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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왕자 따윈 필요 없어! 게임 속 '실전파' 공주 TO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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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옛 이야기 속 공주는 대부분 위기에 몰려 누군가의 구원을 기다리는 연약한 존재로 그려집니다. 사악한 용이 공주를 납치하면 국왕은 일단 용사부터 찾고, 이에 멋진 이웃나라 왕자나 순박한 동네 청년이 모험을 떠나는 게 흔한 도입부죠. 목숨을 건 여정의 대가는 물론 공주와 결혼이고요. 이래서야 공주는 주인공의 입신양명을 위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며 공주를 조명하는 방식 또한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납치된 공주’같은 뻔한 레퍼토리 대신 보다 능동적인 역할과 입체적인 캐릭터성을 부여하기 시작했죠. 한 사람의 어엿한 동료로서 활약하거나 아예 스스로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왕자 따윈 필요 없는, 게임 속 ‘실전파’ 공주 다섯을 모았습니다.

5위. 젤다(젤다의 전설)


▲ 하이랄의 평화를 위해 검을 들고 직접 최전선에 나선 '젤다' 공주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게임 제목 때문에 매번 주인공으로 오해 받는 ‘젤다의 전설’의 ‘젤다’ 공주. 사실 아닌 게 아니라 주인공 자릴 꿰차기에 부족함 없는 실전파에요. 시리즈 본편과 ‘젤다무쌍’ 등 외전에서 보여준 능력을 종합하면 세검과 지휘봉을 자유자재로 휘두르고, 빛의 화살과 각종 원소 마법까지 마구 퍼붓는 전천후 고화력 마검사입니다.

특히 대규모 전투를 다룬 ‘젤다무쌍’의 경우 지휘관으로서 활약상이 부각돼 직접 최전선을 누볐죠. 최신작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에서는 재앙이라 일컬어지는 ‘마왕 가논’을 홀로 봉인하여 인간을 초월한 정신력을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닌자로 활동한 ‘시크’, 해적 노릇을 한 ‘테트라’ 시절까지 더하면 정말 안 해본 일이 없는 무서운 공주에요.

다만 ‘젤다’ 공주가 처음부터 공격적인 콘셉트는 아니었습니다. 86년 첫 등장 당시에는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전형적인 공주님이었죠. 하는 일이라곤 납치당해서 뒷일은 전부 용사에게 떠넘기는 것뿐. 그러다가 90년대를 지나며 점차 역할이 커지고 복장도 활동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주인공 ‘링크’가 30년 넘게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것과 대조적이죠.

4위. 엘리자베스 팬드래건(창세기전 외전: 템페스트)


▲ 왕위를 찬탈한 숙부를 응징하고자 발키리 슈트를 입은 '엘리자베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국산 RPG 수작으로 꼽히는 ‘창세기전 외전: 템페스트’에는 실전파 공주가 둘이나 나옵니다. 바로 팬드래건 왕국의 두 왕녀 ‘엘리자베스’와 ‘메리’죠. 특히 이 작품의 진히로인이기도 한 ‘엘리자베스 팬드래건’은 육성하기에 따라 주인공 ‘샤른호스트’조차 능가하는 전투력을 발휘합니다. 검이면 검, 마법이면 마법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는 1군 공격수에요.

그녀도 본래는 여느 공주처럼 본래 궁전에서 호의호식하며 지냈지만 부왕 ‘윌리엄 4세’가 급사하며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숙부 ‘리처즈 팬드래건’이 권력에 눈이 멀어 조카들을 제압하고 실권을 잡았거든요. 그것도 모자라 조카인 ‘엘리자베스’를 아내로 삼아 자신의 정통성을 공고히 할 폐륜적인 계획까지 세웁니다.

기겁한 ‘엘리자베스’와 ‘메리’는 몰래 궁전을 벗어나 방계 왕족 ‘클라우제비츠’에게 의탁합니다. 이러면 보통 남은 싸움은 주인공 ‘클라우제비츠’가 다 해야겠지만 ‘템페스트’는 히로인만 아홉 명에다 전원 전투원으로 굴리는 무지막한 게임이라. 그냥 ‘엘리자베스’에게 성검 ‘바리사다’를 쥐어준 뒤 ‘리처드’ 군세를 전부 베어버리는걸 감상하면 되겠습니다.

3위. 델리아(마비노기 영웅전)


▲ 진정한 기사가 되기 위해 왕자를 때려눕히고 여행을 떠난 '델리아'
(사진출처: 게임 공식홈페이지)

‘마비노기 영웅전’을 보면 주인공 일행이 촌구석 용병이라 어쩌다 왕국 기사단이라도 만나면 천한 것들이라고 무시가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전개가 무색하게 11번째 캐릭터 ‘델리아’는 일국의 공주라는 엄청난 출신성분을 내세웠어요. 우아하게 장식된 철갑을 걸치고 자기 키만한 바스타드 소드로 뭐든 서걱서걱 썰어버리는 박력이 일품입니다.

대체 귀하신 공주님이 어쩌다 용병이 됐을까요? 망국의 유일한 생존자라거나 복수를 꿈꾸며 신분을 숨긴다거나 하는 비장미 넘치는 설정은 없고요. 그저 어려서부터 장난감 목검으로 오빠들을 다 때려눕힐 만큼 재능이 뛰어났답니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이를 먹고 본격 기사가 되겠다고 나서자 조정이 발칵 뒤집힌 거죠.

결국 더는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부왕이 억지로 중매혼을 성사시켰으나 남편 될 왕자를 두들겨 패고 복귀. 그야말로 대형 사고를 쳐버린 통에 더는 왕궁에 머물지 못하고 여행길에 오른 겁니다. 이 와중에 거인족 마을에 들려 거기서 가장 작은 검을 구했는데 이게 바로 늘 지니고 다니는 바스타드 소드죠. 그나저나 영문도 모르고 얻어터진 왕자는 무슨 죄인지…

2위. 에밀리 콜드윈(디스아너드 2)


▲ 군도제국의 정통한 군주이자 철두철미한 암살자 '에밀리 콜드윈'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디스아너드’ 시리즈의 군도제국 공주 ‘에밀리 콜드윈’은 1, 2편에서 묘사되는 캐릭터가 극단적으로 다릅니다. 1편은 아직 소녀 시절로, 어머니인 여제가 암살당한 후 악한들에게 유괴당해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죠. 그녀를 구해내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주인공 ‘코르보’의 주된 목표 중 하나입니다. 말하자면 ‘납치된 공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셈이에요.

반면 일약 주인공으로 격상된 속편에선 남의 보호를 갈구하는 나약함 따윈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린 나이에 산전수전공중전까지 다 겪은 통에 ‘코르보’에 버금가는 암살자로 성장했죠. ‘코르보’가 근접 공격을 선호한다면 이쪽은 시간 정지와 그림자 조종 등 흑마법이 특기입니다. 그녀가 마음만 먹는다면 사람 하나 없애는 것은 일도 아니죠.

앞서 ‘코르보’의 목숨을 건 활약으로 군도제국을 되찾고 원수도 갚았지만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왕가에 증오를 품은 막강한 마녀 ‘딜라일라 코퍼스푼’이 쿠데타를 일으켜 제위를 강탈했거든요.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닌 ‘에밀리’가 직접 반란분자를 소탕하는 것이 2편 내용입니다. ‘네 것을 되찾아라(Take back what's yours)’는 캐치프레이즈가 참 의미심장합니다.

1위. 피치(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 승리를 위해서라면 국민조차 방패로 쓰는 냉혹무비한 '피치' 공주
 (사진출처: 게임 공식홈페이지)

‘피치’ 공주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영원한 히로인이죠. 배관공 형제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불철주야 ‘대마왕 쿠파’를 쫓아다니는 것도 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어찌나 자주 붙잡히는지 ‘도와줘요, 마리오!(Help, Mario!)”가 유행어가 될 정도에요. 막상 고생 끝에 찾아가보면 멀쩡히 잘 쉬고 있던데 말이죠.

이처럼 ‘피치’는 게임 속 ‘납치된 공주’의 상징과 같습니다만, 시리즈가 장기화되면서 그녀도 점차 입체적인 캐릭터로 거듭납니다. 우선 ‘납치된 공주’라는 수동적인 입장을 역이용하여 개그 소재로 삼아버렸어요. ‘쿠파’에게 잡혀가도 동네 마실가는 듯한 무한 여유와 낙관. 심지어 버섯왕국 주민들도 어차피 마리오가 구해주겠지~하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요즘에는 한 발 더 나아가 ‘마리오’와 ‘루이지’에 이은 세 번째 주인공으로 활약하곤 해요. 일단 주요 능력은 마법 위주이긴 한데 ‘마리오 스포츠’에서 보면 운동 실력도 발군이죠.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에선 위급한 상황에서 ‘키노피오’를 인간 방패로 삼는 비정한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역시 납치당하기는 그저 취미라는 소문이 사실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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