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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정부 내조가 이런데, 글로벌 경쟁력이 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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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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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업계에 또 하나의 악재가 닥쳐오고 있습니다. 바로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이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까지 게임 규제 제도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입니다. 최근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하고 교과부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이 커지고 있으니, 이 화살을 게임업계로 돌린 셈이죠.

현재 교과부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제 3 셧다운제(가칭)는 아직 세부 사항까지 정해지진 않았습니다. 일단 ‘미성년자 게이머들을 연령대로 구분한 후, 하루 게임 플레이 시간을 제한한다’, ‘일정 시간 게임을 하면 강제로 5~10분의 휴식 시간을 부여한다’ 라는 내용 등이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강제적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에 이은 제 3의 게임 규제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세부적인 법적 내용보다 교과부가 게임을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있는 태도입니다. 작년 12월 발생한 대구 중학생 사건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온라인 게임을 강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는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물론 학교폭력의 과정에서 온라인게임이 사용되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학교폭력의 주 원인은 게임이다’ 는 분석 결과를 낸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이해가 잘 가지 않네요. 교과부가 출제하는 수능 언어영역에서 만약 이러한 논리의 답안이 나온다면 100% 오답이겠죠?

그러나 이같은 규제가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까요? 당장 셧다운제만 해도 여성부의 주장과는 달리 그 효용성이 미미한 지경인데 말입니다. 현재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셧다운제를 뚫기 위한 주민번호 도용은 물론이거니와 그 외 다양한 ‘꼼수’ 들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인데, 정작 정부의 후속 대응도 거의 없는 상태죠.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게임업계 뿐입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규제를 위한 규제’ 로 변질된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막겠다는 취지의 법이 어느샌가 업체의 매출이나 유료 요금제 등을 기준으로 삼고 있으니까요. 이번 교과부의 정책도 이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교과부의 이번 정책에 대해 게임메카 독자 분들도 상당히 격양된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ID djkoo27 님은 “그냥 죽일 생각으로 달려들면 뭔들 못하냐...하는 생각이 드네. 솔직히 게임이 뭐 문제가 아예 없다고 보지는 않지만, 이건 뭐 마녀사냥식으로 피를 말리려고 칼을 빼드냐.. 뭐 하나 정부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라고 인정 좀 해봐라. 만만한 애들 잡아 죽이지 말고” 라며 정부의 좁은 시야를 지적했으며, ID 깁미원달러 님은 “게임을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게임하는 사람을 정신병자로 취급하고... 그럼 게임 잘하고 있는 나는 사회악에 정신병자임? 이거 왜이래 진짜” 라며 게임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비판했습니다.

이같은 지나친 규제는 게임업계의 발전, 나아가 국내 게임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북미에서 많은 관계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는 인터넷 규제 법안 SOPA(Stop Online Piracy Act, 온라인 해적행위 금지)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그나마 북미에서는 게임 산업에 대한 인식이 훨씬 낫습니다. 2011 칸 국제광고제에서는 좀비 게임 ‘데드 아일랜드’ 의 트레일러 영상에 인터넷필름부문 대상을 수여했으며, ‘문명 4’ 의 BGM인 ‘바바 예투’ 는 음악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우는 그래미상을 수상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교육혁신 정책의 일환으로 ‘게임’ 을 선정하고 딸의 선물로 게임 소프트를 구매하는 등 게임을 하나의 문화로 수용하고 있죠.

한편 중국의 경우 정부가 직접적으로 게임산업 육성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면에서는 외국 업체들에게 배타적인 모습을 보여주거나 불법복제, 저작권 침해 등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등 지나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중국 게임업계 입장에서 보면 정부의 후원을 통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겠죠. 이밖에도 영국에서는 ‘풋볼매니저’ 개발자가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는 등의 긍정적인 모습들이 속속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외 게임업계의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현재 국내 게임업계의 상황에 대한 ID jinucy 님의 뼈아픈 한 마디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잘하면 세계 어디에도 없는 소셜&인터넷 통제국가가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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