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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에서 공개된 블루아카 ‘은행털이 미소녀’ 설정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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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 아카이브 일러스트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넥슨게임즈가 개발한 ‘블루 아카이브’는 김용하 PD를 비롯한 ‘큐라레: 마법도서관’ 제작진이 의기투합한 서브컬쳐 게임이다. 작년 2월에 일본에 먼저 출시되어 현지 애플 매출 8위에 올랐고, 11월에 국내에 출격해 구글 매출 6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러한 블루 아카이브의 성공 일등공신은 단연 캐릭터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장기흥행에 직결되는 구조이며, 메인 과금 모델이 캐릭터 뽑기이기도 하다.

다만, 게임 캐릭터의 예쁜 외모만으로는 게이머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캐릭터의 매력적인 성품을 드러내고, 감상을 넘어 특별한 감정을 일으킬 수 있는 시나리오가 갖춰져야 ‘예쁘다’를 넘어 ‘애정할 수 있는 캐릭터’가 탄생한다. 블루 아카이브 제작진이 아트와 함께 시나리오 비중을 높게 둔 점 역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지금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블루 아카이브 캐릭터와 시나리오는 어떻게 구축됐을까? 넥슨게임즈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는 9일 공개된 NDC 강연 ‘블루 아카이브 시나리오 포스트모템’을 통해 세계관과 캐릭터 구축 과정을 소개했다.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는 블루 아카이브 시나리오 총괄과 함께 PD, 디렉터, AD 등과 소통하며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게임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 블루 아카이브 시나리오 포스트모템 NDC 강연 영상 (영상출처: NDC 공식 유튜브 채널)

일단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잡은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게임 내적으로는 ‘교복/총기/미소녀’와 ‘밝고 청량한 비주얼’을 핵심으로 잡았다.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는 “교복/총기/미소녀는 총기를 든 미소녀 학생이 모인 학원도시로 만들고, 밝고 청량한 비주얼은 가볍고 부담 없는 개그 이야기를 핵심으로 삼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게임 외적으로는 일본 서브컬처 시장 선출시, 캐릭터 뽑기 과금, 다른 서브컬처 게임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그는 “일본 시장에 친숙한 문화를 구성하기 위해 캐릭터 이름도 일본식으로 짓고, 일본 문화를 베이스로 삼았다”라며 “뽑기 방식 과금은 단기적으로는 캐릭터가 의미 있는 상품으로 작동하는 것,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IP다. 마지막으로 다른 서브컬처 게임과 경쟁을 위해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를 합쳐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 내적 방향성과 외적 방향성을 확립하고, 이를 중심으로 세계관 구성에 돌입했다 (자료출처: NDC 강연 영상 갈무리)

이렇게 구축된 블루 아카이브는 여러 학원이 자리한 거대 학원도시 ‘키보토스’를 무대로, 총을 들고 싸우는 미소녀 학생 다수가 등장하는 게임으로 방향성이 잡혔다. 미소녀 다수가 등장하는 학원물, 총을 들고 싸우는 소녀 등은 기존 서브컬처 장르에서 종종 사용했기에 다소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에 제작진이 뻔해지지 않도록 채택한 것이 바로 ‘낯설게 하기’다.

양주영 디렉터는 “익숙한 것 여러 개를 조합해서 낯설게 만드는 작법이다. 미소녀들이 전차를 타는 걸즈 앤 판처, 원시시대에서 기계 새와 싸우는 호라이즌 시리즈가 대표 사례다”라며 “블루 아카이브에도 근거리에서 총을 맞았는데 기절해버리고 끝이라거나, 바다에 놀러 가는데 탱크를 타고 가는 등의 장면이 있다. 이 외에도 학교 캐비닛에 총이 있다거나 자판기에서 총알을 판다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강연 부제이기도 한 ‘복면을 쓰고 은행을 터는 미소녀’는 이러한 방향성을 토대로 탄생한 것이다.

▲ 소녀와 전차를 결합한 걸즈 앤 판처, 원시시대와 기계문명을 조합한 호라이즌이 ;낯설게 하기' 대표 사례다 (자료출처: NDC 강연 영상 갈무리)


▲ 블루 아카이브도 낯설게 하기를 통해 색다른 세계를 구축햇다 (자료출처: NDC 강연 영상 갈무리)

‘낯설게 하기’의 가장 큰 강점은 짧은 장면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고, 계속 탐험하고 싶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이야기가 많아서 깊이가 얕고, 거짓말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아울러 블루 아카이브 시나리오에는 밀리터리, 판타지, SF, 종교 등 복잡다단한 소재가 혼재되어 있고, 시나리오 구조가 각기 다른 주인공이 이끌고 가는 여러 이야기가 병렬로 전개되는 옴니버스 식이다.

이 경우 자칫 잘못하면 스토리가 난잡하고,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각 요소를 하나로 모아줄 구심점이 필요했다. 제작진이 중심으로 삼은 것은 ‘이 이야기는 학원물, 모든 캐릭터는 학생’이다. 양 시나리오 디렉터는 “아이들이 총도 쏘고, 탱크도 타고 하지만 결국은 학원물이다. 연애 학원물, 정치 학원물, 개그 학원물 식이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우정, 고민, 갈등 등을 메인 테마로 삼았다”라고 설명했다.

▲ 이렇게만 보면 굉장히 스토리가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는데 (자료출처: NDC 강연 영상 갈무리)

▲ 학원물과 학생을 구심점으로 삼아 이야기가 흩어지지 않도록 햇다 (자료출처: NDC 강연 영상 갈무리)

▲ 뻔하지 않으면서도 밝고 청량한 학원물이 될 수 있었다 (사진출처: 블루 아카이브 공식 유튜브 채널)

학원물이기에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는 ‘선생님’이 됐다. 게임 내에서 선생님은 외형이나 성별은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며, 중요 시나리오는 1인칭 시점으로 전달된다. 양주영 디렉터는 “큐라레: 마법도서관에는 유저들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아바타가 없어 외부에서 관찰하는 제 3자라는 느낌이 강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선생님을 넣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메인 주인공 중심 선형 구조였던 큐라레에서 발생했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스토리를 옴니버스로 구성하는 등 전작에서 얻었던 경험을 토대로 블루 아카이브 시나리오를 완성시켜왔다.


▲ 중요 시나리오는 1인칭 시점으로 표현해 몰입도를 높였다 (사진출처: 블루 아카이브 공식 홈페이지)

다소 무모한 도전일 수 있었으나 목표로 했던 시나리오가 중요한 서브컬처 게임을 완성해 1년 넘게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다.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는 “무리하게 달려온 느낌도 있지만 일련의 상황을 돌아보면 블루 아카이브 시나리오는 나쁜 평가를 받지는 않은 듯하다. 아울러 2차 창작도 활발해서 일본에 어느 정도 안착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하지만 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목표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회가 주어진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보려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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