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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숀가면] 피카소 작품처럼, 난해하지만 아름다운 '모뉴먼트 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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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 소개]
앱티-
 살짝 정신 나간 것 같은 발랄함을 보유한 소녀 리더. 가끔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인다

블루- 특공대 교관 출신. 냉정하고 칼같은 성격에 딱딱한 말투를 가졌다

그린- 옆에서 챙겨주는 집사 스타일. 정중하고 상냥하나 소심한 구석도 있다

핑크- 애교 많은 성격. 다소 철없이 굴고 돈을 많이 쓰지만 귀엽다. 동인문화를 좋아함

옐로우- 똑부러지는 커리어우먼 타입. 동인문화를 좋아함(2)

남박사- 앱숀가면의 정신적 멘토이자 지원자. 그러나 대부분 게임 설명만 하고 사라진다


 핑크: 벚꽃이 벌써 다 졌어!

 옐로우: 올해는 유독 꽃이 빨리 피고 지네요. 신경 쓸 새도 없이 봄이 지나간 기분이 들어요.

 그린: 다 같이 꽃구경도 한번 못 갔는데 아쉽습니다. 언제 한 번 미술관 나들이라도 가시겠습니까?

 앱티: 미술관? 어디 재밌는 전시라도 하는 거야?

 옐로우: 어머, 앱티 웬일이에요? 미술 전시같은데 관심 많은가 봐요?

 앱티: 왜 이래, 나 생각보다 교양있는 여자라고.

 블루: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둬라. 리더부터가 교양이 제로인데 무슨 미술관이냐.

 핑크: 어, 블루! 완전 오랜만이다!

 옐로우: 남박사님의 예언이 틀리지 않았어요. 피부 푸석해진 것 좀 봐…

 블루: 이게 다 저 여자 때문이다.

 그린: 아무래도 블루가 분노에 가득 찬 것 같습니다. 연애감정을 불살라도 모자란 시기에 저런 파괴적인 자세라니 가슴이 아프군요.

 앱티: 맞아. 저게 다 감성이 메말랐기 때문이라고. 그러니까, 이 몸이 예술작품 같은 게임을 하나 소개해 줄게. 미술관 가기 전 워밍업이라고 생각해둬.



'모뉴먼트 밸리' 다운로드 링크


당신의 손가락으로 예술이 완성된다 ‘모뉴먼트 밸리’

 남박사: 이번 주 작품은 지난 3일(목) 출시된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로군. 처음엔 분위기만 보고 그린이 선정한 게임인 줄 알았는데, 앱티가 소개할 예정이라니 조금 놀랍네. 하여튼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모뉴먼트 밸리’는 뉴욕에 본사를 둔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어스투에서 개발한 퍼즐게임이라네. 유료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출시 하루 만에 앱스토어 유료 게임 1위를 석권하고 아직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앱티: 왜 다들 날 야만적인 사람 취급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됐건 나머지 부분은 내가 소개할게. 게임의 제목 ‘모뉴먼트 밸리’는 서부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장소인데, 미국 유타주 남부부터 애리조나 주 북부를 지나는 붉은 사막 지대를 뜻해. 이곳은 일상적으로 만나기 어려운 기하학적인 지형이 등장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주지.

 그린: 그럼 ‘모뉴먼트 밸리’는 앱티씨가 설명한 지역을 모험하는 작품입니까?

 앱티: 그렇게 물어볼 줄 알았어.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건 아냐. ‘모뉴먼트 밸리’는 다양한 퍼즐을 맞추면서 건축물 내의 막힌 길을 이동하고, 목적지에 다다르는 게 목표인 게임이지. 

3D 퍼즐을 2D 그래픽으로 구현하다

 옐로우: 앱티 설명대로라면 그냥 일반적인 퍼즐게임이잖아요? 그래픽은 확실히 예쁘지만.

 앱티: 그건 ‘모뉴먼트 밸리’를 안 해봐서 그래. 퍼즐을 맞춰서 끊어진 길을 이어 보라고.

 그린: 음? 밸브를 돌리니 높낮이가 달라서 이어지지 않을 것 같던 길이 들어맞습니다. 현실적으로 분명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입니다만.

 핑크: 음…뭐랄까, 되게 ‘뫼비우스의 띠’ 같아!


▲ 1층과 2층이, 밸브 하나로 연결된다

 앱티: 오? 너 그런 유식한 단어도 아는구나. 맞아. ‘모뉴먼트 밸리’에 등장하는 모든 건축물은 면과 면이 만나면 서로 이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지. 마치 종이를 꼬아 연결하면 고저가 달라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말야.

 그린: 원근법을 활용해 3D처럼 보였다가도, 그래픽이 2D인 점을 감안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퍼즐을 만들어낸다라…인상적입니다. 정말 게임이기에 가능한 것이군요.

 옐로우: 비현실적인 퍼즐이라 게임이 더 몽환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지난번에 그린이 소개했던 ‘텐가미’랑은 좀 다른 느낌이랄까? ‘텐가미’는 책을 보는 듯한 감각을 준다면, ‘모뉴먼트 밸리’는 그야말로 퍼즐게임이네요.


▲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기하학적인 조형물이 등장


▲ '큐브' 퍼즐 하듯이 면을 돌리면, 전혀 새로운 광경이 펼쳐진다

 블루: 여러 가지 퍼즐을 섞은 것 같다. 높낮이를 맞추는 단순한 퍼즐에다 입체 사각형의 각 면을 돌려 색을 맞추는 ‘큐브’의 시스템까지 결합된 느낌이군.

 그린: 레벨디자인이 정말 치밀합니다. 3차원을 2차원으로 옮기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텐데…건물을 돌릴 때마다 새로운 광경이 펼쳐지는 게 놀랍습니다. 초현실주의 작가의 작품을 보는 것 같아요.

 핑크: 뭐야…언제부터 이렇게 진지했었어? 무슨 이야긴지 이해하기 어려워.

 앱티: 그냥 신기해서 좋다는 거니까 너무 낙심하지 말라고.

게임으로 ‘인터랙션 아트’를 만들다

 그린: 독특한 퍼즐도 좋지만, 사실 ‘모뉴먼트 밸리’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건 그래픽이군요. 외곽선이 없는, 면으로만 이루어진 파스텔톤의 오브젝트들이 게임 속으로 저를 끌어들이는 것 같습니다.

 옐로우: 여러 가지 패턴과 색으로 구성된 화면을 보고 있자니, 만화경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드네요. 개발사가 꼼꼼하게 만들어놓은 ‘모뉴먼트 밸리’의 세계관 속을 천천히 탐험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 스크린샷 메뉴도 간소화되어 화면 속에 잘 어우러진다


▲ 이국적인 패턴과 색감으로 가득

 앱티: 어스투가 본래 유저 인터페이스나 기업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회사다 보니 그런 부분에 탁월했던 것 같아. 게임 디자인을 전혀 해치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인터페이스 메뉴만 추가하고, 이동이 가능한 부분을 표시하는 아이콘도 본래 조형물을 구성하는 요소인 양 자연스럽지.

 블루: 보면 볼수록 완성도가 높군. 게임을 예술의 영역으로 승화시킨 좋은 사례 중 하나가 되겠다.

 앱티: 블루 말에 동의. 최근엔 벽에 걸린 작품을 가만히 눈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만지고 체험하면서 느끼는 예술이 각광받고 있다고. 이른바 ‘인터랙션 아트(Interaction Art)’라고 하지. 내가 보기에 ‘모뉴먼트 밸리’는 그 조건에 매우 합당한 게임이야. 


▲ 공주 아이다를 도와준 토템이 물에 잠기는 순간
대사도, 극적인 음악도 없지만 플레이어로 하여금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든다

 그린: 앱티씨는 의외로 다방면에 관심이 많군요. 다시 봤습니다.

 옐로우: 그러게요. 맨날 물건이나 부수고 게임에만 미쳐 있는 줄 알았는데.

 앱티: 에헴.

 블루: 저 여자 거들먹거리는 꼴 보고 싶지 않다. 빨리 끄고 미술관이나 가보도록 하지.

 핑크: 어, 진짜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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