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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잘 좀 지을 걸…” 제목 따라 가버린 게임 TO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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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위 정하는 남자]는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오는 26일(금), 한빛소프트 MMORPG ‘헬게이트’가 다사다난했던 9년간 여정을 마무리 짓습니다. 이렇게 또 시대를 풍미한 게임 하나가 사라지는군요. ‘디아블로’와 ‘워크래프트’를 만든 빌 로퍼의 이름을 걸고, 당시에는 보기 드문 MMORPG와 FPS 결합을 시도한 야심작 ‘헬게이트’… 비록 미흡한 완성도와 각종 악재로 흥행에는 실패하지만, 한 가지 교훈(?)을 남기긴 했습니다. 게임은 제목을 잘 지어야 한다는 것이죠.

흔히 무언가 크게 악화된 상황을 빗대어 시쳇말로 ‘헬게이트가 열렸다’고 합니다. 본래 게임 홍보를 위한 문구였는데, 출시 이후 정말로 지옥문이 열린 것 마냥 문제가 쏟아지자 조롱의 의미로 변질됐죠. 애당초 제목을 ‘지옥의 문’ 같은 걸로 짓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요. 물론 진지하게 게임이 제목 때문에 망했다는 건 아닙니다. ‘둠(Doom, 파멸)’처럼 부정 타는 제목으로 성공한 작품도 많으니까요. 그냥 우스갯소리죠.

하여 오늘은 ‘헬게이트’를 기리는 의미에서 제목에 따라 운명이 정해진 비운의 게임들을 모았습니다. 벌써 머릿속에 떠오르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5위 스타크래프트: 고스트, 성불하지 못하고 블리자드를 떠도는 유령


▲ 그렇게 미모의 유령 요원이 진짜 유령이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사진출처: 위키)

5위는 블리자드 사상 최초의 TPS가 될뻔했던 ‘스타크래프트: 고스트’입니다. 제목의 유래는 원작에서 ‘테란’측 비밀 공작원으로 등장하는 ‘유령’이죠. 당시 블리자드는 ‘고스트’를 통해 ‘스타크래프트’ 세계관 확장 및 장르 다변화를 동시에 꾀했는데, 일반적인 TPS와 달리 잠입이 주가 되고 ‘골리앗’, ‘시체매’를 직접 몰아볼 수 있는 등 이색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이처럼 거대한 프로젝트를 소화하기엔 블리자드의 TPS 개발 경험이 너무나 부족했어요. 거기다 출시 플랫폼도 문제였습니다. ‘고스트’는 2002년 첫 공개 당시 PS2, Xbox, 게임큐브로 나온다고 발표됐는데, 정작 블리자드는 슈퍼패미컴 시절 이후로 콘솔게임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었죠. 심지어 개발이 난항인 와중에 다음 세대 기종인 PS3와 Xbox360이 나오면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블리자드는 ‘고스트’ 프로젝트를 전면 폐기하고, 주인공 ‘노바 테라’와 ‘악령’, ‘테라진 가스’ 등 일부 설정만을 보존했습니다. 게임이 정말 제목처럼 ‘유령’이 되어버린 거죠. 왠지 관련 설정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타 작품을 통해 간간히 언급되는 점도 어딘지 유령스럽습니다. 아, 참고로 이 작품 외에도 ‘고스트’란 제목을 썼다가 죽을 쑨 작품이 몇 개 더 있어요. ‘콜 오브 듀티: 고스트’, ‘스나이퍼: 고스트 워리어’ 등등… 묵념하겠습니다.

4위 듀크 뉴켐 포에버, 영원히 안 나올 것만 같던 바로 그 게임


▲ 결국 귀환하긴 했죠. 물론 더는 왕이 아니지만 (사진출처: 공식홈페이지)

4위는 발매 연기의 전설 ‘듀크 뉴켐 포에버’입니다. 호쾌한 액션과 뛰어난 그래픽, 마초스러운 주인공으로 큰 인기를 모은 FPS ‘듀크 뉴켐 3D’의 정식 후속작이죠. 횡스크롤 액션게임이었던 1, 2편을 포함하면 네 번째 ‘듀크 뉴켐’인데, 평범하게 ‘듀크 뉴켐 4’라고 하는 대신 ‘포에버’라는 거창한 부제를 붙였습니다. 아마 시리즈가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이었겠지만 그 결과는…

‘듀크 뉴켐 포에버’가 처음 공개된 것은 ‘듀크 뉴켐 3D’가 출시된 다음해인 1997년이었습니다. 당시 계획은 퀘이크 2 엔진을 활용해 1998년 내에 게임을 내놓는 것이었고,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죠. 그러나 개발자들이 이 즈음에 막 모습을 드러낸 언리얼 엔진에 꽂혀버리며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어요. 출시를 약속한 바로 그 해에 엔진을 전면 교체한 겁니다.

언리얼 엔진으로 갈아탄 ‘듀크 뉴켐 포에버’는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듭니다. 개발 인력은 한정돼 있는데,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시대에 뒤쳐지지 않으려 기존 리소스를 갈아엎었죠. 몇 년에 한번씩 영상이 공개되긴 했지만 발매일은 언제나 ‘다 만들면 나옴(When it's done)’이었습니다. 결국 2009년에는 견디다 못한 개발진이 해산했고, 남겨진 프로젝트는 ‘보더랜드’를 만든 기어박스 소프트웨어가 인수하여 대강 출시했죠. 2011년 정식 발매까지 장장 14년이 걸린, 그야말로 ‘영원히’ 안 나올 것 같은 게임이었습니다. 그래서 평가는 좋았냐고요? 허허, 그럴 리가요.

3위 라이드 투 헬: 레트리뷰션, 강제로 지옥으로 내달리는 플레이어


▲ 이미지 한 장으로는 이 게임의 진가를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사진출처: 공식홈페이지)

3위는 2010년대 최악의 게임 가운데 하나인 ‘라이드 투 헬: 레트리뷰션’입니다. 레이싱게임 전문 개발사로 꽤나 잔뼈가 굵은 유테크닉스가 야심 차게 선보인 액션게임이죠. 짧게 소개하자면, 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베트남 전쟁에서 돌아온 폭주족 ‘제이크 콘웨이’가 자신의 동생을 살해한 폭주족들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제목도 ‘지옥으로 (오토바이를) 몰다: 응징’이죠.

왠지 ‘헬’이란 단어만 봐도 등골이 싸해지시나요? 맞습니다. ‘헬게이트’가 지옥문을 여는데 그쳤다면 ‘라이드 투 헬’은 그야말로 지옥 끝까지 내달리는 듯한 게임성을 보여줍니다. 끔찍한 그래픽과 모션, 이해할 수 없는 전개, 삭제되거나 미비한 사운드와 어색한 성우 연기, 버튼 액션으로 점철된 성의 없는 격투 장면 등등… 단점을 다 적기엔 지면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게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토바이 주행인데, 레이싱게임 전문 개발사가 만들었다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조작감이 끔찍합니다. 심지어 도로 외곽에 살짝 부딪히기만 해도 그대로 폭발하는 어이없는 내구도를 자랑하죠. 마초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한답시고 여성에 대한 모욕적인 묘사를 마구 삽입한 점도 눈쌀이 찌푸려집니다. 재미에서도, 도의적으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응징’이 필요한 괴작이에요. 이런 게임이 ‘더 라스트 오브 어스’와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와 같은 해에 나왔다니…

2위 커맨드 앤 컨커 4: 타이베리안 트와일라잇, 황혼에 기운 명작


▲ '폭망' 엔딩편에서도 다뤘던 충격과 공포의 'C&C 4' (사진출처: 위키)

2위는 팬들에 의해 암묵적으로 존재 자체가 지워진 ‘커맨드 앤 컨커 4: 타이베리안 트와일라잇’입니다. 이제는 거의 잊힌 이름이 됐지만, 한때는 ‘커맨드 앤 컨커’가 ‘스타크래프트’의 형님 소리를 들었죠. 그러나 2편이 흥행에 실패하며 개발사가 EA에 인수 당하고, 그나마 괜찮았던 3편을 지나 졸작이었던 4편에 이르러선 완전히 명성을 잃어버렸습니다. 마치 시리즈의 쇠락을 보여주듯 마지막 편 제목도 저물어 가는 ‘황혼(Twilight)’인 점이 의미심장하죠.

제목을 천천히 뜯어보면, 우선 ‘타이베리안’이란 지구를 잠식한 외계물질 ‘타이베리움’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물질을 두고 국제 방위 기구 GDI와 사교도 집단 NOD가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것이 게임의 기본 골자죠. 개발진의 당초 계획은 이 장대한 전쟁을 3부작으로 나누어 각각 ‘타이베리안’ 던(여명), 선(태양), 트와일라잇(황혼)이라 명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여기에 EA가 내놓은 3편 ‘타이베리움 워’가 껴들면서 4부작이 되었지만요.

즉 ‘타이베리안 트와일라잇’은 본래부터 시리즈의 대단원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개발진이 상상한 ‘황혼’은 장엄하게 타오르며 대미를 장식하는 멋들어진 모습이었겠죠. 지치고 노쇠한, 조용히 꺼져가는 슬픈 무언가가 아니라 말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커맨드 앤 컨커 4’는 게임성과 스토리 등 모든 면에서 전작의 명성에 먹칠을 했고, 팬들은 아예 이 게임이 출시됐단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답니다.

1위 아마게돈, 이것이 바로 문화산업의 묵시록


▲ 정말로 국산게임계에 '아마겟돈'이 되어버린 비운의 작품 (사진출처: 위키)

마지막 1위는 2001년 출시된 고전 국산 게임 ‘아마게돈’입니다. 당시 국내 게임계에는 ‘스타크래프트’의 대대적인 성공으로 인해 RTS 붐이 일었죠. 이러한 시류를 타고 ‘아트록스’, ‘임팩트 오브 파워’ 등 여러 ‘스타크래프트’ 아류작이 나왔는데, ‘아마게돈’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다만 여느 경쟁작이 ‘스타크래프트’ 세계관을 모방하는데 그칠 때, 과감히 유명 만화 IP를 받아들여 시선 끌기에 성공했죠.

원작 ‘아마게돈’은 ‘한국의 나가이 고’라 불리는 이현세 화백이 그림을 그리고, 무협작가 야설록이 글을 쓴 SF 만화입니다. 섬세하면서도 박력 넘치는 화풍과 국내에선 볼 수 없던 블록버스터급 전개로 비평과 흥행을 모두 잡은 역작이죠. 그러나 이후 이현세 화백이 직접 총감독을 맡은 극장용 애니메이션 ‘아마게돈’은 엄청난 제작비에 비해 실망스러운 완성도를 보이면서, 국산 애니메이션의 명맥을 거의 끊어놓을 뻔 하기도 했습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다른 일까지 잘 할 수는 없었던 거죠.

어찌됐든 게임 ‘아마게돈’은 원작의 강렬한 후광 덕분에 금새 유명세를 탔습니다. 문제는 다들 외적인 화제에 집중하느라 게임 자체에는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았단 거죠. 그러나 정작 모두의 기대 속에 출시된 ‘아마게돈’은 제대로 구동조차 되지 않았으며, 버그가 산재한데다 무엇보다 심각하게 재미가 없었습니다. 결국 이 게임이 저지른 패악은 불법 복제로 쓰러져가던 국산 패키지게임계에 치명타가 됐죠. 본래 ‘아마게돈’은 성경에서 말하는 세상의 종말을 의미한답니다. 국산 애니메이션계를 빈사에 빠뜨리고, 패키지게임계를 끝장 낸 흉물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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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FPS
제작사
기어박스소프트웨어
게임소개
3D 렐름에서 개발 중인 액션 슈팅 게임. 전작들의 성원에 힘입어 개발되고 있지만 10년이 다 되도록 출시 연기가 지속돼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재도 계속적으로 개발이 진행중...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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