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나라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오프라인 게임 문화 중 하나가 바로 아케이드 게임센터, 즉 오락실 입니다. 한국처럼 PC방이 발달한 나라가 아니면 각종 아케이드 게임들을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센터가 오히려 대중적인 경우가 많죠. 특히 손맛이 중요한 리듬게임이나 전용 조이스틱을 활용하는 레이싱, 슈팅게임들은 집보다는 전용 기기가 갖춰진 곳에서 해야만 느낌이 살기도 하고요.
얼마 전 호주 시드니에 방문할 일이 있었던 기자는 문득 한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호주는 일본이나 한국처럼 오락실이 대중적인 나라일까?’라는 생각이었죠. 곧바로 지도 앱을 켜서 확인해보니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VR 게임방 몇 곳을 제외하면 시드니 전체에 10곳이 채 안 됐죠. 그마저도 ‘타임존(Timezone)’이라고 하는 프랜차이즈 지점이 거의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얼마 안 되는 호주 게임센터엔 과연 어떤 게임들이 있을까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철권, 스트라이커즈 1945, DDR 정도는 있지 않을까요? 이런 궁금증들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시드니의 ‘타임존 센트럴 파크점’에 방문해봤습니다.
머물던 숙소에서 도보로 약 40분을 걸어 도착한 곳은 시드니 시내 한복판에 있는 복합 쇼핑몰이었습니다. 이름은 ‘센트럴 파크’로, 네일샵부터 의류 판매점, 카페, 식당 등과 함께 오늘의 목적지인 ‘타임존’ 오락실이 입점해 있었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건너편에 간판이 보였습니다.
먼저 타임존은 미리 카드를 구매해 리더기에 찍는 방식으로 게임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이나 중국, 인도 등 동전이 체계적이지 못하거나 동전 사용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나라, 지폐 가치가 낮아 게임 이용료를 지폐로 지불해야 하는 나라 등에서 이러한 정책을 주로 사용하는데, 호주의 경우 현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오락실도 카드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금제는 일정 금액을 충전해놓고 게임당 지불하는 방식과 시간제 카드(자유이용권) 방식 중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꽤 독특합니다. 게임 가격은 종류별로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3 호주달러(한화 약 2,500원) 정도 하며, 시간제의 경우 1시간에 35 호주달러(한화 약 3만 원) 입니다. 리듬게임이 아닌 이상 한 판에 3분 안쪽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고, 잔액이 남았을 때 처리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현지에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주로 시간제로 구매하는 편이죠. 다만 시간제의 경우 경품 게임에는 쓸 수 없습니다.
입구에는 조이스틱을 조작하는 비디오게임들보다는 체감형 게임들이 많았습니다. 인형뽑기부터 시작해서 펀치 기계, 춤추는 리듬게임 ‘댄스러쉬 스타돔’, ‘태고의 달인’, 오토바이 시뮬레이션 ‘모토GP’ 등이 있었죠. 특히 태고의 달인의 경우 평일 늦은 저녁 시간대라 전체적으로 사람이 없었음에도 플레이하는 사람이 보여 그 인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독특한 기계도 보였습니다. 동전과 카드들이 잔뜩 쌓여있고, 확률에 따라 일정량을 얻을 수 있는 게임인 것 같았죠. 단순히 기념품용 동전과 카드 같지는 않아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오락실 전용 ‘티켓’으로 바꿀 수 있는 물건들이었습니다. 티켓은 정해진 개수에 따라 다양한 경품과 교환할 수 있고요. 물론 기자는 혹시 모를 해외 원정도박(?)이 두려워 해보지는 않았습니다.
경품은 적당히 인형이나 조금 있겠거니 싶었는데, 생각보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피규어, 키링, 인형, 스티커, 미니백을 비롯해 별의별 장난감까지 엄청나게 다양했죠. 마리오와 포켓몬 인형, 스파이더맨 가방 같은 유명 IP 굿즈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물론, 사이즈가 크거나 희귀한 경품일수록 티켓 가격이 상당히 비쌌는데요. 스파이더맨 가방의 경우 무려 1만 4,000 티켓이었습니다. 과연 오락실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써야 할지 상상도 안 됐죠.
오락실 중앙에서 경품들을 살펴본 뒤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더 많은 게임기들이 늘어져 있었습니다. 농구공을 던져 기록을 세우는 게임부터 모형 총기를 사용하는 슈팅게임 ‘타임 크라이시스 5’와 ‘헤일로’, ‘하우스 오브 더 데드’, 익숙한 ‘마리오 카트 DX’까지 정말 다양하게 있었죠. 특히 드럼세탁기처럼 생긴 리듬게임으로 유명한 ‘마이마이’는 커플이 함께 즐기고 있기도 했습니다.
아예 피아노와 결합된 리듬게임도 있었는데요. 안쪽 중앙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어 시선을 확 끌었죠. 직접 만져보니 실제 피아노보다는 약간 가벼운 느낌이었고, 건반 갯수도 36개로 일반적인 어쿠스틱 피아노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래도 이제 막 피아노를 배운 아이나 커플들이 와서 놀기에는 충분해 보였죠.
다만, 내부를 전부 둘러봤음에도 한국 오락실에서 주로 보이는 게임들은 거의 없었는데요. 철권이나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 같은 격투게임은 물론, 버블버블, 메탈슬러그 같은 조이스틱을 사용하는 비디오게임들은 아예 없는 수준이었죠. 안쪽에도 입구와 마찬가지로 볼링과 축구나 전용 장비를 사용하는 레이싱, 슈팅 등 체감형 게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게임센터 ‘타임존 센트럴파크점’을 살펴봤는데요. 전반적으로 마니아들을 위한 장소라기보다는, 연인이나 관광객 혹은 자녀와 부모가 함께 놀러 오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실제로 직원에게 물어보니 이번에 방문한 타임존 센트럴파크점이 아니더라도 호주에 있는 오락실 대부분이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죠. 역시 동아시아권과 다른 문화를 가진 만큼 오락실 분위기에서도 약간 차이가 있었네요. 언젠가 시드니를 여행한다면 한번쯤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해드리며, 이번 성지순례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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