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게임메카의 꽃 같은 막내 기자, 허새롬입니다. 지난주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개발자 컨퍼런스인 GDC 2013이 열렸습니다. GDC를 앞두고 남박사님은 제게 특명을 내리셨죠.
남박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GDC에 보내줄테니, 영혼을 불사르고 오도록!
한 번도 가 본적 없는 미국으로 취재라니, 얼마나 신나던지요! 으하하하! 출장이 결정되자마자 잔뜩 들뜬 마음을 안고 계획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두 달 전부터 준비했건만 메카에서도 GDC 취재는 처음인지라 노하우도, 정보도 없어 일주일 단위로 스케쥴이 바뀌더군요. 그래도 마냥 즐겁기만 했습니다.
지름신의 강림에 대비해 달러 환전도 마쳤고, 가방도 일주일 전부터 싸 놓았죠. 환전을 위해 용돈을 아끼느라 도시락을 싸다니는 저를 걱정스레 바라보시는 남박사님과 선배님들의 눈빛을 눈치채지 못한 채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이번 출장은 정말 멘탈 붕괴와 심신 탈진의 연속이었습니다. 형언하기 힘들 정도의 사건과 감정들을 고스란히 전달해 드리기 위해, 지금부터는 제 의식의 흐름을 따라 일기 형식으로 달려보도록 하죠. 출발!
2013년 3월 24일 오후 3시, 아! 미국… 그리고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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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왜 빵을 붙잡고 울고 있을까요? 이제부터 알려드리죠..
공항에 간 건 이번이 태어나서 두 번째라 우왕좌왕, 주변을 둘러보느라 정신도 없고 액체는 기내에 반입이 안 되는 사실도 잊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가방에 무거운 걸 안 집어넣으려고 액체 종류는 트렁크에 다 집어 넣은 상태. 카메라며 넷북이며 바리바리 챙겼기 때문에 여유로운 면세점 쇼핑은 이미 저 멀리 날아갔고, 출장 가기 사흘 전부터 환전해 두었던 90달러는 꺼내지도 못하고 비행기에 착석했다.
비행기에 타면 배고플 것 같아서 선배와 커다란 빵 한 덩이를 샀는데, 이 빵이 나중에 문제가 됐다. 비행기 안에서는 끊임없이 간식과 기내식을 줘서 빵이 고스란히 남았는데, 미국에 입국하기 전에 작성해야 할 카드에서 식품류를 가지고 왔는지 체크하는 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서류를 확인하고 선배와 빵을 버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비행시간 내내(9시간) 고민했다. 음식은 버리면 안 되는데, 그것도 빵을! 성물보다 아까운 빵! 고민고민하다 식약청 같은 곳에 끌려가 고문 당할까 무서워서 입국장 근처에서 빵을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고 GDC 내내 애꿎은 빵만 생각이 났다. 아.. 빵..
바트(미국의 공항철도)를 타고 숙소 근처에 도착하니 정말 별세계였다. 원래 미드(미국드라마) 덕후인 내 눈에 블루밍데일 백화점(미국의 유명 백화점. ‘프렌즈’의 레이첼이 좋아함)이 보이고, 치즈케익팩토리(‘빅뱅이론’의 페니가 일함)도 있고 길쭉길쭉한 외국인들이 돌아다니는 장면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곳을 활보하며 기자 포스를 맘껏 뿌리고 다니리라고 다시 한번 다짐하고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명소 취재도 하고, 기자 출입증을 받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샌프란시스코의 정취를 흠뻑 느끼려고 과감하게 도보를 선택했는데,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봐도 백 번 잘못된 결정이었던 것 같다. 구글은 어떻게 한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15분이면 도착한다고 쿨하게 안내할 수가 있지? 이건 동양인과 서양인의 생물학적인 특성과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과학적 신뢰도가 매우 낮은 지도인 것 같아서 다음부턴 그냥 버스를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기묘한 냄새가 나는 차이나타운을 지나며 한 시간을 길에서 헤맨 결과, 드디어 피어 39(PIER 39)에 도착했다. 커다란 게 동상과 클램차우더로 유명한 관광 명소였지만, 우리는 기사 소재가 우선이라는 일념으로 거침없이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말만한 갈매기가 우리의 앞길을 막아섰다.

▲ 이게 뭐임?!
샌프란시스코의 갈매기는 사람 몸통만할 정도로 엄청 큰데다, 심지어 한국의 비둘기보다 용감하다. 사람이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고 주변에 흩어져 있는 클램차우더 빵 쪼가리들을 먹느라 바빴다. 갈매기의 덩치를 보고 새삼 미국의 스케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기도 했다.
충격과 공포를 선사한 갈매기를 뒤로 하고 진짜 목적이었던 오래된 오락실인 뮤지 메카닉크(Musee Mecanique)로 향했다. 뮤지 메카닉크에 전시되어 있는 게임기들은 우리가 많이 본 고전 게임기들의 할아버지 뻘은 될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동전을 넣으면 음악이 재생되면서 불이 켜지고, 인형들이 움직이는 것이 ‘오르골’ 같았다. 빈티지 무드를 잘 살린 게임기라고 생각하며 로맨틱한 감성을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하다 보면 지루하다는 것이 함정. 길로틴 박사의 단두대나 프랑스 혁명, 전쟁 후 폐허가 된 들판을 묘사한 기계들은 사실 오락실보다는 역사 박물관에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 게가 유명한 피어 39. 다들 즐겁게 노는 것 같았는데..

▲ 크기 비교가 되지 않아 안타깝지만, 동행한 선배의 무릎까지 올라올 정도의 크기

▲ 이곳이 바로 뮤지 메카닉크

▲ 오, 뭔가 괜히 멋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야

▲ 거의 8할은 게임기라기보단 오르골 같았다

▲ 80년대 롤러장에서나 볼 수 있는 패션으로 일하던 직원, 하지만 멋져요

▲ 전류 참기 게임. 도플갱어가 홍보차 시연하고 있는 건 아닐까
2013년 3월 24일 오후 4시, 시작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끝은..
뮤지 메카닉크를 보고 나왔더니 따뜻하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시간도 벌써 오후 4시가 넘은 상태라 선배와 나는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온 설레임으로 깔깔대며 떠들던 두 여기자는 갑자기 말이 없어지고 종종거리며 모스콘 센터로 향했다. 피어 39로 걸어오며 부렸던 여유나 관광객 마인드 따위는 없어진 지 오래, 우리의 목표는 그저 기자 출입증을 받는 것이었다.
모스콘 센터에 도착했는데 너무 조용해서 안에 들어갔더니, 안내원이 여기는 웨스트홀(West Hall)이고 길 건너편에 있는 노스홀(North Hall)로 가서 출입증을 받으라며 친절히 안내해줬다. 사실 노스홀이라길래 근방에 있는 건물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두 블록 정도 떨어져 있는 건물이었다. 미국의 ‘블록’은 한국의 골목과 비슷한 개념인데, 그 크기가 골목이랑은 차원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두 골목을 지나라고 하면 3분 정도면 충분하지만 미국은 근 10분이 걸린다. 너무 멀어! 정말! (사실 이때부터 조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안내 데스크에 가니 한 친절한(?) 아주머니께서 기자 출입증을 주셨다. 오? 코리안 매거진? 게임 메카? 예스~ 하우 올드 아유~ 등의 다정한 말을 건네는 아주머니는 천사 같았다. 후, 나란여자. 순진했지. 후에 그 아주머니의 실체를 알게 됐다. GDC에서는 기자들에게 기자실 Wifi 비밀번호와 점심쿠폰을 주는데 그 아주머니가 우리는 쏙 빼고 주지 않았던 것! 아주머니, 아니 아줌마 나빠요. 우린 샐러드만 철근같이 씹어먹으며 울면서 기사를 썼는데!
출입증을 받고 나오니 벌써 저녁 먹을 시간. 대충 모스콘 센터를 둘러보고 나서 화려한 GDC 데뷔를 위한 전야제를 벌였다. 미국의 정취를 흠뻑 느끼기 위해 80년대 미국스타일 식당에서 룻비어(물파스 향이 나는 식물뿌리가 원료인 탄산음료)와 칠리 프렌치 프라이 등을 잔뜩 시켜서 저녁을 먹었다. 그런데 그 여유도 잠시, 이내 한국의 남박사님에게 독촉(?) 카톡이 와서 쫓기는 빚쟁이마냥 음식도 다 남기고 숙소로 돌아와서 기사를 써야 했다. Aㅏ.. 이때부터 GDC의 악몽은 시작됐다. 두둥..

▲ 문제의 출입증. 우리가 이거 받으려고 관광도 안하고 달려왔는데..

▲ 그래도 칠리 치즈 프라이는 맛있었다. 마이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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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른 속도로 치킨을 써는 막내 기자의 손
2013년 3월 25일 아침 8시, @$^@#$%$@#$^#$^!!!!

▲ 지금부터 당신은 이 그림을 한 백 번씩 보게 됩니다
GDC가 열리는 모스콘 센터는 세 건물로 나뉘어져 있는데, 건물 하나하나의 규모가 지스타가 열리는 벡스코 수준이라 크기에서부터 압도된다. 그러나 GDC는 국내 행사랑 비교하자면 지스타보다는 한국 국제 게임 컨퍼런스(KGC)와 비슷한 행사다. 그러나 GDC가 KGC보다는 훨씬 축제 같은 분위기에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다. 가령 모든 세션의 강연자가 나와 30초씩 말하는 ‘플래시 포워드’라든가, 라운드테이블과 같은 개발자들만의 파티도 있다. 또 미국 땅이 넓다 보니 1년에 한번 GDC에서 모인 개발자들이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규모가 워낙 커서 각 홀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계획대로 움직이려면 스프린터의 정신을 발휘해야 했다. 그나마 사우스홀(South Hall)과 노스홀은 지하로 연결되어 있었지만 웨스트홀은 완전히 동떨어져 있어서 웨스트홀에서 세션이 끝나고 사우스홀에서 세션을 들으려면 폭풍같이 달려야 했다. 기자는 나이가 어렸기에 망정이지, 선배님은 얼마나 힘드셨을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하루에 3-4개의 세션을 듣는 바쁜 일정이었지만, 젊음과 열정으로(?) 다 잘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재미있어 보이는 세션으로 계획을 짰고 사전 정보도 나름 열심히 모아 두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의욕 충만해서 들어간 첫 세션에서부터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게임을 이용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하우에 대해 설명할 줄 알았는데, 자기들 회사 게임 홍보만 했다!
결국 GDC 첫날부터 막내기자는 무참히 깨지기 시작했다. 프로페셔널하고 멋진 기자의 모습은커녕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오고 있었다. 들어가는 세션마다 원하는 이야기도 안 나오고, 심지어는 프로그래밍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는데도 C++이나 태그 나오는 강연을 들어야 했다. 출발하기 전 한국에서 하루에 기사를 5개씩 쓰겠다던 굳은 다짐은 어느새 사라지고 하루에 기사가 2개라도 나가면 다행인 상황이 이어졌다.
B2B 부스도 마찬가지였다. 게임스컴이나 지스타처럼 쟁쟁한 회사들이 참가해 재미있는 이벤트나 시연을 할 줄 알았는데, 채용 상담이나 엔진을 소개하기 위한 부스가 훨씬 많았다. 심지어 라이엇게임즈 부스에서는 내게 채용 문의를 하러 왔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내가 개발자처럼 보였나 보다. 난 그저 티모 모자를 받고 싶어서 줄을 섰을 뿐인데.
예상했던 것과 행사가 너무 다르다 보니, 커피를 물처럼 마시며 넷북을 붙들고 있어도 도통 기사가 써지지 않았다. 쓰고 싶지 않아 안 쓰는 게 아닌데 선배는 옆에서 어서 써야 한다며 독촉하고, 세션은 또 들으러 가야 하고.. 정말 생각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 각각 떨어져 있는 건물들. 게다가, 크고.. 멀다..

▲ 맥고니걸의 강의가 끝나자 헤쳐 모이는 사람들. 인사하고 대화 나누기 바빴다

▲ 멘붕이 오니 사진도 흔들린다. 묘기를 하고 있는 듯한 강연자

▲ 아...

▲ 전 단지 티모 모자가 갖고 싶을 뿐이었어요

▲ 사람이 한 명 이상만 되어도 공포에 떨었다. 그런데 4명 토론 세션이라니 이건 지옥이다

▲ 아...

▲ 그러다 갑자기 이상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 무언가를 짓고, 버그를 잡고, 리소스를 ....

▲ 아...

▲ 윈도우즈 폰과 윈8 OS 사용자를 위한 게임을 개발할 때 UI디자인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 하..하얗게 불태웠어

▲ 여기는 어디?

▲ 나는 누구인가

▲ 아, 사라지고 싶어

▲ 아...
GDC 취재를 마치고 돌아와서 생각해 본 패인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 이곳은 미국이지 한국이 아니라는 것. KGC나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같은 한국의 컨퍼런스 행사들은 제목과 소개 내용을 보면 굉장히 명확하게 그 세션 내용을 알 수 있다. 그런데 GDC의 세션들은 제목이 내용을 비유적으로 혹은 문학적으로 표현해 실제 세션과 전혀 관련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파워포인트 자료 등을 활용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 강연자들은 가볍게 농담을 하거나 파워포인트로는 그림만 보여주고 말로 다 설명했다. 이런 경향은 문화, 토론 세션이 가장 심했다.
둘째, 충분하지 못했던 영어 실력. 자랑은 아니지만 이때까지 미국 드라마를 보거나 외국인들과 대화를 할 때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세션도 문제 없이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게 오산이었다. 문화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한국과 많은 차이가 있는 나라인데다 말도 너무 빨랐다. 우리가 잘 모르는 농담이나 숙어도 많이 쓰고, 특히 토론 세션 같은 경우에는 패널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하는 내용을 도무지 정리하기가 힘들었다. 역시 글로벌 저널리스트가 되려면 지속적인 영어 공부는 필수인 것 같다. 그리고 사실.. 같이 간 선배님이 관심 있는 문화현상 관련된 세션을 많이 골랐다. 난 그냥 따라갔을 뿐인데..
셋째, 미국에서 유명한 사람이 한국에서도 유명한 경우는 드물다. 세션 중 유명한 대학교의 교수들이나 협회장이 나와 토론하는 것들도 있었는데, 한국으로 치면 서울대에서 게임을 연구하는 교수와 한국 게임 산업 협회장이 나와서 토론하는 격. 현재 미국 게임 업계의 이슈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한국은 저런 거 못할 텐데. 그러면 뭐하나, 뭐라는 지 모를 정도로 내용이 너무 어렵다! 심지어 현지 기자들도 어려웠는지 기사도 안 나왔다.
이렇게 GDC의 일정은 폭풍 같은 깨짐의 연속이었다. 한 달 전부터 한국에서 준비했던 일정은 매일매일 바뀌고,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행사장 바닥에 앉아서 기사를 쓰며 샐러드를 먹었다. 선배님은 원래 행사가 바쁘면 이렇다고 말씀해 주셨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슬프게도 내 환상 속의 멋지고 프로페셔널한 기자의 모습은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 와중에 선배님은 너드 중의 너드에게 헌팅을 당했다. 증언에 따르면, 이 빌딩에 있는 너드들 중에 네가 제일 귀엽다며 접근했다나? 그래서 세션 폭격으로 정신 없는 와중에 너드에게 잡혀 있는 선배 구출 작전을 벌이기까지 했다.

▲ 빅뱅이론을 자막 없이 봐도, 영어공부는 계속 해야 한다. 반성.

▲ 어쩐지 맥주가 있는 강의실이 있더라. 맨 정신엔 못 들을 정도로 어려우니까..
2013년 3월 27일 저녁 7시, 대게, 그리고 렉스♥

▲ 그나마 게와 렉스 덕분에 GDC를 끝까지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GDC에서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치이던 와중, 에픽게임스와의 저녁식사는 어둠 속의 빛줄기와도 같았다. 첫날 저녁 외에는 제대로 된 밥도 못 먹고 와사비 맛 콩으로 연명하고 있던 우리에게 게님을 선사한 것. 그리고 함께 저녁식사를 한 에픽게임스 본사 마케팅 매니저인 렉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으로 만난 미남이었다. 모델처럼 훤칠한 키에 작은 얼굴, 순한 강아지 눈매에 오똑한 코까지. 심지어 수염도 잘 어울렸다! 게다가 적절한 유머감각도 탑재하고 있었다(안타깝게도 유부남이었지만). 여기서 질문 하나. 왜 게임 회사들 홍보팀들은 다 미남 미녀인거죠?
GDC 일정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제대로 된 저녁을 먹은 곳은 바로 우리가 첫날 관광한 피어 39였다. 알고 보니, 괜히 특종 열망에 불타오르느라 첫날 뮤지 메카닉크만 방문하고 바로 옆에 있는 관광지의 존재조차 몰랐던 것이다. 심지어 함께 식사한 타 매체 기자는 이곳에 물개가 유명한데 보지 못했냐며 왜 그렇게 힘들게 일하냐며 의아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편집장님은 원래 이런 행사는 힘든 거라고 하셨는데? 선배도 원래 관광 같은 건 못한다고 그랬는데? 응? 막내기자로서는 뭐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 렉스의 사진이 없는게 안타깝네요. 대신 에픽게임즈의 로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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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님의 위엄. 맛있었어요, GDC에서 처음으로 먹은 제대로 된 식사니까요..

▲ 나 물개 좋아하는데, 수염도 못 봤다. 흑흑
저녁 식사를 마치고 호텔 방으로 돌아와 기사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속상해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렇게 호텔 방 안에서 와사비 맛 콩만 먹고 있지? 날씨 좋고 볼 것 많은데! (물론 일하러 왔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에만 치인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다. (물론 일하러 왔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새벽 2시쯤 기사를 모두 전송하고 짐을 싸는데 억울함과 서러움이 몰려와 아침에는 반드시 가고 싶었던 가게들을 죄다 들르겠다고 다짐했다.
선배와 굳게 서로 결의를 한 뒤 새벽 다섯 시까지 수다를 떨다 근성으로 다음날 일곱 시에 일어났다. 호텔 주변에 있었는데도 가 보지 못했던 디즈니, 화장품 가게인 세포라, 윌리엄 소노마(주방용품 전문점) 등을 빠른 속도로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일정이 될 줄 모르고 바꿔왔던 90불은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잠옷을 사는데 죄다 쏟아 부었다.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타자, 시원섭섭한 느낌이 들었다. 미국과 GDC가 모두 처음이었기 때문에 실수투성이였던 데다 한국에 돌아가서 해야 할 뒷마무리가 걱정됐지만, 막내로서는 정말 하기 힘든 좋은 경험이었다. 직접 강연을 듣고 기사 소재를 찾아냈던 것과 뛰어다니면서 사진 찍기, 행사장 바닥에서 기사를 썼던 것까지. 이렇게 직접 부딪히고 깨지면서 공부했으니, 다음 GDC에서는 좀 더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 이런 곳에서 뉴요커 놀이도 한번 못 하다니(샌프란시스코긴 하지만)

▲ 이런 곳에서 뉴요커 놀이도 한번 못 하다니 2 (샌프란시스코긴 하지만)

▲ 이런 곳에서 초콜렛도 먹지 못 하다니(돈이 없긴 하지만)

▲ 기쁨으로 사진이 흔들렸다고 하자.........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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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막내 위치를 벗어난 풋풋한 기자. 육성 시뮬레이션과 생활 콘텐츠를 좋아하는 지극히 여성적인 게이머라고 주장하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납득하지 않는 것 같음.glassdrop@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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