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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하다, 배부르다, 재미있다... '게임스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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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스컴 2017 현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기자는 8월 22일부터 26일까지, 총 5일 동안 취재를 위해 게임스컴 현장에 매일 갔다. 그 결과 가장 크게 와 닿는 부분은 관람객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는 것이다. 3대 게임쇼라는 명성에 걸맞게 전시장에는 언제나 사람이 많았고, 대기열도 길었다. 그럼에도 주최 측 입장에서 관람객들이 최대한 편하게 게임쇼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측면이 곳곳에서 돋보였다.

눈을 즐겁게 하는 완성도 높은 부스 디자인부터, 참가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넉넉하게 확보된 이동 동선, 그리고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전시장 안과 밖에 배치된 음식점, 음료를 마시며 쉴 수 있는 휴식공간까지. 관람객을 위한 편의시설을 확보해 체험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눈에 보였다.

보기에도 시원한 소니와 블리자드 부스

게임스컴의 가장 큰 강점은 행사 자체의 질이 높다는 것이다. 그 기반은 게임스컴 전시장 자체에서 비롯됐다. 게임스컴의 경우 총 11개 홀을 사용하는데 각 홀의 크기도 넓고, 부스 자체를 넉넉하게 공간을 잡아 배치해 즐길거리가 많음에도 복잡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여기에 버려지기 쉬운 부스 측면을 알뜰하게 활용했다. 부스 전면은 물론 좌, 우, 후면까지 빼곡하게 시연 공간을 넣어 최대한 많은 참가자가 게임을 즐길 수 있게끔 한 것이다.




▲ 무대 뒤 공간까지 알뜰하게 활용한 닌텐도와 소니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또 한 가지 편했던 점은 이동이다. 올해 게임스컴에는 35만 명이 방문했고, 일반 체험이 시작된 이튿날부터는 각 전시관으로 이동하는 메인 통로가 사람으로 꽉 찰 정도로 붐볐다. 하지만 막상 전시관 안은 예상보다 움직임이 편했다. 소니나 블리자드, EA, 유비소프트 등 주요 참가사들이 말을 맞추기라도 한 듯 가운데를 뻥 뚫어놓고 양쪽에 게임 시연 공간을 배치해 통로를 최대한 많이 확보한 것이다. 게임스컴의 강점인 ‘넓은 공간’을 100% 활용해 전시의 완성도와 관람 편의를 동시에 높인 것이다.


▲ 가운데가 탁 트인 부스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부스 사이에 부스를 하나 더 놓아도 될 정도로 여유공간이 충분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특히 인상적이었던 홀이 소니와 블리자드가 있는 7홀이었다. 지스타 B2C관만한 7홀을 두 업체가 차지했는데 좌우에 시연 공간을 몰아두고, 가운데를 막아두지 않고 개방해두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시야가 확 트여있기 때문에 시원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가운데를 가로질러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여러 군데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중에도 이동에 있어서 큰 불편함이 없었다. 사람이 몰리는 피크 타임에도 가운데 통로로 지나가면 되기 때문에 앞서 오는 사람만 이리저리 피하면 금방 밖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 시원스런 공간 배치가 돋보였던 소니 부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렇게 부스가 짜여 있으니 게임을 기다리는 입장에서도 행인에 치일 일이 없었다. 사람이 지나가는 통로와 게임을 기다리는 대기열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콜 오브 듀티: 월드 워 2’와 ‘데스티니 2’ 부스를 예로 들면 시연 공간이 좌우에 멀리 떨어져서 각각 있고 그 앞에 3줄 정도로 줄을 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대기열 입구 역시 부스 양끝으로 배치됐다. 따로 벽을 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시연 공간과 가운데 통로가 분리되기에 두 동선이 꼬이지 않았다.


▲ 대기 공간과 이동 통로가 완전히 분리되어 배치되어 있다
해당 사진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대기 공간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마지막으로 휠체어를 타고 현장에 온 참가자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즉, 몸이 불편한 사람도 게임쇼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는 장애인 전용 출입구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여기에 기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일화가 있다. ‘스카이림 VR’을 하고 싶어서 PS VR 부스에 방문했는데 이 부스는 2층 구조로 제작됐다. 그런데 소니 부스 현장 직원 2명이 사람이 탄 휠체어를 들고 2층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몸이 불편한 사람도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작은 배려가 돋보였다.

햄버거, 소시지, 맥주까지, 다양한 먹거리를 갖췄다

앞서 말했듯이 게임스컴에는 간단한 음식점이 많다. 5홀에는 햄버거, 피자, 소시지 등을 판매하는 푸드 트럭이 있으며 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자리도 넉넉했다. 푸드 트럭에서 판매하는 음식은 모두 간단히,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에 붐비는 점심시간에도 자리가 없을까 봐 걱정되는 일은 없었다. 사람들도 빨리 먹고 자리를 뜨기 때문에 회전율이 참 좋았기 때문이다.






▲ 전시장 안과 밖에 다양한 상점이 있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전시장 곳곳에 이러한 휴식 공간도 있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한 가지 기발하다고 생각했던 내부 음식점 중 하나가 ‘셀프 레스토랑’이었다. 커다란 음식점 안에 식판을 들고 들어가면 다양한 음식이 마련되어 있다. 시원한 음료수, 신선한 샐러드, 그리고 독일의 대표 음식이라 할 수 있는 슈니첼과 소시지, 달달한 케이크와 커피까지 다양한 메뉴가 있는 뷔페였다. 식판을 들고 들어가서 원하는 음식을 골라서 계산대에 오면 선택한 음식에 따라 계산을 해준다. 그리고 밖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음식을 먹고 치우면 된다. 이 역시 회전율로 승부를 보는 곳인데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게임쇼에 딱 맞는 영업형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 게임스컴 현장에서 운영 중인 셀프 레스토랑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간단한 식사를 원하는 조합으로 빠르게 먹고 나올 수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현장에서 만난 의문의 음료의 정체는...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먹으면 힘이 난다는 그 음료...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기자 입장에서 약간 신이 났던 부분은 행사장 안에서 맥주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전시장 밖에 마련된 푸드 코트에도 맥주 전문점이 있었으며 셀프 레스토랑, 심지어 기자실이나 비즈니스 미팅이 이뤄지는 B2B 공간에도 간단한 병맥주를 판매하는 곳이 있었다. 게임쇼에서 이토록 쉽게 맥주를 접할 수 있다는 것도 독특한 경험으로 남았다. 기자의 경우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비즈니스 미팅 공간에서 인터뷰이가 맥주 한 병을 권했는데, 맥주를 마시며 취재를 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과연 맥주의 나라 독일이군’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취재 중 만난 귀한 맥주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마지막으로 택시를 잡는 것이 매우 수월했다. 게임스컴 8홀 뒤에는 택시와 셔틀 버스 정류장이 있다. 버스 정류장이 8홀 주차장 뒤에 바로 있기 때문에 이 곳까지 와서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참가자들이 많았다. 기자의 발을 편하게 한 택시도 잊을 수 없다. 대기하고 있는 택시가 없어도 몇 분 뒤면 빈 택시가 바로 주차장 안까지 들어왔기 때문에 조금만 기다리면 편하게 집에 갈 수 있었다. (다만, 택시비가 편하지 않았다는 것이 함정. 2.5km 정도 거리에 13,000원 정도 나왔다)

대기시간이 200분?! 유럽도 인기 IP가 대세

그렇다면 궁금해지는 점은 다양한 즐길거리로 넘치는 게임스컴에도 ‘몇 시간짜리 대기열’이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있었다. 기자가 2시간 반을 기다려서 즐긴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부스에는 이러한 안내문이 있다. ‘여기부터 200분 이상 대기’ 즉, 게임 하나를 하기 위해 2시간이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되는데 괜찮니’라고 말하는 듯한 경고문에도 많은 참가자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자기 차례가 오기를 대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시연 공간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앞서 이야기한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처럼 게임스컴 현장에는 인기작을 위주로 대기열이 집중됐다. 개막 시간인 아침 9시가 되자마자 달려갔음에도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나 계속 대기열이 있어 즐길 엄두가 나지 않았던 ‘콜 오브 듀티: 월드 워 2’, ‘데스티니 2’ 등이 대표적인 게임이었다.




▲ 소니 부스에서 양대산맥을 이룬 '콜 오브 듀티: 월드 워 2'와 '데스티니 2'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A의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2’는 서양에서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스타워즈’를 앞세워 많은 참가자를 모으는데 성공했다. 실제로 EA는 게임마다 PC나 콘솔 기기가 여러 단으로 설치된 대형 시연대를 꾸몄다. 그 중 가장 집중한 게임이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2’였다. 모든 게임 중 시연 공간이 가장 컸으며 커다란 전용 입구까지 설치됐다. 올해 EA가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2’를 메인으로 밀고 있다는 점을 시연 공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2'를 전면에 앞세운 EA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즉, 유럽 역시 국내와 마찬가지로 IP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게임스컴을 통해 체감할 수 있었다. 게임사가 게임쇼에 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자사의 새로운 작품을 게이머들에게 미리 공개해 기대감을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함이다. 즉, 게이머들이 모르는 100% 신작보다 IP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게임을 선보이는 것이 흥행에 유리하다는 점이 게임쇼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적으로 IP가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과 함께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예전보다 적어졌다는 느낌이 들어 조금 서글퍼졌다.

마지막으로 인상이 깊었던 점은 게임쇼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다. 기자 주변에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게임을 하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머리가 희끗한 중년 여성이 아이와 나란히 서서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를 즐기는 모습도 색다른 느낌을 전했다. 한국의 경우 아이에게 게임을 체험시켜주기 위해 부모가 게임쇼에 온다면, 유럽에는 부모 본인도 게임을 즐기기 위해 현장에 오고 있었다. 즉, 부모와 자녀가 게임으로 소통하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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