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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업이 니케에서 라이브2D를 쓰지 않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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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로 화면을 가득 채우는 미소녀로 눈길을 끌었던 니케:승리의 여신 (사진제공; 시프트업)

작년 지스타 주역은 화면을 가득 채운 미소녀를 앞세운 시프트업 신작 ‘니케:승리의 여신(이하 니케)’다. 출품 당시 플레이어를 등지고 누워서 총을 쏘는 소녀 캐릭터를 강조했고, 제작진 스스로도 ‘엉덩이 반동으로 총 쏘는 게임’이라 소개했을 정도로 남다른 비주얼을 강조했다. 시프트업이 전작 데스티니 차일드에서 라이브2D를 강조하기도 했고, 니케 역시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에 같은 기법을 썼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니케는 라이브2D로 제작되지 않았다. 시프트업 유형석 디렉터는 9일 공개된 NDC 강연 ‘니케, 퍼스트 무버 게임의 디렉팅 포인트’를 통해 “공개 당시 라이브2D를 언급하기도 했지만 스파인(Spane)으로 변경했다”라고 설명했다. 스파인은 2D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으로, 캐릭터 뼈대라 할 수 있는 ‘본(born)’ 구조를 기반으로 움직임을 설계할 수 있다.

▲ 니케, 퍼스트 무버 게임의 디렉팅 포인트 NDC 강연 (영상출처: NDC 공식 유튜브 채널)

데스티니 차일드에서 라이브2D로 완성도 높은 아트를 보여줬던 시프트업이 니케에서 다른 기술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스파인이 라이브 2D보다 총을 쏘는 건슈팅 게임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형석 디렉터는 “스파인은 본 구조 기반이라 특정 부위를 트래킹하는 것이 가능한데, 라이브2D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라며 “적이 캐릭터 어깨를 겨냥해 총을 쏘는 것과 같은 상호작용을 설계하기 적합하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이전 작품에 어울렸던 개발 방식이 다음 작품에도 반드시 적합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니케는 기존 성공사례를 따라가는 페스트 팔로워가 아니라 창의적이고, 신선함을 앞세운 퍼스트 무버 게임을 표방했기 때문에, 이를 총괄하는 디렉터 역시 기존 방식이 현재 게임에 맞는가, 아닌가를 의심하고, 검증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게임으로 완성시키고, 신선하지만 재미가 없는 게임이 되지 않도록 하며, 기존에 썼던 방식을 방향을 바꿔서 도입해보는 접근도 필요하다.

▲ 니케 움직임 표현 방식은 라이브2D에서 스파인으로 변겅됐다 (자료출처: NDC 강연 영상 갈무리)

▲ 변경한 이유는 건슈팅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자료출처: NDC 강연 영상 갈무리)

▲ 스파인으로도 의도했던 비주얼을 완성해낼 수 있었다 (자료출처: NDC 강연 영상 갈무리)

니케를 예로 들어 살펴보면, 이 게임은 시프트업 사내 공모전에서 발굴됐다. 유 디렉터는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니케는 1인 전투 게임이었으나 5인 동시 전투로 변경했다”라며 “이렇게 바꾸니 여러 캐릭터를 제작할 수 있는 기반도 생겼고, 모바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작 어려움도 주변 NPC에 묻어갈 수 있는 안전장치가 생기며 완화됐다. 비주얼적으로도 전장에 입체감이 살아나고, 전투에 대한 치열함도 생겼다. 1인에서 5인으로 바꾸기로 한 것은 가장 잘한 결정이라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 니케는 시프트업 사내 공모전에서 발굴된 게임이다 (자료출처: NDC 강연 영상 갈무리)

▲ 1인 기반에서 5인 기반으로 변경하니 캐릭터, 슈팅, 분위기 측면에서 강점이 생겼다 (자료출처: NDC 강연 영상 길무리)

이렇게 초창기 빌드를 만들어보니 쏘는 맛은 있는데 피로감이 높아서 오래 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다른 장르에서 차용한 것이 PC RPG의 템포 조절이다. 유형석 디렉터는 “PC RPG 템포가 높으면 오래 하기 어려워서 이를 늦추는 장치가 있다. 전투적으로는 몬스터 배치 간격, 사냥 시간, 딜 사이클 등이 있고, 플레이에서는 퀘스트 이동 동선, 시네마틱 영상, 이동 방식, 아이템 정비 시간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니케 역시 건슈팅을 표방했지만 주구장창 총만 쏘지는 않는다. 유 디렉터는 “니케는 슈팅과 스킬이 전투 중심을 이룬다. 본래는 사격도 하면서, 스킬도 쿨타임이 돌아오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구성했다. 그런데 이렇게 해보니 전투가 너무 힘들고, 사격과 스킬 중 뭐가 중심인지 알기 힘들어서 타이밍을 잡기 어려워졌다”라며 “이에 PC RPG 템포를 참고해서 사격 구간과 스킬 구간을 구분하고, 특수한 조건에 따라 스킬이 발동하도록 변경했더니 흐름이 매끄러워졌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전투 전에 탐색할 수 있는 캠페인 필드와 스토리 기반으로 진행되는 메인 퀘스트, 탐험 요소가 가미된 수집 요소 등을 추가했다. 유 디렉터는 “이를 통해 전투에 진입하기 전에 필드 경험을 넣어서 원하는 타이밍에는 사격을 즐기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다른 부분도 즐기면서 템포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언급했다.

▲ 초창기 빌드는 쏘는 맛은 있는데 피로감이 높아서 오래 하기 어려웠고 (자료출처: NDC 강연 영상 갈무리)

▲ 이에 PC RPG 플레이 템포 조절 방식을 참고해서 호흡을 조정했다 (자료출처: NDC 강연 영상 갈무리)

모바일게임에서 주로 활용하는 자동전투도 니케에는 다른 의도로 도입되어 있다. 유형석 디렉터는 “다른 게임에서는 조작이 어려워 이를 대신하는 편의기능이지만 니케는 플레이 중 유저들에게 캐릭터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넣었다. 슈팅 게임을 플레이하며 주로 바라보게 되는 부분은 조준점이나 적 등이다. 이런 점 때문에 플레이 중 캐릭터를 보기 어렵기 때문에 자동전투를 넣었다. 자동전투 때는 캐릭터를 보고, 수동전투를 할 때는 조준점을 보는 식이다”라고 밝혔다.

▲ 공들여 만든 캐릭터를 유저들이 바라볼 수 있는 여유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진제공; 시프트업)

모든 게임이 그렇지만 특히 전례가 없는 프로젝트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기획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형석 디렉터는 “마스터 기획서를 텍스트가 아니라 시각화하는 것도 좋다”라며, 본인의 경우 PT 자료를 영상 형태로 만들어서 공유한 점이 이후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기획 의도를 설명할 때도 만드는 목적, 기대하는 효과, 다른 방법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 등을 적극적으로 전달해야 좀 더 원활하게 개발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이 ‘말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유 디렉터는 “개발진이 30~50명 수준이 되면 소통 장려를 위해 마련한 여러 장치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디렉터기 직접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라며 “다만 토론은 디렉터 시야를 확장하기 위해서만 활용해야 하며, 의견을 취합한다거나 ‘답정너’ 식 태도는 자제해야 한다. 특히 토론을 의견취합 용도로 쓸 경우 집단지성이 아니라 집단사고의 오류에 빠지며, 좋은 선택지가 아니라 나쁘지 않은 것을 고르는 식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디렉터 스스로도 항상 본인을 검증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자세와 대안을 제시하는 테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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