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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와 도깨비불, 정말 아름다운 다크소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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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box 게임 스튜디오 신작 오리와 도깨비불 (사진: 게임메카 촬영) 

커다랗고 까만 눈동자, 하얀색으로 빛나는 자그마한 몸의 빛의 정령 ‘오리’가 돌아왔다. 지난 2015년 홀연히 등장해 사운드, 그래픽, 스토리, 게임 플레이 등 모든 면에서 호평 받았던 ‘오리와 눈먼 숲’ 이후 정확히 5년만이다.

후속작 ‘오리와 도깨비불’은 명작 반열에 오른 1편보다 한층 더 높은 완성도를 뽐낸다. 전작에서 다소 단조롭다고 평가됐던 전투는 오리의 손에 쥐여진 다양한 무기로 인해 깊이가 더해졌고, 한층 더 섬세해진 그래픽은 눈을 즐겁게 했다. 많은 이들을 눈물 흘리게 했던 감미로운 OST와 감동적인 스토리도 여전했다. 한마디로 명작을 뛰어넘은 또 다른 명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오리와 도깨비불 공식 소개 영상 (영상출처: Xbox 공식 유튜브 채널)

무기를 손에 쥔 오리의 액션은 굉장했다!

전작에서 나무 정령 ‘사인’과 함께 니벨 숲을 되살린 오리는 친구인 나루와 구모, 그리고 새 식구 어린 부엉이 쿠와 함께 평화로운 나날을 보낸다. 쿠는 오른쪽 날개깃이 앙상해 비행을 할 수 없었는데, 오리는 갖고 있던 쿠로(전작 보스이자 쿠의 어미)의 깃털을 쿠의 오른쪽 날개에 묶어 날 수 있게 한다. 그렇게 쿠는 오리를 태우고 하늘을 나는데 성공하지만, 비행 도중 폭풍우를 만나 생이별하게 된다.

‘썩음병’으로 인해 황폐화된 니웬 숲에서 눈을 뜨게 된 오리는 친구 쿠를 찾고, 숲을 되살리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모험 도중에 마주치게 되는 몬스터들은 전작보다 종류도 다양한데다가 난폭하기까지 하다. 그에 비해 오리는 나무 정령 ‘사인’의 도움 없이 혼자 싸워야 한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칼, 창, 활, 망치 등 다양한 종류의 ‘정령 무기’가 오리의 손에 들어왔다.

▲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오리와 친구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오리와 도깨비불 제작진은 게임 출시에 앞서 “난전이 벌어지는 중에도 정밀한 조준이 요구되는 전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전작 오리와 눈먼 숲 역시 액션이 있긴 했지만, 강대한 적을 만나게 되면 맞서 싸우는 것보다 도망쳐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전이 별미이긴 해도, 유저들은 전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한 손맛과 화려한 액션에 대한 목마름을 호소했다.

이러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무기를 든 오리다. 덕분에 오리와 도깨비불에서는 흥미진진한 전투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실시간 전투에 자신이 없어 난이도를 ‘쉬움’으로 한 덕분에 몬스터 개개의 공격 패턴은 어렵지 않았지만, 어려 종류의 적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난전’은 상당히 어려웠다. 특히 한정된 공간에 갇혀 다수의 적을 죽지 않고 무찔러야 하는 ‘전투 성소’에서의 전투는 높은 난이도만큼 그 이상의 쾌감을 선사한다.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자. 천장에 붙어 투사체를 쏘는 식물, 방패로 무장한 야수, 빠른 속도로 돌진하는 비행하는 곤충 등이 한꺼번에 등장할 경우, 방패를 깨기 위해선 망치를 사용해야 하는데 공격 속도가 느려 곤충의 돌진에 무방비 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투사체를 쏘는 식물의 경우 정교한 조준을 요구하는 원거리 무기나 튕겨내기 스킬을 사용해야 하는데, 난전 중에서 사용하기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 개개의 적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다양한 종류의 적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무기마다 손맛이 다르다. 특히 망치의 타격감은 묵직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몇 번이나 소멸되는 오리를 보며 ‘이걸 깨라고 만든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도전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새 어떻게 더 창의적인 방법으로 적을 처치할까 고민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삼단 점프와 돌진 등 다양한 이동기를 구사하는 오리의 몸놀림이 만들어낸 화려한 액션과 무기마다 다른 찰진 손맛까지 더해져 점점 더 게임에 몰입하게 됐으며, 좀 더 난이도를 높여 플레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보스전은 추격전과 전투, 두 가지가 적절히 배분돼 있다. 전작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추격전은 잘 만든 재난영화의 한 장면 같은 수준 높은 연출 덕분에 한층 더 높은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러한 연출은 전투가 주인 보스전에서도 이어진다. 자그마한 정령 오리가 화면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 보스들의 공격을 요리조리 회피하면서 반격해 때려눕히는 순간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가지 첨언하면 보스전에서 꼭 투창을 사용해보길 권장한다. 보스에게 적중한 순간의 손맛은 다른 어떤 액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 모습을 드러내는 중인 거대 보스. 스포일러 때문에 일부 모습만 찍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추격전도 빠지지 않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래픽, 사운드, 스토리, 소포모어 징크스는 없다

전작보다 개선된 그래픽도 눈길을 끈다. 시리즈의 정체성인 몽환적인 분위기를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자연환경과 캐릭터 외형 및 움직임 등이 전작보다 섬세해졌다. 그저 스테이지를 돌아다니며 경치 구경을 하는 것만으로도 제 값어치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름다운 그래픽이 눈을 만족시킨다면, 총 60개 곡, 3시간 분량의 OST는 귀를 즐겁게 한다. 게임 속 스토리에 맞춰 흐르는 OST는 플레이어의 감정선과 공명하게 되는데, 게임 플레이 이후 OST만 들어도 머리에서 게임 속 장면이 연상될 정도다.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선사했던 슬픔 가득한 스토리 역시 여전하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수많은 이별의 순간이 게이머를 기다리고 있다. 전작을 접해보지 않았던 유저라면 예상하지 못한 전개에 충격은 2배가 된다. 그럼에도 오리와 도깨비불을 손에 놓지 못하는 이유는 인상적인 연출과 잔잔하게 흐르는 희망 덕분이다.


▲ 게임 플레이는 물론 컷신까지 모든 장면이 예술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전작 오리와 눈먼 숲은 그래픽, 사운드, 스토리의 높은 완성도로 이미 한 편의 잘 만든 애니메이션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평가가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오리와 도깨비불은 전작보다 한층 더 발전한 완성도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명작 1편의 후속작들이 자주 겪는 소포모어 징크스가 오리와 도깨비불을 비껴간 것이다.

최대 난제는 길 찾기, 그래도 재미있다

메트로배니아 장르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길 찾기’다. 맵 곳곳을 돌아다니며 새 능력을 얻게 되는데, 처음에는 갈 수 없었던 지역도 능력을 얻고 나면 방문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차근차근 맵을 밝혀나가면 언젠가는 지도 전체를 밝히게 된다.

갑자기 메트로배니아 장르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은 이유는 오리와 도깨비불이 바로 메트로배니아 게임이기 때문이다. 오리가 보유한 각종 능력을 활용해 퍼즐을 풀고 전인미답의 장소를 탐방해야 하는데, 장르 자체가 생소한 이에게는 난감할 정도로 설명이 부족하다. 게다가 매우 까다로운 조작을 요하는 퍼즐도 다수 존재해 컨트롤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길 하나 뚫는데 10분 이상을 소비하게 된다.

▲ 계속해서 죽다보면 결국에는 길을 찾게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길을 잘 찾아가려면 나의 위치와 목적지의 방향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횡스크롤 방식의 게임 화면과 달리, 맵은 평면도로 돼 있어 플레이어 위치와 목적지 방향을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렵다. 특히 본 기자는 실생활에서도 길을 잘 찾아가지 못하는 소위 ‘길치’여서 지도를 보는 것이 가장 까다롭게 여겨졌다.

다만, 이러한 문제점은 게임 자체의 단점이 아닌, 장르적 특성에 가깝다. 메트로배니아 장르에 익숙한 유저라면, 다채로운 퍼즐과 화려한 액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오리와 도깨비불을 꼭 해보길 권장한다. 아울러 액션 게임의 재미와 한 편의 애니메이션 같은 감동적인 스토리를 선사하는 오리와 도깨비불로 메트로배니아 게임에 입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죽고 또 죽어도 10시간은 금방 지나갈 정도로 재미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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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와 도깨비불 2020년 3월 11일
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액션
제작사
문스튜디오
게임소개
'오리 앤 더 윌 오브 위스프'는 문스튜디오에서 개발한 횡스크롤 액션게임 ‘오리 앤 더 블라인드 포레스트’의 후속작이다. 전작에 이어, 플레이어는 주인공 ‘오리’의 시점으로 새로운 여정에 나서게 된다. 아직 게임...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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