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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모럴 패닉’으로 얼룩지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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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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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야말로 참담합니다. 여성부는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명목 아래 실효성이나 위헌 문제를 뚫고 결국 ‘셧다운제’를 법제화시켰고, 문화부 역시 ‘선택적 셧다운제’를 추진하여 이중규제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끝이 아닙니다. 최근 청소년 폭력 문제가 대두되자 교과부는 ‘게임’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규정하며 이런 저런 규제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요. 마무리 일격은 보수언론입니다. 이들은 갖가지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는 키워드나 이미지 자료를 통해 게임의 부정적인 측면을 들추고 ‘사회의 악’으로 간주해 버렸으니까요. 급기야 오늘(3일)은 청와대까지 나서 ‘게임중독’ 대책마련에 돌입한다고 하네요.

사실 관계당국이나 보도기관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습니다. 당장 교과부만 보더라도 ‘청소년 폭력성’ 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연구대책마련보다는 책임을 회피할 수단으로 ‘게임’을 지목한 게 너무 빤히 보이니까요. 물론 효과는 좋을 겁니다. 기성세대(학부모)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게임’을 최대한 많이 노출하고, 문제점으로 지적함으로써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게 유도할 수 있으니까요. 더 무서운 건, 이를 일반화시켜 기성세대에 ‘그럴 것이라’ 믿게 해 불안감까지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죠. 폭력적인 게임이 청소년 폭력성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신뢰할만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말입니다. 어이구, 무섭네요.

일부 보수매체가 보도하고 있는 ‘게임 중독’에 대한 부분도 다를 바 없습니다. 갖가지 임상실험과 뇌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게임의 부정적인 측면을 들추어 내 ‘쓰레기’ 같은 용어로 비하하며 ‘게임=사회의 악’으로 일반화시키고 있으니까요. 세계 각지에서 게임이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다룬 연구결과나 학설 따위는 이미 이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아닌 것 같습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번지자 누리꾼들도 분노의 감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게임메카 독자 분들도 보도된 뉴스에 다양한 의견을 남겨 주셨는데요, 대부분 현재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근원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ID 라이임 “솔직히 말하자. 학생들이 탈선하는 이유는 부모가 집안교육을 못하는 환경에서 발생하지 무슨 게임이 문제냐? 먹고 살기 빡빡한 세상이라 맞벌이가 당연시 되고 있는 이 상황에 집안 교육이 될 리 만무하고, 힘든 부모는 `내 자식만큼은 이 고생 안 시켜야지` 하면서 죽도록 공부하라고 강요하고 있고~ 그러면서 인성교육은 뒷전이요~ 아이들의 꿈은 저멀리, 사교육만 죽도록 일어나. 진짜 문제는 개판 정치로 먹고 살기 힘들어지고 거기에서 파생되서 나온 문제인데. 해결할 방법도 없고 어떤게 문제인지 밝히기도 꺼려지니까 희생양으로 게임을 삼고있는 거지. 에효, 뻔히 문제가 어디서부터 파생되는지 보이는데 그건 해결 안하고 자꾸 끝 언저리부터 건드리니~ 답답하구만”

ID 벨드레이크 “아이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접근을 해야지. 영화가 청소년의 탈선을 부추긴다 > 규제 >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  만화가 청소년의 탈선을 부추긴다 > 규제 >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  게임이 청소년의 탈선을 부추긴다 > 규제 > 과연 해결될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구해야지 근시안적으로 눈앞에 보이는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삽질 그만하고 근본적인 원인이 뭔지나 연구해보라고!”


1972년 스탠리 코엔은 사회질서에 위협으로 다가 올 수 있는 특정 집단, 그리고 이 집단을 향한 다수의 사람들에게 표출되는 격한 감정을 ‘모럴 패닉’으로 정의 내렸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미디어 연구의 관점에서 봤을 때 보도기관, 관계당국, 정치집단이 협조하여 만들어낸 일종의 사회상황으로 볼 수 있는데요, 국내에서는 한때 아이들의 창의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TV를 ‘바보상자’로 폄하하던 시절이나 ‘일진회’ 사건이 발발했을 때 만화(애니메이션)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분위기를 조성해 규제폭탄을 안긴 점 등이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모럴 패닉’과 관계된 학설에서는 사회는 그들이 만들어낸 문제점에 대한 비난을 덜기 위해 새로운 ‘사회의 적’을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보통 새로운 미디어가 이런 ‘사회의 적’으로 낙인찍히곤 했는데요, 여기에는 대부분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 뒷받침됐습니다. ‘배트맨과 로빈’도 비행 청소년이나 동성애자를 양성한다는 오해를 받았으니까요.

확실한 건, 이제 ‘사회의 적’으로 게임이 낙인찍혔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점입니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충분히 이를 받아들일 수 있죠. 당장 헤쳐 나갈 궁리보다는, 조금 더 멀리 내다보고 그 대책 마련에 준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게임’이 가질 수 있는 긍정적·부정적 영향, 그리고 중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갖가지도 연구도 필요하겠죠. 물론 업체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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