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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독도는 일본땅? ‘후지산의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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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라스트 워: 후지산의 침몰' 광고가 실린 PC챔프 1996년 6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라스트 워: 후지산의 침몰' 광고가 실린 PC챔프 1996년 6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최근 국내에서 반일 감정이 다시금 샘솟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국내 반도체 관련 소재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밝힘에 따른 반작용이죠. 이에 따라 일본 제품과 일본 여행 등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한편, 일각에서는 불매운동 불참자에 대한 두서 없는 비난과 일본차 테러 같은 범법 행위까지 벌어지는 등 다소 혼란스러운 분위기입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90년대 반일 감정이 한창이던 시기가 생각납니다. 일본 대중문화가 전면 개방된 것이 1998년이었는데, 그전까지 일본 문화는 '왜색'이라 해서 금기시 될 정도로 일본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컸습니다. 특히나 일본이 독도 관련 망언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90년대 중반엔 사회적으로 반일 감정이 거셌죠. 당시 사회 분위기는 게임 광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독도 관련 발언을 메인에 실은 '라스트 워: 후지산의 침몰'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독도 관련 발언을 메인에 실은 '라스트 워: 후지산의 침몰'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위 광고는 젠컴에서 개발하고 BCI소프트에서 유통한 국산 게임 'LAST WAR: 후지산의 침몰' 입니다. 일단 게임 소개문구를 보면 한국-러시아-일본이 참여한 3차 세계대전이라는 가상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슈팅 전략게임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것만 보면 대체 어떤 게임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3D 풀 텍스쳐를 활용한 슈팅 모드가 탑재돼 있는 듯 하고, 시나리오-인터렉티브 무비 모드가 포함돼 있다는 것까지는 이해가 됩니다만,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한소라와의 결혼에 성공해야 한다' 라는 임무는 무엇이며, 스크린샷을 보면 신선과 건물 내부, 전쟁터, 실사 이벤트 씬이 섞여 있어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게임 자체는 어드벤처에 비행슈팅을 혼합한 방식이라고 하는데, 기회가 되면 한 번 플레이 해 보고 싶군요.

소개 문구와 스크린샷만으로는 대체 무슨 게임인지 혼란스럽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소개 문구와 스크린샷만으로는 대체 무슨 게임인지 혼란스럽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재미있는 점은 게임 설명과 광고 내에서 반일 감정이 굉장히 짙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독도는 일본땅? 일본 열도 대침몰!”과 같은 문구만 봐도 꽤나 과격해 보이죠. 사실 이 광고가 실렸을 당시는 국민들 사이에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해 있을 때였습니다. 96년 2월, 일본 이케다 유키히고 외무장관이 “한국 정부가 독도에 접안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일본 주권에 대한 침해다” 라는 망언을 했고, 이에 일본 대사관 앞에서 항의가 벌어지는 등 전국 각지에서 반일 감정이 격화됐습니다. 특히나 당시부터 표면화된 동해/일본해 표기 문제까지 겹치며, 일본을 규탄하는 것이 하나의 사회 문화처럼 자리잡았습니다.

참고로, 이 광고엔 뒷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사실 이 게임은 과거 ‘라스트 워: 위기일발 제 3차 대전’ 이라는 이름으로 한 차례 발매된 적 있는 작품입니다. 첫 출시 당시만 해도 동북아 국가들이 전쟁을 벌인다는 흔한 이야기였습니다만, 이후 국내 반일 감정이 격화되자 슬그머니 게임 이름을 바꿔서 재발매 한 것이죠. 기존 스토리가 있는 게임을 억지로 반일 정서와 엮으려다 보니 ‘인류 절멸의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라!’와 ‘일본 열도 대침몰’, ‘독도는 일본땅?’ 같은 문구들이 억지로 섞여 결국엔 이도저도 아닌 게임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과도한 반일감정 물타기의 반면교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덤으로 보는 B급 광고

선정적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종합병원'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선정적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종합병원'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예전에 국내 최초 의료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며 ‘종합병원’ 게임광고를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데, 당시도 게임과는 관계 없는 선정적 광고 문구를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이 광고는 더 하네요.

간호사와 의사가 나와 있는 것까진 이해하겠는데, 어째 간호사는 상의를 탈의하고 몸에 청진기를 칭칭 감은 채 의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이 게임이 의료 시뮬레이션 게임인지 성인용 게임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지금 같았으면 의사협회 등에서 의사 직업에 대한 명예 훼손성 광고라며 소송 제기해도 할 말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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