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거의 홀로 국내 e스포츠를 짊어져왔던 ‘스타크래프트’가 최근 그 바통을 넘겨줄 혈기왕성한 청년을 만났다. WCG 2011부터 꾸준히 인기를 쌓아온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월 20일,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KeSPA)는 ‘LOL’을 42번째 공인종목으로 선정했다. 2009년 이후, 만 3년 만에 등장한 신흥 공식종목이 된 것이다.
e스포츠 관계자들의 기대 역시 이어지고 있다. 온게임넷이 진행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정규리그 중계진으로 투입되는 김동준 해설은 “제 2의 국민게임이 되지 않겠느냐”라며 게임에 대한 호평을 남겼다. ‘워크래프트3’의 장재호 역시 “친구들이 함께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면에서 최고다”라며 ‘스타크래프트’에서는 맛 보기 어려운 팀플레이의 재미를 강점으로 삼았다.
본인 스스로가 게임의 매력에 빠져 있다고 전한 홍진호는 급기야 ‘LOL’의 프로팀 제닉스_스톰의 감독으로 자리하며 e스포츠계에서 제 2의 삶을 시작하려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 ‘스타2’ 게임단으로 먼저 유명세를 탄 ‘스타테일’과 WCG 2011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창단까지 일궈낸 나진 e엠파이어 등 선수 및 팀의 유입도 활발하다.
‘LOL’은 게임업계에서 이미 의미 있는 성공을 거뒀다. 블리자드, 밸브, 바이오웨어와 같은 공룡기업이 AOS 신작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만 보아도 장르의 선구자 역을 한 ‘LOL’의 인기와 성과를 실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e스포츠로서의 ‘LOL’은 어떻게 평가되고 있을까? 이번에 게임메카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여러 업계 관계자로부터 들어보았다.
LOL, e스포츠로서의 기본 토양을 갖추었다
‘LOL’의 공인종목 심사를 진행한 KeSPA는 다양한
전략/전술 개발이 가능한 게임성과 흥행성, 향후 발전성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KeSPA는
“90여종의 캐릭터와 스킬/아이템 조합, 전술적인 컨트롤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호평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게임의 정규리그를 직접 진행하는 온게임넷은 “1 대 1 대전이
일반화된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5 대 5 전투가 중심 콘텐츠로 잡혀 지금까지의
종목과는 차별화된 재미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 이전에도 다 대 다 전투를 소재로 한 e스포츠 종목은 많았다. ‘스타크래프트’에도 한 때 2:2 팀플레이 경기가 프로리그 세트 내에 포함된 바 있으며, ‘스페셜포스2’를 비롯한 FPS는 기본적으로 다수 선수간의 대전을 다룬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가시성’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관중이 그 즐거움을 실감할 수 없다면 ‘보면서 즐기는 스포츠’로서의 이점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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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대 다 전투를 집중력 있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LOL`의 장점이다
게임 자체의 시점이 플레이어에게 집중된 FPS가 e스포츠로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힘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직접 하는 사람은 재미있으나, 게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관중은 화면을 보며 경기의 흐름을 잡기 버거워하는 경우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RTS와 마찬가지로 넓은 지역을 한 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쿼터뷰 시점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LOL’은 FPS에 비해 관중 유입 면에서 큰 장점을 안고 간다”라고 평가했다.
온게임넷 엄재경 해설은 ‘LOL’의 팀플레이를 ‘농구’에 비유했다. 인원수도 맞아떨어질 뿐 아니라 한 팀을 이룬 구성원의 역할이 분명하게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LOL’이야 말로 프로 스포츠에서 맛볼 수 있던 조직적인 ‘팀플레이’의 매력을 e스포츠가 포용하도록 이끈 종목이라는 것이 엄 해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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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시킨다는 `LOL` 대표적인 서포터 챔피언 `소나`
게임성과 가시성 못지 않게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인기와 풍부한 유저 폴이다. 관중 유치는 물론 스타선수를 광범위하게 물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의 흥행성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글로벌 진출에 큰 목표를 가지고 있는 KeSPA 입장에서 ‘LOL’의 세계적인 인기는 큰 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 이어졌다. 온게임넷 역시 “정규리그 이외에도 전세계 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스페셜 매치를 준비 중이다”라고 전했다.
타 종목사도 ‘LOL’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줄어들며 침체기에 빠진 e스포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점이 업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전망이 잇달았다. ‘스페셜포스’의 네오위즈 게임즈는 “전세계적으로도 인기 있는 게임인 만큼, e스포츠를 활성화시킬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라며 “다양한 장르의 게임 리그가 다시금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KeSPA가 또 하나 높이 사고 있는 점은 게임의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의 강한 의지이다. KeSPA는 “스페셜포스 이후,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종목사는 처음이다”라고 언급했다. 국내 e스포츠를 축구의 프리미어 리그라 비유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라이엇 게임즈는 온게임넷과의 협의 하에 연간 단위 리그를 계획하고 있으며, 한국지부는 물론 본사 역시 e스포츠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AOS 최초로 공인종목으로 선정된 ‘LOL’의 성공은 동일한 장르의 e스포츠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세시소프트와 넥슨이 공동 퍼블리싱하는 ‘카오스 온라인’은 사전 리그를 진행 중이며, 네오플이 개발한 ‘사이퍼즈’ 역시 PC방 대회를 통해 관심을 끌어 모으는 중이다. 즉, ‘LOL’을 선두로 다양한 AOS 종목이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며 e스포츠를 업으로 삼는 자는 뛸 필드가 확장되고, 팬들은 더욱 풍성한 즐길 거리를 얻는다는 이점을 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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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진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카오스 온라인`
잘 다져진 터 위에 집만 잘 지으면!
‘LOL’ 정규리그를 전담하는 온게임넷 원석중 PD는 “LOL의 경우, e스포츠로서의 1차 기반은 잘 다져진 상태다. 이제 대회만 잘 열면 성공적인 e스포츠 종목으로 클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현재 온게임넷과 라이엇 게임즈는 ‘보는 맛’을 강화하기 위해 옵저버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원 PD는 “시간 관계상 이번 시즌 도입은 어렵겠으나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선보이겠다”라고 전했다.
어째서 옵저버 시스템에 대한 개선 이슈가 떠오른 것일까? 1 대 1 전투를 기본으로 한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총 10명의 선수가 동시에 맞붙는 ‘LOL’은 기존의 옵저버 시스템만으로는 모든 전투 상황을 효과적으로 조명하기 버겁다는 한계가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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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효과적인 옵저버 시스템을 통해 `보는 재미`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 시간이 한 게임당 보통 40분 이내로 타 종목에 비해 긴 편이며,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는 시기가 중반 이후로 집중되는 경향이 강해, 초반에 관중의 집중력이 흩어질 위험이 있다는 점 역시 개선사항으로 지적되었다. 원석중 PD는 “게임 플레이 시간을 조금 줄여보자는 협의가 진행된 바 있으나, 밸런스 조절 등 민감한 사안이 많아 섣부르게 건드리기 힘든 부분이다”라고 밝혔다.
‘LOL’이 신흥종목이라는 점은 초반의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울 여지를 제공한다. 원 PD는 “최대한 방송 내에서 지루함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적, 스코어 등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CG 작업을 비롯하여 ‘LOL’을 처음 접하는 e스포츠 관중이 수월하게 경기를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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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여종이 넘는 챔피언에 대한 소개만으로도 방송 분량 뽑을 것 같다
해당
이미지는 `LOL`의 챔피언 중 하나인 `티모`
앞서서 ‘LOL’의 장점으로 언급한 5 대 5 전투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전망 역시 제기되었다. 조직력이 우선된 게임이기 때문에 플레이어 개인이 부각되기 어려워 e스포츠의 흥행 보증수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스타 플레이어’의 탄생이 힘들다는 것이다. 온게임넷 역시 이에 대한 해결책을 고심 중이다. 그 중 하나가 각 캐릭터가 가진 개성이 강하다는 ‘LOL’의 장점을 각 선수의 이미지 메이킹에 활용하는 것이다. 원석중 PD는 “이번 시즌에는 캐릭터와 선수를 매치시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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