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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쎈 Pre-OBT, \`칼전\` 고수 다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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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게임 시장은 더 이상 건질 것도 없는 포화상태일까? 아니면 여전히 매력적인 블루오션일까?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겠지만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결론이 있다. 바로 포화상태의 시장이라도 자신만의 색깔을 갖고 있는 게임은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밀리터리 슈팅 장르에서 드물었던 3인칭 시점을 채택한 게임 ‘헤쎈’ 이 슈팅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프가 개발하고 GSP인터렉티브가 퍼블리싱하는 TPS게임 ‘헤쎈’ 이 12월 15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사전 공개 테스트(Pre-OBT)를 실시하고 있다. ‘헤쎈’ 은 기존의 FPS게임에서 보기 힘들었던 3인칭 시점과 강력한 근접공격 및 엄폐 등의 콘텐츠로 슈팅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은 슈팅 게임이다. ‘헤쎈’ 의 게임화면을 보면 캐릭터가 화면 한가운데를 가득 차지하고 있다. 이런 시점은 캐릭터의 액션을 감상하는 재미요소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유저의 시야를 방해하는 불편한 특징이 될 수도 있다. 처음 ‘헤쎈’ 이 공개되었을 때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3인칭 시점에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신선한 화면 구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 카메라님은 항상 캐릭터 뒤쪽에 계십니다

하지만 작년 8월 CBT에서 타격감 및 캐릭터의 움직임 등 기본적인 부분에서 많은 문제를 노출하자 유저들의 질타가 이어졌고, ‘헤쎈’ 에 대한 소식은 거의 1년 동안 들려오지 않았다. 이번 Pre-OBT에서 드러난 ‘헤쎈’ 의 모습은 작년과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예를 들어, 부자연스러웠던 예전 캐릭터 모션은 뻣뻣한 구석 없이 부드럽게 변화했고, 뒷걸음치는 움직임까지 세세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타격감도 개선되어 총을 쏘는 손 맛, 소위 ‘샷감’ 이 좋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멋지긴 한데 활용하기 힘드네, 피니쉬 블로우와 엄폐사격

FPS게임을 즐겨 본 유저라면 ‘칼전’ 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칼전’ 은 매우 제한적인 용도로만 쓰이던 근접무기만을 사용해 실력을 겨루는 일종의 게임모드이다. ‘헤쎈’ 은 이런 ‘칼전’ 의 특징인 근접 전투를 ‘피니쉬 블로우’ 라는 콘텐츠로 재생산했다. ‘피니쉬 블로우’ 는 적에게 가까이 접근해서 F를 누르면 발동하는데, 체력에 상관 없이 죽일 수 있어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목뼈를 꺾어버리거나 칼로 사정없이 찌르는 등 다양한 모션이 준비되어 있어 3인칭이라는 시점과 맞물려 캐릭터의 잔혹한 액션을 감상할 수 있다는 시너지 효과를 낸다. 재장전 시간이 긴 스나이퍼 라이플을 사용하다가 코앞에 적이 나타났을 때는 후퇴하면서 총을 쏘기보다는 아예 달려들어 ‘피니쉬 블로우’ 를 노릴 수도 있다. 또한 후방으로 우회해 적의 뒤를 급습하는 등 ‘피니쉬 블로우’ 는 다양한 상황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 잔인해서 인형의 목을 꺾었습니다
절대 실전에서 못 써본게 아닙니다

그러나 멋진 연출을 기대하면서 ‘피니쉬 블로우’ 일변도의 플레이를 펼치는 것은 패배의 지름길이다. 마구 총을 쏴대는 적에게 가까이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고, 찰나의 순간에도 생사가 오가는 슈팅게임의 특성 상 ‘피니쉬 블로우’ 의 시전 시간은 다소 길게 느껴졌다. 여기에 시전시간 동안 무적판정도 없어서 왠지 퍼포먼스 요소로 활용되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피니쉬 블로우’ 는 상점에서 모션을 따로 판매할 정도로 게임의 핵심 요소인데,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엄폐 시스템’ 은 캐릭터가 벽이나 기둥 같은 오브젝트에 몸을 숨긴 채 상황을 살필 수 있는 기능이다. 몸을 숨긴 상태에서도 공격할 수 있어, 골목길의 귀퉁이나 장애물 뒤쪽의 적을 사격할 때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엄폐사격은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몸을 드러내지 않은 채 공격해 안전하지만 조준할 수 없어 명중율이 낮은 사격이고, 다른 하나는 조준해서 공격하기 때문에 명중률이 높지만 몸이 반쯤 드러나 생존율이 낮다. 여기에 3인칭 시점이라는 특성상 제한적이나마 벽 너머의 시야도 확보할 수 있어, 상황에 따른 유동적, 전략적 활용이 가능하다.


▲ 두당 10$, 계산의 철저한 용병의 세계

하지만 대개 현실은 이상과 달리 냉혹하다. 눈앞에 낮은 벽이 있어서 엄폐한다면 헤드샷에 당할 수도 있고, 손만 내놓고 사격해서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손에 총알이 박혀 죽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엄폐를 맹신하는 것은 곤란하다. 또한 창턱을 뛰어 넘거나 엄폐하는 모션 도중엔 캔슬이 불가능해 점프로 장애물을 뛰어넘는 다른 FPS게임 방식이 그리울 때도 종종 있었다.

수류탄이나 최루탄 등 투척무기에 적응하는 것도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수류탄은 생각보다 폭발범위가 좁았고, 근처에 떨어지면 화면에 경고표시가 뜨면서 친절하게 알려준다. 더욱이 폭발 예상지역에 있는 플레이어는 ‘전력질주’ 스킬로 빠르게 피해버리는 덕분에 수류탄의 활용도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반면에 최루탄은 효과범위가 넓고 지속시간도 길어서 수류탄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최루탄은 공격을 봉쇄하는 효과가 있어, 좁은 지역에 몰려 있는 적들을 상대로 사용하는 등 적재적소에 사용하면 학살에 가까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 최루탄만 있으면 누구라도 람보가 될 수 있다

네비게이션에 표시가 안되는 맛집?

정말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맛집이 있어 찾아가는데 네비게이션이 길을 이상하게 알려준다면? 배가 고파도 굳이 찾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게임의 재미가 음식이라면, 유저 인터페이스는 유저를 게임의 재미로 인도하는 네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헤쎈’ 의 인터페이스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로비 화면의 밝기는 지나치게 어두웠고 색감도 칙칙해서, 활성화 버튼과 비활성화 버튼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았다. 로비에선 화면 좌측을 게임 캐릭터가 차지하고 있어 기본적인 메뉴들이 구석으로 밀려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섬세한 그래픽, 시체 등의 오브젝트에 적용된 물리효과, 신선한 콘텐츠 등 ‘헤쎈’ 의 매력은 많지만 인터페이스는 솔직히 불편한 느낌이었다.


▲ 포샵처리를 거친 스샷입니다

‘헤쎈’ 은 튜토리얼 모드를 갖췄고 기본으로 방탄복 및 고글을 지급하는 등 초보자를 위한 여러 장치가 있다. 하지만 이런 장치들을 유저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튜토리얼 모드는 게임에 처음 접속하면 자동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필자는 홈페이지에서 튜토리얼 모드가 있다는 게시물을 본적이 있어서 튜토리얼 메뉴를 찾기 시작했지만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다른 유저들에게 튜토리얼 메뉴가 어디 있는지 물어봤지만 알려주는 이는 없었다.

플레이시간이 10시간을 돌파하니 슬슬 ‘헤쎈’ 의 전반적인 콘텐츠를 다 즐겨봤다는 생각이 들었고 리뷰 자료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팀원이 “왜 기본 방탄복 안 입으세요? 잘 죽을텐데…” 라고 말했고 필자가 느낀 당혹스러움은 지금도 생생하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아이템을 획득했다는 메세지를 읽어본 적이 없는데 기본 방탄복이 있다니? 장시간 게임을 즐기면서 인터페이스에 충분히 적응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오산이었다. 방탄복과 고글 등의 아이템은 인벤토리-캐릭터-방어구 탭에서 확인 가능했다.


▲ 왠지 정이 가는 흑인 캐릭터

전체적으로 풍성한 볼륨

서비스 초기에 게임이 겪을 수 있는 문제는 맵, 게임모드 등 콘텐츠가 적을 수 있다 것이다. 하지만 ‘헤쎈’ 의 볼륨은 Pre-OBT라기엔 비교적 큰 편이다. 폭파미션, 섬멸미션, 개인미션, 공습미션 등 다양한 게임모드가 준비되어, 쉽게 지루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또한 현재까지 공개된 맵은 크로스파이어, 그레이브야드, 랩스내처, 킵어웨이, 스노우크래시, 버닝플레이트 등 6종이며 여기에 밤/낮으로 세분화되어 있어 밤/낮에 따라 다르게 느껴졌다.

어설트라이플, 서브머신건, 스나이퍼라이플, 샷건, 머신건, 권총 등 6종의 총기에 파츠별로 개조할 수 있는 ‘건스미스 시스템’ 이 있어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매우 다양하다. 여기에 ‘근접 전술 지원’ 에 쓰이는 특수 무기와 앞서 말한 ‘피니쉬 블로우’ 모션 및 보조 장비까지 있어, 맵뿐만 아니라 아이템에서도 풍성한 볼륨을 자랑한다.


▲ 입맛에 맛는 무기를 만들 수 있다

특히 ‘건스미스’ 는 총신, 총열, 방아쇠, 가늠쇠, 탄창, 개머리판으로 구분되는 총의 파츠를 취향에 맞게 교체하는 개조 시스템으로 반동, 연사력, 대미지 등 세세한 특성까지 조정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취향에 맞는 나만의 무기를 만들 수 도 있었다. 또한 사격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개조 비용을 지불하기 전에 미리 총기의 성능을 체험할 수 있어서 매우 유용했다.

다만 총기 밸런스 조절에 있어서는 미흡한 모습을 보여 빛이 바랬다. HK, M4 등 일부 총기는 높은 집탄율, 연사력, 기동성을 두루 겸비해 과도한 오버파워를 보였다. ‘건스미스 시스템’ 은 총기의 성능을 변화시키므로 개발사가 신경 쓰지 않는다면 심각한 밸런스 파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여기에 개조가 가능한 무기의 수도 적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 꽤 사실적인 사격장의 풍경

소소한 것들을 제외하면 게임 자체는 수준급

이번 Pre-OBT에서 ‘헤쎈’ 은 완벽한 모습이 아니었다. 핵심 콘텐츠인 ‘피니쉬 블로우’, ‘엄폐’, ‘건스미스’ 등이 약간씩 문제를 드러냈고, 게임실행이 안되거나 도중에 튕겨버리는 오류가 종종 발생해서 유저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또한 유저의 편의와 적응을 고려한 시스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친절한 인터페이스 때문에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 방장이 변경되면 수많은 버그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헤쎈’ 은 길었던 개발기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할 정도의 게임성은 보여주었고,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제외하면 게임 자체는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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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TPS
제작사
게임소개
언리얼3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된 ‘헤쎈’은 국내 최초 밀리터리 TPS(Third Person Shooter)로 기존 FPS 게임들의 1인칭 시점에서 벗어나 3인칭 시점을 통해 쏘고 맞추는 다소 특이한 방식을 취하...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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