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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셔틀] 저니와 모뉴먼트 밸리 사이... 넥슨의 '애프터 디 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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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프터 디 엔드' 공식 홍보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 [앱셔틀]은 새로 출시된 따끈따끈한 모바일게임을 바로 플레이하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넥슨이 처음 인디 게임인 ‘이블 팩토리’와 ‘애프터 디 엔드’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세간의 인식은 그야말로 ‘반신반의’였다. 넥슨이 상업성을 배제한 게임을 만든다는 말도 믿기 힘들었고, 해봐야 얼마나 참신한 작품이 나오겠느냐는 의혹에 찬 시선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퍼즐 어드벤처 게임 ‘애프터 디 엔드’는 장르 자체의 난이도 때문에 대중적인 호응을 기대할 수 없다는 비관론부터, 유명 퍼즐게임인 '저니'와 ‘모뉴먼트 밸리’의 ‘짝퉁’이라고 비난 받는 등 온갖 구설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 3월 2일 정식 발매된 ‘애프터 디 엔드’는 불안했던 예상과 달리 충분히 독창적이고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이 게임이 퍼즐게임 특유의 ‘고민하는 재미’와, 어드벤처 특유의 ‘긴박감 넘치는 재미’를 둘 다 잡아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애프터 디 엔드’는  ‘팔방미인’ 퍼즐 어드벤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애프터 디 엔드’는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로 폭넓은 재미를 확보하고 있을까?

아기자기한 폴리곤 그래픽과 세밀하고도 서정적인 연출


▲ 단순하지만 서정적인 동화풍 그래픽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애프터 디 엔드’를 처음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독특한 분위기의 그래픽이다. 사실 이 게임의 폴리곤 그래픽은 요즘 나오는 고품질 모바일 게임에 비하면 꽤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은 얼굴도 없는 폴리곤 덩어리에, 배경도 투박하고 각진 모습이니 말이다. 그러나 ‘애프터 디 엔드’는 단순한 그래픽만으로도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분위기의 세상을 보여준다. 이 게임에서 느껴지는 짙은 서정성은 진행 내내 많은 비밀이 숨겨진 세계와 주인공의 모험에 깊은 관심을 갖게 만들며, 복잡한 퍼즐 때문에 진행이 막힐 때도 계속 플레이를 할 동기가 되어준다.


▲ 단순한 지물도 인상적인 연출로 돋보이게 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처럼 간단한 그래픽으로도 인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는 이유는 ‘애프터 디 엔드’ 특유의 섬세한 연출 덕분이다. ‘애프터 디 엔드’의 인물과 장소는 명확하고 인상적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특징은 주인공의 움직임에서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주인공의 얼굴은 픽셀로 된 눈을 제외하면 검은 폴리곤 덩어리일 뿐이라 그의 외모나 표정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의 과장된 움직임과 몸짓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 대사 한 마디 없지만 감성은 잘 전달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게임이 시작될 때 잠에서 깬 주인공이 아버지의 빈자리를 보고 축 늘어지는 모습은 그가 얼마나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둠에 잠긴 고대 지하유적을 불안하게 두리번거리며 걷는 모습에서는 호기심과 동시에 무서운 감정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애프터 디 엔드’는 섬세하고도 감성적인 연출로 모든 대사와 스토리를 대신해 서정성을 극대화했으며, 덕분에 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예술만화를 본 듯한 깊은 재미와 만족을 준다.

길 찾기 게임에 다양한 퍼즐과 모험의 긴박감 더해


▲ 유적 깊숙한 곳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아야 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애프터 디 엔드’는 숨겨진 길을 찾거나 새로운 길을 만들어 목적지까지 나아가는 퍼즐게임이다. 이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는 길을 개척하는 방식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어떤 길은 착시효과 탓에 360도 시점 카메라를 이리저리 돌리며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특정 장치를 조작해서 구조물들을 움직여 길을 만들기도 해야 한다. 따라서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고 장치들을 조작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 때로는 리듬으로 퍼즐을 풀어야 하기도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길을 만들기 위해 장치를 작동시키는 방식이 다양하다는 점도 흥미롭다. 대부분은 그저 레버를 당기는 것만으로도 구조물이 움직여 길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때로는 특이한 방식으로 작동되는 장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떠한 장치는 리듬에 맞춰 네 개의 상징을 순서대로 눌러야 문을 열어준다. 때로는 바위를 갖고 와서 특정 장소에 투척해야 길이 열린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의 퍼즐요소는 자칫 질릴 수 있는 게임 진행에 새로움과 다양성을 더해준다.


▲ 뒤에서부터 무너지는 다리를 뛰어 건너야 하는 긴박감 넘치는 구간도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렇다고 ‘애프터 디 엔드’가 느긋하게만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손에 땀을 쥐는 긴박감 넘치는 구간도 있다. 뒤에서부터 무너지는 다리를 빠르게 뛰어 통과해야 하거나, 쫓아오는 괴물을 피해 달아날 때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도망치지 못하면 죽어서 스테이지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처럼 ‘애프터 디 엔드’는 복잡한 트릭의 난관을 해결하는 퍼즐게임의 재미와, 순간적인 위험을 돌파하는 어드벤처의 요소가 둘 다 존재하여 다양한 취향을 충족해준다.

그래도 기본은 어디까지나 퍼즐게임


▲ 복잡한 입체공간에서 길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렇다고 ‘애프터 디 엔드’가 ‘만만한 게임’은 아니다. 전반적인 난이도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꽤 복잡하고 풀기 힘든 트릭이 사용된 구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프터 디 엔드’는 목적지 표시 외에는 어떠한 힌트도 제공해주지 않는다. 이용자는 오로지 자기 머리만 써서 길을 찾아야 한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게임 진행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난이도를 퍼즐게임의 특징으로 볼 수도 있다. 너무 많은 조언을 해주면 퍼즐을 푸는 성취의 만족이 떨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고심 끝에 퍼즐원리를 파악해낼 때의 성취감은 대단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성공했을 때 얘기다. 길을 못 찾아서 게임 진행이 막히면 그 스트레스 또한 대단하다. ‘애프터 디 엔드’는 이러한 퍼즐게임의 양면적 특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처럼 ‘애프터 디 엔드’는 여러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퍼즐게임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게임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재미는 어디까지나 퍼즐게임의 범주 안에 있는 것이다. 퍼즐게임 장르의 복잡한 수수께끼와 두뇌회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애프터 디 엔드’도 즐기기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퍼즐게임 특유의 난이도는 그대로이니 말이다.

다양한 퍼즐을 담은 ‘팔방미인’ 종합 퍼즐게임


▲ 복잡하고 다양한 퍼즐은 재미가 될 수도, 스트레스도 될 수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애프터 디 엔드’의 제작을 맡은 박재은 팀장은 이 게임이 하드코어한 스트레스는 최소화시키고, 놀이터에서 노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제작됐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실제로도 ‘애프터 디 엔드’는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들로 두루 무장했다. 기본은 길 찾기지만 실제로 길을 찾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퍼즐은 구조물 조작, 선 긋기, 리듬 맞추기 등 다양하기 때문에 한 게임 내에서 여러 종류의 재미를 즐길 수 있다.

종합해볼 때 ‘애프터 디 엔드’는 국내 인디 게임, 그것도 퍼즐게임이라는 장르 치고는 대단히 색다르고 훌륭한 게임성을 갖춘 작품이다. 순수한 퍼즐게임 중 이 정도의 참신함과 다양성, 그리고 독특한 그래픽을 지닌 게임은 흔치 않다. 독특한 세계관과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캐릭터, 상황연출은 게임 진행에 흥미와 감동을 더해준다. 어떻게 보면 광활한 사막을 자유롭게 떠도는 '저니'의 스토리텔링, 그리고 기하학적 사물들을 움직여 길을 개척해내는 '모뉴먼트 밸리'의 머리 쓰는 재미를 잘 이어받아 완성시킨 새로운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애프터 디 엔드'는 퍼즐게임의 팬이라면 한 번 해보길 권장할 만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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