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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가 너무 작아" 모바일게임 유저 22.5%가 50대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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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50~60대 이용자가 주료 즐기는 장르는 퍼즐, 보드에 쏠려 있다 (자료출처: 카이스트 공식 홈페이지)

지난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0 웹 접근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은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여전히 이용하기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사회 전방위적으로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포용적인 환경을 만들고, 접근성 개선과 디지털 격차해소 등을 지속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발표된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5~60대 게이머 19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에서는 5~60대 게이머가 주로 즐기는 게임이 애니팡, 테트리스와 같은 퍼즐이나 고스톱, 바둑과 같은 보드게임임이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시니어들이 즐길 수 있는 상용 게임이 제한되어 있어 이러한 편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현재 모바일게임 업계에 중장년 이용자가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게임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이 타 장르 게임을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데는 게임성 뿐 아니라 접근성 면에서도 진입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태생적 한계가 있으나 그래도 너무 복잡한 화면

▲ 국내 모바일게임에는 약시 모드 지원이 없다 (사진출처: 구글플레이 공식 홈페이지)

실제로, 국내에서 50대 이상 게이머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작년 8월에 발간한 2020 게임이용자실태조사에는 3,084명을 상대로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비율을 조사한 자료가 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1.8%다. 이에 따르면 전체 참여자 중 최근 1년 이내에 모바일게임을 즐긴 적이 있다고 답한 비중은 64.2%고, 그 중 50대 이상은 22.5%다. 모바일게임 유저 10명 중 2명 이상이 50대 이상 중장년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대다수 모바일게임은 50대 이상 유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대표적인 부분이 약시 모드 미지원이다. PC나 콘솔게임의 경우 글자 크기를 크게 하는 등 약시 이용자를 위한 옵션 조정이 있고, 스마트폰에도 글자 크기를 키워주는 옵션이 기본적으로 내장되어 있다. 특히 스마트폰에서 글자 확대는 약시 뿐 아니라 노안으로 인해 작은 글씨를 보기 어려운 고령층을 위한 대표적인 편의기능이기도 하다.

게임메카가 국내 서비스되는 주요 모바일게임들을 확인해 본 결과, 이러한 약시 기능을 지원하는 게임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몇몇 게임은 구동 기종에 따라 시력에 문제가 없는 사람도 캐릭터 이름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글자 크기가 매우 작았다. 메뉴에 있는 글자 크기를 키우거나 UI를 간소화하는 등 PC나 콘솔 게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옵션 조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기에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화면 상하좌우에 빼곡한 아이콘으로 눈이 복잡해져, 시인성을 더욱 낮췄다.

물론 모바일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기기 특성 상 PC나 콘솔보다 화면이 작을 수밖에 없는데다 한 화면에 최대한 많은 정보와 UI를 넣다 보니, 아무리 화면을 깔끔하게 다듬어도 글자가 작아지고 구성이 복잡해지기 쉽다. 모바일게임을 화면이 큰 PC에 연결해서 하는 앱플레이어가 대중화된 것도 복잡한 화면을 좀 더 크게 보고 싶은 유저가 많아졌음을 방증한다. 다만 50대 이상의 경우 스마트폰과 PC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많고, 모바일 기기가 대중화되며 집에 PC가 없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중장년층에 ‘PC 앱플레이어’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는 어렵다.

게임업계에서도 이를 아예 간과하고 있지는 않지만, 해결까지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일단 전체적인 화면 구성에 대한 고민 없이 글자 크기만 키우는 것은 답이 아니다. UI는 그대로인데 글자만 크게 하면 화면 자체가 어그러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글자에 맞춰서 UI도 같이 조정해야 시각적인 완성도를 갖춘 약시 모드 지원이 가능한데, 그러기에는 작은 화면 크기가 난제로 작용한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중장년이나 약시 이용자들을 배려하면서도 완성도 있는 UI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주력 이용자가 50대 이상이 되는 시점을 고려해야

▲ 2020 게임이용자실태조사에 따르면 모바일게임에서 RPG 주력 유저층은 3~40대로 나타났다 (자료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공식 홈페이지)

이쯤에서 얘기하고 싶은 점은, 연구할 시간이 마냥 많지는 않다는 것이다. 물론 2021년 현재 모바일게임 주력 유저층은 50대 미만 젊은 층이다. 다만 국내 게임업계가 주력하는 모바일 MMORPG의 경우 주 유저층이 30~40대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지만, 게임 역시 나이가 들수록 본인이 선호하고, 젊은 시절에 많이 했던 게임에 정착하는 경향이 짙게 나타난다. 지금 MMORPG가 대세가 된 이유도 10대부터 MMORPG를 하면서 자라온 세대가 사회 주류로 성장했고, 이들이 어린 시절에 했던 게임이나 특정 장르에 머무르며 성장했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수 년에서 십수 년 내에 MMORPG 주 연령대가 50대 이상으로 높아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게임업계도 이 흐름을 고려해야 한다. 대세가 중장년층으로 이동해버린 시점에 이들을 위한 설정이 없다면 핵심 이용자가 게임에서 이탈하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50대 이상이 주 이용자가 되는 상황에 대한 대응방법을 적극적으로 연구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게임업계에서도 중장년 게이머를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임에는 공감했다. 넥슨은 현재 자사 모바일게임에 중장년층을 위한 글자크기 키우기 등 편의 기능이 도입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MMORPG, 캐주얼, 서브컬처 등 다양한 연령층이 즐기는 게임을 보유한 만큼 이용자 편의를 돕는 여러 방안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웹젠 역시 “언어나 글자를 세세하게 설정할 수 있는 편의기능은 없다. 글자 크기나 모양 등 플랫폼별로 UI를 세팅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현재 관련 기능 업데이트 계획은 정해진 바 없지만, 내부적으로 이용자 편의를 높일 방법은 계속 검토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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