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잇 노동균
기자] 20만원대의 저가형 노트북 시장이 판을 키울 전망이다.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넷북과 같이 PC 시장에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매김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때 저가형 노트북 시장을 이끌었던 넷북은 지난 2010년 정점을 찍은 이후 급격히 하락세를 맞았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넷북 출하량은 397만대로, 2010년 3214만대 대비 1/10 수준으로 급감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공세로 PC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탓도 있으나, 낮은 가격과 휴대성에 지나치게 초점을 둔 나머지 기대에 못 미치는 성능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급격히 멀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국내 저가형 노트북 시장은 대만 및 중국 제조사들의 완제품을 수입해 유통되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PC 시장 침체 여파로 부품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OEM 형태의 제조 방식으로는 경쟁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운영체제까지 빼고 가격을 극단적으로 낮춘, 일명 프리도스 노트북이 약 20만원 후반대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윈도 운영체제 의존도가 높은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크롬북이 저가형 노트북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아마존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크롬북을 살펴보면, 159달러의 초저가 제품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제품도 300~399달러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크롬북은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전체 노트북 판매량의 1/3을 차지하고 있다.
▲구글 크롬 운영체제를 탑재한 크롬북(사진= 에이서)
비록 국내에서는 크롬북이 공식적으로 판매되고 있지 않지만, 이러한 크롬북의 여파는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저가형 노트북 시장을 두고 크롬북과 전면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특히 MS가 정품 윈도 운영체제를 탑재하고도 출하가 기준으로 20만원 초반대의 저렴한 가격의 노트북을 선보일 것으로 예고하면서, 국내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MS가 예고한 저가형 노트북의 구체적인 사양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현재까지는 셀러론 프로세서와 윈도 8.1을 탑재한 11~15형대 제품이 199달러에 등장할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넷북의 지속적인 성장에 걸림돌이었던 아톰 프로세서의 성능 문제를 어느 정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오피스와 같은 핵심 애플리케이션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하드웨어에 크게 의존하지 않아도 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MS는 250달러 미만의 PC에 윈도 8.1의 라이선스 비용을 최대 70%까지 인하하는 정책을 주요 PC 파트너사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성컴퓨터가 윈도 8.1 위드 빙을 설치하고 셀러론 프로세서를 탑재한 11.6형 및 15.6형 노트북을 33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비슷한 사양의 외산 프리도스 제품과 비교해 약 3~4만원 가량 비싼 수준이다.
이렇듯 현재 국내 저가형 노트북의 가격대를 고려하면, MS가 언급한 199달러 윈도 노트북은 국내에서 약 20만원 후반대의 가격대로 기존 프리도스 노트북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홀리데이 시즌에 HP가 선보일 것으로 알려진 이 제품에 국내 PC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록 윈도 8.1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윈도의 점유율이 절대적인 만큼 저가형 노트북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과거 넷북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급격히 바람이 빠졌음을 고려하면, MS가 새로운 저가형 노트북에 뉴 넷북과 같은 포지셔닝을 취하는 전략을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균 기자 yesno@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