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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 법적규제,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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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게임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자율규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자율규제를 시작한 것이 무려 2015년이다. 햇수로 6년 차임에도 그 효과도 의문이고, 여론의 지지를 얻지도 못했다. 되려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며 업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종종 나온다. 이쯤 되면 자율규제가 아닌 법제화가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하다.

다만 현재 발의된 법도 완벽한 대안이라고 볼 순 없다. 자율규제에서 끝내 실패한 해외 게임사 참여를 강제할 실질적인 방법을 마련해야 하며, 업체가 공개한 정보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더 나아가면 확률 공개를 넘어서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게임메카는 현재 발의된 법안 내용을 기준으로, 확률형 아이템 문제의 진정한 해소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을 짚어봤다.

정통법에서 실패한 국내대리인 제도, 게임에서 효과 거둘지 의문

▲ 게임법 전부개정안에 포함된 국내대리인 지정, 하지만 국내대리인 지정은 성공사례가 없다 (자료출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먼저 살펴볼 부분은 해외 게임사를 국내법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이 많은 모바일게임의 경우 해외 게임사가 직접 서비스하는 게임도 다수 있기에 이들이 확률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현지 업체를 국내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에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법을 어긴 해외 게임들의 국내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차단하면 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국내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하고,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국내 게임사나 국내에 지사를 둔 해외 게임사에 대한 역차별 문제에 부딪히고 만다.

이번에 발의된 전부개정안에 포함된 ‘국내대리인 지정제도’가 국내 지사가 없는 해외 게임사를 구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국내대리인 지정제도는 쉽게 말하면 국내 지사가 없는 해외 게임사도 국내법 준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리인’을 지정하라는 것이다. 이 개념은 게임법 전에 정보통신망법 등 다른 법을 통해 시행된 바 있다.

문제는 국내대리인 지정제도가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2019년 3월에 해외 사업자의 국내 이용자 보호에 관련한 국내대리인 지정제도를 담은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는 법 시행 후 1년 6개월간 국내대리인에게 이용자 보호 업무에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시정조치를 진행한 적이 없다. 이 부분은 작년 10월에 진행된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도 도마 위에 오르며 국내대리인 지정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아울러 게임법 전부개정안에 들어간 국내대리인 지정제도는 대리인을 지정하지 않을 경우 처벌이 과태료 1,000만 원에 불과하다. 확률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를 공개할 경우 징역 2년 혹은 벌금 2,000만 원에 달하는 형사처벌에 처한다는 점이 개정안에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처벌이 가볍다. 따라서 해외 게임사에 대한 국내대리인 지정제도 실효성을 높이거나 대리인 지정 외에 해외 게임사에 확률 공개 의무를 강제할 다른 수단이 요구된다.

확률 정보를 정부가 검증할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한 이상헌 의원은 확률 공개에 대해 “이용자가 원하는 최소한의 알 권리”라 전한 바 있다. 그렇다면 확률 정보를 법으로 공개할 때 한 가지 더 생각할 부분은 공개된 확률이 정확한지 확인하는 것이다. 다만 현재 법에는 ‘확률 정보 공개’라는 큰 내용만 있고 이를 구체적으로 시행할 방법이나 검증 절차 등은 반영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공개된 확률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 현재 법에는 확률 정보 공개만 담겨 있다 (자료출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법에 모든 내용을 넣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법이 통과된 후 어떻게 법을 시행할 것인가를 담는 시행령에라도 자세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확률 정보를 어떻게 공개하면 될지, 게임사가 공개한 정보를 어떤 기관이 어떠한 절차를 거쳐서 검증할 것인지 등이다. 그래야 확률 정보 공개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행정부 구조에서 새로운 전담기관을 만들지 않는다면 확률 정보 검증에 적합한 기관은 게임위로 좁혀진다. 만약 게임위에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사후관리 권한을 준다면 정부가 가지는 규제 권한이 커지는 구조이기에, 비대해지는 정부 규제권한을 견제할 방법을 같이 마련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게임위가 제대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인력과 예산 확보가 가능한가도 함께 짚어볼 지점이다. 매년 국정감사에 게임위 사후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기에 보완책이 없다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도 업무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유저가 직접 확률 결과 검증하고 제보할 수단과 시스템도 필요

앞서 짚어본 개선점 외에도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일단 법에서 정의하는 확률형 아이템 범위는 적정하다. 유료 확률형 아이템은 물론, 유료 아이템과 무료 아이템을 결합해서 결과물이 결정되는 종류, 장비 능력치를 높이는 강화 등이 포함되어 있다.

▲ 전부개정안에 정의된 확률형 아이템 정의 (자료출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다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용자 본인이 사용한 확률형 아이템 결과를 확인해볼 수단 제공이 개정안에는 반영되어 있지 않다. 국내 게임은 아니지만 중국 게임사 미호요의 원신은 게임 내에서 유저 개인이 확률형 아이템 사용 시간과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확률형 아이템 사용 결과를 검증할 수단이 같이 제공되면, 유저 스스로도 공개된 확률이 제대로 게임에 적용되어 있는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공개된 확률 정보가 맞는지 정부에서도 검증할 필요가 있으나, 모든 게임을 기관 한 곳에서 일일이 확인하려면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를 갖춘다 해도 모든 문제를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이용자 스스로가 확률 결과를 검증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경우 자료를 첨부해 담당 기관에 직접 제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행정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확률 공개에서 나아가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 원신은 확률형 아이템 결과를 유저가 확인할 수 있게 제공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반대로 현실적으로 집행이 불가능한 내용도 법에 포함되어 있다. 게임 광고에 확률 정보를 표시하라는 부분이다. 보통 게임 광고는 15초, 30초짜리 영상 혹은 포털 배너 형태로 진행된다. 이러한 광고를 통해 기다란 표로 정리되는 확률 정보를 모두 보여주기란 불가능하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도 그렇다. 어떤 신작이 나오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시청하는 게임 광고에서 알지도 못하는 숫자만 나열되고 끝나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유저는 없다.

확률형 아이템 법적 규제는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유료 상품을 법에 담는다는 측면에서 시장 흐름에 맞다. 다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상헌 의원실은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집행 가능성이 높은 내용을 위주로 담아냈으나 지적에 대해 공감한다. 보완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면 검토해보겠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이상헌 의원실은법안 심사 과정에서 게임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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