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한 2013년을 보내고 가라앉은 분위기로 연말을 맞이하는 한국 게임업계가 직면한 문제 중 하나는 '인력난'입니다. 일할 사람은 부족한데, 정작 지원자 중에서 뽑을 만한 인재도 없다는 겁니다. 그런 가운데 조용히 실력을 키우며 업계 진출을 꿈꾸고 있는 예비 개발자들의 작품을 만나 보았습니다.

▲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졸업작품전시회 오프닝 현장
최근 게임업계의 분위기는 다소 얼어 있습니다. 4대중독법과 대기업 위주의 시장 편중 현상이 심화되어, 업계의 대부분을 이루는 중소 개발사들은 어깨를 움츠렸습니다. 특히 기업 안정성 문제로 경력을 쌓은 후 큰 회사로 옮기는 사람이 많아 게임 개발의 과정을 이해하고 업무능력을 갖춘 인력은 대기업으로 몰리는 상황입니다. 이런 요인들이 중첩되어 신작 개발도 늦어지며, 수익 창출도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신입을 새로 뽑아 교육하기는 버겁고, 그렇다고 실력 있는 사람들이 입사를 희망하지도 않으니 중소 게임업체의 생태계는 뾰족한 해답이 없는 '불통'의 상태입니다. 이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인재는 '작은 프로젝트라도 다수 경험해본 개발자'일 것입니다.
다행히도 현재 국내에 정규 게임교육을 목표로 하는 기관들이 다양하게 산재해 있습니다. 게임학과를 개설해 정규 교과과정을 제공하는 대학교와 산학협력을 왕성하게 진행하는 게임교육원, 사설로 운영되는 학원 등입니다. 이 외에 최근에는 일찍부터 게임에 대한 꿈을 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특수목적고등학교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입니다.
심지어 해를 거듭하며 학생들의 실력도 일취월장해, 인력난에 허덕이는 게임업계에 젊은 피를 수혈하기에 손색없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에 게임메카는 각 게임교육원의 졸업전시회를 방문, 예비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들의 실력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2006년 설립된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은 현재 알려진 교육원 중에 가장 활발하게 산학협력을 유치하는 기관입니다. 특히 게임기획과 그래픽·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개발 외에도 디지털스토리텔링 학과를 따로 운영해 보다 전문화된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곳입니다.
지난 10일(화),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졸업작품전시회가 열렸습니다. 현장은 학생들과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찾은 손님 및 교수진 등으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는데, 인파 외에 더 놀라운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 다과와 함께 졸업생들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

▲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게임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손맛이 살아있더군요

▲ 기존 캐릭터를 가지고 모델링 작업을 진행한 영상도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전시회에 걸린 학생들의 작품이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여태껏 학생들이 만든 게임들은 기발한 발상이 가득한 대신 그래픽 구현이나 유저 인터페이스 등은 다소 아마추어의 느낌이 들곤 했는데, 이번에 만나본 작품들은 상용화 게임 못지않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개발에 사용되는 엔진도 코코스 엔진과 유니티 등 최근 상용 모바일게임 제작에 널리 사용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 학기 프로젝트 중 하나인 '클랜 오브 발키리'
세련된 인터페이스가 돋보입니다

▲ 현실과 꿈을 오가며 퍼즐을 푸는게 관건인 '슬립 워킹'

▲ 발표회 중 유일한 네트워크 게임이었던 '워밴드'

▲ 발표회에 참석했던 업계 종사자들도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졸업작품전시회에 앞서 진행된 2, 3학년 프로젝트 발표회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약 4개월 동안 수업과 별도로 주어지는 프로젝트라 완결성은 없었지만, 앞서 언급됐던 졸업생 작품 못지 않게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플랫폼은 역시 모바일이 대세였고, 간간히 PC와 네트워크 환경을 사용한 게임도 있었습니다. 더불어 산학협력을 통해 제작된 작품과 정부 지원을 받아 연구 차원에서 개발된 증강현실 게임 등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즉, 활발한 산학협력이라는 게임교육원만의 장점을 충실히 보유한 것입니다.

▲ 팝콘크리에이티브와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학생의 산학협력 산물
'마당을 나온 암탉'

▲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등장하는 귀신을 봉인하는 증강현실 게임 '스크롤 오브 씰'
별도의 책자도 있습니다
실제로 서강대 게임교육원은 한빛소프트와 네오위즈 등 실제 게임업체와 협력하여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모바일게임 개발사 팝콘크리에이티브와 학생 프로젝트 팀을 연결해 ‘마당을 나온 암탉’ IP를 토대로 게임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연세디지털게임교육원
연세디지털게임교육원은 지난 2005년 설립됐고, 현업 종사자들을 초빙한 세미나를 꾸준히 여는 학교입니다. 더불어 게임개발에 필요한 각 파트들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머에게 3D랜더링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또한 졸업한 학생들이 벤처회사를 설립할 경우 일정 조건에 따라 학교 내부에 입주하게 하거나, 대학원 진학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진로를 열어놓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공학관 4층에서 개최된 연세디지털게임교육원 과제전은 소박한 규모로 진행됐습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공식적인 졸업전시회는 내년 2월에 시작될 예정이고, 이번에 열린 과제전은 프로젝트 중간 점검과 같은 개념이라 교내에서 전시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족적인 분위기가 풍겼습니다.

▲ 연세디지털게임교육원 과제전 현장

▲ 안내데스크 앞에 전시되어 있던 조소 작품들

▲ 벽면에 전시되어 있던 작품 중 하나
3D 모델링 실력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전시된 작품들도 풋풋한 학생의 느낌이 남아 있었지만, 개중에 프로 개발자 실력 못지않은 작품도 종종 보였습니다. 퀄리티가 높은 작품은 대부분 졸업반 4학년 학생들이 제작한 게임이었습니다.
또 특이했던 점은 교육원 입구 안내 데스크에 조소 작품을 전시했다는 것입니다. 디지털 작업이 대부분인 게임교육원 특성상 순수미술 작업은 잘 없기 마련인데, 해당 교과과정을 통해 3D 모델링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고 합니다.
▲ 연세디지털게임교육원 졸업작품 '프로젝트 발할라' 영상 (영상제공: 연세디지털게임교육원)
▲ 졸업작품 '디멘션 카니발' 영상 (영상제공: 연세디지털게임교육원)
연세디지털게임교육원 역시 과제전 외에 작품 발표회를 진행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산학협력이나 정부 지원 등과 관련된 작품을 만나볼 순 없었지만, 교육원 자체적으로 학생들의 벤처기업 창업을 도와준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연세대 디지털게임교육원의 학생들은 디지털프로그라는 개발사와 모바일게임을 공동 개발 중인데, 디지털프로그는 연세대 디지털게임교육원에서 벤처 창업 지원을 한 업체로 교육원과 같은 건물에 입주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울산애니원고등학교
이 외에, 실무 프로젝트가 평가 기준이 되는 업계 분위기에 따라 한 발 빠르게 개발에 뛰어드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졸업 후 곧바로 사회 진출을 목적으로 하는 학생들이 모이는 특수목적 및 실업계 고등학교가 그 대상으로, 현재 게임교육을 정규 학과로 채택하고 있는 학교는 경기도 하남시의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와 울산 애니원고등학교 등 전국 곳곳에 다수 존재합니다.
그 중 울산애니원고등학교는 2003년에 설립된 특수목적고등학교입니다. 애니메이션과 출판만화 등도 다루고 있지만, 대학 진학을 건너뛰고 바로 취업하는 학생들은 게임개발학과에 가장 많습니다. 특히 학교 자체적으로 공모전을 진행하거나 타 대회 참가를 장려해 학기 내내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Smarteen App Challenge 2013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울산 애니원고 학생들의 작품 'I디어' (사진제공: 울산애니원고등학교)


▲ 퍼즐게임으로 제작된 '불파리'
해당 기관들을 졸업한 학생들의 업계 진출 정도도 괜찮은 편입니다.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최삼하 교수에 따르면 현재 4학년 학생들 중 취업이 완료된 사람이 70%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졸업작품전시회 당시 만났던 모바일게임 개발사 클라이맥스에 재직 중인 졸업생 신선하씨는 “업체쪽에서 포트폴리오를 받아보고 맘에 드는 학생에게는 먼저 연락이 간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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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막내 위치를 벗어난 풋풋한 기자. 육성 시뮬레이션과 생활 콘텐츠를 좋아하는 지극히 여성적인 게이머라고 주장하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납득하지 않는 것 같음.glassdrop@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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