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에서 폴더블이나 롤러블 폰으로 바뀐 것처럼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 혁신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보다 약하기는 하지만 최근 컴퓨터 사양에서도 이와 유사한 변화가 있었죠. 기존과 다른 두 가지 코어를 조합한 인텔 12세대, SATA 방식보다 5배 빠른 M.2 NVMe SSD, 더 낮은 소비전력과 단일 용량을 2배 끌어올린 DDR5 RAM이 출시됐을 때입니다.
인텔 12세대 CPU는 P코어와 E코어로 새로운 구성을 가지면서 전 세대보다 최대 두 배에 달하는 성능 향상이 있었습니다. i5 모델의 싱글/멀티 코어 능력 모두 전 세대 최고 라인업에 비견되는 성능을 보여줄 정도로 발전한 건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M.2 NVMe SSD는 기존 HDD와 같은 기반의 SATA SSD에서 새로운 PCIe 인터페이스로 바뀌면서 읽기 속도가 최소 5배가량 증가했습니다. 그만큼 데이터 이동 속도가 빨라져 게임 할 때 로딩 시간이 개선됐고 새로운 지역 이동 시 겪는 랙 등의 불편함도 줄었습니다.
DDR5 RAM은 DDR4 제품들보다 더 빠른 처리 속도와 최대 2배 증가된 단일 용량, 낮아진 작동 전압으로 효율이 증가했습니다. 다만 기존 DDR4를 쓰던 메인보드와 호환이 되지 않아 실제 구매 시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조합으로 게임을 하면 얼마만큼의 성능 향상이 느껴질까요? 기대가 되고 지름신이 올라오지만 실제로 구매하기에는 메인보드 교체부터 시작해야 하므로 쉽지 않습니다. 그런 마음을 대신해 게임메카에서 직접 인텔 12세대 CPU 끝판왕이라 불리는 i9-12900KS와 최상위 라인업의 메인보드, M.2 SSD와 DDR5 RAM으로 구성된 '꿈의 조합'으로 PC를 조립했습니다.
그래픽카드를 RTX 3080으로 맞춘 건 약간 아쉽지만 QHD(2560x1440) 해상도에서는 풀옵션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최근 그래픽카드 가격이 하락해 잘 찾아보면 지금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구매하면서 차익으로 다른 부분을 보강할 수도 있을 겁니다. 생각만 했던 PC가 눈앞에 있으니 얼른 게임을 돌려보겠습니다.
엘든 링 정도는... CPU 한 손으로 일하네요
엘든 링은 사실 i7과 RTX 3070으로 플레이 했을 때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걱정 없었습니다. PC와 콘솔 구분 없이 최대 60 프레임 고정인 것도 한 몫 하고 있죠. 오히려 CPU나 그래픽카드 모두 일을 안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뿐이었습니다.
초보 딱지는 이미 땐지 오래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1회차도 못 깼으니 아직 멀었겠죠. 그동안 밀린 스토리 진행을 위해서 무너지는 파름 아즈라의 보스 중 짐승 사제를 찾아 이동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무너져가는 건물들 사이로 폭풍이 보입니다. 맵 중심에는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데, 지켜보고 있어도 움직이는데 랙이 걸린다거나 하는 불편함은 없습니다. 온도도 많이 올라가지 않는 데다 CPU는 20%도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여유 있는 모습입니다.
사원 입구를 지키는 용의 트리가드를 가볍게 20번 만에 클리어하고 만난 짐승 사제는 템포가 이전 보스들과는 또 달랐습니다. 단검을 휘두르고 돌을 던지고 바닥이 터지는 와중에도 프레임 문제가 아니라 못 피하는 컨트롤이 문제였습니다. 간신히 체력을 절반 깎았더니 갑자기 흑검을 뽑아 휘두르네요. 보스가 선보이는 공격의 화려한 이팩트 속에서도 프레임 드랍 핑계를 댈 수 없는 게 안타깝습니다. 바뀐 패턴에 부딪혀 결국 클리어하지 못했으니 다음에 다시 시도해야겠네요.
레이 트레이싱 대표 게임 사이버펑크 2077, 풀옵션도 문제없다
사이버펑크 2077은 레이 트레이싱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게임 중 하나입니다. 최적화와 버그 문제로 몸살을 겪은 이후 꾸준히 손을 보고 있으며, 지난 2월 패치에는 벤치마크 기능도 추가됐습니다. 그래픽 옵션을 ‘레이 트레이싱: 울트라’로 설정하고 벤치마크를 실행해보니 DLSS 활성화 유무에 따라 평균 36 프레임과 71 프레임으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쾌적한 플레이를 위해서 DLSS를 활성화 후 나이트시티의 낮을 다녀봤습니다. 밤의 나이트시티처럼 네온사인에 휩싸인 모습을 볼 순 없지만 밝은 도시는 색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도시를 질주할 때 CPU 점유율은 42%~54%, 초당 프레임은 62~71로 60프레임 방어는 안정적이었습니다.
돌아다니던 길에 사람을 찾는 사이드 퀘스트를 받아 가이드를 따라가 보니 나이트 시티 경찰 (NCPD)이 먼저 도착해 있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어떤 투명한 분이 절 다짜고짜 공격했습니다. 체력에 신경을 쓰면서 1 대 1 교전에 들어갔는데,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 프레임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플레이 전반적으로 CPU 온도가 높았는데 i9-12900KS가 고성능인 만큼 기본적으로 온도가 높은 편입니다. 온도를 신경 쓴다면 시스템적으로 별도의 조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콘솔이 아닌 온라인게임, 로스트아크에서는?
MMORPG는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게임인 만큼 성능을 테스트하기에 좋은 환경입니다. 특히 많은 사람이 몰려 있는 상태에서 프레임 드랍으로 플레이에 지장이 생기면 안 되겠죠. 오랜만에 들어간 로스트아크에서 군단장 레이드를 제외하고 복잡한 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건 역시 필드 보스가 제격입니다. 군단장의 모습은 성장한 후에 보여드리겠습니다.
별도 설정 없이 그래픽 품질을 최상으로 설정하고 섬에 막 도착했을 때는 이른 낮 시간이라 그런지 혼자였습니다. 문제되는 부분이 없는 만큼 높은 초당 프레임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잠깐 다른 볼일을 마친 후 접속했을 때는 많은 사람이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여러 명이 있는 상황에서도 프레임 저하가 전혀 없는 점이 제 성능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보스가 등장하고 화려한 스킬이 쏟아져 나오니 초당 프레임이 100대 초반으로 나오는데, FPS 게임이 아닌 이상 이 정도는 플레이에 문제가 없습니다.
뛰어난 그래픽과 속도감, 포르자 호라이즌 5
마지막으로는 포르자 호라이즌 시리즈의 최신작 포르자 호라이즌 5입니다. 오픈 월드 레이싱게임의 대표 중 하나로, 이번 작품에서 그래픽이 크게 향상됐고 레이 트레이싱을 지원해 사실감이 배가 됐죠. 포르자 호라이즌도 벤치마크 기능이 있어 테스트해보니 ‘최고 높음’ 그래픽에서 60 프레임 방어는 문제 없어 보입니다.
최적화가 잘 되어 있는 상태인지 벤치마크에서 나온 초당 프레임이 실제 드라이브에서도 변함없이 지속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CPU와 그래픽카드 모두 안정적인 사용량과 온도를 보여줬습니다. 모래폭풍 속을 통과해도 전혀 문제없이 쭉 뻗은 멕시코의 도로를 마음껏 달릴 수 있었습니다. 레이싱 휠이 없다는 점이 이럴 때는 아쉽네요.
꿈의 조합, 어떤 게임도 타협은 없다
전 세대보다 훨씬 발전된 인텔 12세대 CPU 중에서도 가장 최고인 i9-12900KS CPU와 최상위 라인업의 메인보드, DDR5 RAM과 M.2 NVMe SSD을 모은 꿈의 조합으로 벤치마크를 비롯해 여러 스타일의 게임을 즐겨봤습니다. 옵션 타협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 조합의 매력이겠지요. CPU 온도가 높아지던 게임도 있었지만 플레이할 때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여기서 조금 욕심을 내 발열까지도 제어한다면 성능을 더 끌어올릴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도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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