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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결산 ⑤ 일회성 콘텐츠 벗어나지 못한 VR, 원년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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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큰 기대를 모으며 한발을 내딛은 소비자용 가상현실(VR)이 내년이면 벌써 4년차를 맞이합니다. 그간 여러 조사업체와 평가기관은 매년 '올해는 가상현실의 원년이 될 것'이라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기대를 벗어난 듯 보입니다. 2018년 가상현실의 현실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경쟁력 잃은 가상현실 콘텐츠, 일회성 소비에 그쳤다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 발표에 의하면, 지난 9월 기준 전세계 가상현실 기기 보급량은 약 500만 대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보급된 기기는 PS VR로, 올해 8월 발표 기준 300만대가 출하됐습니다. 탄탄한 PS4 사용자층을 기반으로 VR게임의 지반을 다진 모습이었습니다.

올해 8월 공식적으로 판매량을 공개한 플레이스테이션 VR (사진출처: PS 공식 블로그)
▲ 올해 8월 공식적으로 판매량을 공개한 플레이스테이션 VR (사진출처: PS 공식 블로그)

반면 오큘러스와 HTC 바이브는 아직까지 상세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추산치로 스팀에서 2018년 9월 한 달 사용자 컴퓨터에 연결된 VR기기 수치를 발표한 자료가 있는데요, 이에 따르면 오큘러스 리프트, HTC바이브, 윈도우 MR HMD 등을 포함하여 총 64만 7,000개 기기가 연결됐다고 합니다. 가정용 VR 유저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하지만, 막상 발표된 수치를 보니 생각보다 적습니다.

실제로 스팀에서 판매되는 가상현실 콘텐츠의 경우 판매세가 줄어든 것이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입니다. 등록되는 콘텐츠 수도 줄었고, 유저들의 리뷰도 많지 않습니다. 일부 콘텐츠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도 완성도가 낮거나 비슷한 방식의 콘텐츠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상현실 콘텐츠 붐을 불러올 것이라 기대했던 폴아웃4 (사진출처: 스팀 브라우저)
▲ 가상현실 콘텐츠 붐을 불러올 것이라 기대했던 폴아웃4 (사진출처: 스팀 브라우저)

그러다 보니, VR 사용자들도 가상현실 콘텐츠를 구매하기 꺼려지는 상황입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PC/콘솔 게임에 비하면 콘텐츠 완성도가 확연히 차이나기 때문입니다. 올해만 해도 '스파이더맨', '갓 오브 워', '레드 레드 리뎀션 2'와 같은 유명 프랜차이즈 게임들이 앞다투어 출시됐지만, VR 업계에서는 눈에 띄는 신작이 없었습니다. 상대적으로 VR게임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일반 소비자 시장이 정체되자 지난해부터 가상현실 업계는 오프라인 VR 카페로 눈을 돌렸습니다. 이 카페들은 가격과 공간확보 등의 문제로 가정에서 사용하기 부담스러운 VR기기를 손쉽게 매장에서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VR게임장(43개 응답 업체) 10곳 중 4곳은 월 평균 매출이 500만원 미만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VR카페를 운영하는 사업주의 절반이 'VR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줄었다'며 '앞으로의 경영 전망이 다소 어둡다'고 말했습니다. 고객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일 만한 콘텐츠가 적어 일회성 체험에 그치고 만 것으로 보여집니다.

일회성 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줄었다는 것은 가상현실 박람회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가상현실 체험 부스들은 일반인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2018년에 이르러서는 참가 기업과 참관객 모두 줄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신규 게임과 하드웨어가 전시되는 '지스타'에서도 가상현실 콘텐츠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올인원 VR 헤드셋 출시, 뛰어놀 무대는 마련되었다

오큘러스, 플레이스테이션 등 수많은 기업들이 참가해 많은 사람들이 붐볐던 2016년도 KVRF (사진: 멀미왕 촬영)
▲ 오큘러스, 플레이스테이션 등 수많은 기업들이 참가해 많은 사람들이 붐볐던 2016년도 KVRF (사진: 멀미왕 촬영)

침체된 2018년 VR업계 소식 중 그나마 반가운 소식을 하나 꼽으라면 올인원 VR헤드셋 출시입니다. 컴퓨터 연결 없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올인원 VR헤드셋은 이전부터 VR업계의 큰 바람이었는데요, 올해 출시와 동시에 약 100만대 가까이 판매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5월에 출시된 '오큘러스 고'가 있습니다. 나아진 하드웨어 접근성만큼이나 이를 뒷받침할 콘텐츠 부재가 아쉽게 다가오는 한 해였습니다.

올인원 VR헤드셋의 가능성을 보여준 오큘러스 GO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올인원 VR헤드셋의 가능성을 보여준 오큘러스 GO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만, 업계에서는 2019년이야말로 VR 원년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컴퓨터 수준에 준하는 올인원 VR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 출시입니다. 하드웨어 의존적인 가상현실 특성 상 우수한 스펙의 기기는 필수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큘러스 퀘스트'는 PC 수준 성능을 보다 편리한(무선/포지셔널 트래킹) 환경에서 즐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줍니다. 만약 '오큘러스 퀘스트’마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VR은 당분간 마니아들의 전유물로서 조용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오큘러스 퀘스트를 발표하는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 (사진출처: 오큘러스 유튜브 갈무리)
▲ 오큘러스 퀘스트를 발표하는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 (사진출처: 오큘러스 유튜브 갈무리)

두 번째는 5G 상용화를 앞둔 통신사들의 VR 활용입니다. 지난해 SKT는 가상현실 내에서 친구들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옥수수 소셜 VR’을 선보였으며, KT는 , 나만의 가상현실 극장을 제공하는 ‘기가 라이브 티비’를 출시했습니다. 이러한 통신사들은 내년에도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의 파급력이 VR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상상 속 공간에 실제로 들어가 있는 듯 한 느낌은 가상현실이 줄 수 있는 큰 매력입니다. 소비자들의 피부에 쉽게 와닿지는 않고 있지만, 그 뒤에서 하드웨어 발전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모쪼록 2019년은 가상현실 업계가 한 발 더 내딛기 위한 응축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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