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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 함께 게임산업에 발들인 5개의 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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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아용장애가 포함된 ICD-11 개정판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WHO 공식 홈페이지)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종종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게임 하나에 많은 세력이 발을 걸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셧다운제를 맡는 여성가족부다. 2012년에는 쿨링오프제가 발의되며 교육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새로운 부처가 등장하며 부각된 부분은 게임에 대한 규제였다. 청소년 보호를 앞세운 여가부는 셧다운제를 낳았고, 학교폭력 근절을 앞세웠던 교육부는 청소년 게임을 하루에 4시간으로 제한하자는 규제를 들고 왔다.

이는 지금도 멈추지 않았다. 방아쇠를 당긴 것은 WHO의 ‘게임 이용장애’다. 게임 이용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것을 공식적인 정신질환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WHO가 ‘게임 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자마자 떠오른 세력은 보건복지부다. 보건복지부는 ‘게임 이용장애’가 통과된 WHO 총회 직후에 “2026년으로 예상되는 국내 질병분류체계 개편에 대비하여 중장기적 대책을 논의하고 준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게임 이용장애가 쏘아 올린 총알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의학계에서도 두 곳이나 게임에 손을 뻗치고 있다. 우선 정신의학계가 있다. 지난 6월에는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를 비롯한 5개 의학회가 긴급 심포지엄을 열며 게임 이용장애 국내 도입을 찬성한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현장에서 연세대학교 정영철 교수는 “게임이 ADHD를 유발할 수도 있다”라며 “정확히는 ADHD 증상이 있는 아이가 게임에 쉽게 중독될 수 있지만 그 역도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밝힌 바 있다.

▲ 5개 의학회와 2개 시민 단체가 개최한 '건강한게임/디지털미디어 이용 환경을 위한 긴급 심포지엄'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정신의학계를 넘어 한의학에서도 앞을 다투어 발을 들이고 있다. 게임중독을 호소하며 한의원에 온 사람에게 침을 놓고, 뜸을 뜨고, 한약을 지어준다는 것이다. 게임에 과하게 빠진 것을 한의학으로 치료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어느 병원에서는 심장에 문제가 있다고 하고, 또 다른 병원에서는 비장의 기능이 떨어졌다고 하고, 다른 곳에서는 간의 기운이 쇠하여 그렇다는 각기 다른 입장을 밝힌다면 병원을 찾은 사람 입장에서 어떤 것이 맞는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또 다른 곳은 심리학계다. 심리학계는 의학계보다는 게임에 우호적이다. 한국중독심리학회는 지난 4일 국회에서 게임중독 해결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연 바 있다. 당시 나온 의견은 게임 이용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은 있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도 맞지만 ‘게임 이용장애’라는 진단명은 붙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게임 이용장애라는 이슈를 두고 심리학자들이 해야 할 역할이 있음을 분명하게 전하고 있다. 이 문제에서 빠지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 한국중독심리학회가 지난 4일에 연 게임중독 문제의 다각적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업계에서 만나리라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세력도 있다. 바로 사행업계와 관련 학계다. 한국마사회 김종국 본부장은 지난 3일에 열린 제4차 사행산업정책 연구포럼에서 “게임 이용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된다면 진흥대상으로 우대받아온 게임산업이 현재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라고 밝혔다. 세종대학교 호텔관광학과 변재문 교수 역시 “도박중독과 게임중독을 분리해서 관리하는 것이 맞느냐, 하나로 합치느냐도 정책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전한 바 있다.

▲ 3일에 열린 제4차 사행산업정책 연구포럼 현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WHO가 ‘게임 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한 후 이를 발판으로 삼아 게임에 뛰어들려는 세력은 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정신의학계를 시작으로, 한의학, 심리학, 사행업계까지 달려들고 있다. 각계마다 입장차이는 있지만 ‘게임 이용장애’라는 이슈를 자기 영역 안에 넣고 싶어하는 의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게임 이용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되는 것은 좋은 이슈가 아니다. 게임업계에서 위협적으로 느끼는 부분은 새로운 세력이 등장할 때마다 규제 역시 늘어났다는 것이다. 게임 이용장애가 국내에서도 질병이 된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쏟아질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를 맡을 곳은 보건복지부가 될 확률이 높다. 셧다운제라는 규제를 가져간 여가부처럼 보건복지부 역시 ‘게임 이용장애’를 앞세운 어떠한 규제를 펼칠지 짐작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인 책임과 비용 부담은 게임업계로 돌아올 우려가 크다. 당장의 규제나 비용과 함께 미래도 흔들릴 수 있다. 가장 큰 부분은 게임 하나를 두고 문체부, 여가부, 보건복지부까지 세 부처에 의견을 구해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게임은 그 어느 분야보다 변화가 빠른데 국내에서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려 해도 의견조율에 막혀 해외에 뒤쳐지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혹자는 게임의 발전과 게임 이용장애를 해결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라 말한다. 게임산업은 산업대로 발전하고, 게임 이용장애는 우리가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은 이 둘을 나눠서 생각하지 않는다. 게임 이용장애가 질병이 되는 순간 게임도 곧 질병이라는 인식이 퍼진다. 한쪽에서는 과도한 게임을 병이라 치료하는 마당에 다른 한쪽에서는 게임을 대표적인 여가산업으로 권장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그 전에는 ‘게임’에 관심도 없던 세력이 ‘게임 이용장애’를 기점으로 삼아 달려드는 것이 달갑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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