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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 2는 세키로 마스터 유저를 위한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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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왕2' 대기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소울라이크 게임이 유행을 타고 쏟아져 나오면서 문제 아닌 문제가 하나 생겼다. 바로 게임 난이도가 점차 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유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낮은 난이도의 소울류 게임이 나오기도 했고,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이 장르의 문법에 익숙해지기도 하면서 이런 상황이 발생해버렸다. 라이트 유저 입장에서는 좋지만, 소울 시리즈 골수팬은 더 어려운 게임에 대한 갈망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니오 2(이하 인왕 2)'는 바로 그런 유저를 위한 게임이다. 소울라이크 특유의 복잡한 패턴에 훨씬 더 복잡한 조작이 더해졌으며, 전투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도 곱절로 많아져 게임에 익숙해지는 것부터가 굉장히 힘들었다. 피지컬과 뇌지컬, 인내심 삼박자 중 하나라도 어긋나먄 엔딩은커녕 입문도 하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한 번 게임에 빠져들고 나니 소울 시리즈보다 훨씬 스타일리쉬하고 스피디한 전투를 능동적으로 즐길 수 있다. 난이도만큼 재미도 곱절로 증가한 느낌이었다.

더렵게 어려웠던 첫인상

인왕 2는 닌자 가이덴 시리즈로 유명한 팀 닌자에서 개발한 게임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요괴의 영혼을 다루는 무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실제 역사에 판타지를 섞은 줄거리가 특징이다. 윌리엄으로 주인공이 정해져 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선 유저가 직접 성별부터 외모 하나하나까지 다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으며, 요괴로 변신해 싸우거나 요괴의 힘을 빌려 기술을 따라 하는 등의 요소가 추가됐다. 

일단 게임에 대한 첫인상은 말 그대로 "더럽게 어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적 공격력이 전작보다 더 증가해 성능이 좋은 갑옷을 장착하고 있어도 공격 한 방에 목숨이 달아나기 일쑤다. 또한 보스부터 일반 몬스터 따질 것 없이 모든 적 패턴이 정말 다양하다. 엔키, 잇폰다타라, 누레온나 같은 네임드 몬스터는 상황에 따라 보스보다 패턴이 까다로워서 싸움을 걸기 전에 갖고 있는 물약이나 인법, 요괴화 여부 등을 체크하게 만든다. 가령, 낙사 위험이 있는 외나무 다리에서 발차기로 가드하고 있는 플레이어를 밀어내는 잇폰다타라를 만난다던가, 화살이나 총알이 없는데 언덕 위에서 총을 쏘는 중갑외병을 만나면 그렇게 골치가 아플 수 없다. 

바람의 검심 주인공 히무라 켄신을 따라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바람의 검심 주인공 히무라 켄신을 따라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어머니가 요괴라는 설정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어머니가 요괴라는 설정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 좁은 골목에서 요귀를 만났을 때도 정말 난감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조작 난이도도 굉장히 높다. 기력게이지가 굉장히 빠르게 소모되다 보니 다크소울이나 세키로처럼 패링과 회피만으로 게임을 풀어가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잔심’이란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패링이나 저스트 가드와는 전혀 다른 타이밍으로 발동되기 때문에 익숙해지는 것부터 쉽지 않다. 더군다나 잔심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위해선 상단, 중단, 하단 자세 변경까지 더해져야 하며, 그 자세에 따라 발동되는 기술과 커맨드가 다 다르기 때문에 뜻대로 펼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조작만 힘든 것이 아니다. 전투에 관여하는 요소가 많아도 너무 많아서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도 매우 힘들다. 단적인 예로 아이템에 붙는 옵션이 디아블로 시리즈에 등장하는 아이템 못지않게 다양하다. 적 처치 시 체력회복, 근접 공격 시 기력회복, 경험치 획득률 증가 같은 사소한 것부터 원소 속성 외에 ‘요괴’와 ‘정령’ 같은 생소한 속성 옵션도 붙어 있고 방어구 세트에 따라서 추가로 발동되는 기능도 있다. 요괴 카피 기술에도 이 같은 능력치가 달려 있으며, 이를 일일이 제련하고 중첩해서 제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여기에 인술과 음양술까지 더해지면 정말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 자세에 따라 나가는 기술이 완전히 달라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자세에 따라 전용 기술이 달라지기 때문에 익혀야할 기술도 세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방어구랑 무기 신경 쓰기도 바쁜데, 요괴 스킬도 전투 중에 활용해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진입장벽을 넘어가면 액션의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알 수 있다시피 인왕 2는 진입장벽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게임이다. 패턴만 충실하게 익힌다고 보스를 깰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꾸준한 캐릭터 육성과 아이템 파밍에, 어려운 조작 난이도와 적 속성에 대한 파악까지 필요하다.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악몽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만큼 그 진입장벽을 넘어갔을 때의 재미도 소울라이크 게임의 그것을 뛰어넘는다. 

일단 잔심 활용과 자세 변경에 익숙해지면 그만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의 폭이 굉장히 넓어진다. 처음에는 돌로 던져서 한 명씩 유인해서 처리하던 적들을 이 시점부터는 패링으로 처리하거나 강력한 공격으로 적 체간을 깎고 파고들기로 처리하는 등 자기 맘대로 요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적들의 공격력은 여전하고 패턴이 난해한 중간보스급 네임드 몬스터가 맵에 즐비하기 때문에 실수 한 번에 죽는 것은 여전하지만,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이 많아진 만큼 대처법도 많아지고, 이에 통해 더욱 능동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 인술을 익히면 잠입을 통한 암살도 가능해지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요괴화 상태에서도 더욱 강력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스킬 레벨도 잘 관리해주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잔심 활용을 깨우치고 나면 인술이나 음양술, 원거리 무기도 자유자재로 활용하게 된다. 뒤에서 적을 기습할 수 있게 되거나, 인법으로 달리는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 적을 따돌리는 것도 가능하다. 사격에 자신 있다면 저격으로 멀리 있는 적들을 미리 처리하면서 게임을 진행해도 된다. 네임드 요괴에게는 요괴 카피 기술을 활용해 움직임을 봉인해 가며 싸우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마치 서바이벌 게임하듯 자신만의 생존 기술을 연마하게 된다.

다양한 무기를 전투 중에 교체해 가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이 게임의 재미를 더해주는 부분이다. 일단 성질이 다른 두 무기를 들고 다닐 수 있으니, 적에 따라 다양한 대응이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가령 스타일리쉬한 운용이 가능한 언월도낫과 묵직한 범위 공격을 구사할 수 있는 대태도는 성질이 다르지만, 전자는 네임드 몬스터를 몰아붙일 때, 후자는 다수의 적을 만났을 때 사용하기 좋다. 무기별 개성도 다르고 사용할 수 있는 기술도 많기 때문에 자기 스타일에 맞는 조합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 톤파는 빠르게 치고 빠지는 공격이 가능하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대태도는 묵직한 범위 공격에 유리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정보 수집의 중요성

인왕 2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게임의 다양한 정보를 찾도록 만든다. 아이템에 붙은 다양한 옵션은 물론이고, 적들의 내성과 약점, 무기나 방어구를 들기 위해 필요한 능력치, 심지어는 기본 액션인 파고들기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방법 또한 유저가 직접 팁을 보고 적에게 직접 실행해가며 깨달아야 한다. 다소 불친절해 보이지만, 결국 게임을 수월하게 클리어하기 위해선 이런 정보를 하나하나 스스로 찾아야만 한다.

이로 인해 플레이어는 스스로 다양한 도전과 실험을 펼치게 된다. 적 보스의 내성과 약점을 직접 부딛혀가며 파악하고 그에 맞춰서 속성을 지닌 장비를 챙겨온다거나, 본인 플레이스타일에 맞는 옵션을 선택한 뒤 음양술로 속성을 입히는 전략을 스스로 고안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보스가 인간이면, 사람에게 더 큰 대미지를 주는 요 속성의 무기와 옵션을 갖춘 무기를 착용하고, 불속성 요괴라면 물 속성을 칼에 입히는 식이다. 만약 필요한 장비가 없다면 필드를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잡거나 다른 플레이어의 혼이 담긴 빨간색 칼무덤을 이용해 해당 플레이어의 무기를 루팅하면 된다. 다양한 선택지와 정보를 게임 곳곳에 흩뿌려 놓고 유저가 알아서 찾아가게 만든 셈이다. 

▲ '낙명'이란 두글자를 보고 말았다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제단에 들러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장비에 붙은 여러 옵션과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자신에게 부여된 특수효과를 확인하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모자란 부분은 빨간 칼무덤에서 루팅! (사진: 게임메카 촬영)

위에서 말한 다양한 액션과 정보 수집이 결합해 인왕 2는 여타 소울라이크 게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플레이 경험을 제공한다. 어려운 구간에 돌입하면 깰 때까지 수십 번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보스의 약점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장비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필드를 계속 돌아다니게 된다. 그 과정에서 숨겨져 있는 장소를 발견하기도 하고, 플레이어의 칼무덤을 이용해 동료를 부르거나 아이템을 파밍하기도 한다. 반복적인 도전은 확 줄이는 대신 다른 게임에 비해서 훨씬 더 적극적인 플레이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낸 것이다. 

▲ 보다 적극적으로 캐릭터를 육성하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레벨도 올려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보스에게 도전하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결과는 낙명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결과는 낙명 (사진: 게임메카 촬영)

세키로를 뛰어넘는 진정한 매운맛

인왕은 훌륭한 게임은 맞지만, 만점의 완성도를 지닌 게임은 아니다. 일단 누차 이야기했듯이 진입장벽이 굉장히 높다. 전술했던 내용들 외에도 체크포인트 사이의 호흡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이 플레이 방식에 익숙하지 못한 유저일수록 더욱 좌절할 수밖에 없다. 그래픽이나 맵 비주얼에도 통일감이 없이 다소 어수선한 편이며, 메인 미션과 똑같은 미션을 서브 퀘스트로 제공하는 것도 플레이타임을 뻥튀기하려는 것으로 비춰진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고서라도 인왕 2는 굉장히 재밌고 자극적인 게임이다. 플레이하는 내내 책상을 수백 번을 내려칠 만큼 살벌한 난이도를 자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패드를 잡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다크 소울'은 물론,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 정도로의 매운맛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유저라면 이 게임으로 잃어버렸던 미각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세키로에서 만족하지 못했다면 인왕 2를 추천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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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오 2 2020년 3월 12일
플랫폼
비디오
장르
액션 RPG
제작사
코에이테크모
게임소개
'니오 2'는 도적이 들끓고 요괴들이 횡행하는 황폐한 전국시대를 무대로 사투를 벌이는 다크 전국 액션 RPG다. 플레이어는 불사의 저주를 받은 사무라이가 되어 괴물과 싸우게 된다.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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