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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기획] 분야별 이슈①: 안방 내주고 쫄쫄 굶은 온라인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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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힘든 때는 없었다.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은 2016년 한 해 동안 유례 없는 혹한에 시달렸다. 야심차게 내놓은 신작은 게이머의 외면 속에 빠르게 힘을 잃어갔고, 되려 해외에서 온 게임이 시장을 뒤흔들며 가파른 상승세에 올랐다. 업계 입장에서 가장 힘 빠지는 부분은 상황을 뒤집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밑천까지 긁어서 신작을 내도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고, 이에 대한 불안감으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온라인 신작은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올해만큼 ‘신작 절벽’이라는 말이 실감나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에는 네오위즈게임즈가 7년 간 700억 원을 들여 준비한 MMORPG ‘블레스’와 소프트맥스가 회사의 사활을 걸고 내놓은 ‘창세기전 4’가 출시에 나섰다. 간만의 온라인 MMORPG 신작 등장에 출시 초기에는 게이머들이 몰리는 듯 했으나 문제는 지구력이었다. ‘블레스’는 초기 운영 이슈와 콘텐츠 부족으로, ‘창세기전 4’는 시장 기대감에 못 미친 완성도로 인해 유저를 오래 붙들지 못하며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이다.




▲ '블레스'(상)과 '창세기전 4(하)'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네오위즈게임즈/소프트맥스)

특히 소프트맥스의 경우 ‘창세기전 4’ 실패 여파로 회사 이름을 ESA로 바꾸고 게임에서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탈바꿈했다. 이후 ‘창세기전 IP’와 내부에서 개발하던 ‘주사위의 잔영’ 모바일마저 넥스트플로어에 매각하며 우리가 알던 23년 차 개발사 ‘소프트맥스’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온라인게임에서 뼈가 굵은 넥슨도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쓰디쓴 실패를 경험했다. 자사의 대표작 ‘서든어택’의 정식 후속작 ‘서든어택 2’를 출시 23일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서든어택 2’의 경우 전작과 차별화된 부분이 없다는 지적에 간판모델로 나섰던 여성 캐릭터들이 선정성 논란에 휘말리며 대내외적으로 큰 풍파에 시달렸다. 올해를 대표하는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서든어택 2’의 예상치 못한 빠른 퇴장은 게임업계 전체에 큰 충격을 안겼다.


▲ '서든어택 2' 서비스 종료 공지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치열한 경쟁을 견디지 못해 문을 닫는 온라인게임도 속출했다. KOG의 간판 게임 ‘그랜드체이스’를 시작으로, 액토즈게임즈의 ‘천년’, 네오위즈게임즈의 ‘애스커’, 엔트리브소프트의 ‘팡야’, 넥슨의 ‘아이마’, 엑스엘게임즈의 ‘문명 온라인’ 등이 게이머 곁을 떠나갔다. 특히 ‘애스커’, ‘아이마’, ‘문명 온라인’의 경우 출시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막을 내리며 신작이 살아남기 힘든 시장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 '문명 온라인'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엑스엘게임즈)

오버워치와 리그 오브 레전드, 두 외산 게임이 꽉 잡은 국내 시장

그렇다면 올해 출시된 온라인 신작은 모두 실패했을까? 그렇지 않다. 다만, 그 게임이 국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5월에 출격한 블리자드의 ‘오버워치’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불도저 같은 시장 장악력을 과시했다. 게임을 넘어 웹툰이나 언론사 덧글에까지 ‘오버워치’ 대사가 나올 정도로 그 파급력이 실로 어마어마했다.

실제로 ‘오버워치’ 출시 후, 국내 온라인게임 주요 대결구도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오버워치’의 선두경쟁으로 압축되었을 정도다. 국내 업계에서 아쉬운 점은 메인 무대라 할 수 있는 한국을 두 외산 게임에 내준 것이다. 홈 그라운드 주도권을 외산 게임에 내어준 상황에서 악전고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점은 신작과 기존작에 모두 압박으로 다가왔다. 이제 막 출발하는 신작은 ‘오버워치’와 ‘리그 오브 레전드’의 공세 속에 더더욱 유저를 모으기 어렵고, 기존작 역시 유저 이탈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다시 말해 국산 게임은 점점 동력을 잃어가고, 외산 게임의 힘은 더더욱 커지는 상황이 겹치며 온라인게임업계는 유례 없는 침체기에 들어서게 되었다.


▲ 올해 국내 시장을 휩쓴 주역은 외산 게임 '오버워치'였다 (사진제공: 블리자드)

해외 수출과 재론칭,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수단

이처럼 국내 시장 상황이 어렵다 보니 게임사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활로를 찾는 것이 우선과제로 떠올랐다. 그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는 수출이다. 경쟁이 심한 국내를 벗어나 해외에서 먼저 게임을 선보이며 기초체력을 쌓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게임사 라이언 게임즈는 자사의 온라인 MMORPG ‘소울워커’를 한국이 아닌 일본에 먼저 선보였으며, 블루사이드 역시 중국과 대만에 ‘킹덤 언더 파이어 2’ 테스트를 진행하며 중화권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국내 게임사가 올해 주목한 지역은 서양이다. 그 신호탄은 ‘검은사막’이 쏘아 올렸다. 올해 3월에 북미, 유럽에 진출한 ‘검은사막’은 출시 전에 진행한 사전 캐릭터 생성에 50만 명이 몰렸으며, 출시 후 동시 접속자 10만 명을 기록했다. 실제로 ‘검은사막’ 이후 ‘블레스’ 역시 북미와 유럽, 러시아 출시에 박차를 가했으며, ‘트리 오브 세이비어’ 역시 스팀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외에도 태국이나 남미, 동남아와 같은 신흥 시장 개척에도 힘을 쏟았다. 이와 같은 적극적인 수출 공세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절박함이 반영되어 있다.


▲ '검은사막'은 올해 게임스컴 2016에 출전하며 서양 시장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사진제공: 카카오게임즈)

또 다른 출구는 재론칭이다. 기존에 출시된 게임을 다듬어서 다시 내놓는 것이다. 올해 등장한 ‘로한 오리진’이나 ‘애오스’, ‘테라’가 그 대표적인 게임이다. 이 외에도 ‘타르타로스: 리버스’, ‘아틀란티카’, ‘건즈 더 듀얼’이 재론칭을 통해 다시 온라인게임 시장에 합류했다. 재론칭의 가장 큰 강점은 이 게임을 기억하는 게이머가 있다는 것이다. 완전한 신작보다는 이름이 알려진 게임을 다시 서비스하는 것이 위험부담이 적고, 안정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재론칭은 신작이 두각을 드러내기 어려운 시장에서 새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으로 통했다.

내년에는 환한 뉴페이스가 떠오르길 희망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위기를 탈출할 활로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계 기반을 탄탄히 다지기 위해서는 완성도와 시장성을 갖춘 신작이 꾸준히 등장해야 한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옛말처럼 게임 시장 역시 새로운 게임이 들어와 트렌드를 바꿔줘야 활력이 돌기 때문이다. 한 가지 희망적인 부분은 출시의 꿈을 꾸며 부지런히 제작 공정을 거치고 있는 뉴페이스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에야말로 신작 군단의 분발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타이밍이다.

우선 핵앤슬래시를 앞세운 MMORPG 신작 3인방이 버티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이터널’,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웹젠의 ‘뮤 레전드’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세 게임 모두 올해 첫 테스트를 거치며 완성도를 검증하는 시간을 가진 만큼 내년에는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 왼쪽부터 '리니지 이터널', '뮤 레전드', '로스트아크'
(사진제공: 엔씨소프트/웹젠/스마일게이트)

넥슨 역시 올해 지스타 현장에서 온라인게임 신작 6종을 선보였다. 그 중에도 3년 만에 베일을 벗은 ‘페리아 연대기’와 귀여운 소환수를 앞세운 MMORPG 신작 ‘아스텔리아’가 눈길을 끌었다. 신작이 죽은 온라인게임 시장은 잘해야 ‘현상유지’밖에 답이 없다. 내년에야말로 시장을 뒤엎을 화력을 가진 강력한 국산 ‘뉴페이스’가 등장하길 바라본다.


▲ '페리아 연대기'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넥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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