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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zip] 법원은 왜 P2E 게임이 불법이라 판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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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행정법원 로고 (사진출처: 서울행정법원 공식 페이스북)

지난 13일 서울행정법원은 파이브스타즈 for Klaytn(이하 파이브스타즈)에 대한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의 등급분류 취소가 법에 맞다고 판결했습니다. 게임위는 2021년 5월에 NFT 기술을 활용한 P2E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게임에 대해 사행성 등을 이유로 연령등급을 취소했는데요, 이 결정이 현행법에 맞느냐가 쟁점이 된 이번 소송에서 법원은 게임위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번 판결로 인해 NFT를 제공하는 P2E 게임 국내 서비스는 법 개정이 없이는 어려워졌습니다. 판결 핵심은 NFT를 제공하는 행위는 현행 게임법에서 제공이 금지된 경품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이라는 부분인데요, 판결문을 토대로 게임위는 왜 NFT 게임을 금지하고 있으며, 법원은 어떤 이유로 게임위 결정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는지 살펴봅시다.

1. 게임에서 NFT의 의미

블록체인 기술의 하나인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입니다. 각 토큰에 고유한 인식값이 부여되기 때문에 디지털 자산 소유권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기존 게임에서는 유저에게 게임 아이템 소유권이 없고, 아이템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게임 아이템 소유권은 게임 저작권자인 게임사에 있죠. 하지만 이 아이템을 NFT로 만든다면 유저는 NFT가 된 아이템을 소유하거나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업계와 시장에서 주목한 부분이 P2E 게임인데요, 블록체인 서비스 시장조사업체인 댑레이더(DappRadar)의 최근 블록체인 게임 보고서에 의하면 해외에서 서비스되는 대표적인 NFT 게임 엑시 인피니티는 작년 2월 기준 매출 40억 달러를 넘어섰고, 10월과 11월 NFT 게임 내 거래 총액은 5,5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대부분 국가는 게임에 NFT 기능이 있다고 하여 유통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NFT 게임을 허용하고 있고, 일본 역시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NFT가 포함된 P2E 게임 유통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2. 게임위가 NFT를 제공하는 P2E 게임을 금지하는 이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에 따라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은 국내에서 출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게임법에 의하면, 게임위는 '경품 등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는 게임'에 대해서 등급분류를 거부할 수 있고, 등급을 받은 게임도 취소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게임위는 NFT가 포함된 P2E 게임을 경품 등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등급분류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 대상 게임인 파이브스타즈에 대해서도 NFT 아이템 소유권이 이용자에게 귀속되며 NFT가 게임 외부에서 거래될 경우 사행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연령등급을 내주지 않았죠.

▲ 게임 내 가상화폐 및 NFT 제공에 대한 게임위 공고 (자료출처: 게임위 공식 홈페이지)

게임위가 사행성 게임과 환전 행위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게임법과 게임위 탄생 배경에 있습니다.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를 계기로 성인 아케이드 게임의 사행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게임법이 제정되고 이를 관리할 게임위(당시 명칭은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게임위는 사행성 게임에 대해 특히 엄격한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NFT에 대해 소유권이 게임사가 아닌 이용자에 있기에 게임법 상 경품에 해당할 수 있고, 블록체인 특성상 게임 외부에서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하기에 거래가 활성화되면 사행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NFT를 바다이야기 사건 당시 환전 수단으로 사용됐던 점수보관증과 비슷하다고도 판단했죠.

▲ 게임위가 밝힌 파이브스타즈 등급분류 취소 사유 (자료제공: 스카이피플)

게임위는 이러한 보수적인 입장에 따라 암호화폐인 이더리움(ETH)을 사용하는 게임인 인피니티 스타에 대해서도 사행성을 조장한다고 보아 등급분류를 거부한 바 있고, 자체 가상화폐인 무돌코인을 주는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에 대해서도 등급분류를 취소해 P2E 기능을 제외한 버전이 다시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P2E 게임 미르4 역시 국내에서는 P2E 기능을 제외한 버전으로 출시될 수밖에 없었고, 국내 주요 게임사도 국내가 아닌 해외를 타깃으로 P2E 게임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파이브스타즈 사건에 관한 법원의 이번 판결은 게임위에 힘을 실어준 격이죠.

3. 파이브스타즈에 대한 법원의 판단

그렇다면 파이브스타즈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쟁점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첫 번째 쟁점은 NFT가 게임법 상 경품에 해당하는지, 두 번째는 NFT 게임이 사행성을 조장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① NFT는 게임법 상 경품인가

게임법에서는 이용자에 대한 경품 제공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청소년게임제공업(청소년 출입이 가능한 오락실)에서 운영하는 인형뽑기 등 전체이용가 게임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파이브스타즈 사건에서 법원은 'NFT화된 아이템은 경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용자에게 귀속되는 NFT는 단순히 아이템으로 존재할 때와 달리 외부 거래소를 통해 용이하게 거래·유통될 수 있고, 실제로도 자유로운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위와 같은 NFT의 대체 가능성, 환가성, 유통 가능성에 비추어 이 사건 게임을 통해 이용자들이 얻는 NFT 내지 NFT가 된 아이템의 경우 단순히 디지털 상의 고유한 주소로서의 의미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재산상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같이 NFT는 경품에 해당하는데, 파이브스타즈는 경품 제공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아케이드 전체이용가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법원은 파이브스타즈가 제공하는 NFT가 게임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경품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만약 파이브스타즈가 아케이드 전체이용가 게임으로 나왔다고 하더라도 허용되는 경품 종류는 제한되어 있는데요, 1만 원을 넘지 않는 완구류, 문구류, 문화상품류, 스포츠용품류, 생활용품류입니다. 실제로 게임 결과에 따른 경품으로 소비자 판매가격 1만 5,900원짜리 라면 포트를 증정하거나 인터넷쇼핑몰에서 1만 1,800원에 판매되는 헬로키티 인형을 제공한 경우, 1만 6,000원짜리 블루투스 마우스를 제공한 경우 모두 게임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파이브스타즈는 게임에서 제공하는 NFT가 1만 원이 넘는 금액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다수였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금액적으로도 게임법에서 제공을 금지되는 경품에 해당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인형뽑기 경품지급 기준 안내 포스터 (사진제공: 게임위)

② NFT가 사행성을 조장하는가

게임이 '경품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한 경우'에 해당하면 등급분류를 받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사행성이란 우연한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고 그 결과로 재산상 이익 또는 재산상 손실을 초래하는 성질을 말합니다.

법원은 사행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해당 게임의 이용목적, 이용방법과 형태, 이용 결과에 따라 금전 또는 환전 가능한 경품을 지급하는지 여부, 그 정도와 규모 및 실제로 경품을 현금으로 환전해 주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우연성환전 가능성이 사행성 조장 여부를 가리는 판단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게임에서 우연히 획득한 점수에 따라 5,000점, 1만 점 단위로 점수 보관증을 교부하고, 이 보관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보관증에 기재된 점수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환전해준다면 이것은 경품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반면 온라인 공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게임머니를 지급하는 것은 경품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한 온라인 포커 게임을 서비스하던 게임사가 2주 동안 일일 랭킹 1위를 기록한 이용자에게 게임머니인 가넷을 지급한 사건에서 법원은 해당 회사가 제공한 가넷은 게임이 작동하는 온라인 공간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충전된 가넷은 현실에서 유통되거나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점을 고려해 경품 등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한 경우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시 파이브스타즈 사건으로 돌아오면, 법원은 NFT가 외부 거래소를 통해 쉽게 거래·유통되는 점을 감안해 NFT 환가성 및 재산상 가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우연성 역시 인정된다고 보았는데요, 여기에는 파이브스타즈에서 제공하는 '24시간 자동모험기능'이 바탕에 있습니다. 단순히 스테이지를 선택하여 실행하는 것 외에 유저 개입이 필요없고, 유저가 설정한 캐릭터 성격, 배치 등과 무관하게 24시간 동안 계속 모험이 진행되며 일정 확률로 아이템을 획득한다는 점을 근거로, 우연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게임사는 게임 중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24시간 자동모험기능을 놓고 사행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사행성 여부는 게임 전반에 걸쳐 판단되어야 하므로 일부 기능에서 사행성이 확인된다면 게임 전체에 그 영향을 미친다고 보아야 할 뿐더러 실제 이용자가 이 기능만을 목적으로 게임을 이용하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사행성을 부정할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 24시간 자동모험기능은 게임위에서도 문제로 지적한 바 있습니다 (자료제공: 게임위)

4. 이번 판결에 관련해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

정리하자면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파이브스타즈가 게임법에서 금지하는 경품을 제공했고, 24시간 자동모험기능을 통해 우연한 방법으로 쉽게 환전이 가능한 아이템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게임법 상 경품 제공에 대한 비슷한 판결을 냈는데요, 2020년 12월 23일 경품 등의 제공을 통한 사행성 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게임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이 법률로 인해 게임 사업자들의 직업수행의 자유가 다소 제한되는 면이 있으나, 그에 비해 게임 사행화를 근절함으로써 게임산업을 진흥하고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하여 얻는 공익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사법부 판단이 완전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파이브스타즈에 대한 이번 판결은 아직 1심이고, 게임사가 항소한다면 추후 결과가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상화폐를 지급하는 P2E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에 대한 등급분류 취소 적법성을 가리는 판결도 31일에 선고됩니다. 따라서 관련 판결을 좀 더 지켜볼 필요도 있죠.

앞서 제기된 신중론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현재도 게임 아이템과 같은 게임 내 재화가 게임 내에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통해 현금으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데, 이를 NFT화하였다고 해서 사행성을 조장한다고 볼 수 있냐는 의견입니다. 그리고 상위 매출을 기록하는 게임 상당수가 방치형 RPG인데, 방치형 게임에서 아이템을 획득했다고 하여 이를 우연히 얻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또, 게임산업 발전과 성장의 동력이 되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게임의 국내 서비스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도 있죠.

파이브스타즈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 측은 현재 NFT 기술이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고, 특히 게임 분야와 관련하여 전 세계적으로 NFT 내지 가상화폐(또는 암호화폐)와 결합한 게임이 개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 기술 내지 개념은 기존에 없던 것으로 기술에 대한 이해는 물론 법적성격, 규제방법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NFT가 결합된 게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영역인 게임의 사행성에 대해서는 게임위 판단이 존중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NFT 게임 허용 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게임의 사행적 운영을 막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게임법 제1조는 '이 법은 게임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고 게임물의 이용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게임산업의 진흥 및 국민의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과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게임법이 게임산업 기반을 조성하고 산업을 진흥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현실과 업계 추세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을 고려해볼 시점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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