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게이밍 ‘월드 오브 워쉽’은 2차 대전 시기 거함거포주의로 대변되는 웅장한 해전을 구현했다. 1,000톤은 우스운 육중한 배들이 지축을 울리며 함포를 쏘는 전장은 해전 특유의 매력을 살렸다. 하지만 오랫동안 수중만큼은 다루지 못했다. 실제 해전에서는 독일 유보트 등 잠수함이 혁혁한 전공을 세우긴 했지만, ‘월드 오브 워쉽’에서는 추가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월드 오브 워쉽’이 곧 유저에게 수중을 열어 줄 것으로 보인다. 11월 1일부터 시작한 할로윈 기념 이벤트 모드 ‘심연의 공포’에서 처음으로 잠수함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금 당장은 이벤트 모드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지만, 유저 반응이 좋다면 정식으로 추가할 계획이다. 그리고 직접 플레이한 잠수함은 하루 빨리 추가되는 것이 기다려 질 정도로 특별한 느낌을 줬다.
▲ '월드 오브 워쉽' 잠수함 소개 영상 (영상출처: 게임 공식 유튜브)
당장 어뢰를 꽂아주겠어! 수중의 암살자 ‘잠수함’
‘월드 오브 워쉽’에서 무기는 크게 함포와 어뢰로 나뉜다. 특히 어뢰는 큰 피해와 함께 침수 등의 상태 이상을 유발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지만, 나아가는 속도가 느린 탓에 적중시키기가 쉽지 않다. 한 방의 쾌감이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초보자라면 좀처럼 맞추기가 어려워 매력을 느끼기가 어렵다. 특히나 어뢰를 주로 사용하는 함종인 구축함은 체력이나 방어력이 약한 편이라 생존하기도 쉽지 않다. 어뢰를 맞추려고 접근하다가 날아오는 포탄에 불바다가 되기 십상.
잠수함은 이처럼 쉽게 사용할 수 없는 ‘어뢰’를 주 무장으로 채택했다. 가까이 있는 적에게 자동으로 발사되는 부포를 제외하면 어뢰만 쏠 수 있으니, 잠수함은 가히 ‘어뢰에 살고 어뢰에 죽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특별한 점은 F, C버튼으로 잠수하거나 수면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잠수 상태에서는 쉽게 발각되지 않기 때문에 목표에 보다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 전함의 코 앞까지 붙어서 어뢰를 쏠 수 있는 셈이다.
▲ 주 무장은 역시 어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잠수해서 적의 눈을 피하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렇다고 주의할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잠수함은 생존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차하는 순간에 함선이 종잇장처럼 찢어질 염려가 있다. 최대의 무기라 할 수 있는 잠수도 마냥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 속에서는 어뢰를 발사할 수 있는 범위가 극단적으로 줄어들고, 깊이 잠수하면 아예 쏠 수 없다. 수중으로 들어가면 산소가 소모되기 때문에, 대략 1분 남짓한 시간마다 수면 위로 부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폭뢰’라는 무장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폭발에 휘말릴 수도 있다. 잠수 하나만 믿고 무작정 적진으로 돌격하다간 깊은 심해로 빠지게 된다.
▲ 수면에 있을 때는 발사 범위가 극단적으로 좁아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한, ‘월드 오브 워쉽’ 특유의 둔중한 조작이 잠수함 유저들의 치밀한 계산을 요구한다. ‘월드 오브 워쉽’에서 군함은 거대한 덩치를 지닌 만큼 방향 전환 등이 느릿느릿하다. 잠수함은 전함이나 항공모함에 비하면 빠른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버튼을 눌렀을 때 바로 바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특히 깊숙이 잠수했다면 수면까지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는 편이다. 그래서 산소가 얼마나 남았는지 생각하면서 잠수해야 한다.
▲ 고개 한 번 잘못 내밀었다고 쏟아지는 집중포화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잠수함을 플레이하면서 ‘암살자’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 적의 눈을 피해 은밀히 움직이고, 틈을 노려서 강력한 일격을 꽂아 넣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방식의 함종인 것이다. 산소 계산을 잘못해 적진 한 가운데에서 산소가 똑 떨어졌을 때는 말 그대로 ‘쪽도 못쓰고’ 폭발하기도 했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물 밑으로 들어가 접근하고 어뢰를 적중시켰을 때 뜨는 대미지를 볼 때는 쾌감이 느껴졌다.
▲ 어뢰 맞추기가 어렵다고? 그럼 붙어서 쏘면 되지!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정식 서비스 추가가 기대된다
사실 처음에는 ‘월드 오브 워쉽’에 잠수함이 어울릴지 의심하기도 했다. 안 그래도 ‘월드 오브 워쉽’은 다른 게임에 비하면 템포가 느린 편이라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데, 수면뿐만 아니라 수중에서의 공격까지 신경써야 한다면 더욱 복잡해 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강력한 어뢰를 손쉽게 맞출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함종에 비해 지나치게 강력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니 실제 게임에 잠수함이 추가되도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았다. 잠수함 사용자는 적을 ‘암살’하기 위해 산소 잔량부터 어떻게 안전한 지역으로 이탈하는 방법까지 모색해야 하고,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폭뢰 등을 어디에 발사할지 고민하게 된다. ‘월드 오브 워쉽’ 특유의 거시적인 전술을 짜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셈이다. 이벤트 모드 ‘심연의 공포’는 실제 유저를 상대하는 것에 비하면 간단한 AI 혐동대전이었지만, 고민 없이 움직이면 그대로 침몰한다는 것이 잠수함 특유의 게임 플레이가 ‘사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 잠수함 특징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한, 잠수함이 정식 함종으로 추가되면 콘텐츠 측면에서 게임이 더욱 다채로워 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유보트’ 등 실제 역사에서 이름을 날린 잠수함을 수집할 수 있다는 점도 ‘월드 오브 워쉽’ 유저들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세기에는 잠수함에서 함재기를 띄우는 ‘잠수 항모’라는 독특한 군함도 있었다. ‘월드 오브 워쉽’이 설계도로만 존재했던 함선도 구체화시키는 만큼, 잠수함이 본 게임에 추가된다면 이러한 독특한 변종 함선도 기대해 볼 법 하다.
마지막으로 색다른 콜라보레이션 함선이 추가될 가능성도 높다. ‘월드 오브 워쉽’은 지난 2016년 인기 애니메이션 ‘푸른 강철의 아르페지오’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특별 함선을 추가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잠수함이 없었기 때문에, 주인공 함선인 잠수함 ‘I-401’는 등장하지 못했다. 만약 ‘월드 오브 워쉽’에 잠수함이 어엿한 정규 함선으로 추가된다면, 다시 한 번 콜라보레이션이 진행될 수도 있다.
▲ '푸른 강철의 아르페지오' 주인공 함선은 하필이면 잠수함이라 못 나왔다 (영상출처: 플라잉도그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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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에버퀘스트 기행기를 읽던 제가 게임메카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언제까지나 두근거림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hunsang1230@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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