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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선의 시장분석] 일본게임시장의 몰락, 게임계도 아메리칸 드림이 불어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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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없음

세계게임시장이 변하고 있다. 비디오게임하면 최강국으로 불리우던 '게임제국 일본'도 이제 옛말이 되어 버렸다. 현재 플레이스테이션 2와 게임큐브로 전 세계의 비디오게임 시장의80%이상을 점령하고 있는 일본이지만 자국내 소비자 마켓시장이 꽁꽁 얼어붙어있다.일본의 게임기업들은 게임이 팔리지 않는다고 난리다. 또한 일본의 대기업들은 나날이 합병설이 나돌고 있으며 일본의 대표적인 게임대기업인 스퀘어사와 에닉스사는 이미 4월 1일자로 합병되었다. 북미게임시장과 유럽게임시장의 무서운 성장속에서 일본 게임메이커들의 현주소와 그들의 나아갈길을 조명해본다.

(1) 일본게임시장, 경종을 울리다
전세계 비디오게임시장을 이끌어가는 일본이지만, 사실 최초 가정용 비디오게임 시장은 북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가정용게임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아타리사는 80년대초 미국에서 개발된 '아타리'를 대히트시켰으나 게임 개발사에 지나친 개방정책으로 인해 '수준미달의 게임양산'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크나큰 패배를 맛봐야만 했다. 이러한 `아타리 쇼크`를 반면교사(反面敎師)삼아 게임기를 세계적으로 성공시킨 것이 바로 일본의 닌텐도사이다. 이들은 `아타리 쇼크`의 실수를 분석하여 일정수준 이상의 개발능력 및 자금을 보유한 개발사에게만 자사 게임기용 게임개발에 대한 라이센스를 지급했고 이 정책은 크게 성공하며 패미컴으로 전 세계의 게임시장을 지배하는 닌텐도왕국을 설립하게 해주었다.

시대가 흘러 패미컴이 발매된지도 20년이 흘렀다. 닌텐도에서 소니로 패권의 양도는 있었으나 여전히 전세계의 게임기 하드웨어 시장은 일본 지배하에 있다. 소니사의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는 1억 3천대가량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현 시대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2(이하 PS 2)만해도 5천만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X박스로 가정용게임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아직까지 PS 2의 벽은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어째서 일본 게임시장은 위기란 말인가?

 

▶닌텐도를 게임왕국으로 만들어준 패미컴

 

▶현재 시대를 장악하고 있는 PS2

문제는 소비시장에 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구분짓자면 과거 일본 비디오게임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이뤘던 터닝포인트 시점은 PS 1시절, 좀 더 정확하게 시기를 구분짓자면 스퀘어사의 파이날 판타지 7의 발매이후가 아닌가 싶다. 비디오게임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던 작품 '파이날 판타지 7'은 일본내에서만 320만장이상의 판매고를 보였으며 북미에서도 100만장을 돌파하며 일본식 RPG로서는 이례적인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와 더불어 일본의 비디오게임시장의 발전도 급격해졌다. 세가새턴과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64의 쟁체제였던 일본게임기의 삼국지는 파이날 판타지 7의 발매와 함께 PS 1쪽으로 급격하게 승세가 기울어졌으며 PS 1의 판매기세는 무섭게 가속이 붙었다. 더불어 소프트웨어의 판매갯수도 상당히 많아졌다. 파이날 판타지 8이 발매되었을 무렵에는 비디오게임시장의 소프트웨어 판매율이 최고조에 달했으며 일본경제가 그랬듯이 게임시장에서도 적지 않은 버블이 형성되었다. 우선 다음표를 살펴보도록 하자.

<표 1-1 : 1997년 소프트웨어 판매량>

순위

게임 타이틀

유통사

플랫폼

장르

판매량

1

포켓몬스터(레드, 블루, 그린)

닌텐도

GB

RPG

3,995,988

2

파이날 판타지 7

스퀘어

PS

RPG

3,277,290

3

더비 스타리온

아스키

PS

SLG

1,581,138

4

파이날 판타지 택틱스

스퀘어

PS

SRPG

1,237,328

5

사가프론티어

스퀘어

PS

RPG

1,057,263

6

모두의 골프

SCE

PS

SPT

1,023,168

7

파라 파 레퍼

SCE

PS

MUS

761,621

8

I.Q.

SCE

PS

PZG

749,138

9

타마고치

반다이

GB

SLG

746,383

10

슈퍼마리오 카트 64

닌텐도

N64

RAC

731,385

11

쵸코보의 이상한 던전

스퀘어

PS

RPG

648,901

12

그란트리스모

SCE

PS

RAC

648,650

13

슈퍼동키콩 3

닌텐도

SFC

ACT

582,505

14

뿌요뿌요

컴파일

PS

PZG

511,640

15

크래쉬 밴디쿳

SCE

PS

ACT

507,829

16

에이스컴뱃 2

남코

PS

STG

506,272

17

크래쉬밴디쿳 2

SCE

PS

ACT

498,835

18

프론트미션 2

스퀘어

PS

SRPG

496,200

19

몬스터 팜

테크모

PS

BSLG

496,197

20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97

코나미

PS

SPT

488,309

21

슈퍼로봇대전 F

반프레스토

SS

SRPG

464,168

22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남코

PS

RPG

450,099

23

전차로 GO!

타이토

PS

SLG

439,948

24

브레스 오브 파이어 3I

캡콤

PS

RPG

425,497

25

부시도 블레이드

스퀘어

PS

FIG

387,937

26

신세기 에반게리온 2nd Impression

세가

SS

SLG

387,382

27

스타폭스 64

닌텐도

N64

STG

373,479

28

바이오하자드 디렉터즈 컷

캡콤

PS

A.AVG

368,052

29

슈퍼마리오 64

닌텐도

N64

ACT

361,302

30

힘내라 모리카와군 2호

SCE

PS

SLG

339,731

<표 1-2 : 1998년 소프트웨어 판매량>

순위

게임 타이틀

유통사

플랫폼

장르

판매량

1

바이오 하자드 2

캡 콤

PS

A.AVG

2,155,266

2

포켓몬스터 (레드, 그린, 블루)

닌텐도

GB

RPG

1,739,391

3

그란투리스모

SCE

PS

RAC

1,495,761

4

포켓몬스터 옐로우

닌텐도

GBC

RPG

1,266,675

5

드래곤퀘스트 몬스터즈 : 테리의 원더랜드

에닉스

GBC

RPG

1,224,039

6

철 권 3

남 코

PS

FIG

1,186,119

7

패러사이트 이브

스퀘어

PS

RPG

994,560

8

유희왕 듀얼 몬스터즈

코나미

GBC

CRD

937,800

9

제노기아스

스퀘어

PS

RPG

892,015

10

젤다의 전설 : 시간의 오카리나

닌텐도

N64

ARPG

824,952

11

실황 월드싸커 위닝일레븐 3

코나미

PS

SPT

750,881

12

스타오션 세컨드 스토리

에닉스

PS

RPG

700,457

13

사 이

SCE

PS

PZG

686,042

14

메탈기어 솔리드

코나미

PS

A.AVG

674,591

15

SD 건담 G 제네레이션

반다이

PS

SLG

669,368

16

브레이브펜서 무사시전

스퀘어

PS

ARPG

648,803

17

R4: 릿지레이서 타입 4

남 코

PS

RAC

557,227

18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98

코나미

PS

SPT

550,836

19

비트매니아

코나미

PS

MUS

532,910

20

쵸코보의 이상한 던전 2

스퀘어

PS

SRPG

517,272

21

슈퍼로봇대전 F 파이날

반프레스토

SS

SRPG

514,089

22

전차로 GO!

타이토

PS

SLG

510,068

23

사쿠라대전 2

세가

SS

SLG

509,445

24

모두의 골프

SCE

PS

SPT

499,120

25

포켓몬스터 스타디움

닌텐도

N64

SLG

491,495

26

피카츄 겐키데츄

닌텐도

N64

ETC

491,467

27

크래쉬밴디쿳 3

SCE

PS

ACT

458,749

28

피파 로드 투 프랑스 98

EA스퀘어

PS

SPT

455,910

29

월드 스타디움 2

남 코

PS

SPT

422,285

30

크래쉬밴디쿳2

SCE

PS

ACT

395,884

<표 1-3 : 1999년 소프트웨어 판매량>

순위

게임 타이틀

유통사

플랫폼

장르

판매량

1

포켓몬스터 (골드, 실버)

닌텐도

GB

RPG

3,628,624

2

파이날 판타지 8

스퀘어

PS

RPG

3,501,807

3

바이오하자드 3 : 라스트 이스케이프

캡 콤

PS

AVG

1,339,022

4

닌텐도 스매쉬 브라더즈

닌텐도

N64

FIG

1,308,124

5

그란투리스모 2

SCE

PS

RAC

1,145,514

6

댄스 댄스 레볼루션

코나미

PS

MUS

1,005,441

7

유희왕 듀얼몬스터즈 2

코나미

GBC

CRD

897,095

8

더비스타리온 99

아스키

PS

SLG

798,944

9

모두의 골프 2

SCE

PS

SPT

782,874

10

포켓몬스터 핀볼

닌텐도

GB

TBG

765,263

11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99

코나미

PS

SPT

751,864

12

성검전설 : 레전드 오브 마나

스퀘어

PS

ARPG

706,342

13

디노 크라이시스

캡 콤

PS

AVG

676,703

14

사가프론티어 2

스퀘어

PS

RPG

675,446

15

드래곤퀘스트 몬스터즈

에닉스

GBC

RPG

671,817

16

포켓몬스터 스타디움 2

스퀘어

N64

BSLG

668,598

17

몬스터 팜 2

테크모

PS

BSLG

640,246

18

어디라도 함께

SCE

PS

BSLG

628,272

19

J리그 위닝일레븐 4

코나미

PS

SPT

608,352

20

포켓몬스터 카드

닌텐도

GBC

CRD

607,193

21

유희왕 듀얼 몬스터즈

코나미

GBC

CRD

585,244

22

댄스 댄스 레볼루션 2nd mix

코나미

PS

MUS

583,669

23

톨네코의 대모험 2

에닉스

PS

RPG

578,227

24

드래곤퀘스트 1&2

에닉스

GB

RPG

567,782

25

크로노 크로스

스퀘어

PS

RPG

565,489

26

SD건담 G제네레이션 제로

반다이

PS

SLG

497,966

27

포켓몬스터 스냅

닌텐도

N64

ETC

495,768

28

동키콩 64

닌텐도

N64

ACT

477,474

29

심플 1500시리즈 VOL.1 마작

D3

PS

TBG

477,453

30

마리오골프

닌텐도

N64

SPT

470,779

앞의 순위는 파이날 판타지 7과 8이 발매된 시기(1997년 ~ 1999년)에 일본 소프트웨어 판매량 집계이다. 당시는 스퀘어의 전성기다. 파이날 판타지 7의 대성공으로 인해 스퀘어의 브랜드밸류는 최고조에 달했으며 스퀘어게임이라면 안해보고도 재밌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신뢰가 두터웠다. 따라서 표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스퀘어 게임 중 밀리언셀러인 게임이 5개나 된다(위의 표는 1년간 판매량이기 때문에 누적판매량으로 따지면 7개다). 뿐만 아니라 스퀘어브랜드의 제품이라면 어떤 장르이건 일정 이상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순위에는 없지만 스퀘어 게임 중 게이머들에게 많은 비평을 받았던 비주류 장르의 게임 '어나더 마인드'라는 작품도 4만장이상이 판매되었을 정도니 스퀘어작품에 대한 거품이 얼마나 강했는지 느낄 수 있다. 훗날 파이날 판타지 9편의 판매량이 8편에 비해 크게 감소한 원인을 여러가지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파이날 판타지 7편의 히트로 8편에서 거품처럼 생겨난 허수층이 9편에서는 빠져나가면서 실수층만이 제품을 구입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함께 2000년대가 시작되면서부터 서서히 게임시장에 거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는 일본의 경제불황과 더불어 전개되었지만 이미 일본게임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결론이 나오기 시작한다. 미국시장은 게임기들의 경쟁이 파이전체를 키우고 있는 반면 일본시장은 포화상태가 된 파이를 나눠먹는 실정이 되버렸다는 것이다.

 

▶게임시장 판도를 뒤흔든 파이날 판타지 7

 

▶거품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파이날 판타지 9

2000년 3월 4일 소니는 PS 1의 후속기종인 PS 2를 발매하기에 이른다. DVD재생기능이 포함되며 단순히 게임기가 아닌 하나의 멀티단말기이다. 게임업계는 PS 2의 발매로 인해서 게임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출발은 업계의 이런 기대를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발매 이틀만에 98만대라는 경이적인 판매를 보여준 것이다. 이는 국내 방송사를 포함하여 전세계뉴스에 화제거리로 떠올랐다. PS 2의 초반판매실적은 전세계적으로 8천만장가량이 팔려나가며 대히트한 PS 1보다도 10배나 빠른 페이스였다.

PS 2는 성공할 수 있는 조건들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많은 게이머들은 PS 1의 하드웨어 스펙에 대해 한계를 보았고 PS 1과는 비교할 수 없는 스펙을 가진 후속기종을 요구했다. 더욱이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DVD기능을 비교적 싼값에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적지 않은 메리트로 작용했다. PS 1소프트의 연동이라는 점도 성공한 브랜드의 유저들을 그대로 가지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메리트를 주었다. 이렇게 소니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요인들을 모두 포섭하며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없어서 못팔 정도의 인기를 보였던 발매당일

 

▶소니의 DVD 기능에 대한 마케팅은 큰 효력을 봤다

PS 2가 발매되고나서 얼마 후 한 게임개발자가 쓴 컬럼으로부터 불길함을 느꼈다. 당시 컬럼을 쓴 개발자의 이름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핵심내용은 무엇이었는가 하면...

- "PS 2로 게임을 개발하면서부터 개발비용이 적지 않게 상승했다. 그러나 상승한 개발비용과 비례하여 수익이 증가하지 않아 제작자들이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일본 게임제작자)

과연 그럴법도 했다. 쉽게 말해서 중소기업들이 많이 고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일본의 게임평론가 중 한사람이 잡지 기고글을 통해 게임개발체제가 변화하면서 대기업만 살아남고 중소기업이 점점 어려워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 같다는 기사도 본 적이 있다. 그렇지만 당시의 페이스대로라면 대기업도 "우리는 자본력이 있으니까..."하고 안심할 수 있었던 상황은 아니었던 것같다.

여담이지만 일본게임과 북미게임의 개발상의 차이점이 있다면 일본은 게임기로 개발을 시작했기 때문에 기획력이 탄탄하다. 게임의 밸런스를 잡는 부분이라든가 치밀한 설정은 정말 혀를 내둘 정도이다. 이것이 PC게임을 기반으로 성장한 북미게임과의 차이점이다. 북미게임은 PC를 기반으로 개발이 시작되어서 엔진의 중요성을 자주 언급하곤 한다. 그래픽이나 엔진 등의 기술력 등을 내세울만 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등장하는 북미게임의 프로그래밍이나 기획력도 점차 일본게임 못지 않게 탄력을 받아가고 있다.

 

 

▶둠 시리즈의 엔진기술력은 최강이다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레벨디자인도 최강

 

 

 

▶압도적인 퀄리티의 게임 FF10

 

▶탄탄한 기획과 프로그래밍으로 맞선 GTA

그랜드 시프트 오토의 기획력이나 프로그래밍 능력은 정말 뛰어나다. 맥스페인이나 스플린터 셀 등의 게임들도 북미게임이 얼마나 질적인 발전을 보여주고 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물론 그래도 아직까지는 일본소프트들이 한수위에 있다고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더 버텨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북미게임은 그만큼 무서운 속도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일본게임은 이쯤에서 화려한 그래픽이나 사운드, 디스플레이될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한 기획력이나 게임의 본질적 재미에 대한 부분에서 과거 게임들을 답습하여 온고지신(溫故知新)할 필요성이 있다. 지금 검토하지 않는다면 때는 이미 늦어 버릴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본업계 한편에서는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맥스페인

 

▶스플린터 셀

어찌되었건 PS 2가 발매되고 현재까지 계속적인 일본게임시장의 불황이 이어져 내려왔다. 현재는 과거 전성기보다 60~70% 정도의 판매에 그치고 있다.이는 단순히 일본경제의 침체라든가 소비심리의 위축, 게임에 대한 열기가 식었다든지 게임의 질적인 문제 등의 한가지 문제만이 아닌 복합적인 문제이다. 사태를 파악하고 해결하기가 걷잡을 수 없이 힘들어졌다. 시장이 나빠지면 가장 힘들어지는 것은 역시 메이커측이다. 최근에는 게임계 대기업들의 매수설이 줄이어 보도되고 있으며 현재는 결렬되었지만 세가의 계속된 합병설, 스퀘어-에닉스 등의 내노라하는 대기업도 합병하고 있는 추세다. 이렇게 일본시장내에서의 경기가 좋지 않으니 당연히 메이커들은 해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해외시장에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북미에서만 그란투리스모 3가 300만장 가까이, 메탈기어 솔리드 2가 200만장 가까이 판매되는 상황에서 일본메이커가 가진 기술력을 더 이상 침체된 일본시장에서만 발휘할 수 있는 실정이 아니다. 이제 일본 게임메이커들에게도 '아메리칸 드림'이 불어닥치고 있는 것이다.

 

▶스퀘어-에닉스의 합병

 

▶북미시장 공략이 필요하다

(2) 일본시장 몰락의 상징, 세가의 몰락
일본게임시장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대변해주고 있는 기업, 바로 세가다. 오오카와 이사오회장의 별세와 드림캐스트를 마지막으로 한 하드웨어 산업의 포기, 그리고 이제는 주가가 1000엔 이하로 붕괴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세가는 닌텐도와 함께 일본의 게임시장을 이끌어 온 일본의 대표적인 게임브랜드이다. SMS - 메가드라이브 - 세가새턴으로 이어지는 하드웨어를 선보이면서 가정용게임기 시장에 패권을 노렸지만 16비트시절까지는 닌텐도에게, 32비트시절부터는 소니에게 참패를 당하면서 '만년 2위'라는 불명예스러운 닉네임을 추가한다. 마지막으로 패권을 노렸던 하드웨어 드림캐스트는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지만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결국 플레이스테이션 2에게 무릎을 꿇고말았다. 세가는 이 드림캐스트를 마지막으로 하드웨어산업을 포기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 때 필자와 마찬가지로 마음이 착잡했던 세가팬들은 한둘이 아니었으리라.

결국 하드웨어 산업 포기로 인한 경영상의 타격을 예상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소프트웨어의 판매량을 넓혀나가 세계최대의 쉐어율을 가지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가정용 소프트웨어의 판매부진으로 계속해서 세가는 업적을 하향조정하는 비참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세가가 제시했던 야무진 시나리오앞에는 자욱한 먹구름만이 들어앉았다. 결국 세가는 사미, 남코 등의 기업과 합병을 추진하다가 끝내 결렬, 자력 재건을 바라봐야하는 상황이다.  

 

▶북미에서 좋은 반응을 보인 메가드라이브

 

▶드림캐스트는 초반엔 선전을 했지만...

아직도 잊지 못한다. 2001년 1월의 일이다. 뉴스를 찾기위해서 인터넷을 뒤적거리던 순간 마이니치에서 충격적인 뉴스를 봐 버렸다.

- 세가, 가정용게임기 개발, 제조 철수

직접 보고서도 눈을 의심했을만큼 믿어지지 않았던 속보였지만 곧 마음을 추스리면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일개 일본게임회사의 사업철수 이야기거리일 수 있지만 국내에도 적지않게 존재했던 세가팬들의 반응은 암울했다. 일본의 게임팬들을 물론이거나와 세가를 사랑하는 전세계의 게임팬의 통곡이 들리는 것 같았다. 아케이드 시장에서 늘 최고를 고수해왔고 언제나 새로운 하드웨어와 새로운 게임으로 게임팬들과 함께 역경을 보내온 세가 아니었던가? 세가의 악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얼마 후 3월(2001년)에는 세가의 회장인 오오카와 이사오회장이 심부전증으로 인해 별세를 했다. 이는 세가의 몰락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으며 세가뿐만 아니라 일본게임업계 전체로서도 큰 손실이었다.

'일본의 엔젤' - 古 오오카와 이사오(大川功, 1928 ~2001)
일대에 CSK를 일으켜 그 이익을 기초로 게임회사 세가 엔터프라이즈(현 세가), 출판사 아스키, PC유통 아토전자공업(현 CSK 일렉트로닉)을 차례차례 산하로 거두었다. 은행이 산업을 육성할 수 없게 된 후에 미국적인 '엔젤'에 가까운 역할을 일본에서 최초로한 경영자로서 상징적인 존재였다.
오오카와 이사오가 세가가 하드웨어산업을 포기하며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개인자산 850억엔을 증여한 사건은 유명하다. 이는 전세계적인 뉴스가 되기도 했으며 미국의 한 언론은 "오오카와같은 사람이 일본에 있다는 것이 정말 부럽다. 일본으로서는 큰 행운이다"라고 그의 업적을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운명의 장난인지 얄궂게도 오오카와 이사오는 세가가 하드웨어산업을 철수한 것을 지켜본 후 얼마뒤에 별세를 했다. 아스키의 세이와히코 부회장은 오오카와에 대해서

"CSK, 세가의 오너였다고 하는 것보다 일본 산업계 특히 정보산업 모두에 있어 역사에 남는 벤처의 아버지였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명복을 빌고싶다."

라고 고인의 명복을 빌기도 했다. 세가를 일으키고 세가의 성장을 지켜보며 세가의 몰락을 지켜보고 별세를 한 오오카와 이사오. 그가 지금 저 세상에서 세가를 지켜보고 있다면 어떤  심정일까?... 

오오카와 이사오회장의 별세 후 세가는 발표한 것처럼 소프트웨어 시장을 집중공략하기 시작했지만 계속에서 실적은 악화되어갔다. 오오카와회장의 별세는 작게는 세가의 몰락, 전체적으로는 일본게임시장의 몰락을 예고했던 것이 아닐까? 최근 세가의 마스코트 '소닉'을 개발한 소닉팀의 사장 나카유지가 한 발언이 가슴을 조인다.

- 지금 같아서는 오오카와 회장님 묘에 찾아갈 용기가 없습니다. (나카유지) 

▶하드웨어 산업의 철수

▶오오카와 이사오의 별세

▶세가가 가야할 길은...?

세가의 몰락은 이미 몇 년전 아니 10년전부터 예견되어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말을 흔히들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세가의 게임은 이상하게 안팔린다"

세가가 하이퀄리티 작품을 만들어서 발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항상 예상을 밑도는 것을 보여줘왔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더 재밌는 것은 세가 경영자들이다. 게이머들 혹은 언론사에서나 할법한 말들을 그들도 스스로 되내여왔다. "이상하게 우리게임은 팔리지 않는다"라는 식의 발언 말이다. 확실히 세가는 경영마인드가 없다. 아니, 경영마인드를 떠나서 자사의 게임이 팔리지 않는 것을 "이상하다"라고 스스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발군이다. 세가의 경영스타일을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재미난 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

① 왜 안팔리는지를 몇 년이 지나도 분석을 못하고 있다. 정말로 '이상하다'고만 생각하는 걸까?

 ② 매너리즘에 빠져있다. 이를테면 버추어파이터는 안팔리면 이상한거고 의외에 타이틀이 팔려도 이상한거다.

③ 각 개발사들의 개성과 권한이 너무 강하다. 한 예로 발매일 조정하는데만 해도 적지 않은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④ 컨텐츠 활용이 능숙하지 못하다. 이 부분은 ③번 문제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⑤ 기술력을 중시하는 나머지 비용이 높기 때문에 채산성이 맞지 않는 타이틀이 많다.

- 기타 마케팅능력의 구멍, 아케이드 마인드로 가정용사업을 하는 문제 등을 꼽을 수 있지만 여기서는 제외하기로 한다.

(※ 개인적인 분석이니만큼 진리가 아닌 하나의 시각으로 바라봐줬으면 한다)

① 정말로 이상하다고만 생각하는걸까?
세가게임이 안팔리는 것이 몇 년간 시장에서 지속되고 있는 것은 역시 분석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실제로 SMS 시절부터 PS 2로 발매하는 현 시대까지 세가의 밀리언셀러 작품은 오로지 세가새턴용 '버추어 파이터 2'뿐이다. 어쩌면 지금까지는 "하드웨어의 쉐어가 높지 않다 = 소프트웨어 판매가 적을 수밖에 없다"는 공식을 각인시키며 스스로를 위로했을지도 모른다. 항상 자사의 하드웨어로만 게임을 발매했었고 자사의 하드브랜드는 늘 2위였다. 보급량이 적었기 때문에 판매량이 다른 기종의 타이틀만큼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현재 톱을 달리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2 등으로도 충분히 게임을 발매하고 있으며 여러 기종으로 다양한 라인업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세가의 게임은 팔리지 않는다. 분석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분석을 하는 방향이 잘못 잡혀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어떤 경우라도 이상하게 안팔리는 타이틀이란 없다.

세가는 그 '이상함'을 분석해야 한다. 게이머들이 구입을 하지 않는 이유나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 등까지 고려해보면서 시장조사를 위해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야할 판이다. 손으로 턱을 받치면서 갸우뚱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다른 팔리는 게임도 분석해야한다. 자사의 게임이 고연령과 저연령, 매니아와 라이트라는 그래프상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도 분석해야한다. 즉, 게임개발성향 자체에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이제 세가는 '이상하게' 팔리는 게임을 만들어야 할 시기다.

<그래프 1-1> 세가게임의 현주소

 

▶그래프에서 보다시피 세가게임은 전체적으로 매니아성을 가지고 연령층이 높은게임이 집중 분포되어있다. 즉, 적자의 원인의 하나로 이러한 편중된 그래프를 들 수 있겠는데 앞으로는 좀 더 저연령층이나 라이트층을 겨냥한 가벼운 게임도 만들어내야 한다. 실제로 몽키볼이나 소닉 등의 판매량은 좋았다.

②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
버추어 파이터는 세가의 간판 타이틀이다. 이 타이틀이 부진을 하면 '이상하게' 안팔리는 것이다. 반면 의외의 게임들이 팔려주면 그것 또한 '이상하게'생각한다. 쉔무가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쉔무가 기대이하의 판매를 보였다면서 아쉬워했던 과거가 있다. 세가측의 마음은 이런 것이다. 게임제작의 거장 '스즈키 유'가 7년이나 공을 들여서 만든 작품이고 당대 최강의 그래픽과 화제를 만든 작품인데 왜 안팔리는가? 분명히 장대한 스케일과 당대 최강의 그래픽, 화제성은 게임의 완성도를 떠나서라도 충분한 판매가 이루어졌어야 한다는게 세가측의 자위적인 마음이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안팔린 것은 역시 쉔무라는 게임이 게이머에게 발휘하는 영역 혹은 게임성에 대한 문제부터 짚어봐야한다. 물론 오히려 그만큼이나마 팔린 것이 '스즈키 유'라는 인물의 영향력 덕분이라고 생각해보면 원래는 더 안팔릴 수도 있던 작품이었다는 결론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쉔무 외에도 브랜드나 특정 타이틀은 전반적으로 혹은 과거의 명성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한다.

또한 해외시장의 부진 이유도 일본식 환경을 미국인에게 주입하려고 하지 말고 미국식 환경에 맞춰서 게임을 제작해야한다. 세가가 취향차이라는‘이론’자체를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히 매너리즘이 어딘가에 박혀있는 것은 분명하다. 북미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르인 스포츠게임만 보더라도 지극히 일본적인 '시뮬레이션'요소를 강조하는 것보다는 미국에서 어필할 수 있는 '익사이팅'한 부분을 강조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좋은 게임은 국경을 초월한다"는 이론은 물론 맞는 것이지만 모든 장르 혹은 모든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은 아니다. 적당히 정서에 맞는 변형, 가공이 필요한 것은 누구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최근 발매된 버추어 파이터 4 에볼루션의 예상외의 부진도 "이상하게 안팔렸다"보다는 다음과 같은 대안이 필요하다.

<그래프: 대안마련의 예>

또한 안팔리는 세가게임 중에서도 50만장이상의 판매를 보였던 'J리그 프로축구클럽을 만들자 2'가 팔렸던 원인을 분석해보며 현시대의 시장에서 요구하는 게임은 무엇이며 세가가 잘해낼 수 있는 것 중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한 심각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전작은 나름대로 성과를 올렸지만 에볼루션은 부진

 

 ▶J리그 축구클럽을 만들자 2는 롱런하면서 50만장을 넘었다

③ 각 개발사들의 권한이 너무 강하다
세가의 개발사들은 정말 유명하고 매력적이다. 세가의 간판인 세가 AM-2를 필두로 소닉팀, 오버웍스, 히트메이커, 와우엔터테인먼트, 어뮤즈먼트비전, 스마일비트 등 10개의 강력한 개발팀을 가지고 있다. 개발팀 하나가 웬만한 유력 게임회사의 영향력과 맞설 정도로 그들의 파워는 굉장하며 기술력도 높다. 외부에서 바라본다면 저런 유능한 개발팀이 한둘도 아니고 10개씩이나 된다는 것만으로 세가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세가의 문제점은 이들의 강한 개성으로부터 온다. 결과론적으로 접근한 것이지만 애초에 개발팀을 별도의 회사로 분산시킨 것이 화근이다.

로고

개발사명

대표작

세가 AM 2

버추어파이터, 쉔무, 버추어캅, 비치스파이커스

히트메이커

크레이지택시, 파워스매쉬, 버추어 온

와우엔터테인먼트

하우스 오브 더 데드, 다이너마이트형사, 세가GT

어뮤즈먼트비전

버추어 스트라이커, 슈퍼몽키볼, 데이토나 USA

세가롯소

세가랠리, 이니셜D, 카드캡터 사쿠라

스마일비트

젯셋라디오, 건발키리, 프로축구팀을 만들자

오버웍스

사쿠라대전, 시노비, 이터널 아카디아

웨이브 마스터

룸매니아, NBA 2K2(프로듀스)

소닉팀

소닉어드벤처, 판타지스타 온라인, 나이츠, 츄츄로켓

유나이티드게임 아티스트

스페이스채널 5, Rez

세가는 과거 자사의 개발팀을 10개의 자회사로 나누어 독자적으로 채산을 관리시켰다. 개성있는 팀을 분사화시켜 타이틀 개발에 전력할 수 있는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 의도였지만 이것이 결국 경영상의 큰 실수였다. 개성강한 이 개발팀의 권한이 강해지면서 경영효율이 악화되었다. 타이틀의 발매일 조정부분만 봐도 그렇다. 어느 시기까지 어떤 작품은 나와줘야 한다고 본사에서 이야기되고 있지만 개발팀은 본사에서 요구하는 발매일을 맞추지 못하고 개발을 연기한다.

또한 각 개발팀으로부터 나오는 작품들 사이에서도 발매주기를 맞춰야 하지만 개발팀이 많고 주장이 워낙 센지라 이 부분에서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과적으로 세가 경영진들이 각 개발사들을 컨트롤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세가는 과거 자사의 개발팀을 10개의 자회사로 나누어 독자적으로 채산을 관리시켰다. 개성있는 팀을 분사화시켜 타이틀 개발에 전력할 수 있는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 의도였지만 이것이 결국 경영상의 큰 실수였다. 개성강한 이 개발팀의 권한이 강해지면서 경영효율이 악화되었다. 타이틀의 발매일 조정부분만 봐도 그렇다. 어느 시기까지 어떤 작품은 나와줘야 한다고 본사에서 이야기되고 있지만 개발팀은 본사에서 요구하는 발매일을 맞추지 못하고 개발을 연기한다. 또한 각 개발팀으로부터 나오는 작품들 사이에서도 발매주기를 맞춰야 하지만 개발팀이 많고 주장이 워낙 센지라 이 부분에서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과적으로 세가 경영진들이 각 개발사들을 컨트롤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개발팀과 카야마 전 COO간에 마찰이 심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세가의 가정용 게임기부분의 실적악화와 함께 이를 이끌었던 카야마 COO의 인기가 떨어졌다. 세가 사내에서는 '반(反) 카야마' 세력의 흐름이 일어나기도 했다. 카야마 전 COO가 자기 주장이 강하고 성격이 별나 현장에서의 마찰이 많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런 마찰음 자체가 이미 카야마 전 COO가 경영자가 가지고 있을 '카리스마'의 부재와 연결되며 개발팀을 컨트롤할 수 있는 '카리스마'적인 인물이 있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맞아떨어진다.

반면 그런 인물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개발팀이 컨트롤되어지는가 하는 문제는 다르다. 개발팀의 개성과 권한은 세가로부터 독립해도 될만큼 강해질 대로 강해졌으며 이 사이에서 COO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개발이 조금 제한을 받는 상황이 되더라도 경영 > 개발의 원칙을 다시 찾아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가의 사장으로 새롭게 부임한‘오구치 히사오’의 카리스마 경영이 절실하다. 현재로서는 세가의 자회사를 정리하여 경영효율을 높이려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현재까지 세가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한 듯 하지만 문제는 사장이 카리스마를 높이면서 생기는 마찰이나 그밖의 휴우증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카야마 COO는 결국 물러났다

 

▶새롭게 취임한 오구치 히사오

④  컨텐츠 활용이 능숙하지 못하다닌텐도나 코나미만큼 자사의 컨텐츠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기업도 드물 것이다. 근래에 들어와서 너무 심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여론도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의 컨텐츠 활용 타이틀들은 잘 팔려나간다. 닌텐도처럼 활용컨텐츠가 많이 있는 기업이 과거 닌텐도를 상대로 수년간을 경쟁해오며 히트작을 여럿 만들어낸 세가다. 컨텐츠를 활용한 작품은 기본적인 수준은 어김없이 팔려준다.

※ 여기서 컨텐츠게임은 원작이 있는 '마리오'를 출현시키는 '스매쉬 브라더즈' 등의 캐릭터 활용게임으로 정의해둔다.

그렇기 때문에 닌텐도는 '마리오'라는 대표적인 브랜드를 활용한 다양한 게임으로 성공을 거두었으며 닌텐도 스매쉬 브라더즈는 잘짜여진 게임성과 함께 닌텐도의 게임컨텐츠를 멋지게 사용하여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밀리언셀러 소프트 중 하나다. 이 컨텐츠의 활용도가 닌텐도와 세가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수년간 수십개의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닌텐도의 게임타이틀과는 달리 세가가 개발한 게임들은 분명히 판매량의 한계점이 정해져있는 게임이 많다. 반면 게임성 등은 제쳐두고라도 세가가 자사의 컨텐츠를 활용해 성공을 거둔 게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세가새턴용 '파이터즈 메가믹스'이다. 전체적인 밸런스가 전혀 엉망이었기 때문에 격투액션의 완성도로는 꽝이었지만 세가의 컨텐츠 활용은 물론 다양한 팬서비스도 존재했기 때문에(데이토나 USA의 호넷은 특히나...) 개인적으로는 굉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타이틀이다.

컨텐츠를 이용한 게임은 원작게임과  컨텐츠이용게임간에도 시너지효과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굉장히 매력적인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세가에는 그런 움직임이 적어보인다. 닌텐도의 경우 원작게임을 통해서 컨텐츠게임을 팔리게하고 팔려나간 컨텐츠게임은 역으로 원작게임의 후속작들을 팔려나가게 한다. 다음 순서도를 주목해보자.

<원작게임과 컨텐츠게임의 상관성>

 

▶닌텐도 캐릭터의 총집합. 닌텐도 스매쉬 브라더즈

 

▶세가 캐릭터의 총집합. 파이터즈 메가믹스

후속작도 그렇다. 사쿠라대전, 버추어 파이터 등의 대표적인 후속작들은 꾸준히 나와주고 있지만 지나간 명작들은 명작으로 썩혀 버리는 경영이 아쉬웠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세가도 그러한 것에 대해서 눈치를 챘는지 '팬저드라군 오르타'나 '시노비'등 과거 컨텐츠를 잇는 작품들을 하나둘씩 만들어내고 있다. X박스로 과거 명작들을 부활시킨다는 점도 만족스럽고지금까지 안해오던 노력을 보이고 있는 점은 보기좋다. 얼마전까지는 세가의 체계상 개발사 컨트롤이 힘들었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무엇의 후속편을 만들어라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면 적어도 개발팀에서 먼저 그런 노력을 기울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새롭게 변형된 세가의 경영체제에서는 게임팬들이 그렇게 바라고 있는 '나이츠'의 후속작이나 토어(스토리 오브 도어), 샤이닝포스 시리즈 등의 RPG류의 발매소식도 기대해보고 싶다.  

 

 

 

 ▶팬저드라군 오르타

 

 ▶시노비

 

 

 

 ▶스토리 오브 도어

 

 ▶샤이닝포스의 후속작은?

⑤ 채산성에 맞지 않는 타이틀이 양산된다
다시 한번 쉔무 얘기를 안할 수가 없겠다. 스퀘어 붕괴의 원인이 된 '파이날 판타지 무비'와 비교하면 비약이 좀 심하다 하더라도 엄청난 개발비를 들여 적자를 본 작품이 바로 쉔무다. 쉔무는 7년간 제작되었으며 제작비는 약 70억엔(한화 약 700억) 정도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엄청난 개발비와 스케일로 드림캐스트 유저들에게 큰 희망을 주었으며 업계를 뒤흔들 정도로 이슈가 된 것까진 좋았다. 과연 들어간 비용을 뽑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채산성심사는 강경했어야 한다. 혹은 게임이 실패했을 경우 제 2, 제 3의 대책마련 쯤은 준비가 되어있어야 했다.

 

▶스즈키 유의 야심작이라는 문구로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쉔무

하지만 쉔무의 경우 "생각만큼 팔리지 않았다(일본내 판매량 30만장대)"면서 쉔무의 실패를 인정했지만 그 후 실패원인 분석없이 2편을 발매, 일본내 10만장대의 판매를 보이는 부진한 판매를 보였다. 전체적으로는 발매전부터 굉장히 강력한 브랜드파워를 가졌던 '쉔무'의 시장가치도 하락됐다. 게임의 스케일은 어떤 게임보다 방대하고 기술력도 높다. 물론 재미도 있는 게임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게이머들을 위한 인터페이스의 편리성이 부족, 반복적인 부분이 많으며 로딩시간이 길다. 1편에서 지적받았던 것들은 위의 사항들이지만 2편에서는 1편에서의 약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더욱이 해외에서 X박스로 쉔무 2를 발매하지만 참패를 당했다.

개인적으로 이제 쉔무의 갈길은 PS 2용으로 단점들을 보완한 1편과 2편의 발매 후 3편을 발매하여 쉔무라는 브랜드를 PS 2 플랫폼으로 자연스럽게 이어간다는 쪽을 택해야한다고 생각되지만 세가 AM 2는 현재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지 않다. 그저 쉔무 3는 발매될 것이라는 뻔한 말뿐이다. 실제로는 제작자들과 경영진들이 현장에서 마찰이 있을 것이다. 세가의 현재 상황이 제작자들의 희망사항을 다 받아주면서 여유를 부릴 시기는 분명 아니지 않는가? 쉔무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 세가의 대표적인 타이틀이여서 도마에 오르긴 했지만 도마에 올라야할 게임들은 사실 세가게임의 50% 이상이다.

일본내에서 채산성 관리가 가장 엄격하기로 소문난 기업이 바로 코나미인데 코나미의 경우 타기업에 비해서 엄청나게 많은 소프트를 발매함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되는 작품은 1할도 되지 않는다. 이것이 코나미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지는 원동력이며 흔들림없는 경영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흔히들 코나미를 우려먹기의 대가라고 표현하지만 실제로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원소스 멀티유즈'의 기본적인 흑자전환법을 자연스럽게 실행해오는 것을 보면 실로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세가는 5할, 그러니까 약 반수의 작품이 적자를 거듭하고 있다.

 

▶코나미의 DDR. 일곱번째 믹스다

 

▶GBA용 유희왕. 잘~ 팔린다

이것의 원인은 물론 세가가 아케이드 업체로서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엔진개발 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마인드자체가 비용 상승을 불러온다. 그렇기 때문에 세가가 해야할 일은 앞으로 개발될 타이틀에 관해서 채산성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할 것이며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게임이라면 당연히 개발을 중지시켜야 한다. "팔리는 타이틀보다는 업계를 개혁할 타이틀을 만들고 싶다"는 제작자의 철학이야기를 들어줄 상황은 분명 아니다. 앞으로는 비용절감이 필연적이며 7할~8할 이상의 흑자 소프트를 양산하는 것이 필수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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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가 타이틀의 적자비율

 

▶앞으로는 이렇게 바뀌어 나가야 한다

이제 세가가 가야할 길은 험난하다. 무너져 버린 신뢰(특히 해외시장에서는)를 되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내부적으로는 타이틀 개발에 따른 정채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다.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라면 대표작인 버추어 파이터에 열쇠가 있는 것이 아니라 'J리그 프로축구 클럽을 만들자'같은 게임에 열쇠가 있다고 보여진다.

타이틀의 문제야 그렇다쳐도 경영상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나마 사미, 남코와의 합병으로 경영상의 문제를 빠르게 수습하고 타이틀에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였지만 두 회사와의 합병은 의견차이를 좁이지 못하고 결렬되어버렸다. 이제 남아있는 방법은 세가가 자력으로 무너진 회사를 되살려야 하는 것인데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이미 두 건의 합병(98년 반다이사건까지 하면 세건이다)을 결렬시켜버리면서 세가에 대한 신뢰도는 급감했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나갈 길은 멀기만 하다. “신뢰를 잃는건 잠깐이지만 회복하는 것은 멀다”는 속담처럼 세가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지금과는 분명하게 다른 모습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야한다. 빨리 올바른 방향성을 만들어 놓아야만 한다.

 

▶사미, 남코와의 합병은 무산으로...

 

▶새로운 하드웨어의 꿈을?

 

2002년 각사별 시장 점유율

▶세가와 남코가 합병했을 경우 최저시장점유율 예상치

 

▶합병시 최고시장점유율 예상치

일본에서 코나미가 업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세가와 남코의 연합이 이루어졌다면 적어도 4위권이나 시너지효과만 제대로 발생한다면 코나미를 제치고 1위까지 넘볼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일본의 국가대표게임기업 세가는 몰락했다. 그리고 일본의 대표적인 라이벌이었던 남코가 세가에 합병제의를 했지만 결국은 결렬, 신뢰회복의 길은 험난해졌다. 이제 자국내의 쉐어율 경쟁이상으로 해외기업과의 국제전이 더 중요해졌다. 세가도 그 흐름에 발맞춰 올바른 합병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재도약했으면 했지만 결국 모든 합병을 무산시키고 자력재건을 바라보고 있다. 새로운 하드웨어 개발소문까지 나도는 것을 보면 아직 정신을 못차린 듯한 느낌도 든다.

현재는 부실해진 경영을 회복해내는게 급선무다. 무리한 경영이 아닌 안정적인 경영으로 투자자들은 물론 게이머들의 신뢰까지 회복해내야 한다. 왜 세가의 팬들이 세가의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하겠는가? 기술력이나 게임의 퀄리티가 어느 회사의 것보다도 우수하지만 경영상의 미스로 이 지경까지 왔기 때문이 아닌가? 최근 EA와 제휴하여 자사의 스포츠게임 유통을 넘긴다는 소문도 있지만 어찌되었건 지금의 세가는 냉정하게 과거의 영광이나 자존심을 버려야할 때임은 분명한 것 같다. 어서 세가가 자사가 가진 장단점을 파악하고 경영철학을 개선하여 떳떳한 기업이 되었으면 한다. 세가를 위해 자산까지 내놓는 오오아카 이사와 회장의 묘에 조문객이 자주 와주지 않으면 섭섭해하지 않겠는가? 하루라도 빨리 게임계를 이끌어온 세가의 인물들과 고인(古人)모두가 활짝 웃을날을 기대해본다.

 

▶세가여

 

▶활짝 웃기를

* [금강선의 시장분석]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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