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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이걸 애들이? 90년대 오락실의 충격적 게임 T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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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강한 자만 살아남았던 XX년대'라는 밈이 있다. 현대에 비해 신체·정신적 안전 관련 의식과 제도가 부족했던 과거, 다소 위험하고 하드코어한 놀이기구나 물건 등이 일상에 널려 있던 시대를 일컫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기자도 놀이터 원심분리기 기구에서 튕겨져 나가 모래밭에 머리부터 착지하거나, 정글짐에서 미끄러져 투둥투둥 하며 아래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 아, 그네로 360도 회전을 해보겠다고 도전하다가 바닥으로 곤두박질 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걸 보면 나름 강했었나 보다.

가혹했던(?) 환경은 게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90년대 오락실은 최첨단 게임들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꿈의 공간이었는데, 국민학생 형 손을 잡고 유치원생까지 오가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하드코어한 게임들이 많았다. 지금 보면 정신이 아득해질 광경인데, 영등위(당시 이름은 공연윤리위원회)가 게임 심의를 맡던 시절 전문성 없는 심사로 인해 어처구니 없는 등급을 받거나 해적판 기판 보급 등으로 일어난 일들이었다. 90년대 오락실을 혼돈의 공간으로 만들었던 게임들을 살펴보자.

TOP 5. 탈의 땅따먹기, 갈스 패닉

갈스 패닉(GALS PANIC) 시리즈는 흔히 말하는 땅따먹기 게임의 대표작이다. 게임 이름은 몰라도 '오락실 땅따먹기'라고 설명하면 대부분 알아들을 정도다. 액션게임 위주였던 당시 오락실에서 테트리스나 퍼즐보블 등과 함께 몇 안 되는 퍼즐게임이었기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은근히 인기가 높았다. 다만,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야한 그림이나 영상이 나온다는 것이 문제였다.

실제로 1990년 1편을 시작으로 국내에 약 4~5편 정도가 정식 수입된 갈스 패닉 시리즈 대다수는 이러한 성적 요소를 메인으로 삼았다. 상의 탈의는 물론, 요즘 유행하는 말로 '성관계 암시'에 가까운 표현까지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들은 대부분 전체이용가 등급을 받고 오락실에서 당당히 가동됐다. 참고로 당시 등급 사유에는 '80% 이상 확보 시 배경 여성 캐릭터 그림을 볼 수 있다' 정도만 표기돼 있어, 담당자가 90%를 넘기지 못한 채 스테이지 한두 개 클리어 해보고 등급을 매겼다는 합리적 추측을 하는 중이다.

심의
▲ 영등위가 심의를 맡던 시절 '갈스 패닉 SU'에 대한 심의내용. 무려 전체이용가다 (사진출처: 게임위 공식 홈페이지)

TOP 4. 철퇴로 적을 갈아버리는, 천지를 먹다 2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후반은 벨트스크롤 액션 장르의 전성기였다. 눈만 감았다 떠도 수많은 신작이 쏟아졌는데,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모아보자면 '천지를 먹다 2'는 항상 상위권에 들 정도다. 삼국지 기반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게임으로, 특정 무기나 커맨드로 적을 처치하면 유혈이 낭자하고 사지가 따로 노는 잔혹한 연출이 펼쳐지는 점이 특징이었다.

사실 천지를 먹다 2 외에도 잔혹한 연출을 내세운 벨트스크롤게임은 많았지만, 이 게임처럼 사실적이고 노골적인 연출을 내세운 아케이드게임은 드물었다. 게임성 자체도 준수한 데다 비교적 국내에서도 먹히는 삼국지 배경이다 보니 보급도 매우 널리 이루어졌다. 그래서인지 당시엔 국민학생들이 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승리 대사인 '숏다리!'를 외치는 장면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전쟁의 참혹함을 깨우쳐 줬다고 하면 조금이라도 긍정적일까?

꽤나 잔혹한 연출이 돋보였던 천지를 먹다 2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꽤나 잔혹한 연출이 돋보였던 천지를 먹다 2 (사진: 게임메카 촬영)

TOP 3. 베팅하시고, 출발! 경마 게임기

기사 내 다른 게임들에 비해 높은 인기를 끌진 못했지만, 일부 오락실에는 무려 경마게임도 존재했다. 청소년오락실에 있는 게임들은 한때 운영된 스크린경마처럼 돈이나 상품권이 나온다거나 실물 상품을 주는 사행성 기기는 아니었다. 다만 게임성을 보면 말을 조종해 레이싱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머니를 베팅한 후 레이싱 결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 경마 그 자체를 그대로 모사했다.

국내에 주로 퍼진 게임은 앨링턴 호스 레이싱이나 조키 그랜드 프릭스 등이다. 100원만 넣어도 소액 배팅만 하면 20~30분은 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구조였기에 은근히 팬이 많았다. 기자도 오락실에서 동전이 얼마 남지 않으면 이 게임을 즐기곤 했던 기억이 난다. 정식 등급을 받지 않은 이 기판들이 어떻게 국내에 유통됐는지는 모르겠지만, 2011년 니노쿠니가 슬롯머신 연상 콘텐츠를 이유로 청소년이용불가를 받은 것을 생각하면 꽤나 혼돈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겠다.

2004~5년 유행한 스크린경마처럼, 십수 개의 버튼이 존재하는 기판도 있었다 (사진출처: gamesdatabase.org)
▲ 2004~5년 유행한 스크린경마처럼, 십수 개의 버튼이 존재하는 기판도 있었다 (사진출처: gamesdatabase.org)

TOP 2. 마지막 일격으로 처형, 사무라이 쇼다운

스트리트 파이터 2를 시작으로 약 20여년 넘게, 오락실의 핵심 장르는 대전액션이었다. 버추어 파이터, 철권, KOF, 용호의 권, 소울칼리버 등 쟁쟁한 작품들이 나온 가운데, 유독 컬트적인 인기를 끈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사무라이 쇼다운 시리즈다. 칼이나 창 등 무기 전투를 기본으로 강공격 한 방에 체력 절반 이상이 깎여나가는 하드코어한 공방을 구현해, 취향에 맞는 사람들은 이 게임만 주구장창 파고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역시 어린 게이머들이 보기엔 폭력성이 상당히 높았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시퍼렇게 날이 서있는 냉병기로 싸우기에 피격 시 피가 튀는 것은 예사며, 마지막 공격에 따라 상대방을 K.O. 시키는 것이 아니라 명을 끊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심의를 받은 수정판 대신 무삭제 버전 일본 기판이 국내에 해적판으로 공급됐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어쨌거나 90년대 오락실에서 피 튀기고 사지가 절단되는 칼부림 혈투가 펼쳐졌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일설에 의하면 국내 정식 수입판은 피와 사지절단이 없는 버전이었으나, 그보다 많은 해적판이 풀렸다고 (사진출처: SNK fandom.com)
▲ 일설에 의하면 국내 정식 수입판은 피와 사지절단이 없는 버전이었으나, 그보다 많은 해적판이 풀렸다고 (사진출처: SNK fandom.com)

TOP 1. 이 게임이 오락실에 있었던 게 신기할 지경, 모탈 컴뱃

대망의 1위는 모탈 컴뱃 시리즈다.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상대를 처형할 수 있는 이 게임의 잔혹성은 딱히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미국에서는 사회문제가 되며 등급협의체인 ESRB를 탄생시켰고, 최신작들은 국내에서 아예 등급 거부를 받으며 출시조차 되지 못했다. 국내 뿐 아니라 꽤 많은 나라에서 모탈 컴뱃 시리즈의 출시를 금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1990년대 초중반, 이 게임은 무려 국내에서 12~15세 등급을 받으며 오락실에 배급된 적이 있다. 사실 앞서 언급한 사무라이 쇼다운이나 천지를 먹다 등도 고어한 연출이 있긴 했지만 만화 형태의 2D 그래픽이었던 반면, 모탈 컴뱃 시리즈는 시작부터 실사 사진을 이용한 사실적 그래픽으로 등장해 충격이 더 컸다. 그래서인지 너무 잔인하다며 자체적으로 이 게임을 들여놓지 않은 오락실 점주들도 상당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봐야 어린 시절 모탈 컴뱃을 오락실에서 처음 보고 충격을 받은 게이머만 모아도 도시 하나는 거뜬히 나올 것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이 게임이 국내 오락실에서 가동됐는지 미스터리일 뿐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이 게임이 국내 오락실에서 가동됐는지 미스터리일 뿐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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