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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뿌려진 '차이나머니', 생각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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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업계에 많은 중국 자본이 들어오고 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블리자드가 ‘하스스톤’ 홍콩 선수를 제재한 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서 시선을 끈 부분 중 하나는 게임업계 곳곳에 물밀듯이 밀려오는 중국 자본 영향력이다. 중국 내부를 넘어 한국, 심지어 서양에도 중국 자본이 깊이 스며들었다. 주요 게임사에 대한 중국 업체 투자 현황만 간단히 살펴봐도 이를 실감할 수 있다.

그 중에도 두각을 드러내는 곳은 중국 2대 게임사로 손꼽히는 텐센트와 넷이즈다. 텐센트는 게임업계 큰 손으로 유명하다. ‘리그 오브 레전드’로 승승장구 중인 라이엇게임즈 지분 100%, ‘클래시로얄’, ‘브롤스타즈’로 모바일을 강타한 슈퍼셀 지분 84.3%, ‘패스 오브 엑자일’로 국내에도 이름을 알린 그라인딩기어게임즈 지분 80%를 갖고 있다. 여기에 ‘포트나이트’와 언리얼 엔진 개발사로 유명한 에픽게임즈 지분 40%, 액티비전블리자드, 유비소프트 지분도 5%씩 보유했다.

▲ 텐센트는 해외 게임사에 적극 투자하는 중국 업체 중 하나다 (사진출처: 텐센트 공식 홈페이지)

텐센트에 밀려 2인자 자리를 지키고 있던 넷이즈도 작년부터 해외 게임사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작년 6월에는 ‘데스티니’로 유명한 번지에 1억 달러(한화로 약 1,184억 원), 올해 1월 초에는 벤 브로드를 비롯한 ‘하스스톤’ 핵심 개발진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신생 게임사 세컨드디너에 3,000만 달러(한화로 약 355억 원)을 지원했다. 여기에 1월 말에는 ‘헤비 레인’, ‘비욘드: 투 소울즈’, ‘디트로이드: 비컴 휴먼’ 등으로 어드벤처 장르에 한 획을 그은 퀀틱 드림 지분 일부를 인수했다.

▲ 넷이즈는 작년부터 해외 게임사 투자 공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출처: 넷이즈 공식 홈페이지) 

중국 자본 영향력은 국내에도 밀려들었다. 여기서도 텐센트는 빠지지 않는다. 우선 카카오는 텐센트 자회사 MAXIMO PTE가 3대 주주로 자리하고 있으며, 국내 대표 게임사 넷마블도 텐센트 자회사 한리버인베스트먼트(HAN RIVER INVESTMENT)가 3대 주주다. 여기에 비상장사 크래프톤(구 블루홀)에도 6,0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2대 주주로 알려져 있으며, 카카오게임즈 역시 텐센트 등 5개 기업으로부터 투자금 1,400억 원을 받았다.

여기에 텐센트는 올해 초에 업계를 뒤흔들었던 넥슨 인수 유력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고, 텐센트가 투자한 넷마블은 엔씨소프트 3대 주주이기도 하다. 국내 상장사 중 중국 기업이 주요 주주로 있는 곳은 앞서 이야기한 곳만이 아니다. 중국에서 인기를 끈 ‘뮤 온라인’을 지닌 웹젠 2대 주주는 중국 게임사, 아워팜 계열사 펀게임인터내셔널리미티드(FunGame International Limited)이며, 액토즈게임즈 모회사는 중국 게임사 셩취게임즈(구 샨다)다.

하지만 중국 자본이 가진 위험성이 곳곳에서 대두되고 있다. 가장 큰 부분은 중국에서 막대한 자금이 흘러가는 만큼 게임업계가 중국을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놓였다는 것이다. 대표 사례는 지난 7일에 터진 ‘하스스톤’ 사태다. 홍콩 ‘하스스톤’ 선수가 대회 인터뷰 중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는 구호를 외쳤고, 이를 블리자드가 중징계하자 전세계적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다.

▲ '하스스톤' 사건은 업계 전체에 중국 자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사진출처: 레딧) 

아울러 게임은 아니지만 미국 NBA 구단 휴스턴 로게츠 대릴 모리 단장이 트위터를 통해 홍콩 시위를 지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현지 경기 중계가 바로 중지되고, 중국 기업 후원도 끊겼다. 막대한 중국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 게임에서도 안팎으로 중국 심기를 건들일 만한 이슈를 스스로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는 게임과 무관한 정치 요소로 인한 자기검열이 될 수 있고, 이는 창의력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보는 게임에 치명타를 날린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를 완전히 무시하고 갈 수도 없다. 중국은 분명 큰 시장이고, 중국 게임사의 적극 투자도 이어지고 있지만 큰 기업일수록 최대한 넓은 시장을 커버하는 것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중국 편에 서는 듯한 움직임을 보일 경우 중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거센 반발과 불매운동이 일어날 수 있고, 이 역시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중국을 외면할 수도, 중국 외 지역을 포기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여러 게임사가 놓였다.

국내 게임사도 강 건너 불구경은 아니다. 당장 터진 문제는 없지만 앞으로도 터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등 중국 매출 비중이 큰 게임을 가진 넥슨, 스마일게이트도 그렇고, ‘검은사막’, ‘리니지2 레볼루션’, ‘배틀그라운드’ 등 중국 판호를 기다리고 있는 펄어비스, 넷마블, 펍지도 관련 내용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매섭게 들어오는 중국 자본이 국내 업계를 직접 타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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