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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갤러그와 동키콩이 현역, 미국 주점형 오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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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게임 기기가 발달하기 전인 90년대 까지만 해도 아케이드 게임은 가장 선진적인 게임 플랫폼이었습니다. 특히나 게임 강국인 미국엔 수많은 아케이드 게임장을 중심으로 게임 문화가 발달돼 왔죠. 전세계적인 붐을 일으킨 스트리트 파이터 2가 미국 아케이드 게이머들의 피드백에서 탄생한 작품인 것만 봐도 미국 아케이드 문화 파워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PC와 콘솔, 모바일로 그 이상의 게임 경험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아케이드 게임 산업은 쇠퇴하고 있습니다. 쿠폰형 빠칭코 게임을 융합시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정도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아케이드 게임 산업은 침체기입니다. 미국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번화가 마다 있었던 게임센터가 하나 둘 문을 닫고, 현재는 커다란 쇼핑센터나 테마파크, 영화관 등에 가지 않으면 아케이드 게임을 접하기 힘든 시대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아케이드 문화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90년대 미국 영화를 보면 주점 구석에 게임기 두세 대가 놓여 있곤 한데, 이 같은 특색을 더욱 발전시켜 레스토랑이나 바, 펍 등에 아케이드 게임을 융합시킨 매장들이 상당수 영업하고 있습니다. 땅 넓은 미국에 사는 게이머 입장에서도 시간 들여 게임하러 와서 밥과 술까지(운전은!?) 해결하고 갈 수 있으니 일석이조겠죠. 게임메카는 미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외곽에 있는 한 아케이드 게임 펍을 방문했습니다.

*기사 내 모든 사진은 매장 관계자 허가를 받고 촬영했습니다

오늘의 행선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 오늘의 행선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진: 게임메카 촬영)

샌프란시스코 동부에 위치한 브라이언트 스트리트. 도시의 상징 중 하나인 베이 브릿지에서 도보 10분 거리인 이 곳에 오늘의 목적지가 있습니다. 고층 빌딩이 밀집해 있는 다운타운에서 조금 벗어난 지역인데, 다행히 치안이 아주 나빠 보이진 않지만 북적북적한 곳이 아니라 해가 지면 좀 위험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오후 4시쯤, 오픈 시간에 맞춰 갔습니다. 평일은 오후 4시, 주말은 오후 2시에 영업을 시작해 자정~오전 2시에 문을 닫는데요, 그 이유는 제목에도 쓰여 있듯 기반이 술집이기 때문입니다.


창 안쪽으로 얼핏 보이는 게임기만이 이 곳이 오락실임을 알려준다
▲ 창 안쪽으로 얼핏 보이는 게임기만이 이 곳이 오락실임을 알려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바로 이 곳! Game Coin-OP Room(이하 코인 OP룸)입니다. 우리나라 게임센터와는 달리 외부 장식이 굉장히 심플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한 외부 기기도 없습니다. 이는 미국 문화이기도 하지만, 이 가게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는 일반 게임센터가 아니라, 술집과 결합된 형태의 매장이기 때문에 굳이 외부에 게임기를 홍보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도 쇼핑센터나 테마파크 내 오락실들은 우리나라처럼 번쩍번쩍합니다.

입구를 지키는 가드
▲ 입구를 지키는 가드 (사진: 게임메카 촬영)

술집이다 보니 미성년자는 입장이 제한됩니다. 가드가 입장객들의 신분증을 검사하는데요, 한국인이라면 여권이나 현지에서 통용 가능한 신분증을 보여줘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마 피크 시간대에는 딱 봐도 성인인 경우 일일히 검사하지 않을 수도 있긴 한데, 동양인들은 상대적으로 어려 보이는 경우가 많으니 신분증 지참이 필수입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바
▲ 가장 먼저 보이는 바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신분증 검사를 거쳐 내부로 들어가면 커다란 홀과 바가 나옵니다. 이 곳에서는 각종 음료와 술, 음식 등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살짝 봐도 제대로 된 바 느낌이 나는데, 생맥주 호스만 15개가 넘네요.


게임 느낌이 물씬 풍기는 메뉴판
▲ 게임 느낌이 물씬 풍기는 메뉴판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 콘셉트로 제작된 메뉴판을 살짝 훑어봤습니다. 맥주 메뉴만 16개. 그 외에 각종 안주, 피자, 칵테일 등을 팝니다. 특이한 메뉴라면 디저트로 무려 ‘오레오 튀김’을 판다는 것인데요, 정말정말 궁금하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 날 저녁 약속이 잡혀 있는 터라 저걸 먹었다간 곤란해질 것 같아 참았습니다. 참고로 게임센터와 주점이 결합된 곳이긴 하지만, 입장했다고 1인 1주문 등을 강요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이런 곳에 왔으면 술 한 잔 정도는 시켜 주는 게 매너라고 들었습니다. 지금 보니 코리안 스타일 윙도 있네요. 양념치킨인가요?


주변을 둘러보면 다양한 게임기들이 보인다
▲ 주변을 둘러보면 다양한 게임기들이 보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주변을 둘러보면 게임기들이 쭉 늘어서 있습니다. 앉아서 술과 음식을 즐기다가, 흥이 나면 휙 나가서 게임을 즐기고 오는 방식으로 이용하면 되는 듯 합니다. 매장 곳곳에는 게임기와 함께 테이블과 의자, 소파 등이 마련돼 있으며 미국답게 공간이 매우 넓습니다. 아마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이 정도로 쾌적한 환경의 게임센터는 쉽게 찾아볼 수 없을 듯 하네요.


동전 교환은 25센트 동전으로
▲ 동전 교환은 25센트 동전으로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을 하려면 동전이 필요하죠. 국가나 지역에 따라 동전 활용도가 낮거나 게임에 적합하지 곳에서는 전용 코인을 발행해주기도 하는데, 이 곳은 25센트(쿼터 달러) 동전을 사용합니다. 현재 환율 기준 약 310원 정도네요. 지폐 교환기에는 1, 5, 10달러 지폐 투입이 가능하며, 친절하게도 ATM이 함께 합니다. 게임 이용 요금은 기기에 따라 25센트, 50센트, 간혹 1달러 게임들이 있습니다. 요금이 나름 저렴한 데는 이 곳이 게임보다는 술과 음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주점형 업소이기 때문입니다.


왼쪽 벽면에 쭉 늘어선 게임기들
▲ 왼쪽 벽면에 쭉 늘어선 게임기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럼 본격적으로 내부 탐방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입장한 기준으로 왼쪽 벽면을 살펴보면 꽤나 다양한 스틱형 아케이드 게임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기기 박스 디자인이 각기 다르고, 입식 형태로 되어 있는 것이 그야말로 옛날 미국식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한국의 경우 박스 디자인이 거의 같으면서 내부 게임만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고, 대부분 앉아서 즐길 수 있도록 의자가 비치돼 있는 것과 비교됩니다.

게임기 박물관에 온 기분
▲ 게임기 박물관에 온 기분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곳은 유독 오래된 명작 게임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요, 얼핏 봐도 범상치 않게 생긴 기기 박스들의 모습이 보이시죠? 저런 기기들은 게임 박물관 같은 데에 몇 기씩 장식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선 무려 현역으로 쌩쌩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기기 상태들도 좋아요. 복각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죠. 참고로 맥주나 음료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자리마다 컵 홀더가 설치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갤라가!
▲ 갤라가! (사진: 게임메카 촬영)

우리나라에는 해적판 제목인 ‘갤러그’로 많이 알려져 있는 남코의 갤라가 아케이드판입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뒤를 이어 전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작품으로, 80년대 초에는 국내 오락실 기기 대부분이 갤라가로 가득 차 있었던 적도 있었죠. 미국에서는 미드웨이와 손잡고 기판을 내놓았었네요.


스트리트 파이터 2
▲ 스트리트 파이터 2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케이드 게임 대호황의 기반을 마련한 전설적인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2도 보입니다. 대전 모드를 통해 짧은 시간 내에 유저 순환이 가능해져, 오락실 매출을 수직 상승시킨 게임이죠. 기판 상태가 상당히 깔끔한데요, 위쪽 일러스트들을 보니 세월의 흔적이 약간은 남아 있군요. 그러고 보니 작년 E3 고전게임관에서 처음 만난 미국인 게이머들과 철권과 스파를 즐긴 기억이 있는데, 여기선 같이 즐길 사람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킬러 퀸 아케이드
▲ 킬러 퀸 아케이드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마 이 곳에 있는 스틱형 게임기 중 가장 최신 게임이 아닐까 싶은데요, 5인 동시 팀플레이가 가능한 ‘킬러 퀸’이라는 게임입니다. 2013년에 출시된 인디게임으로, 사진 왼편에 보면 파란색 박스가 세트로 있어 총 10명이 5 대 5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2D 맵을 뛰어, 혹은 날아다니는 우정파괴식 게임인데, 전반적인 게임성은 점프하며 즐기는 벌룬 파이트와 흡사하다고 보시면 편합니다. 2019년에는 스팀과 닌텐도 스위치로도 이식돼 ‘Killer Queen Black’ 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 중이니 관심 있으신 분은 체크해 보시길!

너무나도 미국다운 핀볼 게임
▲ 너무나도 미국다운 핀볼 게임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한국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미국에서는 게임센터 뿐 아니라 곳곳에서 손쉽게 만나볼 수 있는 핀볼 게임기도 가득 존재합니다. 일반 스틱형 아케이드 게임이 킬러 퀸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고전 게임들인 반면, 핀볼 게임은 꽤나 업데이트가 자주 되는 느낌입니다.


원작 기반 데드풀 핀볼 게임
▲ 원작 만화 기반 데드풀 핀볼 게임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마블 코믹스의 풍운아 데드풀을 소재로 한 핀볼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 핀볼 게임은 아케이드에서 즐겨야 본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흔히 보는 PC나 콘솔에서 즐기는 것과는 또 다른 묵직한 느낌이 중독적입니다. 공이 쿵쿵 튕기는 느낌, 특정 포인트에 도달하면 예상치 못한 물체가 튀어나오고 번쩍번쩍하면서 움직이는 쾌감은 아케이드가 아니면 느낄 수 없그등요.

이쪽은 건슈팅 게임 코너
▲ 이쪽은 건슈팅 게임 코너 (사진: 게임메카 촬영)

창가 쪽으로 가 보면 건슈팅 게임 코너가 나옵니다. 웬만한 건슈팅 게임들은 전부 1코인(25센트)이라 상당히 가격이 싸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만큼 나온지 꽤 된 게임들 위주이긴 합니다.

기관총으로 싸우는 웰컴 투 프라이트피어랜드
▲ 기관총으로 싸우는 웰컴 투 프라이트피어랜드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나마 가장 최신작인 웰컴 투 프라이트피어랜드 입니다. 국내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은 슈팅 게임으로, 괴기스러운 삐에로로 가득찬 놀이공원을 돌아다니며 적을 쳐부수는 레일슈팅 게임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묵직한 머신건을 이용해 플레이하는 맛이 있더군요. 다만 전반적인 게임성은 버추어 캅이나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수준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전설의 레전드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2와 타임 크라이시스 2
▲ 전설의 레전드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2와 타임 크라이시스 2 (사진: 게임메카 촬영)

어렸을 때 굉장히 열광적으로 즐겼던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2, 타임 크라이시스 2 입니다. 워낙 많이 한 게임들이라 그런지 오랜만에 잡아봤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완벽하게 즐길 수 있었네요. 마음 같아선 여기서 엔딩까지 보고 가고 싶었지만, 돌아봐야 할 게임이 많으므로 3~4분쯤 즐기다가 일부러 죽어주고 나왔습니다.

뒷편에는 안락해 보이는 다인용 테이블이
▲ 뒷편에는 안락해 보이는 다인용 테이블이 (사진: 게임메카 촬영)

건슈팅 게임 바로 뒷편에는 여러 명이 모여 술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라운드형 테이블이 놓여 있습니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코인 OP 룸은 기본적으로 주점이기 때문에 테이블이 곳곳에 비치돼 있는데요, 사람이 적은 시간대에는 게임만 즐기러 온 사람들도 앉아서 대기하는 등 활용도가 높아 보입니다.


레이싱 게임 코너
▲ 레이싱 게임 코너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공간은 조그마한 살롱 느낌으로 꾸며져 있는데요, 우아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소파형 의자와 함께 레이싱 게임 ‘더 패스트 앤 더 퓨리어스 드리프트(The Fast and the Furious Drift)’ 네 대가 놓여 있습니다. 이 게임도 나름 이 곳에선 최신작에 속하는 2007년 작품이긴 한데, 역시나 한국에선 볼 수 없는 게임기입니다. 일본의 7개 실존 트랙과 12개 오리지널 트랙이 존재한다고 하네요.

수줍은 농구대
▲ 수줍은 농구대 (사진: 게임메카 촬영)

스포츠 게임은 농구대 두 대가 전부입니다. 뭐, 이 게임이야 국내에서도 워낙 유명하니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2층 올라가는 계단
▲ 2층 올라가는 계단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로써 1층은 다 둘러봤습니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2층에도 다양한 게임들이 있다고 하네요

가운데가 뚫려 있는 구조
▲ 가운데가 뚫려 있는 구조 (사진: 게임메카 촬영)

2층은 가운데 바 부분이 뚫려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 복층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오픈된 느낌을 줍니다. 공간 효율성만 따졌다면 당연히 2층도 바닥을 다 깔았겠지만, 이런 면에서 땅 넓은 미국의 기상이 느껴지네요. 어… 근데 샌프란시스코는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동네인데……??

2층에도 간단한 바가 위치해 있다
▲ 2층에도 간단한 바가 위치해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2층에도 간단한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바가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땐 이른 시간이라 아직 오픈은 안 했지만, 2층에만 머물며 노는 사람들도 굳이 1층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되겠네요.

저쪽 구석에 뭔가 재밌는 것들이 보인다
▲ 저쪽 구석에 뭔가 재밌는 것들이 보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한쪽 구석에서 음악소리가 나길래 보니까 뭔가 재미있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한 번 가까이 가보겠습니다.


4인 플레이 팩맨
▲ 4인 플레이 팩맨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맨 앞에 있는 기기는 4인 동시 플레이가 가능한 팩맨입니다. 기기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게임은 한국에서도 간혹 볼 수 있죠. 생각 같아선 4인 플레이 한 번 해 보고 싶었는데, 같이 할 친구가 없었습니다.

문제의 게임 모탈 컴뱃 2
▲ 문제의 게임 모탈 컴뱃 2 (사진: 게임메카 촬영)

미국 게임 등급 위원회인 ESRB가 생긴 계기가 된 모탈 컴뱃 2입니다. 척추를 뽑고 사람을 산산조각 내는 페이탈리티가 유명한 게임인데, 당시만 해도 게임 등급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저 게임을 어린아이들이 아무 제한 없이 즐길 수 있었죠. 결국 이로 인한 폐해가 생기면서 미국에도 게임 등급 시스템이 생겼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일한 리듬게임 인 더 그루브
▲ 유일한 리듬게임 인 더 그루브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이머 두 명이 열성적으로 플레이 하고 있던 이 기기의 정체는 미국에서 제작한 인 더 그루브 3 입니다. DDR과 같은 십자 발판을 밟는 방식으로, 사실상 DDR의 아류작이지만 북미권에서는 나름대로의 인기를 얻으며 DDR 못지 않게 잘 나가는 시리즈입니다. 플레이 요금은 1달러 당 3곡으로, 나름 최고가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게임 제목이 ‘인 더 그루브 3’ 라는 건데요, 사실 3편은 코나미와의 저작권 소송에서 패배함에 따라 개발이 중지돼 출시되지 않은 작품입니다. 이 기기의 정체는 유출된 곡과 일부 소스를 활용해 팬들이 만든 작품인데요, 그래서인지 기판에도 펌프와 안다미로 로고가 막 붙어 있네요. 리듬게이머 Ryunan 님에게 보여주니 “하고 싶다…… 정말로” 라는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얼음 동동 생수는 워터... 아니, 셀프
▲ 얼음 동동 생수는 워터... 아니, 셀프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 하다 목 마를까봐 냉수도 가득 준비돼 있습니다. 컵은 따로 없는데, 말하면 줄 것 같네요. 참고로 뒤에 붙어 있는 포스터는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에 게임 플레이가 무료로 풀린다는 안내문입니다. 이 날은 술 한 잔 시켜 놓고 하루 종일 게임만 하고 갈 수 있을 듯 한데, 아마 사람도 무지하게 많겠죠?


1층과 같이 다양한 스틱형 게임과 핀볼이 가득하다
▲ 1층과 같이 다양한 스틱형 게임과 핀볼이 가득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2층 창가쪽 공간 역시 다양한 스틱형 아케이드 게임과 핀볼 게임들로 가득합니다. 여기도 굉장히 오래된 게임들이 많이 보이고, 테이블과 의자도 한 면을 차지하고 있네요.



얼음 동동 생수
▲ 여기서 시간 좀 보냈습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소울 칼리버 1, 닌자 거북이, 동키콩, 심슨 게임까지. 어릴 적 즐겼던 추억의 게임들이 가득합니다. 특히 저 심슨 게임은 4인 플레이도 가능해서 오락실에서 열심히 즐겼던 기억이 있네요. 마지 심슨과 바트 심슨이 개인적으로 좋았습니다. 여기서 잠시 취재를 잊고 대략 동전 8개 정도 쓴 것 같네요.


가장 미국다운 아케이드 게임은 역시 핀볼이 아닐까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가장 미국다운 아케이드 게임은 역시 핀볼이 아닐까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역시 한쪽 면은 핀볼 게임이 채우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고스트 버스터즈, 고질라, 워킹 데드, 사우스 파크 등 인기 IP는 죄다 모여 있습니다. 아래층에도 화성침공, 데드풀 등이 있었죠. 일본에서는 파칭코에 각종 애니메이션이나 연예인들이 총집합한다면, 미국에서는 핀볼이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인기를 끄는 작품이 나오면 바로 핀볼 계약을 맺고 게임을 출시하는 그런 식이죠. 게임에 따라 구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사실 스킨이 조금 다를 뿐 대동소이해서 쉽게 만들 수 있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아케이드 게임 펍을 둘러봤습니다.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법 한 옛날 게임들이 많은 점에 한 번 놀랐고, 그 게임기들 상태가 너무나도 좋은 점에 또 한 번 놀랐고, 너무나도 쾌적한 환경과 저렴한 게임 요금에 마지막으로 한 번 놀랐습니다. 전통적인 오락실 형태의 게임센터가 상당수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이런 형태의 새로운 공간이 생기는 것을 보니 미국 아케이드 게임산업의 현주소를 부분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방식의 융합형 게임센터가 한국에도 좀 더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전문적인 음료나 주류를 판매하는 게임센터가 소수 생기긴 했지만, 이처럼 본격적인 곳은 아직 없거든요. 게임을 평소 즐기지 않는 일반인들도 술 한 잔 하러 왔다가 추억과 분위기에 젖어 게임기를 만져 보고, 게이머들도 한 곳에서 게임과 모임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좋아 보입니다. 물론 실제 오픈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긴 하겠지만, 국내 아케이드 게임센터도 보다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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