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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와 게임에 치명타! 아청법 일본에서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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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PO '휘파람새 리본'의 오기노 코타로 대표

 

지난 6월부터 시행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명 아청법은 현재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쟁점은 실제 미성년자가 아닌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이나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창작물 역시 아청법의 처벌대상에 포함된 점이다.

 

놀라운 점은 게임과 만화의 본고장으로 통하는 일본에서도 아청법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작권 보호 및 표현의 자유 확보를 위해 활동해온 NPO ‘휘파람새 리본’의 오기노 코타로 대표는 7월 2일 오픈넷에서 주최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일본판 ‘아청법’의 실상을 알렸다.

 

지난 5월 일본 자민당, 공명당, 일본유신회 등 3당이 발의한 ‘아동매춘, 아동포로노에 관한 행위 등의 처벌 및 아동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아동포르노처벌법)’의 개정안을 공동 제출했다. 이 법안 역시 실제 아동,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은 물론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역시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콘텐츠 업계 및 관련 단체들이 입법 취지와 달리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억압한다는 이유로 법안이 만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가상물을 대상으로 삼는 부분을 반대하고 있는 점 역시 한국과 유사하다. 오기노 대표는 “규제를 검토하는 것만으로도 창작활동이 위축된다. 규제 후 불살라질 작품을 그리고 싶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현지 법률 전문가 역시 법안에 찬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가상물을 규제하는 주된 이유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창작물이 성도덕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라는 점 역시 한국과 유사하다. 입법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자민당은 ‘창작물이 성범죄를 증가시킨다’는 과학적인 증거 없이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다루는 장면만을 자극적으로 노출해 국민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법안에 대한 공감을 얻어낸 바 있다.

 

한국 아청법, 사법부에서도 위헌여부 심판 요청

 

▲ 오픈넷에서 열린 '휘파람새 리본' 오키노 호타로 대표 기자간담회 현장

 

국내에서 시행 중인 ‘아청법’은 사법부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6월 27일 수원지방법원은 성인 여성이 교복을 입고 출연한 음란물은 아동,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로 규정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올해 5월에는 서울북부지방법원이 아청법에 대한 위헌제청을 제기했다. 여기서 위헌제청이란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 법원이 직권 혹은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요청하는 제도다. 즉, 사법부가 아청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낸 셈이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의 위헌제청 결정문에는 “애니메이션 작가, 게임물창작가, 영화제작가 또한 청소년을 소재로 한 성표현물을 창작하는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 (중략) 게임업계마저도 게임물에서 성인으로 설정되어도 앳되어 보이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라며 “입법자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청소년의 성과 사랑에 대한 주제가 금기시되고 의사표현의 공간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표현의 자유 확보를 근간으로 아청법 중 2조 5항 등에 대한 반대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단법인 오픈넷 박경신 이사는 “처벌 기준이 애매하다는 것을 넘어 가상물에 법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설사 문제의 가상물이 성도덕을 조금이라도 해이하게 한다고 가정해도 그것은 음란물배포죄 같은 풍속법으로 다뤄야 하지, 실제 아동에게 피해를 준 성범죄라 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현재 ‘아청법’과 동일한 법안이 추진 중인 일본의 콘텐츠 업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오기노 코타로 대표는 “유명인사와 정치인을 직접 만나게 해 일반 시민들에게 법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주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라며 “일본의 경우 지식인 중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 꽤 있다. 그들과 잘 연계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즉, 관련 단체들이 자리를 마련하고, 지식인이나 유명 인사들이 일반 시민들에게 법안의 모순에 대해 알리는 메신저가 되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한국에서 통용되기 어렵다. 우선 인지도가 높은 유명 인사나 지식인들은 만화, 게임과 같은 서브컬처에 관심이 없으며, 업계 종사자들이 ‘아동포르노’라는 민감한 주제를 직접 입에 담는 것은 경우에 따라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가 될 우려가 크다. 하지만 사회 안에서 계속 문제시되는 아청법에 대해 지금처럼 침묵만 지킬 수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대응방안이 검토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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