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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이긴 '블소' AI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지난 2018년 9월에 '블소 토너먼트 월드 챔피언십'에선 AI에 프로게이머들이 고전을 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지난해 9월 '블소 토너먼트 월드 챔피언십'에선 AI에 프로게이머들이 고전을 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작년 9월, '블레이드앤소울(이하 블소)'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인 '블소 토너먼트 월드 챔피언십' 결선에선 꽤나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내로라하는 프로게이머들이 의문의 유저에게 참패를 당한 사건이다. 특히 한국선수와의 경기에선 전에 보지 못한 빠른 공격을 바탕으로 적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밝혀진 이 고수의 정체는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비무 전용 AI였다.

'블소' PvP 콘텐츠에 적용될 이 인공지능은 딥러닝을 적용한 심층강화학습 기술로 스스로 다양한 전투법을 몸에 익힌 똑똑한 친구다. 알파고나 알파스타같은 지능 위주 게임이 아닌 수십 분의 일 초 단위 판단이 필요한 MMORPG PvP 모드에서 딥러닝 AI가 적용된 사례는 굉장히 드물다. 이 AI는 어떤 방식으로 학습했길래 프로게이머와 겨룰 수준의 실력을 갖게 됐을까? 이번 GDC 현장에서 엔씨소프트 강화학습 팀 정지년 팀장과 노승은 연구원이 발표한 <강화학습을 이용한 프로게이머 수준의 '블소' 비무 AI 개발> 강의에서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 '강화학습을 이용한 블소 AI 만들기'라는 주제의 강연이 GDC 2019에서 열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인공지능이 게임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부터 차근차근

AI에게 프로게이머 수준의 경기력을 지니게 하기 위해선 일단 스킬 시스템을 이해시키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군중 제어기와 대미지 딜링용 스킬을 연계해서 쓸 수 있게 하고 회피와 반격을 위해 적절한 타이밍과 거리를 재도록 해야 했다. 더불어 각 스킬이 가진 상성을 이해시키고 어떤 움직임이 제일 효율적인지를 체크할 수 있도록 만들 일련의 과정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선 몇 가지 과제를 수행해야만 했다. 첫 번째는 복잡성을 줄이는 과정이다. '블소'에서 한 번 전투가 벌어질 때 발생하는 경우의 수는 바둑의 몇백 배는 될 정도로 복잡하다. 덕분에 딥러닝을 통해서 AI가 배워야 할 것도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를 줄이기 위해 정지년 팀장은 활동 공간을 눈에 띄게 줄이는 방향으로 갔다. AI로 하여금 불펼요한 움직임은 처음부터 하지 않도록 가르친 것이다.

엔씨소프트 강화학습팀 정지년 팀장이
▲ 엔씨소프트 강화학습팀 정지년 팀장이 각종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두 번째는 실시간 반응이었다. 행동 하나하나에서 뻗어나올 경우의 수를 모두 계산한다면 유저의 공격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것이 불가능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제작지는 인공신경망 네트워크를 사용했다. 비슷한 상황을 계속해서 제공함으로써 먼 미래의 결과 예측보다는 그때 그때의 효율적인 움직임을 추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 실시간 반응과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추상화 작업이었다. 사람마다 다른 패턴을 스스로 분석하고 일반화 시켜 상황에 따른 답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추가적인 훈련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프로 선수들의 경기를 반복적으로 학습하게 만들었다. 수없이 많은 움직임 중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움직임들을 보고 일반화 과정을 이해하는데 성공했다.

▲ 이번 연구의 목표는 프로게이머 레벨의 AI를 제작하는 것이다 (사진제공: 엔씨소프트)

보상을 이용해 본격적인 싸움 법을 알려주기

마지막으로 AI가 보다 기민하면서도 다채로운 움직임을 보여주기 위해선 다양한 방식의 전투법을 익혀야 했다. 각각 공격적인 형태와 방어적인 싸움법, 공수를 골고루 사용하는 스타일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서 '보상을 통한 강화학습'을 선택했다.

노승은 연구원이 강화학습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노승은 연구원이 강화학습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보상을 통한 강화학습은 행동하는 법을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맞는 행동을 했을 때는 일정한 보상을 주고 맞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는 불이익을 줘 스스로 계속 보상을 따라서 맞는 행동을 찾아가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아이가 걸음마를 익히는 과정을 연상하면 쉽다. 아이가 한발짝씩 제대로 걸을 때는 제대로 걷는다는 보상이 있지만 넘어지면 그 보상이 다 날아가게 된다. 결국 아이는 더 많은 보상을 위해 스스로 걷는 방법을 터득해나간다.

연구팀이 AI에게 설정한 기본적인 보상은 승리와 더 많은 HP였다. 쉽게 말해 더 큰 HP 차이를 유지한 채 이기면 더 큰 보상을 얻고 반대의 경우는 보상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더불어 스타일에 따라 거리 패널티, 공격 연계의 딜레이, 자신과 적 사이의 HP 비율 등으로 시작 조건을 다르게 구성해 상황에 맞는 전술을 구사하도록 학습 과정을 설정했다.

아이가 걸음마를 익히는 과정이 보상을 통한 자기 학습의 원류라고 볼 수 있다 (사진제공: 엔씨소프트)
▲ 아이가 걸음마를 익히는 과정이 보상을 통한 자기 학습의 원류라고 볼 수 있다 (사진제공: 엔씨소프트)

AI에게 제공되는 기본적인 보상은 '승리'와 HP 차이다 (사진제공 : 엔씨소프트)
▲ AI에게 제공되는 기본적인 보상은 '승리'와 HP 차이다 (사진제공 : 엔씨소프트)

이후에는 자기자신을 상대로 반복적인 대련을 하며 최상의 보상을 찾아 스스로 연구하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했다. 163시간을 훈련한 AI가 3시간, 142시간, 87시간 훈련한 AI와 지속적으로 대련하며 학습을 거쳤다. 딥러닝이 적용되지 않은 AI를 상대로 5시간 만에 승률 100%를 달성할 정도로 학습 속도는 빠른 편이었다. 이후에는 사람과 직접 맞붙으며 다른 방식을 학습했다. 특히, 사람과의 대련이 지속될 수록 AI 맹점이 하나 둘 드러났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선수들과 대련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프로게이머와의 공식적인 전적에서 공격적 스타일의 경우 92% 승률, 밸런스 타입은 42%, 방어형 AI는 50% 승률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보였다. 보상을 통한 강화학습이 효과적으로 작용함을 입증한 것이다.

▲ 지난 9월에 있었던 블라인드 매치 전경기 (영상출처: OGN 유튜브)

유저들에게 그 자체로 새로운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연구

AI가 실제 사람처럼 움직이면서도 프로게이머 못지 않은 실력을 지니고 있다면 이는 그 자체로 훌륭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더불어 그동안 나왔던 연습용 더미보다 훨씬 좋은 연습상대가 되어줄 것이다.

물론,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보상을 이용한 강화학습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인간과 오랜시간 대련하다 보면 약점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을 스스로 깨우치는 AI가 제대로 개발된다면, 머지 않아 진짜 프로게이머 수준의 AI가 유저의 연습상대가 되어줄지도 모를 일이다.

한 청자가 연구진에게 기술에 대해 상세히 질문하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한 청자가 연구진에게 기술에 대해 상세히 질문하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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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
장르
MMORPG
제작사
엔씨소프트
게임소개
'블레이드앤소울'은 '아이온'에 이은 엔씨소프트의 신작 MMORPG로, 동양의 멋과 세계관을 녹여낸 무협 게임이다. 질주와 경공, 활강, 강화 등으로 극대화된 액션과 아트 디렉터 김형태가 창조한 매력적인 캐릭터를...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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