 입에 착착 달라붙었고, 마치 예전부터 있던 단어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 단어는 모종의 단계를 거쳐 인싸 세계로 편입됐는데, 그 과정에서 ‘신기하고 기발하다’ 라는 뜻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나 다른 게임 용어들이 얼핏 봐도 속어처럼 보이는 반면, ‘신박하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이미 다른 뜻의 동음이의어가 등재돼 있을 만큼 자연스러웠다. 결국 2019년 현재는 흡사 표준어처럼 사용되고 있으며, 이 단어의 유래가 ‘와우’ 커뮤니티였다는 것은 극소수의 와우저만이 기억하고 있다. 아마도 게임 유래 단어 중 가장 과거 세탁을 잘 하고 인싸 문화로 편입된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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