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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발언에 우왕좌왕 e스포츠, 다른 스포츠에서 배우자

▲ 홍콩 시위 지지 발언으로 중징계를 받은 프로게이머 '블리즈청'(오른쪽) (사진출처: 레딧)

사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정치적 의사표현을 한 선수가 징계를 받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블리자드가 ‘하스스톤’ 대회에서 홍콩 지지 발언을 한 프로게이머 ‘블리즈청’에게 징계를 내린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사건 이후 블리자드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데, 전세계 게이머는 물론 미국 정치권까지 나서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의혹은 사실 블리자드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모호한 내용의 대회 규정을 근거로 내세워, 1년 간 대회 출전정지 및 이번 시즌 상금 몰수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중징계를 내린 것 아니냐고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사건 이후, 라이엇게임즈와 ESL과 같은 e스포츠 종목사 및 단체는 ‘관련 발언을 자제해달라’라는 언급만 할 뿐, 구체적인 대회 규정 정비나 징계 절차 보완에 대해서는 별도 입장이 없었다.

앞으로 e스포츠 대회에서 이번 블리자드 징계 논란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e스포츠 대회 규모가 커지고 국제적으로 성장할 앞으로는 이와 같은 일이 더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대회 규정과 징계 절차를 합리적이고 명확하게 다듬는 일이다. 그 힌트는 기존 스포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치 발언 빈발하는 축구, 피파는 어떻게 하나?

그렇다면 기존 스포츠에선 대회 중 정치적 발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우선 전세계에서 가장 폭넓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는 구기종목인 축구를 살펴보자. 월드컵을 비롯한 국가간 축구 경기를 주관하는 국제축구연맹(이하 피파)에선 선수들의 정치적 발언 및 행위와 관련한 조항을 매년 발행하는 ‘피파 윤리 규정(FIFA code of ethics)’에 명시하고 있다.

‘피파 윤리 규정’ 2장 14번항 ‘중립의 의무’에선 각국 축구협회, 리그, 구단 및 선수가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가 있다. 이를 위반하는 이는 최소 1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1,189만 원)의 벌금과 최대 2년 간 그 어떤 축구 관련 활동을 금지한다고 돼 있다.

▲ 매년 피파가 발행하는 '피파 윤리 규정' (사진출처: 피파 공식 홈페이지)

▲ '피파 윤리 규정'에 있는 '중립의 의무' 항목 (자료출처: '피파 윤리 규정' 갈무리)

언뜻 보기엔 피파 규정이 블리자드가 ‘블리즈청’에게 가한 징계 수위보다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이는 규정 위반 시 내릴 수 있는 징계 범위를 규정에 명시한 것이다. 실제 사례에서는 2년 간 축구 활동 정지와 1만 스위스프랑 벌금이 동시에 부과되는 경우는 드물다. 주요 사건을 살펴보면 피파가 직접 사건을 면밀히 검토하고, 규정이 정하고 있는 최대 범주 내에서 징계를 내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런던 올림픽 축구 사례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한민국과 일본이 맞붙어 승리를 거뒀는데, 경기 직후 박종우가 ‘독도는 우리땅’이란 피켓을 들고 세레머니를 펼쳐 논란이 된 바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해당 사건에 대해 피파에 진상 조사를 요청했으며, 이에 피파는 대한축구협회에 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당시 박종우에게 내려질 징계로 동메달 박탈까지 언급됐던 상황이었다.

사안에 대한 결론이 나기까지는 장장 6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 한 사안에 대해 반 년동안 검토가 이어졌다는 점도 인상적이지만, 사건 당사자인 박종우의 의견도 피파와 IOC에 전달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박종우가 작성한 사건 경위서는 대한축구협회가 피파에 제출한 보고서에 첨부됐으며, IOC 징계위원회에서도 박종우가 직접 출석해 스스로를 변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징계는 피할 수 없었지만, 동메달 박탈은 피했으며 징계 수준도 2경기 출장 정지, 벌금 3,500 스위스프랑(한화 약 416만원)으로 경미한 수준이었다고 평가됐다.

피파의 이와 같은 접근법은 앞서 언급한 블리자드의 조치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6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IOC, 대한축구협회, 사건 당사자인 박종우 등과 접촉하며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논란의 여지를 최소화한 것이다. 

다음으로 살펴볼 사건은 ‘피파 윤리 규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 아시아축구연맹(이하 AFC) 주관 대회다. 지난 2017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일본 프로구단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수원 아시아챔피언스리그(이하 ACL) 경기에서 가와사키 응원단이 욱일기를 관중석에 내걸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에 AFC는 열흘 간 검토기간을 거쳐 벌금 1만 5,000달러(한화 약 1,758만원)를 부과했다.

이 사건은 징계 확정 이후 전개가 인상적이다. 가와사키 구단은 징계에 반발해 1차적으로 질의서를 AFC에 전달했으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정식으로 항소 절차를 진행했다. 사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징계 당사자가 항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공식적인 방법이 마련돼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아울러 피파 역시 블리자드와 마찬가지로 홍콩 시위와 관련한 논의를 다룬 바 있다. 이미 지난 2015년, 홍콩과 중국이 맞붙은 축구 경기가 열렸을 때 홍콩 관중이 중국 국가가 연주될 때 야유를 보낸 사건이 있었다. 이어 지난 9월에는 홍콩에서 열린 월드컵 2차 예선 홍콩과 이란의 경기에서 홍콩 국가 연주 차례에 중국 국가 ‘의용군행진곡’이 흘러나오자 홍콩 관중은 뒤돌아 외면하며 다른 노래를 부르거나, 욕설을 하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피파 측에선 이러한 홍콩 관중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을까? 이 사건으로 인해 경기장 출입이 제한되거나, 벌금이 부과된 선수 또는 관중은 없다. 단지 홍콩축구협회에 벌금이 부과됐다. 벌금 액수는 처음이었던 지난 2015년에는 1만 스위스프랑, 그리고 두 번째인 올해에는 1만 5,000 스위스프랑(한화 약 1,785만원)으로 ‘피파 윤리 규정’에 명시된 사안을 그대로 적용했다.

▲ 축구 경기 중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한 홍콩 관중 (영상출처: guitar singapore travels 유튜브 채널)

지금부터 고쳐 나가야 한다

다시 한번 블리자드가 ‘블리즈청’에게 부과한 징계에 대해 살펴보자. 경기 승리 후 인터뷰에서 블리즈청은 방독면을 착용한 채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8단어를 말했다. 인터뷰를 담당한 캐스터와 해설자도 블리즈청이 해당 발언을 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간접적으로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그리고 블리자드는 이들에게 대회 규정 6.1항이 담고 있는 ‘최고 수준’ 징계를 ‘면밀한 검토 없이’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부과했다.

블리자드가 내세운 ‘하스스톤’ 대회 규정 6.1항은 ‘공공의 평판이나 일부 혹은 단체를 불쾌하게 하는 행위, 이 외에 블리자드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행위에 대해 블리자드 재량으로 그랜드마스터즈 배제는 물론 선수의 총 상금을 0달러로 만들 수 있다’라고 돼 있다. 조항 어느 부분에도 ‘정치적 발언’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없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한국, 유럽, 미국 등 주요 리그 규정에 ‘차별 및 폄하’ 항목에 인종, 출신 국가, 언어와 함께 정치가 포함돼 있다. 블리자드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피파 윤리 규정'보다 구체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별도 항목을 신설해 중립 의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 '리그 오브 레전드' 미국 LCS(위), 한국 LCK(아래) 규정. 정치적 중립 의무 조항은 없다 (자료출처: 각 리그 대회 규정집)

피파와 같은 윤리규정을 마련하고 있는 대회라면, 정치적 발언에 대한 금지를 내포하고 있는 이상 징계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선례를 보건대 사건 당사자가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고, 벌어들인 상금을 모두 빼앗기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사건 당사자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며, 징계가 부과된 이후에도 정식으로 항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최대한 많은 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물론 피파나 IOC 같은 국제 스포츠 대회를 주관한 단체들도 처음부터 구체적 규정을 마련하고, 그 적용에 신중을 기했던 것은 아니다. 동서 냉전시대에는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는 것을 방관 또는 부추기기도 했고, 인종 차별과 같은 인권투쟁에 있어 이번 블리자드 사태와 같은 모습을 보였던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교훈을 얻었고,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지금도 노력 중이다. 해마다 규정을 다듬고, 그 실제 적용에 있어 짧게는 수 일, 길게는 수 개월에 걸친 심사숙고가 이뤄진다는 점은 e스포츠가 보고 배워야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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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스톤 2015. 04. 02
플랫폼
온라인 |
장르
TCG
제작사
블리자드
게임소개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 영웅들'은 '워크래프트' 세계를 기반으로 개발된 온라인 전략 카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카드를 펼쳐 주문을 시전하고 부하를 소환하여 '워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영웅을 조작하여 다른 유저와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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