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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PD "미소녀게임 'AI 딸깍'으로는 못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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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슨게임즈 블루 아카이브 김용하 총괄 PD (사진: 게임메카 촬영)

챗GPT를 기점으로 생성 AI가 급격히 발전하고 대중화되며 인간을 대체하는 영역에 대한 이야기도 활발히 나오고 있다. 게임 개발자 역시 예외는 아니다. 비공식 조사지만 AI 관련 해외 매체 ‘토탈리 휴먼 미디어(Totally Human Medi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팀에 등록된 게임 11만 4,000개 중 약 7%인 7,818개가 개발 과정에 생성 AI를 활용했고, 그 수는 작년 4월보다 8배 늘었다. 아울러 MS에서 산하 게임사 인력을 감축하고, 이를 AI로 대체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러한 AI 활용은 현업 개발자에게도 고민해볼 영역이 아닐 수 없다. 넥슨게임즈 IO 본부를 이끌고 있는 김용하 블루 아카이브 총괄 PD가 24일 한성백제박물관 한성백제홀에서 열린 2025 콘텐츠창의인재동반사업 오픈특강에서 이에 대한 본인 경험을 전했다. 이번 특강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고, 젬블로컴퍼니가 주관하는 창의인재동반사업 일환으로 마련됐다.

김용하 PD는 이 특강에서 ‘AI 시대의 미소녀 게임 개발’을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 서두에 그는 “캐릭터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 분들은 생성 AI 콘텐츠를 선호하지 않는다. ‘딸깍’으로 나온 그림에 비용을 지출한다는 것에 저 역시 굉장히 거부감이 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 장르에서 AI에 어떻게 접근해야 될까를 고민해본 것에 대해 말씀 드리려 한다”라고 말했다.

게임 개발에 AI를 사용하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 ‘거부감’ 외에도 현업에서 직접 콘텐츠를 뽑아낼 정도로 활용하기는 어려운 단계다. 김용하 PD는 “레벨 디자인을 AI가 해준다면 너무 좋겠다 싶어서 퍼즐을 만들어보는 것을 시키려 했다. 이에 박스를 옮겨 채워 넣는 소코반이라는 퍼즐 게임을 시켜봤는데 최신 모델도 난이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어려움을 느낀다는 점을 확인했다. 퍼즐을 푸는 것을 못하면, 만드는 것은 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모션캡처와 리깅(캐릭터 3D 모델이 움직이도록 뼈대를 넣는 작업)도 관련 논문을 보고 실제로 적용해봤을 때는 한계가 있었다. 김 PD는 “리깅은 애니메이션 전에 항상 해야 되는데 반복작업이라서 이걸 (AI가) 잘 할 수 있다는 논문이 있길래 해봤다”라며 “실제로 해보면 캐릭터가 움직일 수 없는 구조로 뼈를 이상하게 붙이는 것을 확인했다. 조금만 더 해보면 될 것 같아서 한두 달 정도 해보다가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 모션캡처와 리깅 모두 현업에 활용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김용하 PD는 과거 본인이 개발한 VR 게임 포커스 온 유를 예로 들었다. “포커스 온 유에 유저 음성 인식을 넣었는데, 이를 위해 AI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를 유지하는데 돈이 드는데 그 비용을 게임 가격에 포함시키기 어려웠다. 패키지 게임임에도 유저들이 플레이할 때마다 비용이 나가는 구조여서 현재는 음성 인식 기능이 빠진 상태다”라고 전했다. 외부로 비용이 나가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강조했다.

요약하자면 생성 AI는 게임 개발 현업에는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서비스를 사용하거나 구축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김 PD는 “AI를 활용해서 개발한다고 하면 AI로 이미지도 그리고, 대사도 쓰고, 코딩도 해서 ‘딸깍’하면 나온다고 생각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게임이 스팀에 많이 올라와 있다. 이렇게 만든 게임은 잘 팔리지도 않고, 평가도 좋지 않고, 만드는 사람도 재미 없다. 이러한 게임 개발 방법론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 소위 'AI로 미소녀 게임 딸깍'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AI로 개발자를 대체하지 말고, 그들을 도와라

그렇다면 블루 아카이브 개발팀은 어떻게 AI를 쓰고 있을까? 우선 커뮤니케이션 툴이 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일종의 챗봇 형태로, 연차/반차 등 휴가 일정을 정리해주거나, 회의 내용을 문서로 정리해주거나, 번역을 해주는 등이다. 김용하 PD는 “저희는 일본이나 중국에도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는 만화를 넣으면 번역된 만화로 뽑아주는 기능도 있다”라며 “여러 명이 같이 일하며 생기는 커뮤니케이션 부담이나 반복작업을 덜어준다”라고 말했다.

유저들에게 실제로 보여주는 영역에도 AI를 기반으로 한 결과물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캐릭터를 획득하면 볼 수 있는 등장 연출이다. 김 PD는 “캐릭터를 부분별로 클로즈업해주는 구성인데, 캐릭터를 만들 때마다 필요한 작업이고 어떻게 보면 반복작업이라 학습을 시켜서 자동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테스트를 해봤다. 실제로 해보니 그럴 듯하게 캐릭터에서 주목할 부분을 뽑아서 연출을 만들어주는 툴로 작업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서 이틀 정도 걸리던 작업을 30분 만에 완료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복작업을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유저들에게 AI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주는 부분도 고민했다. 현재 게임에 적용된 것은 블루 아카이브에서 아로나가 선생님(유저)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다. 본래는 음성으로 녹음된 대사에 맞춰서 캐릭터 입 모양을 만들어주는 ‘립싱크 애니메이션’을 자동화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캐릭터 얼굴을 크게 보여주는 대목에서는 의도한 것처럼 결과가 나오지 않고 수정도 많이 해야 한다는 피드백이 돌아왔다. 김 PD는 “대신에 아로나가 선생님 이름을 불러주는 부분에서 입 모양을 맞춰주는 부분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 번역 등에도 사용되는 사내 커뮤니케이션 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캐릭터 획득 연출을 AI로 자동화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립싱크 애니메이션 자동화는 캐릭터 얼굴이 크게 나오는 일러스트가 많은 메모리얼 로비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고 판단되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아로나에게 적용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정리하자면 AI로 사람을 대체한다는 생각은 현재로서는 답이 없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김용하 PD는 “현재 개발하시는 분들의 편의성을 어떻게 높여줄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할 때 중점적으로 서포트해주는 포지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포지션으로서 앞으로 머신러닝 엔지니어나 테크니컬 아티스트의 역할이 게임 개발에서 중요해지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넥슨게임즈 IO 본부에는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머신러닝 팀이 있다. 개발팀에서 필요할 만한 AI를 연구개발하거나, 기획 팀의 요청을 받아 타당성을 검토해보고, 실제로 구현해본 후 피드백을 반영해 쓸만하다고 판단하면 내부에서 툴로 활용하는 식이다. 개발조직에 필요한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소통을 돕고, 반복업무와 공정을 자동화할 방법을 마련한다. 이러한 과정은 개발자들이 사람의 창의력이 필요한 영역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 넥슨게임즈 IO본부 머신러닝팀 업무 과정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마지막으로 AI만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다. 우선 바이브 코딩(코딩 없이 지시만으로 결과물이 나오도록 하는 것)으로 제작하는 것에 대해 김용하 PD는 “프로토타이핑(시제품을 만드는 것)으로는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했던 플레이나 시스템을 예전에는 며칠 걸릴 거 지금은 프롬포팅(AI에게 원하는 작업을 지시하는 설명문)을 잘하면 몇십 분 안에 테스트 해볼 수 있다”라며 “다만 현업에서는 나온 결과물이 기존 코드와 맞지 않거나 망쳐 버리는 경우가 실제로 있기 때문에 AI가 출력한 것을 세심하게 다시 봐야 한다. 1만 라인이 넘어가는 규모의 코드에서는 전격적으로 도입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AI로 유저와 캐릭터가 자유롭게 대화하는 것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김 PD는 “한 가지 고민할 부분은 어떠한 질문에도 답을 하는 캐릭터라면 캐릭터성이 깨진다고 생각한다. 세계관 특성이나 캐릭터 성격상 말하지 말아야 하는 부분이 있고, 모든 질문에 답하는 것 자체가 캐릭터성을 망가뜨릴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제약을 둬야만 캐릭터성이 나오고 플레이도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이다”라고 전했다.

▲ AI로 미소녀 게임 만들기를 주제로 여러 경험을 발표한 김용하 PD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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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 2021년 2월 4일
플랫폼
PC, 모바일
장르
롤플레잉
제작사
넥슨게임즈
게임소개
‘블루 아카이브’는 학원도시를 배경으로 다양한 학생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긴 서브컬처 게임으로, 지난 14일부터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원스토어를 통해 진행한 사전등록에 100만 명 이상 몰리며 글로벌...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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