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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본이 몬헌 팬들의 '불쾌한 골짜기'가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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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출시된 와일드본 (사진: 게임메카 촬영)
▲ 10일 출시된 와일드본 (사진: 게임메카 촬영)

모바일 액션 RPG '와일드본'처럼, 첫 공개 당시부터 게이머들의 비판을 받은 게임도 드물 것이다. 주된 이유는 '몬스터 헌터' 시리즈와 너무 흡사하다는 것이다. 무기 시스템과 특성, 몬스터 디자인, 몬스터 골격, 플레이어를 도와주는 조그마한 동료, 와이어 액션, 대자연을 돌아다니며 사냥과 채집을 한다는 설정... 일단 겉보기는 확실히 닮아 있었다.

그리고 10일, 정식 출시와 함께 실제 체험해 본 와일드본을 한 마디로 평가하자면, '불쾌한 골짜기'로 표현할 수 있다. 이 단어는 주로 3D 그래픽 모델링에서 많이 쓰이는데, 모델링이 실사(원본)와 비슷해지다 보면 어느 순간 이질감이나 위화감을 느끼게 되는 구간을 뜻한다. 인간과 애매하게 닮은 것 같으면서도 뭔가 이상하게 다른 모습이 불쾌하게 다가오는 것 말이다. 와일드본에서 게이머들이 느끼는 감정 역시 이러한 불쾌한 골짜기에서 느끼는 것과 같을 것이다. 몬스터 헌터를 닮은 것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데서 오는 미묘한 기분이 떠나지 않는다.

일단, 정식 출시 전 테스트와 출시 후 하루간 체험해 본 와일드본의 플레이 감각은 몬스터 헌터 시리즈와 사뭇 다르다. 조작 시스템은 영락없는 모바일게임의 그것으로, 일반 공격과 스킬, 동료 스킬 버튼이 따로 존재한다. 전체적인 조작감은 묵직하고 신중한 움직임을 요구하는 몬스터 헌터보다는 3인칭 시점에서 진행하는 논타겟팅 온라인게임의 보스전과도 흡사하다. 가벼운 움직임을 필두로 적의 치명적인 공격을 피하거나 몸으로 막아 가며, 스킬과 평타를 섞어 공격을 퍼붓는 모습은 몬스터 헌터와는 완전히 별개의 게임이다. 액션 면에서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고 할 수 있으며, 나름 재미도 좋다.

조작 시스템이나 조작감은 확실히 몬스터 헌터보다는 다른 논타겟팅 액션 RPG들과 비교해야 맞을 것 같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조작 시스템이나 조작감은 확실히 몬스터 헌터보다는 다른 논타겟팅 액션 RPG들과 비교해야 맞을 것 같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하는 내내 몬스터 헌터 시리즈가 겹쳐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무기 시스템, 몬스터 디자인, 몬스터 골격과 움직임, 장비 디자인, 플레이어를 도와주는 조그마한 동료의 존재, 와이어 액션, 대자연을 돌아다니며 사냥과 채집을 한다는 설정, 캠프에서 음식을 먹어 버프를 받는 시스템, 배경 묘사 등이다. 대부분이 눈에 바로 들어오는 비주얼적 부분인지라, 전 문단에서 말한 차별화 포인트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치 눈에 묘한 필터를 씌워진 느낌인데, 이를 '불쾌한 골짜기 필터' 라 칭하겠다.

일단 이 필터가 씌워지면, 몬스터 헌터 시리즈와 다른 점들이 유독 눈에 거슬리기 시작한다. 급기야 모바일 환경에 맞춰 편의성을 추구한 부분들까지도 단점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와일드본은 일반적인 모바일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일일 미션이나 출석, 장비 제작, 유/무료 재화, 행동력, 던전 입장권, 다양한 재화(토큰, 가루, 증표, 가죽, 뼛조각 등), 길드, 도감, 강화와 뽑기 시스템 등이다. 모바일게임 중 이런 시스템 하나 없는 게임은 찾기 어려우므로 딱히 비난할 거리는 아니다. 그러나 불쾌한 골짜기 필터가 씌워진 상태에선 이런 것 하나하나가 거슬린다. 일각에서 말하는 '몬스터 헌터를 가져다 모바일게임의 거추장스러운 시스템을 잔뜩 가져다 붙여 놓은 키메라를 보는 느낌'이라는 평은 이런 시각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존 모바일게임 특유의 시스템이 상당히 많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기존 모바일게임 특유의 시스템이 상당히 많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신생 게임답게 살짝 미흡한 부분들도 이 필터가 씌워지면 눈에 거슬린다. 지나치게 화려한 이펙트로 인해 적 몬스터의 움직임이 잘 보이지 않거나, 마치 플레이어를 타겟팅 한 것 처럼 궤도를 바꿔 가며 돌진하는 모습, 필드에 등장하지 않는 호르툴, 전장 파악을 어렵게 하는 카메라 워킹, 허공에 나뭇가지를 휘두르는 것 같은 타격감, 알아보기 힘든 몬스터 움직임, 유효 사거리를 파악하기 어려운 공격 모션 등이다. 일반 액션 게임이었다면 관대하게 넘어가며 향후 업데이트를 기약했을 부분들이겠지만, 불쾌한 골짜기 필터가 씌워진 유저들에겐 그저 비판 대상일 뿐이다.

이펙트에 가려진 저 몬스터는 지금 무슨 움직임을 준비 중일까? (사진: 게임메카 촬영)

몬스터는 어디 있고 난 어딜 향해 무기를 휘두르는 걸까?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펙트가 크고 카메라 워킹이 좋지 않아 힘든 광경이 자주 연출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결과적으로 와일드본은 모바일 환경에서 '몬헌라이크' 느낌의 헌팅 액션을 추구했고 차별화 포인트도 여럿 마련한 작품이다. 사실 게임성에 초점을 맞추면 좀 더 살펴볼 부분이 많다. 호르툴 뽑기를 위시한 과금 의존성이 어느 정도인지, 무과금으로 어디까지 즐길 수 있는지, 향후 업데이트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엔드 콘텐츠는 무엇인지, 이 게임만의 차별적인 액션은 무엇인지... 헌팅 액션 제작 노하우가 없는 신생 개발사에서 이 정도 게임을 만들었다는 것은 확실히 괜찮은 성과며, 향후 업데이트를 기대해 봄직하다. 

그러나 몬스터 헌터 시리즈가 강하게 떠오르는 외관 때문에 '불쾌한 골짜기'에 빠진 점이 치명적이다. 그래픽이나 콘셉트, 배경, 무기나 몬스터 외관 등에서 몬스터 헌터 느낌을 덜어내고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수준까지만 만들었다면 명작으로 불리진 못할지언정 불쾌한 골짜기에 빠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완성도에 있어서도 비교대상이 18년 역사를 지녔고 PC와 콘솔 플랫폼에 최적화된데다 최근 한창 물오른 몬스터 헌터 시리즈다 보니 어찌 보면 억울할 정도로 한없이 불리하다.

헌팅 액션을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시도는 좋았다. 게임성 역시 모바일의 특성을 살려 나름 차별화를 이루고자 한 부분도 보였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를 경험해보지 못 한 게이머가 이 게임을 통해 헌팅 액션에 입문하는 경우라면 나름 신선하게 다가올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 번 불쾌한 골짜기 필터가 씌워진 유저들에게서 이를 벗기기는 쉽지 않다.

네티즌 사이에서 '대유쾌 마운틴'이라는 말이 있다. 불쾌한 골짜기를 극복하고 더욱 기술을 발전시키면 나오는 긍정적 반응 영역을 뜻한다. 와일드본이 '대유쾌 마운틴'에 올라서려면 아예 몬스터 헌터와 거의 완전히 비슷하게 가거나, 완전히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해야 한다. 전자는 실현 가능성이 적은 데다 표절 시비까지 붙을 수 있기에 후자밖에 방법이 없다. 몬스터 헌터의 그림자를 확 걷어내고 와일드본만의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인가가 승부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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